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년월 : 2004년 6월호
부제목 : 무재해 100% 실현, 생산력 30% 향상 계획

현재 한국의 건설산업이 유지하고 있는 정부정책이나 제도로는 지금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도약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미국이나 영국 등 한국보다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이 건설산업 발전을 위한 국가 차원의 미래전략들이 하나 둘 가시화되고 있는 지금, 한국의 건설산업 경쟁력 하락은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벌어져 세계 건설시장에서도 거의 대부분 배제되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될지도 모른다. 이는 신규시설 투자비 증가, 국민세금 증가로 이어져 종국에는 국내 전 산업의 경쟁력 하락을 가져올 것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한국은 기존의 정부 주도하의 공격적 모드에서 벗어나 정부가 간접적으로 시장 구조개편을 지원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건설 서비스 공급자가 중심이 되는 산업계의 동조와 혁신을 전제로, 미래발전 전략 위원회 등이 자발적으로 만들어지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빠르게 변화되는 글로벌 마켓에서 생존성이 높아진다.
내수시장도 마찬가지지만 해외 건설시장은 한계성이 없기 때문에 건설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출 경우 국가의 핵심수출 상품화가 가능하며 이를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치있는 산업이 될 수 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건설산업 2025 비전(Vision Statement)’을 제시하고 가치창출과 경쟁력 향상 그리고 기술혁신과 신기술 개발을 일궈낼 것을 다짐했다.
이는 △건설 시설물을 고품질 고성능화해 국가 경쟁력 및 국민 경쟁력 향상에 주도적 역할을 할 것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건설시장의 거인 한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 △한국 건설산업의 친환경 친국민 산업화 △국민안전이 보장되는 건설산업이 되도록 할 것 등으로 요약된다. 따라서 사업기간은 최대 50%로 단축하고 재해율 환경피해 또한 50% 이하로 저감시키면서 생산성 향상은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정부, 공격모드에서 시장지원 체제로 전환
2025 비전이 계획대로만 시행된다면 2025년의 한국 건설산업은 현재보다 생산성이 15% 이상 향상돼 동일한 투자규모로도 산출물 또한 15% 이상 향상될 전망이다.
지난해 국가재정에서 건설산업 투자규모를 15조원으로 계산하면 매년 2조2천5백억원이 보태져 총 17조2천5백억원의 투자효과가 발생한다는 계산으로 이 수치는 생산성의 최소 증가액만 고려한 것이다.
이는 인건비가 차지하는 30%의 비중이 2025년까지는 50% 저감하는 목표가 달성된다면 충분히 타당성 있는 수치라 할 수 있다. 또 오는 2012년까지 경제성장 속도를 연평균 4.5%로 가정하고 2025년까지는 3.5%로 추정했을 때 건설산업의 경제성장 기여율은 10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성뿐만 아니라 국제 경쟁력도 급상승될 전망이다. 한국의 건설산업 국제 경쟁력이 세계 3위권에 속했던 기록이 있으며 한국 대표기업이 해외 건설시장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2위까지 올랐던 지난 경험을 비춰볼 때 이 추정은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다.
현재 해외 건설시장 규모는 연평균 약 1천2백억불이며 해외 엔지니어링 시장은 연평균 1백70억불로 추정되고 있으며, 한국은 이에 대한 비중을 20%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국가전략 차원에서 건설비전 다뤄져야
재해율 역시 50% 이상 줄인다. 2001년 기준으로 국내 건설현장에서 발생된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6백59명이며 부상자는 1만6천1백12명에 이를 만큼 안전성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재해로 인한 이재민의 수도 4천1백65명이며 이로 인한 건물 및 공공시설의 피해액만도 약 4천억원에 이른다.그러나 2025년에 이르면 이 숫자가 2001년보다 50% 이하로 저감돼 국가와 국민의 손실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력수요 절감으로 종사자들의 기술 및 역량수준을 높일 것이며 이로 인해 국내 건설현장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 수준뿐만 아니라 작업현장까지의 통근도 수월해진다.
2020년에는 국내 고속도로 길이가 현재의 2천6백km에서 6천1백km로 현재보다 2.35배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설현장 기피현장, 현장의 열악한 환경 등의 문제가 훨씬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장작업이 50% 이상 자동화, 기계화되기 때문에 기능공과 기술자의 차별성이 줄어들고 3D 업종이라는 인식도 점차적으로 불식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건설산업 2025 미래 비전은 지금까지 논의되어왔던 한국 건설산업의 당면 문제점을 지양하고 선진국 사례에서 시사받는 점, 한국 건설산업이 규범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 등으로 종합적으로 고려한 몇 가지 기본 방향에 따라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건설 선진국이라 불리우는 미국과 영국 그리고 일본의 건설산업 추진전략은 어떠할까. 대부분의 선진국의 건설산업 전략은 경쟁력 강화라는 국가 차원에서의 전략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다음은 각 나라들의 건설산업 추이와 추진전략 등을 요약·설명한 것이다.■

미국 건설산업 추진전략 ‘NCG’
미국의 건설산업은 국내외적으로 세계 최강을 자랑하고 있다. 내수시장 규모는 한국시장의 10배에 달하는 연간 8천2백억불로 세계 1위를 점하고 있으며 해외도 지난 5년동안 평균적으로 시장 점유율 22.6%를 차지할 만큼 국가 경쟁력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95년 국가적 차원에서 건설산업의 국가 목표(NCG : National Construction Goal)를 제시해, 건설산업에서 생산하는 시설물 성능과 품질 고급화를 통해 산업 경쟁력 제고와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태풍이나 홍수, 지진 등 자연재해와 댐과 교량붕괴 등 시설물 재해로 국가 및 국민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발표한 비전의 핵심이다. 따라서 주택 교량 등 건설상품을 국민에게 공급하는데 소요되는 기간과 건설 안전 사고율, 건설 폐기물 등을 현재보다 각각 50%씩 단축 및 저감시키는 반면 시설물 수명과 이용률은 50% 이상 연장시키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건설산업에 소요되는 자재기술 혁신이다. 미국은 전체 기술개발 투자비의 75%를 고성능 고기능 다기능 신소재 개발에 역점을 두고 기술혁신이 건설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BT NT 등 타 산업과의 공조를 통해 달성 가능하다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면 향후 15년 이내에 기존 철근보다 무게는 1/6 이하로 줄이면서 강조는 최대 1백 배까지 증가시켜 건설상품의 내구성 및 유연성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키는 NT 기술 개발 등이다.

영국 건설산업 추진전략, ‘5-4-7 전략’
영국의 건설산업은 내수시장 규모에서 연간 1천억불에 이르는 세계 5위권 시장을 점하고 있다.
싱가폴이나 인도 등 동남아 국가는 물론 중동지역에서도 영국제도를 모방하고 있으며, 영어­세계 공용어라는 시너지 효과가 가세해 해외 건설시장에서 10% 이상의 점유율을 지난 5년동안 유지하고 있다. 더구나 영국의 계약제도나 산업정책은 세계 건설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어 ‘세계 건설시장의 거인’으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영국의 국가전략계획(Foresight Program)은 건설산업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범산업 범국가 발전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 중 건설산업의 미래 발전 전략은 ‘5-4-7 전략’으로 변화를 주도하는 5개부문, 4가지 혁신의 대상, 혁신을 통해 얻어지는 연 단위 목표를 7가지로 제시했다.
건설산업이 국민산업이라는 산업의 특성을 보여주는 5개부문은 리더쉽 확보, 고객 지향적 목표 설정, 건설산업의 주체별 통합, 품질향상과 국민에게 약속을 지킬 것 등이며, 혁신 대상은 건설산업에서 생산하는 완성품과 완성품을 형성하는 부품, 상품을 생산하는 프로세스와 수요·공급에 해당하는 산업구조 총 2개 그룹으로 나누고 있다.
영국은 당면과제 해결로 연 단위 목표를 설정했는데 이는 건설공기 단축, 투자비 절감, 생산성 향상을 각각 10%로 목표하고 하자 발생률과 안전사고, 예측 가능성은 20% 이상 향상한다는 내용이다. 마지막 목표는 ‘상생’으로 건설 서비스 계약자와 발주자 모두 10% 이윤을 가져준다는 이율배반적인 수치다.

일본 건설산업 추진전략, ‘나라만들기 100년’
일본은 ‘나라 만들기 100년’을 추진전략으로 내세워 ‘살고 싶고, 가고 싶은 꿈이 넘치는 나라’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는 경제규모에 비해 국제지위나 정치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이면서도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위기감과 일본이 처한 지리적 지형적 환경, 지속적인 인구감소 추세 등에서 일본 정부는 100년 구상을 출발하고 있다.
이는 3가지 과제를 담고 있는데, △세계, 일본이라는 국가 등 주로 세계와 국가를 연계시키는 목표전략 △일본의 국토를 어떤 모습으로 변화시켜 국가와 국민들의 미래에 보답할 것인가 △개인의 라이프 사이클을 어떤 식으로 설계할 수 있는가 등이 그것이다.
우선 세계와 일본을 잇겠다는 의도는 지하 및 해저 대심도 터널을 통해 속도가 1천km를 넘는 자기부상 열차를 통해 기본 항공기보다 빠르고 안전한 철도를 개발해 아시아 지역 교통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꿈이다.
일본 국토의 변화는 지속가능한 사회 시스템의 전환으로 환경복원과 토지이용 재편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이며, 마지막으로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의 실현은 도시와 도시를 잇는 이동 계획안, 건설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줄이는 100년 주택 등을 제시한 것이다.
이와같은 거대한 틀 안에서 일본 정부는 건설의 활황를 만끽했던 지난 영광을 되찾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생방법으로는 입·낙찰제도 개선을 통한 공급자 구조 개편으로 우선 공공 공사의 입찰방식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개선은 과거 일본 건설시장의 입찰방식에서 100년 동안 유지됐던 지명경쟁 입찰방식을 포기하고 일반경쟁 방식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의 자연스러운 변화보다는 제도변화와 규범방식을 통해 변화를 유도할 방침인 정부는 ‘입찰계약 적정화법’까지 제정하는 초강수를 던져놓고 있다.
또한 발주제도를 전통적인 설계시공 분리방식에서 탈피해 건설사업관리 방식, 설계시공 일괄발주 방식, 민자유치 방식 등으로 다양화시켜가고 있다. 이는 결국 기술보다는 건설사업의 프로세스에 상당한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의 이런 인위적 산업구조 개편 시도에 대해 대기업들은 전통적 설계나 시공기술 중심에서 프로젝트 관리기술, 시스템 엔지니어링 역량, 사업창출 역량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업능력을 제고시키고 있으며 프로세스 개선을 정보기술(IT)과 접목시키는 노력도 점차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
■글·신영주 기자 / yjshin@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