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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주차 문제 공론화 한 서울시, 주차료 인상보다 ‘과태료 인상’에 무게

서울연구원, 주정차 문화 개선방안 토론회 개최
서울시의회 조례안에 견인료 인상안 상정…4월 회기 통과 예정

서울시가 주정차 문화 개선을 위해 20년 만에 주정차 관리체계 개편을 앞두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취임 이후 내리 강조해오던 ‘사람중심의 보행친화도시 만들기’를 위해 보행자를 우선으로 하는 교통 환경 개선이 필수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사실 서울 뿐 아니라 많은 지자체들은 그동안 주차료 인상과 단속강화에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주택가와 점심시간 식당 등은 현실적으로 주차장이 부족하고, 각 단체장(長)들이 관내 여론을 의식한 탓에 철저한 단속이 어려웠던 이유다.
하지만 차량 등록대수의 지속적인 증가와 실질적 주차면 부족, 도심 교통난 심화 등으로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가 됐다. 삼성교통안전문화 연구소에 따르면 불법주정차로 이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연 5조 원에 이른다. 이러한 문제인식에서 출발해 주정차 정책을 손보려는 서울시는 주정차 문화를 개선, 정착시키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해 왔다.
지난달 22일엔 ‘불법 주정차 실태분석 및 관리체계 개선연구’를 수행한 서울연구원이 연구성과를 설명하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시민과 함께하는 주정차 문화 개선방안 시민토론회’를 열고 열띤 논의의 장을 가졌다. 서울시는 이번 자리를 통해 좋은 대안들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도로에서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인해 보행자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으며, 사람중심의 교통환경 구축을 위해 불법 주정차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중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주택가 주차난 해소를 위해 노상주차장과 공영주차장 등 주차면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고, 그린파킹 사업으로 담장을 허물어 주차면을 만들도록 장려하고 있음에도 만족할 만한 주차공간 확보는 어려운 상황이다.
윤 본부장은 “공간 부족 외에도 ‘잠깐이면 괜찮겠지’하는 주정차에 대한 안일한 인식 문제에서도 기인할 것”이라며 “일관되고 형평성 있는 단속과 효율적인 주정차 관리체계로 불법 주정차 문제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참석한 김상헌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부위원장은 “적절한 수요관리가 필요한 것이 교통문제”라며 “통행량, 면허대수도 적절히 관리해야 하지만, 간접적으로 주차면과 규범, 법령, 규제가 적절히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96년도에 마련한 서울시의 주차정책 틀을 20년 경과된 시점에서 보완하는 작업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나의 기관이나 단체가 하기 힘든 상황이므로, 지자체와 시민사회의 단합된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과태료 7만 3,000원으로 인상...처벌 강화가 준법행동을 유도
발표를 진행한 서울연구원 김원호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에서 ‘과태료의 현실화와 실질적인 단속강화’를 가장 핵심적인 실천과제로 꼽았다. 선진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주차비용과 처벌이 불법주차에 대해 안일한 인식을 심어주고, 잘못을 반복하게 되는 악순환을 이어가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김 연구위원은 “도시 생활권에서는 발생하게 확률이 높은 불법주정차는, 관련 규제를 시행하게 될 때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운전자의 주정차 문화 인식개선이 더 시급하다는 것에서 연구가 출발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일본만 해도 주정차 잘되는 이유는 선진문화 의식과 더불어 불법주정차를 꺼리게 만드는 ‘패널티-견인-과태료-비난받는 사회 분위기’등 사회적인 인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 프랑스 등 전 세계가 불법주정차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법규가 잘 지켜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 연구원은 서울시 주정차 문제 해결을 위해 먼저 필요한 것은 ‘강력한 규제’라고 판단했다.
주제발표에서는 이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위해 서울시와 인구 및 사이즈, 교통 혼잡수준이 비슷한 미국 뉴욕의 불법주정차 정책을 예로 들어 비교했다. (표1, 2 참조)
김 연구위원은 “차량은 뉴욕보다 서울이 더 많다. 그러나 단속원은 서울의 5배 수준이고, 단속건수도 3배가량 많다”고 말했다. 뉴욕시는 도심지일수록 10배 이상 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단위면적당 단속건수가 서울보다 훨씬 많다. 이런 환경 탓에 서울이 주차면수가 2배나 더 많음에도 뉴욕에선 불법주차를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이를 대입해보면, 서울시 역시 단속의 ‘선택과 집중’을 강조할 수 있다. 당장 단속원을 늘리기 힘들다면, 시민신고제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서울시는 ‘서울 스마트 불편신고 앱’을 통해 시민신고가 원활히 이뤄지는 편이다. 앱을 통한 전체 불편신고 중, 불법주정차 비율이 18.8%에 이른다. 작년 말 기준 전체 단속건수의 1%정도이나, 점점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김 연구위원은 “시민참여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제 등을 도입하는 것으로도 불법주차를 줄일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 터무니없이 저렴한 주차료와 과태료를 현실화하는 방안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세계6위인 서울물가로 따져봤을 때, 적정한 과태료는 7만 3,000원으로 현재보다 약 2배 가량 올라가야 한다”며 “불법주정차 대신 주차장 이용을 장려하려면, 주차료를 올리는 것보다 과태료를 올리는 것이 적절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정책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한편 단속 이전에 교통 혼잡을 줄이는 근본적 대책으로 ‘주차상한제 지역’을 설정하는 방법도 모색해 볼 수 있다.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해 차선을 넓혔지만, 오히려 차가 더 몰려들어 정체가 심해진 강남의 사례는 수요관리의 중요성을 알 수 있게하는 대목이다. 애초에 차를 많이 가지고 오지 못하도록 종로, 여의도 강남 일대에 주차장 면수를 제한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각계 전문가, ‘과태료 인상’엔 동의하나, 주민마찰 최소화 해야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교통전문가인 이용재 중앙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토론내용과 의견을 정리했다.
이 교수는 “‘대중교통과 주차의 문제 잡으면 좋은 시장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체 시민 민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주차민원”이라며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 설명회인 만큼 실제 주차문제와 관련 깊은 토론자를 배치해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토론에 앞서 우형찬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의원은 “견인료 인상안은 시의회에서 4월 회기에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며“불법주차는 당연 없어져야 하나, 시민신고 시 이웃 간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적절한 대화와 타협이 필요할 것”이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윤식 서초구 주차관리과 과장
서울의 주차장 보급률은 120%이고, 서초구는 156%에 달하지만 막상 차를 댈 곳이 없다. 주로 아파트나 상업시설에 몰려있는데, 이들은 사유화 공간이라서 일반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공급에는 한계가 있다. 서초구는 지역 특성상 주차장 1면 짓는데 2억 3,000만 원의 많은 비용 들고, 예산이 있더라도 마땅한 부지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주차타워를 지으려고 해도 혐오시설로 인식해 주민민원이 많은 탓이다.
주차 수요관리자 입장에서 봤을 때, 내수 진작 측면에서 너무 무제한으로 자동차가 공급되는 부분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단속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문제다. 공급제한 등 여러 측면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송상석 녹색교통 사무처장
주차 단속의 문제는 ‘해당 지역의 주차수요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관건이므로 주차 면을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가로변 단속이 주택가 불법주차를 유발하고 있는데, 주차정책에서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덕수궁 길처럼 주차 못하게 아예 만들어버리는 공간을 늘리는 것도 추천할 만한 방법이다.
상습 단속차량 누진과태료, 교통 혼잡지역과 불법주정차 다발지역을 비 혼잡지역으로 나눠 과태료를 차등부과 하는 등 관련 정책이 섬세하게 재편됐으면 한다.

김은희 도시연대 정책연구센터장
주정차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했으나, 문화라는 것은 신뢰가 수반된 약속이다.
하지만 그간 주차정책에서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주차문제를 주차정책으로만 풀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든다. 구체적인 원인분석과 함께 다른 정책과의 연결성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
만일 새로운 주차정책을 시도하려고 한다면, 도시재생지역에 먼저 시범적으로 해본 뒤 차츰 넓혀가는 것도 시민과의 신뢰를 쌓아가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
일반적인 시민들과 연구자들의 불법주차를 보는 시각차이가 크기 때문에 규제에 대해 반감이 상당하다. 원칙적으로 노상주차는 허용되지 않으나, 상황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다는 관리자의 입장과 반대로 시민들은 스쿨존이나 인도 등 “아예 아닌 곳을 빼면 괜찮아” 하는 서로간의 인식차이에서 불법주차가 발생하게 된다.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실질적인 정보를 모르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주차 절대금지 구역 등을 지정, 확대한다면, 큰 부작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시행하는 주체는 서울시보다는 중앙정부의 역할이며, 단속, 과태료 등은 도로교통법에 해당되므로 행정처리 창구를 명확화 해야 한다.

장택영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우리나라는 아파트, 다세대 주택 등 국토, 주거환경의 특성상 자동차를 집 밖에 두려는 습성이 있다. 때문에 일반 도로가나 골목 등 노외에 불법주정차를 쉽게 하게 된다.
서울시가 첨예한 대립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지자체 중 처음 주차문제를 건드렸다. 이런 문화를 한 순간에 쉽게 바꿀 수는 없겠지만, 원리원칙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단속한다면 해결될 것으로 본다. 영국은 주차구획을 살짝만 벗어나도 단속원들이 바로 견인조치 해버린다. 그만큼 철두철미하게 관리를 하고, 이를 위반한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많은 대화와 토론의 장이 필요하겠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것 방법으로 가기 위한 원칙은 규정대로 잘 시행하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
이처럼 자동차 위주의 사고에서 벗어나 사람중심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중인 서울시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제도적, 행태적 변화에 초점을 맞춰 관련 정책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