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년월 ; 2004년 3월호
부제목 ; 주차방지 종합 시스템 등 ‘단속의 과학화’ 모색해야

주택가 도로는 어린이와 노약자가 쾌적하고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보행자 우선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불법 노상주차는 근절은 커녕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주거지 보행환경 개선을 위해 정비된 거주자우선주차지구 내에서도 전체의 70%는 불법주차 차량이며 이 중 58.3%는 일일 주차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거주자우선주차제도의 허점과 일반인들의 낮은 주차의식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간선도로도 주·야간 구분없이 불법주차로 인해 도로공간 1차로가 폐쇄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30분 미만의 단시간 주차보다는 1시간 이상의 장시간 주차가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소형차보다 대형차에 의한 불법주차 발생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교육원의 이홍로 실장팀은 ‘교통안전을 위한 불법주차 개선방안 연구’에서 이같이 분석하고, 불법주차로 인해 발생되고 있는 교통안전사고를 줄이고 쾌적한 교통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중장기적 개선방안을 도출했다. 이 실장은 “무엇보다도 운전자 및 보행자의 안전의식 고취와 강력하고 지속적인 단속활동이 중요하지만, 불법주차 수요를 원천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주차시설 확충과 교통관리 기법 도입·운영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임을 강조했다.
현재 도로교통법 28~30조에 불법 주정차 규정이 명시되어 있고 영업용 차량을 대상으로 한 차고지 증명제도도 지난 198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등 정부의 강력한 주차단속 정책이 펼쳐지고 있지만, 불법 주정차 문제는 교통정책과의 밀접한 연관으로 이제 아파도 빼지 못하는 ‘사랑니’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이로 인한 보행공간 미확보로 어린이 및 노약자의 교통사고는 이제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주택가 도로 내 어린이의 이용이 증가하고 있는 {000}보드, 인라인 스케이트, 자전거 등과 주행차량에 의한 교통사고 사례도 심심찮게 접하고 있으며, 국제아동보호단체 유니세프(UNICEF) 보고에서도 한국 어린이 교통사망자수(10만명당 12.6명)가 스웨덴(2.5명) 등 선진국에 비해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선도로에서도 불법 주차밀도 증가에 따른 도로공간폭 감소와 야간추돌 사고 증가 등으로 교차로와 횡단보도 부근의 보행자 통행이 위험한 실정이다.
불법 주정차의 가장 큰 문제는 근본적인 주차공간의 부족이다. 수치상으로 살펴보면 2001년 기준으로 서울시 자동차 등록대수는 2백55만대이지만 주차시설은 2백13만여 면이며, 6대 도시 노상 주차장 추이 또한 1995년 53%, 2001년 61%로 증가했지만 불특정 다수 일반인이 상시 이용하기 힘든 건축물 부설 의무 주차장이 대부분이다. 지난 2002년 통계청에서 실시한 ‘거주지역에 대한 시민의 교통환경 만족도’ 조사에서도 전체의 34%에 이르는 다수가 대중교통문제보다도 주차시설 부족문제를 꼽았다. 이는 불법 주정차로 인한 문제의 심각성과 함께 현재의 주차환경과 여건에 따른 거주지역 만족도가 다른 교통환경보다도 낮음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법 주정차와 단속 및 견인문제는 국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인 직면 과제라 할 수 있다. 다음의 일본 및 프랑스를 비롯한 선진 외국의 불법주차관리 기법 및 운영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외국의 불법주차관리기법 

일본 = 심각한 주차문제를 당면하고 있는 일본은 1970년대까지는 차량수요를 도로 이외의 전용 주차공간에 수용하는 근본적인 주차수요·공급대책을 수립해 왔으나, 최근에는 차량 타이어 잠금장치 등의 강력한 방법 시행과 주차방지 종합시스템을 도입해 주요도로 불법 주차단속의 과학화·IT화를 꾀하고 있다.
도심 진입차량에 목적지의 주차장 위치, 주차가능 정보, 도로교통 정보 등을 제공하는 주차장 안내 시스템을 도입해 불필요한 도로변의 불법주차 수요 감소와 기존 주차장의 유효이용을 도모하고 있는 추세다. 이를 최대한 활용해 1일 주차장 이용대수는 21%, 노상불법주차대수는 18% 감소하는 효과를 거뒀다.
또한 불법주차 위험구간을 선정해 단속실시와 함께 범칙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교통안전이 확보되는 도로구간에는 파킹메타, 파킹티켓 등의 노상주차공간을 설치해 적정한 주차규제를 유도하고 있다. 무인 카메라 감시 시스템, 자동차 보관장소 확보 등도 지속적으로 정비·확충하고 있다.
프랑스 = 파리시의 경우 4년에 한번씩 노상주차에 대한 상세 조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노상주차 수요는 주·야간 각각 30만대, 31만대 정도로 이 중 약 23%는 불법주차로 집계됐다. 단속건수는 연간 총 7백만 건으로, 견인대상 지역의 불법주차로 하루 약 8백여 대, 연간 15만 여 대가 견인되고 있다. 단속권한은 경찰, 지방자치단체, 버스회사에서 담당하는데, 불법노상주차 단속은 시청 소속 여성교통순시원이, 버스전용차선 및 노선은 버스회사가, 불법주차 견인 및 보관권한은 경찰이 쥐고 있다.
견인차량은 경시청 및 파리교통국 보관시설에 48시간 한도로 보관하고 이후는 교외 견인차량 보관시설로 이동된다. 견인 범칙금은 이동수수료 4백50프랑과 보관수수료 1일 21프랑 정도로 일단 국고에 귀속되고 후에 지방자치단체에 50%가 배정된다.
영국 = 한국만큼 주차문제가 사회문제로 이슈화되고 있는 영국은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교통수요관리 측면의 차량 교통량 증가 억제와 대중교통 우선정책을 채택해 주차장 설치를 통제하면서 도심의 주차시설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실질적인 불법주차 단속은 교통순시원이 담당하며 런던은 경시청에 1천8백 명을 배치해 이를 강화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차량 타이어 잠금장치(Wheel Clamping), Park and Ride 시스템 등의 도입으로 주차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주차위반 벌금액은 약 12파운드로 1974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의거 주차위반은 운행주의 책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독일 = 독일의 주차위반 단속은 여경찰과 교통국 순쉬원이 주로 담당하며 범칙금은 5~30마르크가 지역별로 적용된다. 교통국 순시원은 경찰서장과의 협의를 통해 불법주차단속 중점지구를 선정해 단속하며, 견인 기준은 주의 내무부 장관 지침에 따라 경찰과 시 교통국이 견인을 시행하고 있다.
교통안전에 큰 방해가 발생하는 경우, 교통흐름에 장애가 있을 경우, 주민신고 외에는 경찰관이 불법주차 단속에 간여할 수 없으며, 파크록(Park Lock) 등을 채택하고 있지만 주변 교통류 지장을 감안해 벌금은 부과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 = 뉴욕은 주차장과 교통운영, 교통안전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New York DOD(Department of Transportation)에서 주차단속에서 벌금 추징까지 담당하고 있다. 로스엔젤레스의 경우는 시 헌장(City Charter) 및 행정규범에 따라 약 5백여 명의 단속원이 5개 지역에 배속돼 24시간 연중 지속적으로 엄격한 단속을 벌이고 있다. 특이한 점은 불법주차단속반이 공무원이 아닌 민간업체라는 것과 시와 계약을 맺고 시 규정에 따라 업무도 집행하며 경찰 감독까지 받는 것이라는 점이다.

불법 주정차 교통안전 개선방안 

위에서 살펴본 바와 외국 사례와 마찬가지로 국내의 주차문제도 정부 당국에서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될 단계다. 불법 주정차 단속에 관한 중장기적인 교통안전 개선방안을 간선도로와 주택가 도로로 구분해보면, 간선도로의 경우 밤샘주차공간의 확보, 대형차량 야간추돌사고 방지, 차륜잠금장치 도입 및 노외 택시대기공간 확보 등을 들 수 있으며, 주택가 도로는 어린이와 노약자의 안전한 보행환경시설정비 및 노상주차의 유료화 등 철저한 단속체계 구축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간선도로의 교통안전 개선방안

밤샘주차공간 확보 = 밤샘주차로 야간추돌 사고의 위험이 매년 증가하고 있음을 감안해 주택가 주변의 활용가능한 간선도로 공간에 야간밤샘주차와 주말의 전일주차를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부족한 주차공간을 적극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교통안전 확보가 전제된 유료 노상주차공간이 설치?운영될 필요성도 있다. 그러나 이와같은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서는 차선감소 시의 병목현상 발생 예측, 노면표지 등 교통안전 시설물 설치 등을 고려해야 하며 대상구간의 차량 통행속도 및 불법주차 사례 조사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대형차량 야간추돌사고 방지 = 영업용 차고지증명제 시행의 불합리성으로 덩치 큰 차량의 야간주차가 성행함에 따라 추돌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원칙적으로 강력하고 철저한 불법주차단속과 함께 등록차고지의 실제이용 여부를 수시 점검해 불이익을 주거나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의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행정조치가 가장 바람직하나, 대형차량이 야간 불법주차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음을 감안해, 야간추돌방지 반사 테이프 부착이나 차량 반사 번호판 도입 등의 차량 안전시설 개선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일본은 도로운송차량 보안기준에 따라 대형차량에 부착하는 야간추돌방지 반사 테이프의 하부가 최저 지상고로부터 2백50mm에서 1천5백mm를 넘지 않는 높이의 차량 후면에 부착하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한 24개국은 차량 반사 번호판 부착 도입이 보편화되고 있다.
교차로 및 횡단보도의 교통안전개선방안 = 횡단보도 부근의 승객 승합차 목적의 불법 주정차, 교차로의 주차로 후미차량 소통방해 및 급차선 변경, 급정지에 따른 교통사고의 위험 등의 교통안전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교통안전시스템 구축 마련이 바람직하다. 단시간 주차단속 완화구간과 강력한 단속구간으로 이원화하고 교차로 부근의 약 30m 도로구간 내에는 모든 차량의 주정차 금지를 알리는 노면표지(일본의 레드존 개념)를 도입해 주정차 억제의 자발성을 유도해야 한다.
노외 택시대기공간 확보 및 차륜잠금장치 도입 = 간선도로에 접한 생활도로나 노외의 나대지 등을 적극 활용해 택시 대기 주차장(PTS : Pocket Taxi System)을 정비해 무질서한 택시 승객대기에 의한 도로상의 정체개선과 교통사고 위험을 줄여나가야 한다. 이로 안해 주변교통 정체 해소와 도로미관 개선, 승객대기 중의 차량 공회전 감소에 따른 환경개선 효과, 교통안전성 확보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차륜 잠금장치를 도입, 불법 주정차의 강력한 단속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주택가 도로의 교통안전 개선방안

안전한 보행환경시설 정비 및 노상주차의 유료화 = 험프(Hump), 초커(Choker), 시케인(Chicane), 볼라드(Bollard) 등을 설치해 차량과 보행자와의 공존을 꾀함과 동시에 보행자의 교통안전 대책뿐만 아니라 주거환경 등을 개선해 통과차량의 속도규제, 노상 불법주차문제 해소 등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이와함께 생활도로의 활용가능한 공간에 노상주차 유료화를 도입해 공공시설인 도로의 효율적 이용과 사회적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다.
주민자치위원회의 불법주차관리 등 = 현재 관할구청 및 경찰의 단속이 미흡함에 따라 주민주차위원회나 민간위탁, 자치구 주차관리공사 등에 의한 불법주차관리 대책도 고려해 볼만 하다. 주민자치위원회가 관리할 경우 거주자우선주차지구의 주차문화 조성과 함께 24시간 주민자치에 의한 효율적인 불법주차관리와 질서유지를 지속하면서 주민과의 마찰을 완화할 수 있으며 관리인력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치구 주차관리공사가 주차시설을 전문적으로 관리·운영함으로써 주민의 편익과 복리증진에 기여하는 방안도 이제 제안되어야 할 단계다.

기존 공영주차장 이미지 개선에 주력
중장기적으로는 ▲공영주차장 확충과 입체화 ▲주차장안내시스템 도입 ▲차고지 증명제의 도입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제까지 소음, 진동, 대기오염 등의 이유와 주택가 내부에 위치해 주차의 유동량만 높혀왔던 공영주차장의 이미지를 주택가 중심이 아닌 주택가와 인접한 간선도로 주변에 건설해 주차시설의 효율성을 증대해야 한다. 이는 전체적인 주차장 건설비용은 상승하지만 주차시설 입체화로 1면당 건설비용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고, 대로변에 건설되기 때문에 외부 방문차량도 쉽게 이용 가능해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노외 주차장의 유효이용과 차량의 배회시간 감축 및 공회전 방지를 위해서 주차장의 위치, 공차, 만차 등 주차정보를 운전자에 리얼 타임으로 알려주는 주차장안내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이는 이미 독일, 영국, 일본 등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향후에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차장 안내 기능뿐만 아니라 도심교통 혼잡완화와 함께 도시교통 개선, 중심상업지 활성화 등의 일환으로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마지막으로 차고지 증명제의 도입은 이미 지난 1992년부터 입법예고까지 진행된 적이 있었지만 현재까지도 추진과 유보가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시행보다는 자동차 생산자의 생산활동 문제, 기존 차량과 신규등록 차량간의 불공평 문제, 과도한 차고지 확보비용 및 서민층의 부담 문제 등을 충분히 고려한 후 의견 수렴을 거쳐 시행방법 등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