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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포커스
ㆍ게재년월	2013-04

에스컬레이터, 품질검증 안된 중국산 저가 제품 쏟아진다

국내 에스컬레이터 시장 현황 및 문제점
품질검증 안된 중국산 저가 제품 쏟아진다
다중이용시설에 집중된 에스컬레이터, ‘빨간 불’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국내 승강기 산업은 호황기를 맞아 설치대수가 급격히 증가해 2011년 현재 3조원 시장으로 세계 3위를 점하고 있다. 세계시장 30조원, 아시아지역 시장이 18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로 대단한 ‘승강기 강국’이다. 국내 설치된 승강기는 매년 2만여대씩 꾸준히 증가해 2012년 12월말 기준으로 총 47만1,403대이며 이중 에스컬레이터는 총 2만5,783대가 설치된 상태다.
현재 다국적기업과 중소기업 등 총 270여 업체가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고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5대 기업이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의 점유율 급증과 열악한 중소기업 환경, 강화된 법·제도 등으로 시장은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며 다국적 기업들이 국내 승강기 기업을 상당수 인수합병한 뒤 채산성을 맞추기 위해 제조시설을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으로 대거 이전됨에 따라 현재 국내 승강기 산업은 속이 텅 빈 ‘산업공동화’ 상태가 심화되고 있다. 산업공동화는 ‘제조업의 생산거점이 상대적으로 싼 지역 및 국가로 이전함에 따라 국내 고용이 감소하고 중장기적으로 기술경쟁력도 저하되고 국제수지가 악화되는 상황’으로 규정된다.
이중 에스컬레이터는 완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라인 자체가 전무한 실정이다. 한 에스컬레이터 업체 대표는 “이는 국내 승강기 시장 개방과 맞물려 승강기 대기업 붕괴와 함께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책에 반해 기술개발은 도외시하고 과도한 저가수주 및 에스컬레이터 제작·생산비용의 원가상승으로 인해 국내 생산을 중단하고 대부분 중국에서 저가 완제품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국내 승강기 중소기업의 경우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해 장기투자를 요하는 기술개발은 엄두도 못내는 상황이며 업체간 출혈경쟁을 통한 저가수주로 앞다퉈 저가의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 설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중국산 수입품의 경우 국내 현행법상 법적인 품질규제 조항이 없어 국내 인증기관의 인증을 받을 의무가 없기 때문에 아무런 품질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국내 승강기 인증기준에 크게 미달되는 제품이 대다수여서 전체적인 수준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중국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제품이 품질 차이는 있으나 중국 내 품질규격이 적용되지 않은 제품으로 품질 제한없이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에스컬레이터 수입업 관계자는 “국내 진출 메이저급 제조사들의 생산기지가 대부분 중국에 있기 때문에 중국 내에서는 강제인증 대상품목인데 한국은 강제인증 대상품목이 아닌 안전부품인 경우 원가절감 차원에서 중국산 미 검정품 유입이 가능해 발생되는 문제가 크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더구나 이 제품들은 설치 절차에 대한 메뉴얼과 고장시 교체가능한 예비품 확보, 안전사고 발생시 적절한 응급조치 요령 등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안전사고 발생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며, 특히 품질불량으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시 책임한계가 명확하지 않아 운영업체 또한 곤란한 상황에 빠질 확률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는 지난 수십년간 정부의 승강기 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육성·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방치한 결과”라면서 “중국의 경우 정부차원에서 자국 내 설치되는 승강기 및 생산부품에 대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유럽의 EN기준을 도입해 의무적으로 품질검증을 받도록 하고 있어, 전 세계를 상대로 수출시장을 확대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에 설치·운행 중인 에스컬레이터는 2012년 12월 말 기준으로 2만5,783대. 대부분이 판매영업시설(1만9,488대), 근린생활시설(1,510대), 업무시설(1,319대), 문화집회시설(1,305대)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에 집중돼 있다. 또 인구밀집지역인 서울(8,821대), 부산(2,351대), 경기지역(5,497대)에 전체의 64%가 설치돼 있어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에 대한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특히 기술개발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저가의 중국산 제품의 수입·설치가 계속된다면 ‘승강기 강국’이 아닌 ‘승강기 안전사고대국’이 될 공산이 크다.
이에 정부는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승강기 부품인증 품목을 확대해 승강기 강제안전인증 품목에 에스컬레이터 역주행방지장치를 포함시키고, 자율안전 인증품목으로 에스컬레이터용 스텝과 스텝체인 등을 포함해 오는 7월 26일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업계는 현재 시장에 설치된 기존 물량에 대한 수급문제와 2년마다 갱신할 때 소요되는 비용 등에 대한 불만이 높아 안정된 제도 시행에는 정부와 업계의 상당한 고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승강기 기업 특히 일부 중소기업들이 지금처럼 중국산 저가 제품 수입을 계속한다면 국내에 들어온 제품에 대한 안전성은 보장될 수 없다. 또 중소기업들이 기술을 개발하지 않고 눈앞의 이윤추구에만 급급한다면 저가의 중국산 제품 수입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제 저가 중국산 제품의 수입 설치를 지양하고 자체 품질강화를 통해 양질의 제품을 도입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특히 정부는 승강기 산업 진흥을 위해 안전산업으로 규정하고 산업을 집중·육성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