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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게재년월 2019-09
 
임오순 한국승강기공사협회 회장


“건설사 이익과 맞바꾼 설치작업자의 안전, 이대로는 안된다”
건설업 현실 핑계로 잘못된 관행 인정해준 행안부에 ‘원칙대응’ 주문
공사용  사용금지, 적정 공기 확보만이 ‘품질’과 ‘안전’ 지킬 수 있어


우리나라 승강기 산업은 세계 3~4위 규모의 내수시장과 세계 최고 수준의 설치기술력을 자랑하며, 설치공사 연관 종사자 수만 4천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뛰어난 승강기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연간 2만 건의 이용자 갇힘 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매년 설치작업자 사망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승강기공사협회(회장 임오순)는 그 원인을 승객용 승강기를 화물용처럼 사용해 품질 하자를 늘리고, 공사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해 설치작업자들의 근무환경을 열악하게 만드는 하는 건설업계의 편법 관행이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승강기 설치작업 현장의 비극이 계속 되풀이 되는 이유는 여전히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비용’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건설업계가 이야기 하는 현장에 대한 이해와 고려, 입주가 늦어져 애타는 입주민, 공사비와 분양가 상승으로 내집마련이 어려워진 사람들. 이런 핑계는 결국 ‘돈’문제로 귀결된다. 사람보다 손익계산서에 플러스(+)를 기록하는 것이 더 가치있는 일이고, 한쪽은 여전히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한다.
30년 넘게 승강기 업계에 몸 담아 온 임 회장은 밥 먹을 때도, 잘때도 항상 핸드폰을 품에서 떼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사고소식이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설치업체 사장들 대부분이 그렇듯 그에게 밤늦은 시간에 울리는 전화를 받을 때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장되는 순간이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해결책 마련을 한다며 소득없는 회의를 하고, 강제성 없는 권고안으로 업계를 달래고 있을 때조차 승강기 설치기술자들은 작업일정에 좇기며 고소작업대 위에서 사투를 벌였다. 모두가 손 놓고 있던 사이 올해에만 3명의 동료를 떠나보냈고,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선배와 후배들을 현장에서 잃을지 모른다.  인터뷰 내내 임 회장의 목소리가 더욱 절박하게 들렸던 이유다. <편집자 주>


승강기가 공사용으로 사용된 것은 건설업계의 오랜 관행이고,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건설현장에서도 공사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근래에 와서 이슈화 된 이유는 무엇인가? 
승강기를 공사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약 15년 전이다. 그전까지는 엘리베이터는 사람만 타는 것이 원칙이었고, 가구나 내장재 공사를 마치고 준공이 5~6개월 남은 시점에 설치공사가 이뤄졌다. 그러던 것이 공사용으로 승강기를 사용하기 위해 공사일정이 앞당겨지고, 하루라도 빨리 공사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설치기간도 매우 짧아지게 됐다.
몇년 전만해도 3개월 4개월이던 공기는 어느새 한달 반까지 줄었다. 설치공정은 변함이 없는데 공사기간이 줄어드니 현장은 연장근무, 돌관근무가 일상화 됐다. 협회에서는 지난 3년 간 3회에 걸쳐 국내 상위 100대 건설사에 공기단축 위험성을 지적하고 ‘적정공기 및 법정 근로시간 준수’를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설치공기를 줄이고 있다. 건설사들이 발주계약서에 ‘CALENDAR DAY 45일’을 명시하고 주말, 공휴일, 명절연휴까지도 공사일로 계산해 45일 후 인도할 것을 요구하는 건설사도 있었다. 최근엔 어떤 메이저 10대 건설사는 40일까지 작업을 끝내도록 한 현장도 있다. 외국에서는 이런 무리한 공기를 찾아볼 수 없다.


협회가 요구하는 공사용 사용 전면금지는 건설사들의 반발이 크다. 현실적으로 당장 실현하기 어려워 보이는데도 이를 계속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엄밀히 따지면, 승강기의 주인은 입주민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소유자의 허락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하면서, 오버홀 공사도 하지 않고 손상이 된 상태 그대로 입주자들에게 인계된다.
카 내부 판넬나 도어, 버튼 등 파손이 눈에 보이는 것만 새로 갈아끼워서 새것처럼 보이게끔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다. 실제로 공사용으로 사용하고 난 승강기 와이어 로프는 늘어져 끊어주는 작업이 필요한데, 설치 후 30cm가 넘게 잘라야 했던 현장도 있었다. 이 자체로도 승강기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몫이 된다.
또한 밤낮으로 납기에 좇겨 공사하다 보면 작업자들의 집중력도 떨어지게 되고, 빨리 마치고 다음 현장으로 또 넘어가야 하므로 설치 품질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장 문제는 안전사고 위험이 매우 커진다는 점이다. 승강기 설치공사는 수십미터 이상 고소작업으로 진행되는데, 추락과 협착사고에 의한 사망사고 발생빈도가 매우 높아 여유있는 공기가 확보돼야만 정밀한 시공이 가능하다. 때문에 당장 실현되기 어렵더라도 국회나 언론, NGO단체들을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건설사들이 작업용리프트 대신 승강기를 고집하는 이유는?
건설사의 수익포인트 중 하나가 승강기를 빨리 사용하는 것이다. 건설공사가 36개월에서 34개월로 줄어들면 각종 인건비 및 장비사용료, 은행이자 등등 공사비를 어마어마한 감축할 수 있다. 승강기를 빨리 사용할수록 공사 효율성도 크게 오르기 때문에 현장 소장들도 공기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심하게 말하면 ‘현장에서 사람하나 죽더라도‘ 공기 단축하는게 훨씬 이득이다.
건설업계의 편익을 위한 검사제도 운영이 용인되는 가운데, 건설사들은 비용감축을 위해 최대한 빨리 승강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공사를 독촉하거나 발주계약서에 단납기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설치 기술자들이 하루 10이간 이상 고된 근로에 시달리는 등 근로환경이 열악한 이유가 여기 있다. 그래서 승강기 설치분야는 청년구직자들이 기피하는 직종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품질문제를 완성검상에서 잡아낼 수는 없나?
검사를 원칙대로 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은 승강기 완성검사를 통해 법에서 규정하는 제품의 일정한 품질과 설계용도에 맞는 설치상태를 확인해야 하는데, 수많은 건설현장에서 조건부 합격 필증을 교부함으로써 건설공사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용인돼 왔다.
승강기 완성검사란 본래 장애인, 비상용, 인승용, 화물용 등 정해진 용도에 따라 법규대로 설치돼 있는지를 정부가 검사기관을 통해 확인하는 최후의 제도적 안전장치다. 용도대로만 사용하도록 허가받은거나 마찬가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품질을 현저하게 저하시키고, 고장 및 갇힘사고를 유발하는 건설공사용 승강기 사용을 허가해 준 셈이다.
현재 건설현장에서는 공사용 승강기 사용을 위해 건축공사 진행수준이 설치검사기준과 부합하지 않더라도 조건부 합격을 내주고 있다. 전기배선, 통신설비, 비상발전기가 제대로 돼 있지 않더라도, 점자버튼이 없어도, 단차가 안 맞아도 사용을 허가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눈 감아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공단은 승강기 한 대당 검사를 2번(처음은 설치검사, 준공 직전엔 수시검사)하게 돼 공사용 승강기로‘수수료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원칙대로가 아닌, 완성이 안된 승강기를 검사해 주면서 건설사에 특혜를 제공하는 공단의 관행도 이해하기 어렵다.  애초에 원칙적으로 검사가 이뤄졌다면 이렇게까지 안전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행안부 간담회 이후 오히려 공사용 승강기 사용을 인정한 느낌이다. 문제제기 했던 협회의 취지와는 달리 건설사에 유리하게 돌아가게 됐는데.
행안부에서 이야기 하는 애로점은 ‘승강기가 건설업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서’ 현실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입안 담당자로부터 “위험성을 알지만, 당장 바꾸기엔 한계가 있다”는 말도 여러차례 들었다. 지난 6월 열린 긴급 간담회에서도 파워게임에서 이미 건설업계의 논리에 끌려가는 모습은 보면서 매우 씁쓸했다.
간담회 이전엔 공사용으로 승강기를 사용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처럼 행해졌다면, 오히려 행안부의 이런 태도가 잘못된 관행을 정당하게 만드는 모양새다. 편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행안부가 여지를 준 셈이다.
그리고 갑-을-정 관계에 있는 건설사, 제조사, 설치업체를 한 자리에 불러모아 의견을 듣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다. 건설업체 승강기 발주담당자들이 와 있는 자리에서 어느 간 큰 제조사가 공기를 두고 불만을 표시하겠나. 결국 간담회는 건설사들이 주도했고, 이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됐다. 업계가 요구한 적정공기와 공사용 승강기 사용 금지 그 어느것도 소득없이 끝나버린 셈이다. 주무부처의 이런 미숙한 일 처리가 건설업계에 명분만 준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최근 행안부도 규제의 필요성을 느끼고 설치공사업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대한 협회의 입장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행안부에서‘승강기공사업법안’ 초안을 만들었는데, 내용을 살펴보니 승강기를 건설작업용으로 허용하고 있어 이 자체가 건설사에 명분을 준 것 아니냐는 판단이다.  승강기 안전과라는 이름에 무색하게 설치업계가 지적했던 포인트를 벗어나 건설사의 편익대로 흘러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한 전문건설업에 속하는 승강기 공사업에 대해 행안부가 규제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 하지 않을수도 있다.


문제가 해결된다 하더라도 시간이 필요한 문제인 것 같다. 협회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그나마 안전문제로 이슈가 된 덕분에 건설사들도 이전처럼 승강기를 함부로 사용하지는 않는 모습이지만, 설치업체들에 대한 공기단축 압박은 여전하다. 우리가 요구한 적정공기 확보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또한 공사용으로 사용 후 오버홀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약속도 의무사항이 아닌 현재로선 강제할 수 없다. 만약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추가 발생하는 비용은 승강기 제조사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협회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적정공기를 주고, 공사용 승강기 건설업계의 무리한 납기단축 관행에 반대하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피력할 것이다. 주무부처 및 각 관계기관, 국회, 언론 등 이용할 수 있는 채널을 적극 활용해 문제를 알려나갈 예정이다. 최근 회원사를 대상으로 이 사안을 가지고 임시총회도 개최했으며, 행안부 장관에게 의견서와 업계의 연대 서명부도 제출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안전’이라는 가치를 위해 행안부가 업계의 방어막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해 나가겠다. 승강기 업계 전반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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