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승강기조합, 지정대상 배제

부제목 : 구심점 잃은 이합집산…책임 전가 급급
           업체간 컨소시엄 통해 ‘생존의 길’ 짜야

게재년월 : 2005년 2월호

오는 2007년 단체수의계약제도의 전면 폐지를 앞두고 정부와 중소기업 간 살얼음판 위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초 중소기업청은 감사원이 제재조치를 요청한 65개 물품 중 관련규정 위반 및 부당행위 정도가 심한 11개 조합(승강기조합 포함), 12개 물품을 4월 1일부터 지정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또 규정위반 및 부당행위가 비교적 경미한 20개 조합(주차조합 포함), 31개 물품에 대해서는 1년간 유예기간을 주고 내년 1월부터 제외키로 하는 등 폐지를 위한 강력한 수순을 밟아 나가고 있다.
이에 승강기조합을 비롯한 전기공업조합, 소방기구조합 등 1차 제재조치를 받은 11개 조합은 “중기청의 이번 결정에 대해 선별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반발, “이는 별도의 소명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사항이므로 재심 또는 철회해야 한다”며 공동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등 강력 대응을 불사할 방침이다.
한 조합 관계자는 “물량배정 비율, 품질 향상비 적용 등 동일한 규정 위반을 놓고도 구체적인 기준 없이 위반 정도가 ‘현저하다’거나 ‘미미하다’는 표현으로 제재조치를 결정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중기청은 단체수의계약에서 3개월간 한시적으로 지정받은 감사기준, 중앙회 추천서, 소명내용의 사실 확인 및 반영사항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승강기조합이 지정 열외 대상에 포함된 위반사항은 ▶품질향상비 집행 부적정 ▶물량배정 비율 초과 위반 ▶출자금 및 특별회비 과다 징수 ▶조합가입 및 물량배정 지연 ▶계약정보 공개 부적정 ▶개별업체의 영업활동에 의한 연고배정 ▶동일업체의 중복 수혜 등으로, 이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지적된 것으로 ‘예견된 사태’였다는 시각이다.
조합 목적이 회원사의 발전이 아닌 물량배정으로 집중돼 이외의 회원사 자생력 및 경쟁력 강화에 대한 활동이 없었으며, 물량배정 기준이 되는 채점기준이 경쟁력 요소인 품질이나 기술이 아닌 설비보유대수, 공장면적 등 외형이나 실적 위주로 되어 있어 영세 회원사들이 목전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외형 및 공장을 키울 수 밖에 없어 고정비 증가 등으로 경쟁력 악화를 초래했다고 할 수 있다.

승강기조합의 대응은?
위반업체 색출·현 이사장 사퇴 요구
이번 사태로 승강기조합도 수차례의 회의를 거치면서 10개 조합과 공동으로 가처분신청을 분주히 준비 중인 한편, 하도급 및 하청업체를 철저히 조사·징계하고 현 이사장의 퇴진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눈앞의 문제 해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지난달 말 임시총회를 개최, 몇몇 위반업체나 문제있는 업체를 회원사로 다시 복귀시키고 차기 정기총회 시 이사장 재선출을 결정한 상태지만 아직까지도 불협화음은 가시지 않고 있다.
한 조합회원사는 “행정소송에 1억원을 들여 8개월 더 끌겠다는 거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또한 현 이사장 퇴진 건에 대해서는 대화를 통한 명예 퇴진을 유도해야지, 압박은 안된다. 그동안의 공로도 인정해줘야 한다”면서, “결론적으로는 ‘표적감사의 희생양’이 됐지만 행정적으로 이미 결정된 사항이므로 현 상황에서는 대기업을 상대로 생존하기 위한 방안 모색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조합회원사도 “중소기업 간 경쟁물품제도 시행으로 이제 중소기업은 기술력이 있어야 살아남는다. 담합의 우려를 차제한다면 차별화된 아이템 보유기업 간의 컨소시엄으로 탄탄한 납품선을 잡는 게 현재로선 가장 현명한 대처방법”임을 강조했다.

조합 사활 걸고 공동대응책 골몰해야
이제까지 승강기조합 관련 단체수계 물량은 조합 매출액 대비 약 25~30%, 영업이익 40~5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만큼, 이번 단체수계 지정 제재로 인해 전체 조합회원사의 70% 이상이 ‘직격타’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승강기조합은 물량배정 정책에서 회원사 및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체계로 무장하고 ‘공동 대응만이 살 길’이라는 강한 의지로 난관을 타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조합원사 및 중소기업은 아시아 지역이 현 세계 승강기 시장의 중심이고 승강기 산업이 국내 산업발전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산업임을 인식, 다시 제2의 창업 의지를 가지고 선진기업에 맞대응할 수 있는 공동 협력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EU나 남대문 시장의 발전 사례에서와 같이 각 단체는 분배보다는 파이를 키우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며 “중소기업 중심의 부품산업 발전, 업계·단체 간 협동 및 공조체계 활성화로 저임금 모방산업 단계에서 선진 엔지니어링 산업구조로의 변신을 꾀해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또 “미쓰비시와 히다찌가 공동개발한 홈 엘리베이터나 오티스가 비투어사 도어를 사용하는 등 기존의 업계 간 공동대응 사례에서처럼 현 승강기 중소업계는 품질 신뢰성과 설계·생산·연구 등 다양한 섹션 안에서 공동대응의 활로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구촉법, 누구를 위한 개정인가?
복수낙찰제 등 ‘알맹이’는 빠져
지난해 7월부터 본격적인 단체수계 폐지론이 고개를 들고 일어나면서 정부와 중소기업 간의 잦은 마찰과 협상 끝에 12월 ‘중소기업 진흥 및 제품 구매 촉진법(이하 구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제 중소기업은 피 말리는 경쟁입찰을 통과해야만 공공기관에 입찰할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현재 경기불황 등으로 국내 제조업체들의 공동화 현상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이 시점에서 단체수계 폐지는 ‘엎어진 데 꼭지 누르는 격’으로, 중소기업 간 경쟁이라는 ‘울타리’를 쳐주고 무리한 덤핑 입찰을 방지하는 장치를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철저한 관리감독으로 중소기업의 보호장치가 되어줄 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번에 개정된 구촉법의 주요골자를 살펴보면 △중소기업 간 경쟁제도와 단체수계를 1년간 병행 실시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중소기업과 함께 경쟁입찰 참여 △공공기관의 중소기업 제품 구매목표 비율제 도입 △여타 기술 우수제품과 같이 산업표준화법에 따라 우수단체표준인증을 득한 조합은 수계를 통해 납품 가능 △공공기관 발주공사의 공사용 자재 분리구매 확대 등이다.
단체수계 폐지에 대비해 실질적인 중소기업의 수주물량 확보를 위해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물품공사 용역은 중소기업자 간 경쟁으로 의무화하고, 과당경쟁 방지와 영세 소기업의 판로 보호, 소기업의 하청기업화 차단을 위해 등급별 경쟁·저가 입찰 이행능력심사 및 직접생산 확인제도를 도입했다.
공공기관의 중소기업 제품 구매목표 비율제를 도입하고 공공기관 발주공사의 공사용 자재의 직접구매를 확대하는 등 중소기업 판로확보를 위한 보완시책도 마련했다.
또 공공기관의 중소기업 기술개발 제품 구매 촉진을 위해 신기술 개발 기업의 공공기관 입찰 참가 자격을 부여하고 중소기업 기술개발 제품 성능인증 및 보험제도와 구매 담당자 면책제도를 도입했다. 기타 중소기업 제품 구매 효율성 제고를 위한 공공구매 종합 DB 구축 운영, 조합 기능 활성화 및 영세기업 판로확보를 위한 조합의 경쟁입찰 참여, 유사 수의계약제도의 투명성 확보 등도 병행 추진된다.

등급별 경쟁 등 비합리적 조항 많아
그러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중기협)가 새로운 경쟁입찰제의 보완책으로 주장해 온 중소기업 간 과당 경쟁·덤핑 입찰 방지를 위한 제한적 최저가 낙찰제와 소수업체 지원의 집중화를 방지하기 위해 낙찰자를 중복 선정하는 복수낙찰제는 이번 개정안에서 배제됐다.
이에 중기협은 조만간 시행령 개정 시 관련기관과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중기청 관계자는 “그건 무리한 요구”라고 딱 잘라 말해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막상 정부는 2007년부터 단체수계가 폐지되지만 막상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실효성도 낮을 뿐더러 준비도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중소기업 간 경쟁제도는 이미 1996년도부터 도입된 제도지만 덤핑 경쟁, 하도급 폐해 발생 등으로 연간 실적이 1천억원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낮은 편이다.
또 중소기업 직접생산 제품 판정기준은 단순부가가치 정도만을 가지고 하청생산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의미로 중간 판매상 등 대형 유통기업들이 부도 직전 기업제품을 단순히 구입해 납품하는 등의 부적정 사례는 막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수천만 건의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이의제기 시마다 직접생산제품인지 아닌지 판정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기업이 자발적으로 입증한다면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등급별 경쟁제도는 조달청에 등록된 물품수가 50여 만 품목에 달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인 현실을 감안할 때 어떤 기준으로 등급을 나눌 수 있는지 의문이며, 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상위 등급이나 하위 등급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기업 분할이나 일시 합병 등 다양한 편법을 동원해 실제 지원이 필요한 기업은 경쟁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는 경쟁을 통한 중소기업 육성 체제 구축을 기본원칙으로 하되, 대기업과의 무차별적 경쟁은 방지하고 중소기업 간 건전한 기술 및 품질 경쟁은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같은 일련의 작업들이 향후 개정될 구촉법 시행령에도 적용, 신규 창업기업 등 아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이 조합을 통해 조달시장에서 수주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폐지 대안책, 中企 판로 개척
전문TV 채널 확보·해외전시회 참가 등
2007년 단체수계의 폐지로 중소기업들의 판로 확보의 어려움이 예상됨에 따라 정부의 다양한 대안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기협은 중소기업 제품 홍보를 위한 전용 케이블 TV 설립 확보방안을 검토 중에 있으며 신규채널 확보가 어려울 경우 기존 5개 홈쇼핑사를 대상으로 지분 참여 방식을 고려 중에 있다. 이에 따라 이 업무를 담당할 테스크포스팀도 신설했다.
또 3백만 중소기업 모두에 문호를 개방해 열린 중앙회를 조성해 나가기 위해 현재 협동조합 소속 기업만이 중기협 중앙회 정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된 관련법을 개정해 중소기업이라면 누구라도 회원이 될 수 있도록 적용할 계획이다. 또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라는 명칭도 아예 ‘중소기업중앙회’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소기업청은 올해를 기존 중소기업 보호·육성 위주에서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지원방식을 전환하는 혁신적인 중소기업정책의 원년으로 삼고, 중소기업 간 공동기술 개발과 기술교류의 활성화를 위해 올 한해에 중소기업 기술 연구회 사업을 대폭 확대키로 했다.
이에 지난해 20억원이던 사업비를 60억원으로 증액해 20여 개 신규 기술 연구회 결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 사업 시행에 앞서 중소기업기술연구회등록및관리규정 개정을 통해 참여 중소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고 사업비 집행 시 신용카드 사용 의무화 등 제도개선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이후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 직원들이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 현장 체험단’ 활동을 범 부처로 확대해 효과적인 중소기업 애로 해결점을 찾아나갈 계획이다. 허범도 무역위원히 상임위원은 “그동안 6차례에 걸쳐 1백25개 중소기업에 2백50명이 파견, 1백82개의 애로사항을 발굴했다. 이 중 벤처기업 확인 등 1백55건을 처리 완료했다”고 성과를 보고했다.
중소기업 현장 체험단은 재경부 건교부 노동부 환경부 금감위 공정위 등 관계부처 공동으로 구성돼 이달부터 11월까지 월 1회를 원칙으로 총 10회 파견하기로 하고, 1회당 20~30개씩, 총 2백~3백개 기업에 파견해 연간 1천여 명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관계부처 공동의 중소기업 애로 해결 협의체를 구성·운영하고 중기협 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민간단체 등과 함께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인 불황을 겪고있는 중소기업도 해외 전시회에 눈을 돌려 활로 개척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마케팅과 판로 개척에서 글로벌 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조합을 필두로 한 해외시장 진출 모습이 보이고 있다.
주차조합은 지난 2003년부터 독일 parken 2003을 시작으로 수차례에 걸쳐 해외 전시회에 참여한 바 있으며 올해에도 굵직굵직한 해외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중기협 중앙회 관계자는 “조합들의 단체 해외 전시회 참가는 단체수계 폐지 논란이 뜨거웠던 지난 2001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며 “2005년을 포함해 지난 5년 동안 43개 조합이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제조업 관련조합의 26.7%를 차지하는 비율”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29개 조합이 61개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며 참가지역도 과거 중국·베트남 편중에서 벗어나 올해부터는 아시아 25회, 유럽 13회, 북미 10회, 중동 7회로 다양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글·신영주 기자 / yjshin@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