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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인터뷰
ㆍ게재년월	2022-06

송종태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 기술위원장

“약은 약사가, 승강기 제도는 승강기 전문가가 ”

송종태 조합 기술위원장, 승안법에 기술위원회 신설하는 개정안 “적극 환영’…안전제도에 기술전문가 의견 반영해야

지난 4월 김용판 의원 발의로 승강기 기술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의 ‘승강기안전관리법(이하 승안법)’ 개정안이 나왔다. 법률에서 정한 승강기안전위원회 구성은 승강기 업계를 대표할 수 없는 비전문가들로 구성돼 산업 발전을 저해시키고 있는바, 기술문제를 별도로 다루는 위원회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개정안의 목적이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승안법 전부개정안 시행 이후 첫 위촉을 받았던 위원들 중 승강기 설계나 제조분야 전문가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이 본지의 취재로 밝혀진 바 있다.(2021년10월호) 설계, 제조, 설치 전문가는 찾아볼 수 없었고 그나마 유지관리업체 대표 한 사람만 간신히 이름을 올려 행안부는 위원구성이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1기 위원들의 임기가 끝나가고 있어 2기 위원 모집을 위해 행안부가 각 협단체로부터 추천을 받고 있지만, 제대로 승강기를 아는 전문가가 위원으로 포함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중소기업들은 승강기 기술문제를 별도로 논의할 ‘승강기 기술위원회’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제품 인증에 대한 부분은 유럽이나 미국과 같이 전문가 그룹에서 더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송종태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이사장 최강진, 이하 조합) 기술위원장은 “법률이 바뀌고 업계에 드러나지 않은 많은 피해가 있었지만 행안부도 공단도 아무도 책임을 안진다. 이건 문제가 있다. 누군가 견제해야 된다”며 “산업진흥 주체인 승강기 전문가 중심으로 기술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Q. 현재 발의된 승안법 개정안이 통과하고 법률에 근거해 승강기 기술위원회가 설치된다고 가정했을 때, 위원회가 어떤 부분을 가장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보는가?

당연히 인증에 대한 논의부터 빨리 시작해야 한다. 지금의 승강기 안전인증은 첫단추부터 잘못 뀄다.

인증의 목적은 제품이 본 목적에 맞게 설계한 성능대로 구현되느냐를 증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설계도면, 설계회로도가 있는 기술서류 심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품을 테스트 시 원래 설계한 목적에 맞게 작동을 하는지, 그것이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지만 시험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기술원에서는 법에 근거가 없는 회로도와 기술서류까지 다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에 핸드폰 수출할 때, 베트남 정부가 “안전성 검증을 위해 회로도, 소프트웨어까지 제풀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본적이 있나? 기업 영업비밀까지 내놓아야만 인증이 가능하다는 지금의 승강기 안전인증 시스템은 다른 산업분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요구다. 잘못해 기술이라도 유출되면 그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전에 승강기 인증을 했던 KTL도 회로도까지 내놔라 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이것 때문에 대기업들도 처음 모델인증을 신청할 때 말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글로벌 승강기 기업들도 본사에서 자료 공개를 거부하는 통에 시행 초기 인증서 발급이 매끄럽지 않았을 것이다.

Q. 산업부나 과기부 등 다른 산업관련 부처도 이런 비슷한 성격을 지닌 협의체가 있는지? 있다면 각 위원의 구성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국립전파연구원도 비슷한 전파시험인증을 하는데, 여기서도 기술위원회를 구성해 기관과 업계 대표들이 모여서 선출한 중립적인 위원장이 기준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산업표준화법에도 시행령-시행규칙에 이 기술위원회 구성에 대한 기준이 나와있으므로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업계가 안전인증에서 부당하거나 현실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전문가 집단인 기술위원회에서 객관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가까운 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립전파연구원의 전자파적합성 시험을 다루는 기술위원회다. 여기서는 업계와 간담회 할 때, ‘중소기업’ 의견을 중심으로 듣는다. 대기업은 어떤 기준을 만들어도 다 따라올 수 있는 수준이 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을 고려해 많은 기업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한다.

과거 승강기 제어반 전자파적합성 실험을 할때, 중소기업들을 불러 제품을 테스트 한 뒤, 너무 낮지도 않고 높지도 않는 중간 수준에 맞추도록 업계를 설득하는 걸 많이 봐왔다. 행안부처럼 정부가 정한대로 무조건 따르도록 업계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적으로 납득이 가게끔 이해시킨 뒤 인증을 따르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다.

때문에 기술위원회 구성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타당하게 이뤄져야 하고, 정부와 관련기관, 학계와 각 분야별 업계 등이 다 모여야 한다고 본다. 다만, 기술위원장이 누가 되느냐가 키포인트인데, 되도록 정치적인 부분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산업표준화법 시행령 시행규칙에 나와있는대로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위원장은 승강기 기술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가지면서도 객관적 입장을 가진 학계에서 맡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Q. 산업발전 협의체나 제도개선TF 등 상시 기구도 존재한다. 법적인 위원회 말고 이런 협의체 논의로 해결할 수는 없나?

기술적인 사안은 일반 공무원들은 잘 모른다. 그래서 행안부는 대한승강기협회와 공단에 이 역할을 넘겨놓았는데, 협회도 사실 승강기 기술을 모르는 사람은 대응하기가 어렵다. 결국 관련 업무가 공단에 다 위임된 상태라고 해도 무방한 수준이다. 인증에 검사에 사고조사, 제도개선 협의체까지 공단에서 운영을 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조합도 기업들이 수많은 자료를 주고 민원을 넣고, 항의를 해봐도, 공단은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이 전부다.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대화 자체를 해주지 않고 이젠 공문에 답변도 안한다. 오죽하면 중소기업들이 산업부로 업무이관을 해달라고 국회와 인수위까지 찾아갔겠나.

Q. 지난달 행안부가 승강기산업발전협의체 발족이란 카드를 내놨다. 이제부터라도 산업진흥 업무분야도 신경 쓰겠다는 것인데, 여기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기본적으로 행안부 미션에 산업 발전은 없다고 생각한다. 오직 안전이라는 명분만으로 세계 최강의 승강기 규제를 해왔던 것이 행안부다. 산업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산업을 위한 정책을 펼 수가 없다고 판단한다. 산업 DNA가 없는 부처이기 때문에 협의체를 운영한다고 해서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이제 승강기산업도 타 산업과의 융 복합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주무부처 이관이 1차적으로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한다. 산업은 정부와 공단 주도의 정책이 아니라 민간 주도의 정책이어야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통제의 방식에서 자율 방식으로 가야 한다. 통제보다 자율이 훨씬 사회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특히 국제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통제보단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

Q. 마지막으로 승강기 업계나 주무부처 등에 꼭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다. 지금까지 승강기 안전정책이 국민의 안전을 확보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30년 이상 승강기 업계에서 종사한 사람으로서 나는 “No”라고 감히 대답한다.　

우리 승강기공업협동조합은 지금까지 제도개선을 위해 많은 일을 해 왔다. 일례로 작년 9월 “국민과 함께 하는 승강기안전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개선 대책을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그리고 국회의원이 ‘기술위원회’를 입법 발의하는 등 산업발전과 국민의 안전 확보라는 대명제화에 조합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고군분투 해왔다. 하지만 승강기 전체 업계를 대변해야 할 대한승강기협회에서는 제도개선과 관련해 제대로 된 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오히려 조합과 분쟁의 소지만 키웠다.

조합은 산업자원부으로부터공식 인가를 받은, 중소 제조 분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유일한 단체다. 누가 잘하고 잘못을 했느냐를 논하기 전에 산업계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한 목소리를 내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합은 행안부가 정한 제도가 업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개선을 이야기 한 뒤부터 소외되어 가고 있다.

진정 산업발전을 생각한다면, 우리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어 승강기 제도가 바로 서고, 산업발전을 통한 국민 안전도 확보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