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급부상, 세계 철강산업 경쟁 심화
글로벌 리더쉽 확보와 그린테크 산업 구현이 급선무
게재년월 : 2005년 12월호

철강·석유화학산업의 지속적인 성장 및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해 마련된 ‘2015 철강·석유화학산업의 비전 및 발전전략’ 발표회가 정부 및 양 협회·업계 관계자 3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22일 여의도 전경련회관 20층 경제인클럽에서 개최됐다.
산업자원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하고 한국철강협회,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산업자원부 허범도 차관보와 전경련 조건호 부회장의 축사로 시작돼 철강, 석유화학 2세션으로 구성, 총 6시간에 걸쳐 산·학·연 전문가와 산업자원부가 공동 수립한 ‘산업별 미래 비전 및 발전전략’을 함께 나누고 보다 구체화시키기 위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1세션인 철강분야는 ▲산자부 이학노 기초소재과장 : ‘2015 철강산업 발전전략’ ▲POSRI 나병철 센터장 : ‘주요 선진국의 철강산업 발전전략과 시사점’ 발표에 이어, 철강협회 심윤수 부회장을 좌장으로 POSCO 조성식 전무이사, INI Steel 한정건 전무이사, KIET 김주한 박사가 지정토론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2세션(석유화학)에서도 ▲산자부 이학노 기초소재과장 : ‘2015 석유화학산업 발전전략’ ▲삼성토탈 김태한 상무 : ‘세계 석유화학산업의 동향과 국내 기업의 대응방안’이 발표된 후, 석유화학공업협회 손종채 부회장을 좌장으로 LG화학 박광호 상무, KIET 황윤진 박사, 연세대학교 설용건 교수, A.T.Kearney 명성우 컨설턴트 등이 토론과 질의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진행됐다.
이번 행사에는 철강·석유화학 업계 관계자와 대학·연구기관의 전문가, 그리고 각 업계 관계자들 간에 최근 철강·석유화학산업의 국내외 동향 및 향후 발전전략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져 업계 활성화의 장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건호 부회장은 축사에서 “국내 철강산업은 1973년 포항제철소에서 최초로 쇳물을 생산한 이래 2004년 기준으로 연간 5천만톤을 생산하며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에 이은 세계 5위의 철강생산국, 세계 6위의 수출국으로 부상했다”면서 “국내 GDP의 2.5%, 수출의 5.6%를 차지하고 있고 건설과 자동차, 조선, 전기, 기계 등 국내 주력 기간산업의 소재를 공급하는 국가핵심 기반사업”임을 강조했다.
조 부회장은 “그러나 최근 중국 등 후발국가들의 빠른 추격에 직면하고 있으며, 철광석과 유연탄 등 원료의 높은 해외 의존도, 원천기술 및 고부가가치 철강제품 개발의 필요성, 통상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국내외 환경 규제에 대한 대응책 마련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분석하면서, “오늘 철강·석유화학 업계의 지속적인 의견 수렴과 공감대를 형성해 2015년 세계 철강 5강, 석유화학 5위를 유지한다는 비전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발전전략을 제시함으로써 업계와 정부가 함께 실행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말로 축사를 마쳤다.
다음은 엘리베이터, 주차 업계와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철강업계의 향후 10년 비전과 발전방향에 대해 이날 언급된 내용을 중심으로 요약·정리한 것이다.■

국내 철강산업 개요 
2015년, 세계 철강생산 14억5천만톤 전망
국내 철강산업은 건설, 자동차, 조선, 전기·전자, 기계 등 국내 주력 기간산업의 소재를 공급하는 핵심 기반산업으로, 1973년 태동기를 거쳐 2000년도부터 성숙기로 진입하고 있다. 현재 연간 생산규모 약 5천만톤으로 세계 5위 생산국, 세계 6위 수출국의 밸류를 가지고 있으며, 조강생산만도 47.5백만톤에 이르고 있다.
세계 철강수요와 생산을 살펴보면, 철강수요는 2000년 이후 중국의 급부상으로 연평균 5.6%의 높은 성장률을 시현해 올해 10억톤을 상회하고 있으며, 세계 철강생산은 중국의 설비능력 급성장에 따라 2000년 8억5천만톤에서 올해 11억1천만톤으로 급증했다.
2006년 이후의 철강수요는 연평균 3.3%씩 성장해 2015년에는 13억8천만톤 수준에 이를 전망이며, 철강생산 또한 중국 등 후발국의 성장에 힘입어 연평균 3%씩 증가해 2015년에는 14억5천만톤 가량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세계 철강산업의 추세는 전후방 산업의 대형화에 대응해 시장지배력 강화 등을 위한 전략적 제휴 및 통합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2002년 2월 유럽의 Arcelor이 신생됐으며 2003년 4월에는 일본의 JFE, 올 4월에는 14개 대륙에 걸친 조강생산 6천만톤 규모의 Mittal Steel사가 탄생했다.
2015년에 이르러서는 1억톤 이상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4~5개의 철강업체가 등장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와함께 2000년 이후 생산과 소비 모두 20% 이상의 급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의 부상으로 세계 철강산업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수요는 서부대개발 등 대대적 인프라 투자 및 경제의 안정적인 고성장에 힘입어 급신장하고 있으며, 현재 중국은 세계 1위의 철강생산국으로 세계 조강생산의 26%, 소비의 31%를 점유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新철강산업 정책’을 마련하고 질적인 전환과 대형화 유도 및 철강기업의 주식시장 상장을 유도하는 등의 기업 체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설비 신설 억제 및 노후설비 폐쇄로 생산능력을 조정하고 제품의 구조조정을 통한 고급강 자급도를 향상시키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10대 철강사의 비중을 현 32.8%에서 2020년에는 70%까지 끌어올려 철강산업 집중도를 제고할 방침이며 신설 설비 규모를 8백만톤 이상 생산가능하도록 대형화를 추구할 계획이다.
이와같은 중국의 자급도 제고와 대형화 정책으로 2008년 이후에는 전체적인 공급과잉도 우려되고 있는 현실이다. 철강 무역분쟁이 세계 경기 부진에 따른 철강산업의 구조조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점을 감안한다면 향후 세계 경기순환에 따라 철강경기 불황기 도래시 무역분쟁 재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자원 확보를 둘러싼 세계 원료시장의 과점화 현상 심화로 자원회사의 교섭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현재 철광석은 CVRD 등 3개사가 78%를 점유하고 있으며 유연탄은 BMA 등 5개사가 62%를 선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생산 확대에 따른 철강원료 수요 급증도 원료 확보 경쟁을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0년 철광석 수요 859백만톤, 공급 857백만톤으로 과부족이 예상된다.
20세기 후반 세계 철강산업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일본이 주도했다면 향후에는 혁신기술을 선점하는 국가가 세계 철강산업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철강산업 초창기인 18~19세기에는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유럽이 Bessemer 전로와 석탄이용 고로를 주도기술로 원료를 자체 조달하다가, 이후 대량생산 기술과 제조업에 기반을 둔 미국에 밀려나고 고로의 대형화와 공정 연속화 등의 혁신기술을 조기도입한 일본이 지난 1980년대까지 세계 철강산업을 이끌고 왔다.
이제 어떤 국가가 시장의 글로벌화와 경쟁력있는 기술로 앞장서게 될 지 주목된다. 한국도 FINEX 상용화 성공 등으로 리더쉽 역량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철강산업 당면과제 
환경친화적 기술·제품 개발 확대 필요
국내는 철강제품의 공급력이 충분하므로 잉여분을 수출하는 구조지만 핫코일 등 가공용 반제품은 연간 8백여 만 톤을 수입하고 있고, 자동차와 조선 등 수요산업의 성장으로 소비도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국내 철강생산 능력은 0.7% 증가한 5,334만톤이며 향후 10년 후인 2015년 국내 조강생산 능력은 고로부문의 신규투자 등으로 6천만톤에 이르러 국내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철강소비는 성숙기에 진입해 2005년 4,800만톤에서 연평균 1.5% 증가에 그쳐, 2015년 5,550만톤 규모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의 철강산업은 판재류의 경우 종합경쟁력 면에서 철강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이며 전기로 제강업과 단순압연 부문은 원가구조 측면에서 다소 취약한 면이 있다.
이는 제조원가 중 원재료비 비중이 매우 높고 특히 철스크랩은 자급부족으로 30%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로업체의 1인당 조강생산은 2004년 기준 국내 1,798톤이며 동경제철은 2,667톤에 이른다.
앞서 언급한대로 국내 철강산업 발전의 어려움 중 하나는 원료의 높은 해외 의존도를 들 수 있는데, 철광석이나 유연탄 등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므로 해외 변수에 무방비한 상태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전체의 80%를 장기계약에 의해 안정물량을 확보하고 있으나 개발투자는 15%에 불과하며, 철스크랩의 경우 자급률이 70%에 불과해 경쟁력에서 우위를 상실하고 있다. 또 핫코일이나 Slab 등 가공용 반제품은 국내 공급여력 부족으로 연간 8백여 만 톤을 수입하고 있어 오히려 철강제품과 원자재 간에 역관세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또 R&D 투자규모 및 고급인력 양성이 미진한 현 상태로는 기술패권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생존확률이 낮아지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수요산업과 공동의 기술개발을 통한 신기술 공유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가장 큰 당면과제는 지난 2월 16일 ‘교토의정서 발효’와 7월 28일 ‘기후변화에 관한 아태지역 파트너쉽 신규 체결’ 등으로 환경보호를 위한 환경규제가 구체화되면서 환경친화형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에너지 다소비업종인 철강산업의 경우에는 생산비용의 증가, 에너지 단가 상승에 대한 부담 등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국내 철강산업의 2015 비전은 ▲조강생산규모 6천만톤으로 세계 5위권 유지 ▲제조원가의 획기적인 개선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 확보 ▲혁신철강기술(FINEX) 상용화로 세계 철강기술 선도 등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초일류 철강산업을 구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세부 발전전략을 살펴보면 ▲전략 1 : 철강기술의 선진화로 글로벌 리더쉽 확보 ▲전략 2 : 원료의 안정 조달 ▲전략 3 : 대외경쟁력 확보 및 통상마찰 대응 ▲전략 4 : 그린테크(Green-Tech) 철강산업 구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전략은 내년에 FINEX 기술과 Strip Casting 기술을 본격적으로 상용화해 세계 철강산업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다. 이와함께 수송기계 소재의 미래시장 선점을 위해 미래 수요 Needs형 소재인 친환경·경량화의 Only One Product를 실현하고, 무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원천기술을 개발해 ‘미래 철강소재 개발위원회’를 구성·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제2전략은 철광석, 중간소재, 철스크랩 등 원료의 안정적인 조달로, 철광석과 원료탄은 광물 수출국에 대한 해외개발 투자 공급비율을 현재의 15%에서 2015년에는 30%까지 확대해 해외광산을 개발하고, 핫코일이나 Slab과 같은 중간소재는 직접투자나 전략적 제휴로 조달해나간다는 취지다.
철스크랩의 경우 분류와 가공, 거래과정의 체계화를 추진하고 자급도를 현재의 70% 수준에서 2010년 90%, 2015년 100%로 향상사켜 2015년에는 완전 자급체제를 구축한다는 청사진이다. 이와함께 할당관세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DDA 협상이 종료되면 원자재에 대한 기본관세의 무세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제3전략은 일반 범용강이나 핫코일 등 부족한 소재는 중국으로 아웃소싱하고 고급강 분야는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품질의 고급화를 꾀해 대외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물량 수출을 지양하고 세계일류생산품목의 집중 육성으로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하고, 한·중, 한·일 등 양자간 민관철강협의회의 체계적인 활성화와 OECD철강위원회 등 다자채널의 적극적인 참여로 통상마찰 파고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제4전략은 ▲청정기술(Clean Technology)의 개발 및 적용 ▲환경친화제품 및 이산화탄소 저감 혁신기술(FINEXm Strip Casting) 보급 확대 ▲에너지 이용 효율 극대화 추진 등 환경친화적 기술·제품 개발 확대와 에너지 효율 개선 기술 개발 보급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와함께 해외조림사업과 소수력발전 등 CDM·JI 사업 참여를 추진하고 국제철강협회의 이산화탄소 Breakthrough 프로그램 등 국제 공동 기술개발 사업에 적극 참여, 배출권 거래 크레딧을 확보해나갈 방침이다(문의 : 산업자원부 기초소재산업과 / 전화. 2110-5643).
■글·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