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년월 : 2004년 7월호
부제목 : 스테인레스 재질, 안전·경관성 뛰어나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그린 파킹 2006(Green Parking 2006)’ 프로젝트는 주택가 이면도로 주차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주차공간 확보, 생활도로의 커뮤니티 공간 조성, 녹지공간 확충, 보행환경 개선과 휴식공간 제공 등을 주요골자로 진행 중인 사업으로, 지난해 수차례에 걸쳐 주차환경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지역 여건의 다양화로 인한 끊임없는 민원 발생, 주차와 환경의 결합이라는 인식 홍보 부족 등으로 추진 속도는 애초 예상보다 더딘 편이지만, 서울시는 오는 2006년까지 각 구별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시범동의 범위를 확대해 사업 완성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쾌적성, 안전성, 경관성 등의 비중이 큰 이번 사업은 주차면수 확충 외에도 공공 외부공간의 효율적 활용이 성공 여부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이 중 가로시설물인 ‘스트리트 퍼니처(Street Furniture)’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한 아이템 중 하나로, 아름답고 기능적인 보행공간을 연출하는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7일 개최된 대한교통학회 주차분과위원회 학술회의에서도 ‘스트리트 퍼니처 설치문제 검토 및 스테인리스 소재 활용방안’에 대한 발표(하단사진 참조)가 진행돼 이에 대한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약 30여 명의 서울시 및 각 구청 담당 공무원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경기대학교 오승훈 교수는 “그동안 법, 제도 등 체계성이 뒤떨어져 있는 가로시설물의 재정비를 통해 서울시 그린 파킹 프로젝트가 더욱더 원활하고 성공적으로 추진될 것”임을 강조했다.

가로시설물, 공공성·심미성·조화성 갖춰야
‘가로시설물’이란 용어는 산업사회 형성이 앞섰던 영국에서 최초로 ‘Street Furniture’, ‘Sight Furniture’, ‘Urban Element’ 등으로 불려졌으며, 직역하면 ‘거리의 가구’, ‘도시의 기본요소’ 등으로 풀이되고 스트리트 퍼니처는 ‘외부공간에 있어 인간행위를 조절하고 보조하는 기능을 갖는 장치’로 정의된다. ‘도시환경의 美’의 저자인 Lawrence Haplin의 견해 또한 도시인들의 무대장치로 활동을 편하게 해주고 예술적 감흥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도시생활을 풍부하게 해주는 ‘단순한 형태 이상의 것’이라 말하고 있다.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사인 시스템이나 어두운 도로를 밝히는 가로등, 휴식과 위생을 위한 벤치나 휴지통, 쉼터, 보행자 안전을 위한 볼라드, 휀스나 교통안전 표지판 등 모든 가로시설물은 외부환경을 구성하는 환경 구조물로, 도시민과 가장 밀접한 옥외가구인 동시에 도시의 가장 기본요소이며 그 기능과 디자인은 민족과 국가의 문화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으며, 환경 디자인 측면에서는 새로운 과학과 예술의 복합체로 인간 삶의 에너지인 문화를 형성하는 강한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가로시설물의 현황 및 문제점 
설치위치 및 관리상황 등 체계화 부재
스트리트 퍼니처는 기능별로 교통계를 비롯해 조경계, 휴식계, 위생계, 정보계, 관리계 등으로 나눌 수 있고, 가로기능에 따라 교통기능과 공간기능으로도 분류 가능하다.
이 중에서 특히 버스정류장, 자전거 주차대, 주차미터기, 볼라드 등의 교통계에 해당하는 교통시설물은 시각적으로 눈에 거슬리지 않도록 설치해 디자인하고 보행자와 운전자의 보호와 안전을 위해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설치와 설계가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현 실정에서는 이와같은 설치와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이다.
예를 들어 차선을 긋고 교차로에 신호등을 설치하는 등에 관한 결정권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도로관리청(건설교통부, 지방자치단체)이, 일본은 경찰청이 관할하고 있지만, 국내는 도로관리청이 경찰청에 권한을 위임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경찰청이 시설의 설치 및 관리에 필요한 예산을 매년 지방자치단체에 요구하면 지방자치단체는 필요한 사업인지 검토 후 예산을 배정하는 시스템인 것.
따라서 아직까지 안전시설의 성능과 설치기준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관리청별로 제품을 임의로 선정·설치해 운전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영세업체의 경우 외국 제품을 도입해 단발성으로 설치하고 있다. 따라서 건설교통부가 마련한 시설 배치 및 사양 원칙들은 각 지방관청에서 새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 외에도 국내 가로시설물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로시설물 배치상의 문제점
■보도의 유효폭 감소 : 가로시설물이 설치되어 있는 장소에 집적한 가로시설물이 상호 인접해 배치되는 경우, 설치주체가 동일한 경우가 발생하며 개개의 요소가 독립된 형태로 설치돼 보도상의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를 조성, 보도 유효폭을 감소시켜 통행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
데드 스페이스에는 각종 불법점용물과 쓰레기, 오물이 쌓여 가로경관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상업시설 앞에 설치된 가로시설물 중 상업 입간판은 정보전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보행로 불법점용으로 설치돼 간판 앞뒤로 데드 스페이스를 형성하고 있으며 전체 보도폭의 상당부분을 가로막아 통행로로서의 기능이 상실되고 있다.
■설치위치의 부적합성 : 가로시설물의 배치효과는 대중의 왕래가 많은 곳에서 높게 나타나지만 교차로와 같이 통행량이 많은 곳에서는 가로용량이 통행량만으로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와같은 장소에 휴지통 및 재떨이, 정보지 배포대, 공중전화 부스 등이 배치되는 경우, 가로시설물이 교차로의 일부분을 점용해 노폭을 감소하고, 담배를 피거나 정보지를 펼치는 등의 가로시설물의 이용행위로 인해 원활한 통행을 방해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
■과도한 설치밀도 : 가로시설물의 종류와 밀도는 가로에 대한 인식전환에 따라 원활한 기능수행을 목적으로 최근 점차 급증하는 추세다. 따라서 가로시설물의 설치밀도는 필요 최소한으로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나 현재의 배치상황으로는 불필요하거나 밀도가 과다한 가로시설물의 설치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버스정류장의 쉘터는 독립된 버스정류장 표지를 설치하지 않아도 버스정류장임으로 표시하고 있으나 상당수의 버스정류장은 양자가 나란히 배치된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하나의 쉘터에 여러 개의 정류장 표지가 설치돼 있어 오히려 정류장 위치에 혼돈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가로시설물 관리상의 문제점
■관리주체의 부재 : 시에서 설치주체가 되고있는 공익목적의 가로시설물의 도로점용에 대해 구청과 협의과정을 거쳐야 하나 단지 ‘통보’의 형식만을 취하고 있으며, 타의 점용물이 설계도서가 첨부된 점용허가 신청서를 제출해 그 자료를 확보해야 하지만 시에서 설치한 가로시설물의 경우 이러한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설치 후 점검, 관리, 유지 소홀로 파손되거나 청결의 문제를 나타내기도 한다.
관리가 행해지는 경우라도 유지를 목적으로 점검, 청소에 불과하며 장기적 측면에서 갱신을 포함한 관리계획을 갖고 있는 경우가 미흡하다.
■점용허가를 받지 않은 가로시설물의 증가 : 가로시설물은 설치 및 관리주체가 다양해 일괄적 관리가 어렵다.
이로 인해 불법 점용물의 종류 및 수량이 많아 단속에 애로가 있고 이동 가능한 가로시설물 즉, 광고판, 상품진열대, 테이블과 의자 등은 관리단속이 더더욱 어렵다. 이러한 배경 하에 불법 가로점용물은 도시경관을 저해함은 물론 보행로를 점용함으로써 통행상의 안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가로시설물 디자인상의 문제점
■디자인의 획일성 : 디자인 방법에 있어 전국 공통의 관련법규, 규정, 지도성 등에 준하거나 기존 샘플에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가로시설물에 의한 가로경관이 획일화됨으로써 지역적 개성이나 특색을 표현하기 어렵다.
외국은 지역 특징을 표출해 개성있는 시설물을 설치하는데 반해 국내는 아직 디자인의 다양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디자인의 개별성> : 어느 한 장소에 가로시설물은 역, 버스정류장, 교차로 등에 집적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집적된 가로시설물은 설치주체가 각각 다르므로 디자인도 설치주체별로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가로상의 가로시설물은 다수의 설치주체가 존재하므로 각각의 설치주체가 상호의 디자인을 조정하기는 불가능하므로 도로점용 허가기준에 의한 조정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동일 가로시설물의 디자인 다양성 : 가로시설물은 건축물 등에 비해 내구년수가 비교적 짧고 원활한 기능수행을 위해서는 고장 및 파손 등에 대해 정기적으로 갱신을 해야 한다.
그러나 전국 공통의 디자인 기준을 갖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설치주체가 각 가로시설물의 디자인에 대한 기준과 완제품의 충분한 재고량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기존의 가로시설물과 다른 디자인이 설치되므로 획일성이 떨어지고 지나치게 다양해지는 경향이 있다.
연속적 배치를 필요로 하는 동일 가로시설물의 디자인 다양화는 가로경관의 연속성 단절을 초래할 수 있다. 이와같은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시설물의 재질을 반영구적인 것으로 택해 내구성을 향상시키고 유지, 관리에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그린파킹과 가로시설물의 상관관계 
'스테인레스' 재질로 그린파킹 활성화
선진 외국들은 가로시설물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 및 디자인 등이 다양한 편이다.
영국은 2차대전 후 왕립미술 아카데미가 교통부와 협력해 가로등 디자인 연구를 시작한 것을 계기로 스트리트 퍼니처 위원회를 결성해 운영 중이며, 일본 또한 1970년 만국박람회에서 이에 대한 전시 및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시설물의 실시 및 계획, 관리주체가 다르므로 체계적 연구가 어려운 실정이며, 시행문제에 있어서도 일관성있는 유지관리가 힘들다.
도시환경의 질을 결정하고 민족의 문화적 척도로 가늠될 수 있는 가로시설물에 관해 강력한 정책적 배려와 함께 일관성있는 기구에 의한 계획과 실시가 필요하다. 이는 선진 외국의 가로시설물의 중요성 인식, 전문기관 및 법 체계화 등을 참조해 발전성있는 디자인 및 연구, 관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로시설물을 구성하는 요소와 재질 및 특성은 다양하다. 철재의 경우 일반적으로 내구성이 뛰어나 유지관리에 유리한 반면 국내와 같이 계절적 특징이 뚜렷한 기후조건에서는 오히려 부식되기 쉬워 유지관리에 불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콘크리트재는 내구성과 경제성, 응용성에서 뛰어나지만 파손됐을 경우 미관상 매우 흉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지속적 유지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유지관리 측면에서 매우 불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알루미늄은 경량성과 부식성, 응용성에서는 유리한 반면, 충격에 매우 약해 가로시설물 재질로는 한계적으로 사용된다. 스테인레스는 외관이 수려하며 더러움에 강하고 타 재질에 비해 계절적 영향을 가장 적게 받아 내식성, 내구성이 강해 유지관리에 매우 유리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제작비가 다소 비싸다는 흠이 있다.
가로시설물은 설치목적과 종류에 따라 재질이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보도와 자동차 전용도로로의 출입통제를 위해 사용되는 차단용 지주인 볼라드의 경우 최근 들어 보행권 확보가 중요시됨에 따라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데, 석재가 전체의 87%를 차지하고 있고 스테인레스 사용은 9%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석재는 심미성에서는 우수하나 차량 충돌시에 파손되면 외형 변형이 매우 심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석재보다 내충격성, 내구성이 우수한 스테인레스를 재료로 사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휀스나 가이드레일 또한 차량 충돌시 차량 이탈방지의 내충격성과 운전자를 위한 충격완화 기능이 요구되며 외부환경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내구성 및 내식성이 강해야 한다. 현재 콘크리트(41%)가 가장 큰 비율을 점하고 있으며 강철(35%), 알루미늄(20%) 등이 주로 사용되며 스테인리스는 4%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도시경관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알루미늄과 스테인레스 사용비율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로등의 경우 부식에 강하고 차량과 충돌할 경우 버틸 수 있는 내충격성이 요구되며 가로변의 경관 측면에서 주변환경과 조화될 수 있는 심미성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현재 가로등에 사용되는 재질은 강철(50%)과 주철(35%)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스테인레스는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가로시설물로 사용하는 재질 중 스테인레스는 철재, 알루미늄, 석재, 콘크리트 등에 비해 설치비를 제외한 내구성이나 내충격성, 응용성, 운영관리 측면, 경관성 등에서 가장 우수한 재질이다.
가격경쟁력에서 다소 떨어지나 사후 유지관리비까지 감안한다면 타 재질에 비해 그리 많은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다.
스테인레스는 Stain + Less의 합성어로 ‘녹이 잘 슬지 않는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철(Fe)에 상당량의 크롬을 넣어 녹이 슬지 않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필요에 따라 탄소(C), 니켈(Ni), 망간(Mn), 모리브텐(Mo) 등을 소량 포함하고 있다. 표면이 미려해 의장성이 뛰어나며 내식성, 가공성이 우수해 외부충격에 강한 편이다.
따라서 현재 서울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그린 파킹 프로젝트에 적용, 구역 내 안내표지판, 차량진입 금지대, 자전거 정차대 등의 가로시설물을 스테인레스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봄 직하다.
그린 파킹이 궁극적으로 주차문제 해결을 통한 생활도로 개선을 위한 것으로 가로와 주거환경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때, 시행지역의 가로시설물 설치는 현재의 시행착오와 문제점을 극복해 안전성, 경관성, 내구성 등이 강한 재질임을 면밀히 검토한 후 채택·설치해야 할 것이다.
가로시설물의 재질 중 스테인레스는 현재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종류별 및 기능별로 요구되는 성능을 고려할 때 가장 부합되는 재질로써 가로시설물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적합하다고 사료된다.
이제 도시민에게 안락한 휴식과 생산적인 활동에 쾌적하고 안전한 공간을 제공해 창조적이고 아름다운 생활을 영위시킬 수 있도록 도시경관 및 이미지에 중요한 가로시설물 설치에 있어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검토로 신중히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
■글·신영주 기자 / yjshin@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