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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구분	포커스
ㆍ게재년월	2017-02

지하철 스크린도어(PSD)사고, 제로화 가능할까

지난해 서울 성수역·구의역·김포공항역 등지에서 잇따라 발생했던 지하철 스크린도어(PSD) 사고를 막기 위한 정부 대책이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달 17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개최한 ‘승강장 안전문(PSD) 무재해 달성을 위한 세미나’에서 국토교통부는 이런 방향의 ‘승강장 안전문 안전종합대책’을 공개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국토교통부의 심보경 철도시설안전과 사무관은 “2013년 이후 스크린도어와 관련한 7건의 사고 중 3건은 승객이, 4건은 정비원이 사망했다. 이뿐 아니라 2013년 이후 고장 건수는 연 평균 2만 1,728건인 7만 4,238건에 달했다”며 “무리한 승ㆍ하차 시도 등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는 단기간에 집중설치하면서 운영시스템은 물론 품질관리까지 미흡했던 스크린도어 관리부실이 자리한다. 이를 혁신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사고제로(無)화 이룩하기 위한 실천계획
대책 방향은 스크린도어의 품질ㆍ설치기준을 강화하고 끼임 사고 우려가 없는 상하개폐식 스크린도어 등의 첨단기술을 적용해 2020년까지 관련 사고를 제로화하는 쪽이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2020년까지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를 제로화하고, 스크린도어 고장건수도 2015년 역사당 110건에서 2020년 역사당 50건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동시에 2015년 25%인 스크린도어 노후도(교체주기가 경과한 주요 부품 비율)를 같은 기간에 10%로 저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 대책으로는 먼저 고장이 빈번한 9개 역사(방배ㆍ신림ㆍ성수ㆍ을지로3가ㆍ김포공항ㆍ우장산ㆍ왕십리ㆍ군자ㆍ광화문역)의 스크린도어를 연내 철거 후 재설치한다. 광역철도 30개 역사의 2820개 장애물 검지센서도 2020년까지 교체하고 도시철도 구간의 267개 역사의 장애물 검지센서는 이에 앞서 내년까지 교체한다. 서울메트로 19개역, 공항철도 6개역의 구동부 부품 교체도 연내 마무리한다. 서울시도 지하철 안전강화를 위한 예산을 대거 편성하는 등 적극 협력할 방침이다.

PSD 품질향상 위해 유럽 시스템 안전인증 ‘SIL’도입 추진
스크린도어의 품질ㆍ설치기준도 강화해 주요 부품 별로 교체 및 정비주기를 명시해 관리하고, 고장 이전에 예방적 정비가 가능하도록 정기적 안전점검도 의무화한다. 표준규격 만족 여부와 관련 인력 및 기술을 갖춘 제작자가 스크린도어를 설치토록 형식승인제도 도입한다.
김현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승강장 안전문의 국가 R＆D 성과 활용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상하개폐형 스크린도어 등의 혁신기술과 스크린도어의 위험요인 분석결과를 소개했다.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승강장과 선로, 차량에서 장애물과 사람을 검지할 수 있는 시스템 설계기준을 적용하는 한편 선로 측에서 승객 및 승무원이 수동으로 도어를 개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유럽의 전기 전자 제어품목에서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시스템 인증인 ‘SIL(뒷페이지 참조)’을 스크린도어 제어장치에도 적용하도록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스크린도어의 개폐 방식 개선
지난 2010년 관련 기준 개정 후 설치된 스크린도어는 안전상 사고를 우려해 안전보호벽을 열고 닫을 수 없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조치로 인해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인력들의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비상 시에 개폐 가능한 구조로 변경하도록 기준이 바뀐다. 우선순위를 정해 광역철도는 내년까지, 도시철도는 2021년까지 작업을 완료할 전망이다.
국토부는 특히 성수역 사고 직후인 2013년 말부터 교통연구원 주도 아래 3년 6개월에 걸쳐 마무리한 국토교통 R&D 사례를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 좌우 개폐방식의 기존 스크린도어가 잦은 고장과 인명사고 우려로 상하 개폐형 개발에 착수하게 된 것. 연구를 통해 완성한 상하 개폐형 스크린도어를 중점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대안기술인 새 스크린도어는 올해 논산역에 시범설치해 신뢰성과 안전성이 검증되면 전체 역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기술강화 VS 안전의식 캠페인
그러나 스크린도어 사고를 근절할 근본 대책은 시민들의 안전의식 개선이 우선적이라는 지적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서울메트로 김재선 팀장은 “현재 정부가 발표한 표준화 방안은 운영기관 입장에서 보기엔 순서바 바뀌었다고 본다”며 “기능적인 향상도 좋지만, 이용자와 관리자의 안전의식 등 구조적인 부분먼저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답변한 김현 연구위원은 “기술적인 부분과 더불어 운영에 대한 책임도 강화된다”며 “현행 제도에선 스크린도어 관리운영체계와 매뉴얼이 명확하지 않아 책임소재가 분명하지 않았고, 승객과 역사 관계자들의 안전의식도 느슨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대신 정부는 각 역사의 역무원을 안전관리자로 선임하고 고장 때 즉시 알람을 울릴 수 있는 관제시스템도 구축해 운영한다는 목표다. 이번 조치를 통해 그간 문제됐던 사안들을 차차 개선해나갈 방침이다.
무리한 승ㆍ하차를 막고 시민들이 동참하는 안전지킴이를 구성하는 한편, 시민들이 위급상황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 운영도 병행할 예정이다. 정비원의 2인 1조 원칙도 철저히 감시할 계획이다.

정확한 원인 분석과 사례조사 통해 꼼꼼한 매뉴얼 만들어야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PSD와 관련된 학계 및 기관 전문가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패널들 역시 현장 일선에서 업무를 진행하는 이들로 다수 구성돼 현재 문제점과 요구되는 개선사항들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사회를 맡은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PSD 장애는 연간 2만 대에 달해 양적, 질적인 면에서 미흡했던 부분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때문에 관리리운영책. 노후 시설 . 재원. 최첨단기술 도입 등 여러 부분을 포괄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이 최근 트렌드로 떠오르는 만큼, R&D로 함께 발전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자동차, 전동차 판매에서 그치지 않고 관리운영시스템도 같이 수출해야 가치창출이 되듯, 국내 PSD 제품 성능향상을 통해 향후 애프터마켓도 같이 육성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이종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승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것인데, 사고발생으로 부정적 인식이 더욱 강해졌다”며 현 PSD 시스템의 신뢰성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우 교수에 따르면 국내에 설치된 다수의 PSD가 사실 졸속으로 시행되어 기준과 모양, 사양과 성능이 모두 제각각이다. 부품과 운영시스템, 센서 부품 소모품 다 달라 종량적으로 관리가 어렵다는 것. 향후 시스템의 정확성을 위해 표준화를 진행시키고,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상생할 수 있도록 신뢰성을 베이스로 한 소모품 개발이 시급함을 전했다.
PSD 유지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했던 코레일 박선영 팀장은 “유지관리 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솔직히 고장 장애 원인분석 잘 안되어 있다. 이번 종합대책에서 원인분석에 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해 보인다”고 미비점을 꼬집었다.
박선영 팀장은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는 안전시설로 분류돼 고장 예측과 원인분석이 비교적 용이한 편이다. PSD 역시 사용자나 유지보수 측면의 원인분석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또한 현재 제시된 요구성능이 너무 높아 업계가 이를 실현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인증단계에 대해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요구인 셈이다.
반면 현재 157개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한국의 지하철은 굉장히 시설적으로 안정된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장형식 한국철도시설공단 처장은 “SIL도입으로 객관적 성능평가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또한 “PSD사업은 앞으로 3,100억을 선투자 해서 올해 연말까지 전 역사에 설치할 계획”이라며 “지금은 기존의 구의역 사고 등 유사사고에 대해 예방법을 고민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만일 SIL 도입이 된다면 스크린도어의 성능평가 강화로 그간 잔고장이 잦았던 PSD 유지보수 점검 빈도도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작업자의 안전도 높이면서 승객의 편의까지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PSD 현안과 관련해 여러 의견들이 제시됐다. 기존 센서를 레이저 센서로 강제로 변경했고 센서의 위치도 선로 쪽이 아니라 바깥쪽이나 아래쪽으로 이동시켰다.
한편 사고발생으로 인한 대응방식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6년 사고 중 3건은 승객이고 4건은 관리자 사망사고였다. PSD설치 이전에 발생하던 매년 평균 60명의 인명피해를 획기적으로 줄인 셈이다. PSD의 순기능은 뒤로 제쳐두고, 문제점만을 지적하는 언론의 보도내용에 관리자가 디펜스 할 수 있도록 별도의 시나리오도 설정해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실 PSD는 역사 구조나 동선, 열차 풍으로 인한 압력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사용할수록 고장확률이 높아지는 한계도 존재한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출입 시 경고음 소리를 내거나 물체가 닿으면 문이 열리도록 하는 등 모든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추더라도 사고는 나게 돼있다”며 “교통사고 무섭다고 자동차를 안몰지 않듯, 시스템의 한계를 인정하고, 사고나 문제 발생시 그 귀책사유가 이용자에게 있는지, 장치의 오류에서 나온 것인지 범위를 규정해야 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