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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목 : 고마운 사람들을 많이 만난 독일여행 글쓴인 : 한영선(편의시설전문아카데미/천사종합복지센터) 게재월 : 2000년 12월호 지난 3월부터 6개월동안 시민대학과 아카데미를 통해 각 분야의 교수님들로부터 해외 편의시설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외 편의시설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그 중에서 나는 독일팀에 속해 있었다. 난생 처음 해외에 나간다는 설레임보다는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 외출을 할 때면 으레 겪어야 했던 불편함 때문에 미지의 나라에서 지내는 15일간의 여행이 과연 나에게 평탄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앞섰다. 그러나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그 동안 강의를 통해 들었던 편의시설에 대한 지식에 걸맞게 하나라도 놓치는 것 없이 많이 배우고 돌아오자는 각오로 비행기에 올랐다. 사람만큼 좋은 편의시설은 없다? 우리팀은 일본의 오사카에서 1박을 한 후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행기에 타고 내릴 때 기내 좌석과 좌석 사이가 좁아서 일반 휠체어를 사용할 수 없었고 기내용 휠체어로 옮겨타야 했다. 그리고 화장실도 좁은 편이라 기내용 휠체어가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일 그야말로 지루하고 긴 13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프랑크푸르트공항에 도착하여 입국절차를 밟는 동안 본인은 일반인과는 다른 길로 안내를 받아 모든 절차를 먼저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일행이 많아 뒤에 오는 사람을 기다는데 공항직원이 험악한 인상으로 탁자를 치면서 큰 소리를 쳤다. 왜 빨리 안하고 꾸물거리느냐는 말인 듯 했다.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기쁨도 잠시…왠 날벼락…외국인들은 더 친절한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겪고 기분이 상한 우리는 갑자기 굳은 얼굴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우리가 방문했던 기간 중, 독일 전역에서 갖가지 축제가 있어 관광객들로 인해 숙박시설을 구하기는 어렵고, 아니면 평소보다 2배 가량 더 주어야 할 형편이었다. 선물로 받은 귀한 고추장! 우리는 밤기차를 타고 베를린으로 가기로 했다. 역에 도착하는 순간, 그때부터 비로소 외국에 나왔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비릿한 내음이 저녁도 못먹은 빈속을 더욱 자극하여 비위를 긁기 시작했고 듣던 대로 역 주변의 살벌한 분위기로 인해 평소 겁이 없던 나도 공포심마저 들어 과연 우리 앞길이 순탄할 수 있을까, 염려가 되었다. 우선 5일간 쓸 수 있는 저먼패스를 끊고 기차 시간을 기다리고 있던 중에 한국에서 돌아오는 유학생(라이프치히 거주)을 만났다. 그는 우리의 여행목적을 들은 후에 아주 걱정스런 얼굴로 우선 개인행동을 삼가고, 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도 두 사람 이상 함께 가도록 일러주며, 자기 짐 속에서 담요(대한항공 담요였다)와 고추장까지 내어 주었다. 드디어 베를린으로 향하는 기차에 올랐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서 염려스러운 눈빛으로 기차가 움직일 때까지 서서 지켜보며 여러 번 조심하라는 말을 당부하던 유학생을 뒤로 하고 베를린행 밤기차는 떠나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풍경, 아름다운 사람들. 베를린에서 맞은 독일의 첫 새벽. 우리는 우선 임비스(IMBISS)에서 대충 아침을 때우고 숙소를 정하기 위해 안내소(Information)로 향했다. 베를린 ZOO역에서 버스로 약 15분 거리에 있는 Studentenhotel(좁기는 하지만 각 층마다 멈추는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주택가 주변이라 베를린에서 3일을 조용하게 보낼 수 있었다)로 숙소를 정해 놓고(4시간만에!), 베를린에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라이프치히로 향했다. 보리수나무 즐비한 예술의 도시, 라이프치히…우선 중앙역을 나오면 바로 맞은 편에 그림처럼 아름다운 공원이 펼쳐져 있고 그 안에서 갖가지 꽃들이 잘 정돈돼 있었다. 동그란 대로를 중심으로 펼쳐진 도시 곳곳에 바흐의 동상이 서있는 토마스 교회와 젊은 날의 괴테가 공부했다던 라이프치히 대학,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성 니콜라이 교회 등이 있었다. 우리 일행은 현재 박물관에서 공개하고 있는 구 시청사에 들러 과거 도시의 모형과 음악가 바흐의 방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 이후 이틀에 걸쳐 베를린을 도는 동안 우린 말로만 듣던 브란덴부르크 문, 티어가르텐 공원, 베를린 필하모니, 카이저 빌헬름 교회, 시립 박물관, 페르가몬 박물관, 훔볼트 대학, 베를린 대성당을 볼 수 있었다(베를린 대성당에선 저녁 미사에도 참석했다!). 철저하게 남을 배려하는 독일시민들 특이했던 것은 베를린 제국의회 의사당의 나선형 경사로였다. 베를린 시내를 한 눈에 볼 수 있을 만큼의 높이에 위치한 전망대까지 나선형의 경사로가 현대적으로 설치돼 있는데 그냥 램프만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약 10미터 정도 간격으로 1미터 정도의 참(!)을 두어 걸어 올라가는 사람이나 휠체어, 혹은 유모차를 밀고 올라가는 데도 무리가 없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 개인적으로는 독일 시민들의 정적인 모습들이 가장 보기 좋았다. 깨끗한 거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거리에서나 차내에서도 시끄러운 소리로 떠드는 일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괴테 생가를 찾았을 때의 일이다.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나를 보고 안내원은 이 곳엔 편의시설이 없다고 말하면서 정말 미안한 표정으로 “sorry”라는 말을 반복했고, 나는 비록 편하게 볼 수는 없었지만(계단을 이용해야 했다) 그 어떤 귀한 보물보다 훨씬 값진 따뜻한 마음을 본 것이다. 거리 정비가 잘 돼 있는 나라, 독일. 어딜 가나 보행자 거리와 저전거 도로, 차도가 질서정연하고 보기좋게 펼쳐져 있고, 버스나 트램(tram-전차) 역시 계단이 없고 턱이 낮아 유모차, 휠체어, 자전거까지 타고 내릴 수 있었다. 혼자 휠체어를 밀고 다니기엔 무리가 없었으며, 그래서인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을 거리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횡단보도 중간에는 어김없이 ‘보도섬’이 있고, 파란불이 켜지면 차들 또한 어김없이 일시 정지선에 맞춰 차를 세운다. 독일에 있는 동안 한번도 자동차 경적소리나 급브레이크 밟는 소릴 들어본 적이 없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또한 자가 운전자보다는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많아 언제나 먼 곳까지 확트인, 깨끗한 하늘, 땅을 볼 수 있었다. 처음으로 타본 사행 엘리베이터 그러나 독일의 대중교통은 생각했던 것처럼 편하지는 않았다. 특히 기차가 높았고, 리프트가 있기는 했으나 고장이 나 있거나 아예 없는 곳도 많았다. 여행 끝무렵에 프랑크푸르트에서 리프트를 한 번 이용하였고, 지하철이나 기차 승강장까지 갈 때도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거의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오르고 내리는 불편함은 별로 없었다. 엘리베이터이면서도 수직으로 오르고 내리는 것이 아니라 에스컬레이터처럼 사선으로 올라가는 재미있는 엘리베이터도 탈 수 있었다. 너무 재미있고 스릴 넘치는 경험이었다. 사실 난 동행자들을 졸라 이 엘리베이터를 몇 번씩 타기까지 했다! 지치고 힘들 때면 독일을 생각하리! 15일간의 독일 여행. 동화 속에나 나올 듯 아름다운 도시 브레멘, 그 곳의 해지는 베젤강변에서 마시던 흑맥주의 기억이며, 보리수 나무 즐비한 예술의 도시 라이프치히, 그 곳에서 만난 바흐와 젊은 날의 괴테, 라인강 줄기를 따라 펼쳐지던 고성과 강 끝머리에서 만난 작은 시골 간이역의 고즈넉함…뮌헨의 호프 브로이하우스에서 처음 만나 어깨 걸고 노래하며 흥겨운 한 때를 함께한 스위스 아저씨들. 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추석선물이라며 라면을 푸짐하게 끓여 김치와 함께 배불리 먹여주신 한국인 부부, 고마운 사람들을 많이 만난 여행이었다. 독일을 다녀온 후, 거의 매일 새벽마다 길을 찾아 헤매거나 숙소를 정하지 못해 쩔쩔매는 꿈을 꾸지만, 그래도 독일을 생각할 때면 언제나 엷은 웃음과 함께 떠오르는 이 모든 아름다운 기억과 풍경들. 앞으로도 내 일상 한 켠에 남아 넉넉함과 여유로움을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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