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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구분	인터뷰
ㆍ게재년월	2019-08

한국교통안전공단 검사원 강민정 대리

편견을 넘어 보람과 긍지로 검사 현장 누비는 여성들
교통안전공단, 정밀안전검사 신설 이후 여성검사원 첫 발탁
검사업무에 남녀 구분 의미 없어…안전사고 예방 위해 구슬땀

복장과 장비를 챙기며 검사현장으로 갈 준비로 분주한 모습은 검사기관이라면 어디든 마찬가지지만 그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검사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철저한 점검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여성 기계식주차장 검사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승강기안전공단의 경우 이미 16년 전부터 꾸준히 여성검사원을 배출했고, 현장사무소에서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을 만큼 현장 여성인력이 늘었다. 그러나 교통안전공단은 지난 1996년 주차장법 개정으로 기계식주차장 검사제도가 신설된 이래 올해 처음으로 여성 검사원들을 현장에 파견했다.
그간 기계식주차장 검사분야는 유독 여성의 진출이 요원했던 곳이다. 기계식주차장은 전기·전자·기계·건축기술 등이 복합된 종합 시설물이자 위험 직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남자 검사원 100%로 여성에게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던 분야였기에 첫 여성검사원 배출은 공단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가진 결정이기도 하다.
본지에서는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여성 검사원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를 위해 지난달 서울 논현동에 위치한 6단 다층순환식 정밀안전검사 현장을 찾아 서울본부 강민정 대리(26)를 만났다.

주요업무는 노후 주차기 정밀안전검사
강 대리는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한 기계분야 엔지니어로 강 대리를 포함한 현재 5명의 여성 검사원들 모두 전기나 기계공학을 공부한 사람들이다. 주차장법 개정으로 의무화 된 노후 기계식주차장 정밀안전검사가 이들의 주요 업무다. 주로 서울,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등 기계식주차장 밀집지역 검사 현장에 배치돼 검사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정밀안전검사의 경우 2명이 한 팀으로 하루 1개 현장(2단식 등은 2~3개)을 집중적으로 검사한다. 연식이 오래 된 노후 주차기의 경우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에, 신입 검사원들은 돌발 상황 발생 시 대처가 어려워 경륜을 가진 검사원들과 주로 팀을 이룬다. 강 대리 역시 검사경력 20년의 까마득한 선배와 파트너가 됐다.
강 대리는 “철저한 검사를 위해 전문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됐지만, 실전에 들어와 보니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며 “배웠던 기종과 달리 실제 현장에서 쓰이는 주차기 종류가 훨씬 많았고, 각 현장마다 구동방식이나 운행방식도 다른 경우 어떻게 검사를 구분하고 진행해야 하는지 애매한 경우가 다수”라고 말했다.
여느 신입과 같이 상사에게 모르는 것을 묻고, 지시를 따르고, 검사한 내용을 정리하고 보고서를 만드는 일까지 매일 현장에서 열심히 배우고 있는 강 대리의 하루는 빠르게 지나간다.

여성이 위험한 환경은 남성도 똑같이 위험하다
업무능력은 남녀차 아닌‘개인차’
현장에 도착한 검사원들은 안전관리자나 관리주체를 만나 주차기 사용여부를 확인하고 본격적인 검사에 들어간다. 강 대리는 어둡고 탁한 공기를 머금은 주차기 안에서 먼지를 털고, 기름때를 묻히고, 기계와 부품 작동상태를 살핀다.
오랜 경륜을 가진 선배 검사원의 지시에 따라 더 살펴야 되는 것은 무엇인지, 이상이 발생한 부분을 어떻게 캐치하고 처리해야 하는지를 숙지해 나간다. 공대를 나온 덕분에 각종 공구와 계측장비, 기계관련 전문용어들에 대해서도 기본지식이 있어 수월한 편이다.
손전등 없인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주차 파레트 위에서 강 주임은 익숙한 듯 필요한 장비를 척척 꺼내고 조작한다. 안전모 사이로 드러난 앳된 얼굴과 달리 검사를 준비하는 모습은 차분하고 신중하다.
강 주임은 “현장직은 힘들기 때문에 여자보다 남자에게 유리하고, 더욱 잘 맞을 것이란 생각은 편견”이라고 지적하며 “열악한 환경을 남자든 여자든 똑같이 힘들다. 다만, 이를 버티고 견디는 것은 개인차”라고 말했다.
특히 정밀안전검사 업무는 정해진 항목들을 원칙대로 점검하는 일이 주요 일과이기 때문에 근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꼼꼼함과 정확성이다. 측정하고 기록하는 일이 성별을 가리지 않는 것처럼, 검사현장이 여자에게 특별히 더 위험하고 어려운 한경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또한 강 대리는 업무능력에 있어서도 노력하는 만큼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함께 검사를 다니는 차장님이 체인상태를 슬쩍 보기만 해도 늘어진 상태를 파악하고, 모터소리만 듣고도 베어링 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광경을 보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향후 육안검사만으로도 이상을 감지할 수 있는 수준까지 기계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현장을 누빌 생각이다.

남성비율 100%, 기계식주차장 검사원 편견 허물다
강 대리와 같은 팀이 된 22년 검사경력의 김환준 차장은 처음엔 여자 검사원들과 현장을 나간다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체력적으로 힘들 것이고, 혹시 모를 안전사고 위험 때문에 ‘여자들이 적응하기 어렵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웬만한 남자보다 겁 없이 높은 주차타워도 척척 올라가고, 장시간 서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힘든 기색 없이 근무에 임하는 여성 검사원들을 지켜보며 현장에서 남녀 구분은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김 차장은 “처음엔 어색했던 안전모와 작업복을 입은 모습이 지금은 오히려 더 자연스러워졌다”며 “신입이다보니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아 주의해야 할 부분도 많고, 가끔은 혼도 나면서 일을 배우지만 몸 사리지 않고 씩씩하게 맡은 일을 잘하고 있어 상사로서 뿌듯함도 느낀다”고 전했다.

방치된 주차기, 불합격 통보로 대형 안전사고 막아
검사원들이 교육 받을 때 가장 많이 강조되는 내용은 ‘안전’이다. 강 대리는 최근 겪은 아찔한 경험을 통해 검사현장에서 왜 그렇게 안전을 강조했는지 이해하게 됐다.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 2단식 주차기를 검사하는 과정에서 기계가 일부 파손되면서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모터를 살펴보기 위해 상층부에 올라가 있었지만 낮은 높이에서 부딪혀 가벼운 부상으로 그쳤다. 그러나 해당 현장이 규모가 큰 기계식주차장이었다면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강 대리는 “사용검사나 정기검사와 달리 정밀안전검사가 더욱 검사자 안전을 강조하는 이유는 관리되지 않고 오랜 시간 방치한 기기들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라며 “사용 중인 기계식주차장들은 부품교체나 청소 등 유지관리업체나 건물주들이 최소한의 관리를 하지만, 보수용역 없이 방치된 노후 주차기들은 검사원들이 직접 작동시켜 봐야만 합격, 불합격 판정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일반 이용자들이 해당 기계식주차장을 사용할 수 없도록 불합격 판정이 남으로써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주차장 사고를 차단했다는 것이 다행이라는 강 대리다.
이처럼 정밀안전검사를 통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국민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검사원들 덕분에 기계식주차장 사고도 꾸준히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그간 금녀의 구역이었던 기계식주차장 현장 검사직에 이들이 성공적으로 첫 발을 내딛은 것처럼, 더 많은 ‘기술분야’ 여성 종사자들이 남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전문성을 지닌 엔지니어로 성장해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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