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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구분	인터뷰
ㆍ게재년월	2017-04

김기영 회장, “임기 내 중소기업 시장점유율 10% 끌어올릴 것”

중소기업이 국내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토대 마련해야

11대 엘리베이터협회장 연임에 성공한 김기영(송산특수엘리베이터 대표) 회장은 직책이 주는 기쁨보다는, 책임감의 무게를 실감하는 중이다. 대기업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승강기 시장에서 중소기업의 영역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대 회장을 역임했던 당시도 그는 “승강기산업진흥법” 제정 촉구 등 꽤 굵직한 이슈들을 던져왔다. 기형적으로 변해버린 시장구조로 인해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승강기 업체들의 의견을 모아 ‘시장정상화’를 요구하기도 하고, 정부와 입법기관에도 줄곧 이를 피력해 왔다. 그러나 한번 악화된 환경을 개선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우리나라는 2층짜리 저속기종부터 고속기종까지 대기업과 글로벌 메이커가 시장의 85% 이상을 차지 하고 있다. 독점적 시장 지위를 이용한 덤핑입찰과 브랜드파워를 이용한 수주방해로 중소기업들은 생존의 위협마저 느끼는 상황이지만, 이를 제지할 수 있는 수단은 현재로선 없다”고 김 회장은 설명한다.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국산의 시장점유율은 98%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승강기 시장은 현재 글로벌 업체와 대기업에 잠식당했다. 그나마 중소기업 업종으로 여겨지던 중저속 승강기 분야도 중소기업 비중이 25%에서 점점 떨어져 이제는 10%대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상생협력을 등한시한 대기업과 다국적 기업의 횡포에 중소 승강기 제조업체들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한발 더 가까이
협회에서는 그간 추진해 온 ‘승강기산업진흥법’ 제정 대신, 분속 105m 이하 중저속 승강기에 대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미 지난 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접수하고, 지난달 말 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돼 중소기업 적합업종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사전접수를 통해 안건의 타당성을 걸러내기 때문에, 위원회에 회부되는 것은 대개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부분이 많다. 따라서 협회도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김 회장은 임기 안으로 최대 10%까지 중소기업이 본래의 시장점유율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이 국내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고 본다”며 “단납기 시장에서마저 덤핑 수주한 후 재하청을 하는 등 대기업의 시장교란 행위를 막기 위해서라도, 중소 승강기인의 생존권 확보를 위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 제품에 대한 소비자 오해, 정부도 책임 있다
협회가 적합업종 지정 신청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은 우려를 받았던 부분은 ‘소비자 선택권 침해에 대한 우려’였다. 사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품질에 큰 차이가 있을 것이란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설치대수가 많은 대기업 제품군에서 주로 사고가 일어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국산제품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본다.
김 회장은“그런 인식이 생긴 데에는 중소기업의 책임도 물론 있겠지만, 고장율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시민들에게 제공되지 않아 막연한 편견을 갖게 되는 부분도 있다”며 중소 승강기업체들의 억울한 심정을 대변했다.
현재 승강기 검사와 사고조사, 전국 승강기 정보와 관리상황을 공단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사고통계에 대한 섬세한 분석데이터를 내놓지 않고 있어 중소기업들은 편견을 깰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고 있다.

안전이란 명분으로 국민혈세 낭비…업계 의견 수렴해 정책 결정해야
협회의 시각에서 봤을 때 국민안전처와 공단은 안전을 위해 승강기를 ‘통제’하고 ‘관리’하려고만 하지, 사고 원인 분석, 승강기 정책과 산업의 연계성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그 기조로 인해 안전인증 강화, 비상통화장치 및 ARD 의무화 등 규제는 더욱 늘어나고 까다로워졌다는 점이다.
안전처는 수십~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부품을 전국 60만 대 승강기에 적용하면서도 ‘국민안전’을 명분으로 업계와 충분한 대화와 유예기간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해 버렸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승강기 사고 발생이 가장 낮은 곳 중 하나”라며 전기사정이 좋은 국내에서 굳이 값비싼 ARD(비상구출운전장치)를 의무화 하는 것은 소비자와 승강기 제조업체 모두에게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다.
승강기 사고 원인 중 제조와 부품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된 것은 1% 미만으로 유지관리 미흡과 이용자 부주의가 90%이상을 차지한다. 안전을 명분으로 굳이 필요하지 않은 제품을 설치하도록 조치한 것은 결국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의무 장치나 안전인증품목 증가는 상대적으로 높은 단가로 구매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의 영업에 더 큰 타격을 준다. 협회가 제도나 규제사항 변경 시 업계의 다양한 의견이 조율되는 방향으로 가야함을 강조하는 이유다.

협회 역할축소 우려에 중소 승강기 네트워크
‘SOS’ 시스템 시작, 소비자와 소통창구 역할 기대
승강기 관련 협조합은 여러 조직으로 분산돼 있다.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이유로 안전처는 개정되는 승강기안전관리법에 대기업을 포괄하는 단체를 만들 예정이다.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업이 빠진 상태로 승강기 업계 전체의견을 수렴하기 어렵다는 명분이다.
이런 탓에 협회의 존립을 우려하는 시선도 많지만, 김 회장은 나름대로의 전략을 구상중이다. “교육이나 자격증 시험, 사고 조사 등 수익이 될 만한 사업은 모두 공단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협회 나름의 공공서비스 사업으로 중소기업간 교류를 늘리고, 국민들에게 중소 승강기업체의 이미지 개선도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연장선에서 협회는 올해부터 60개 회원사 네트워크를 통해 승강기에 갇힌 사람을 빠르게 구조하는 ‘SOS’시스템을 가동하기로 했다. 승강기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전국에 걸쳐 사무소를 운영하며 수요에 대응하는데, 이를 통합해 각 사무실을 지사의 개념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회원사간 제품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가장 가까이 위치한 다른 회원사에서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협회가 SOS 콜센터 번호가 적힌 스티커를 발부해 회원사가 관리중인 건물에 부착하면, 타 지역에서 갇힘, 고장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비교적 빠른 처리가 가능하다.
김 회장은 “승강기 갇힘이 발생하면 보통 119를 많이 부르는데, 소방관들은 기계 특성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승객이 오랜 시간 갇혀있기도 한다”며 “전국으로 체인을 가진 엘리베이터 전문가들이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고, 신속한 대응으로 중소기업들의 이미지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SOS시스템의 시작은 협회 스스로 ‘승강기 중소기업 활성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관리의 효율성이 입증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승강기 업계와 이용자 사이에 소통채널을 확립할 수 있어 올해 협회의 주요 사업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