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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구분	포커스
ㆍ게재년월	2016-12

서울시, 19년째 동결인 주차요금체계 손보나

서울연구원, 서울시 주차요금 및 급지정책 개선방안 정책토론회 개최
현 서울 시내 5개 급지→3개로 단순화·공시지가 반영 주장

19년째 동결 상태인 서울시 공영주차장 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서울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달 4일 열린 ‘서울시 주차요금 및 급지 정책 개선방안 정책토론회’에서 1998년 이후 제자리인 서울 공영주차장 주차요금을 현실화하려면 현재 5개 급지(級地) 체계를 3개로 바꾸고, 요금에는 공시지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연구내용이 발표된 것.
이날 발표를 맡았던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이신해 선임연구위원은 “20년 가까이 그대로인 주차요금이 급지 체계에 묶여 지역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시의 주차요금부과 체계는 급지와 요금이 일대일로 연결돼 있다. 급지만 같으면, 해당 지역의 주차 수요나 지가와 관계없이 같은 요금이 매겨지는 구조다.
이에 대해 이신해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샌프란시스코 사례를 들며 현 서울시의 주차요금 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프란시스코는 같은 급지라도 블록별·가로별·계절별·요일별로 요금을 달리하고, 뉴욕은 같은 구역이라도 시간대에 따라 차등으로 요금을 부과하는 탄력적인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지역인 파리와 뮌헨지역도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신해 연구위원은 서울도 같은 급지라도 공시지가를 기반으로 지역별로 요금을 달리해, 현실적인 수준의 주차요금을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같은 1급지라도 10분당 명동은 3천300원, 수유동은 1천770원을 받는 식이다. 그는 “유동인구가 많을수록 땅값이 높고, 차량도 비례해 늘어나게 되므로, 더 높은 가격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불법 노상 주·정차 차량 단속을 강화가 뒷받침 돼야한다고 전했다. 주차난과 교통 혼잡이 발생하는 곳의 주차요금을 올리더라도, 근처 길가에 차를 대는 얌체족들로 인해 교통난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불법주차 차량도 주차요금과 연계해 지역별로 범칙금도 차등화 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강력한 제도적 제제수단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한편 도심·지역 용도·환승주차장 등을 기준으로 5개로 나눈 급지 체계 역시 대중교통 접근성 등을 기반으로 한 동심원 형태의 3개 급지로 단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1급지는 사대문 주변 지역, 신촌, 영등포, 강남·서초, 잠실, 청량리 등 10곳으로, 교통 혼잡지역을 중심으로 선정돼 있다.
그러나 분류 기준이 여럿이다 보니 이용자가 알아채기 어렵고, 4급지로 지정된 지하철 환승주차장의 경우 환승이라는 본연의 기능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서울시 조사에서 화랑대역·개화역·수서역 등 시내 환승주차장 11곳 주차차량 2만2천여 대 가운데 실제로 대중교통과 환승한 차량은 1,600여 대에 그쳤고, 환승 비율도 7.2%에 불과했다.
또 환승주차장이 위치한 지하철역사는 역세권이어서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음에도 4급지로 설정돼 도리어 낮은 요금을 매기고 있다는 점 또한 고쳐져야 할 점으로 지목됐다.
이 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기존 1급지는 유지하되, 지하철 환승역이나 서울시 주요 중심지를 중심으로 일정 반경을 1급지로 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다만 환승역과 비환승역의 이용자 차이가 큰 만큼 환승역은 300ｍ 이내, 비환승역은 100ｍ 이내를 각각 1급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급지도 그로부터 각각 500ｍ·300ｍ 이내를 동심원 모양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만일 이 기준을 토대로 주차급지를 나누게 되면, 서울 전체 면적 가운데 1급지는 기존 10.9%에서 16.3%로 5.4%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산·학·연·관 다양한 패널로 각계각층 의견 수렴
서울연구원의 발표 뒤 열린 정책토론회에서도 서울시 주차장 문제에 대한 각계의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사회를 맡았던 명지대 금기정 교수는 토론 패널들에게 ‘주차정책의 현실화 방안’에 대해 언급해달라고 주문했다.
본격 토론에 앞서 금기정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인식 중에 참 이상한 것이 있다. 자동차를 모는 운전자 대부분이 자동차에 부가되는 비용을 싫어한다. 특히 주차비 드는 것을 매우 아까워한다”며 “서울연구원의 발표내용을 보면, 1급지가 대폭 늘어나고 주차요금 체계도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런 연구와 주장들이 모여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시도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주차난이 심한 서울의 특성상, 공영주차비 인상은 시민들의 반발을 우려해 이전 시장들이 건드리지 않았던 내용이기도 하다. 금기정 교수는 이러한 변화의 선언을 높이 사며 주차정책들이 보행자와 대중교통 등 여러 요소들과 함께 맞춰 나가야 함을 강조했다. 서울연구원의 발표는 합당한 근거가 있는 합리적인 판단으로 탄탄한 논리를 세워서 종합적인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차비 월 30만원? 1시간에 400원 꼴…주차가 공짜라는 인식 없애야
아주대 유정훈 교수는 도시문제의 70~80%는 거의 주차문제라고 인식했다. 특히 환승주차장은 언론에서 계속 보도되는 것처럼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개인이 사유하는 셈이며, 이런 배경으로는 주거지의 야간 주차전쟁, 그 중에서도 주택가의 도시형 생활주택이 문제를 심화시켰다고 바라봤다.
유정훈 교수는 앞서 제안된 연구내용처럼, 변경된 서울 주차요금도 비슷한 규모의 해외도시와 비교했을 때 그리 비싼 편은 아니라는 인식이다. 주차요금 개선은 인기 없는 정책이어서 그간 지자체가 함부로 시도하지 못했던 분야였으나, 부담을 감내하고서라도 시민의 동의를 구해 정책을 실현하고자 하는 서울시의 행정력을 높게 샀다.

주차장도 스마트화 시대…IoT 주차장으로 숨어있는 빈자리 발견하자
대한교통학회 양훈철 주차연구위원회장은 환승주차장의 환승율 하락을 지적했다. 과거 지하철과 버스가 환승이 불가했을 때는 유용했을지 몰라도 자가용에서 지하철 환승은 많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다른 용도의 차들이 주차장을 다 점거하고 있고, 근처 주민들이 부족한 주차공간을 찾아 장기적으로 주차를 해 온다는 것. 환승주차장에 조건부 금액차등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양훈철 연구회장은 주차장 상한제와 더불어 하한선을 규정하자는 의견도 달았다. 주차장이 없어서 도로를 계속 헤매는 차들로 불필요한 교통난을 줄이기 위해 교통혼잡지역에 IoT주차장을 의무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차 없는 이들에겐 분양비에서 주차장비 빼야
국내 경제수준에 맞춰서 주차요금을 조정해야 한다는 경기연구원 김채만 연구위원은 주차구획까지 평수로 포함시킨 아파트도 차의 유무에 따라 분양가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지하나 리프트보다 주차하기 편한 노상주차장의 이용빈도가 높아, 노상주차장의 구획별 주차시간 구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차량밀집지역에 20분 제한 주차 적용, 단속은 민간위탁하자
한국교통연구원 박경아 부연구위원은 주차문제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 모든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어 많은 지자체가 고민을 안고 있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만일 공영주차장에 지가 부분 반영하면, 형평성에 논란이 생길 수 있고, 큰 반발을 얻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급지별로 나눈다기보다 강남 같은 경우 20분 제한주차 등의 방법을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일본은 공무원인력 부족으로 민간업체가 퇴직경찰 인력을 채용해 불법주차를 단속하고 있다는 정보도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