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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게재년월 2026-02
 
조재천 대한승강기협회 회장

협회, 유지관리비 정상화로 승강기 산업 재도약 기회 마련  
“헐값 점검에 안전은 없다…2인1조 가능케 하는 승강기 유지관리비 현실화, 곧 결실 맺는다” 

국내 승강기 산업이 ‘성장의 한계’와 ‘생존의 기로’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연간 신규 설치 대수 4만 대 선이 무너졌고, 건설 경기 침체는 승강기 업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2026년, 대한승강기협회 조재천 회장은 「승강기산업 진흥법」의 내실을 다지고, AI 기술과 해외 수출을 통해 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8조 원 규모로 재평가된 승강기 시장을 ‘규제 대상’에서 ‘국가 핵심 산업’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조 회장의 목표를 들어봤다.


건설 경기 한파와 신규 4만 대 선 붕괴…“산업 생태계 변화에 따른 보완 정책 필요”

Q.  지난 10년간 4만 대 선을 지켜왔던 승강기 설치시장이 3만 대 중반으로 무너졌다. 건설 경기 침체가 승강기 업계에 미치는 실질적인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가?
단순히 ‘안 좋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지표를 보면 공포감이 느껴질 정도다. IMF와 OECD 등 주요 기관들이 2026년 경제 성장률을 2%대 후반에서 3%대 초반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건설투자 증가율은 3%대에 그칠 전망이다. 작년 한 해에만 610개가 넘는 종합건설사가 폐업했다는 사실은 승강기 업계에 직격탄이다. 신규 설치 물량이 연간 4만 대 아래로 떨어졌는데, 이는 우리 산업의 기초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결국 ‘규제 완화’와 ‘새로운 수요 창출’ 두 갈래로 가야 한다. 그동안 승강기 산업은 안전을 이유로 지나치게 보수적인 규제의 틀에 갇혀 있었다. 경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에 규제 혁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주택용 엘리베이터 시장 활성화, 건설공사용 승강기의 품질관리 의무화 등을 통해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내야 한다. 위기 상황일수록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진흥’ 정책이 절실하다.

Q.  최근 협회가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승강기 시장 규모가 8~9조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보다 높은 수치인데, 왜 업계의 지표는 악화되어가나?
시장의 외형은 커졌지만, 그 안을 채우는 수익 구조는 오히려 악화됐기 때문이다. 현실은 녹록치 않다. 작년 기준 6층 이하 승강기 유지관리비 평균이 8만 8천 원으로, 2년 전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물가와 인건비는 치솟는데 관리비는 역행하는 기묘한 구조다. 현장에서는 2만 원대, 5만 원 미만의 ‘헐값 점검’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이를 막을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분리 발주’와 ‘전자입찰 시스템 개선’이다.  현재 승강기 점검 비용은 일반 건물관리 용역에 포함되어 최저가 입찰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분리하여 승강기 전문 업체가 적정한 단가를 받고 계약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 중이다. 
또한 나라장터 등 전자입찰 시스템에 표준유지관리비를 연동하여, 기준 이하의 금액으로는 입찰 자체가 불가능하게 만드는 방안을 국토부와 협의하고 있다. 적정 단가 확보는 기업의 이윤을 넘어 숙련된 기술 인력을 유지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최소한의 장치다. 이전과 달리 국토부에서도 이런 유지관리비 현실화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주택법 개정 등 협조가 필요한 입법기관에 대해 협회가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논리적으로 설득해 온 덕분이다. 

정부의 2인 1조 기조, “AI 예지보전이 돌파구”

Q.  점검 현장의 최대 화두는 ‘자체점검 2인 1조’ 의무화다.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과 인력난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안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현장의 수용성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안전강화 부분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2인1조 원칙을 승강기만 제외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처럼 낮은 유지관리비를 받으면서 무조건 2인 1조를 강제하면 대기업들은 버틸 여력이 있겠지만 중소업체들은 문을 닫으라는 소리와 같다. 그래서 우리는 기술을 통한 ‘스마트 안전’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AI 비전 카메라와 IoT 센서를 활용한 예측정비(Predictive Maintenance) 기술이다.

Q. 기술이 사람을 완벽히 대체할 수 있을까? 예측정비 기술 도입 시 점검 주기 완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오히려 기술이 더 정확하다. 사람이 한 달에 한 번 방문해서 눈으로 보는 것보다, AI가 24시간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고장 징후를 포착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 우리는 예측정비 기술이 도입된 현장에 한해 점검 주기를 현행 1개월에서 3개월 등으로 탄력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구축 아파트 단지 등에 테스트베드를 확보하고 로데이터(Raw Data)를 수집하는 것이 올해 협회의 핵심 과업이다. 기술을 통해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안전 수준은 한 단계 높이는, 이른바 ‘승강기판 디지털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

내수 위기를 돌파할 미래 먹거리와 기술적 도약

Q. 내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해외 시장 개척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하지만 수출은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사실 대기업들을 제외하고 자금력과 정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해외 시장을 뚫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협회가 ‘플랫폼’이 되기로 했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잘 만드는 부품들을 한데 모아 ‘K-에스컬레이터’와 ‘K-엘리베이터’ 표준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패키지화된 표준 모델을 가지고 공동으로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고 마케팅을 펼친다면 승산이 있다.

Q. 눈여겨보고 있는 시장이나 구체적인 수출 전략이 있다면?
미주 지역이다. 미국은 ASME(미국기계학회) 인증이 필수적인데, 이 문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일단 넘어서기만 하면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미국 대도시에는 소위 ‘좀비 엘리베이터’라고 불리는 노후 승강기가 넘쳐난다. 우리의 우수한 기술력이 이 시장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부 예산을 확보해 중소기업들을 위한 공동 R&D 센터를 구축하고, 해외 인증 컨설팅과 수출 바우처 지원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 승강기의 브랜드 가치를 세계 시장에서 증명해 보이겠다.

Q. 최근 로봇 배송이 활성화되면서 엘리베이터와의 연동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 분야에 대한 협회의 대응은 어떠한가.
승강기는 이제 단순한 수직 이동 수단을 넘어 건물 내 ‘라스트마일’ 모빌리티의 핵심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 배송 로봇이나 서비스 로봇이 자유롭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층간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통신 표준을 정립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올해는 정부와 협력해 로봇 연동 관련 기술 표준을 고도화하고, 이를 실제 신축 건물뿐 아니라 기존 노후 승강기 교체 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승강기가 똑똑해질수록 산업의 가치도 올라간다.
뿐만 아니라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모듈러 건축 분야도 챙길 예정이다. 모듈러 건축은 건설 현장의 생산성을 혁신할 게임 체인저다. 공장에서 규격화된 모듈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인 만큼, 승강기 역시 그에 맞는 새로운 설치 공법이 필요하다. 협회는 개발되고 있는 모듈러 전용 승강기 설치 공법과 신기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Q. 올해 열리는 ‘2026 한국국제승강기엑스포’는 지난 전시와 어떤 차별점을 준비하고 있나.
단순히 기술력을 뽐내는 전시회에 머물지 않겠다. 철저히 ‘비즈니스’에 집중한다. 국내외 핵심 바이어들을 초청해 참가 기업들과 1:1 매칭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했다. 특히 지방의 노후 아파트 단지 관리 주체들을 초청해 노후 승강기 교체(MOD) 솔루션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테마관을 운영할 예정이다. 여기에 설치 로봇이나 AS 로봇 등 최첨단 기술을 선보여 우리 승강기 산업이 얼마나 혁신적으로 변하고 있는지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겠다.

Q. 마지막으로 정부와 관계 기관, 그리고 협회 회원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승강기산업 진흥법」이라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지 2년이 지났다. 이제는 선언적인 문구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예산 집행과 제도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할 시점이다. 산업 진흥 로드맵이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 회원사들에게도 당부하고 싶다. 당장의 어려움 때문에 안전을 소홀히 하거나 저가 수주로 제 살 깎기 경쟁을 하는 것은 결국 산업 전체를 공멸로 이끄는 길이다. 협회는 여러분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다. 8조 원 규모의 우리 산업이 10조 원, 20조 원 규모의 고부가가치 미래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 2026년을 대한민국 승강기 산업 재도약의 원년으로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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