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끼 나누기’ 모임 등 주차인들의 참여도 커
게재월 : 2003년 8월호

“나눔의 봉사로 마음의 평온과 여유로움, 남을 배려하는 가치를 알게 됐고, 오히려 더 소중하고 따뜻한 마음을 얻어가는 것 같습니다.”
오희연 국악 연구소에서 사물놀이를 배우다가 우연한 기회를 계기로 지금까지 양로원, 고아원 등을 방문하며 그들에게 신명나는 세상을 선사하고 있는 한국주차설비협회 서흥교 검사부장의 말이다.
지난 2000년부터는 한 달에 한끼 안먹고 나눠주자는 의미의 ‘한끼 나누기’ 모임을 결성, 태창엔지니어링, 선산기계, 영원오토파킹 등 주차업계 및 지인들로 구성된 1백10명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봉사활동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선뜻 직접적으로 봉사활동을 나서는 회원들이 아직 없어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서 부장은 “일요일에 봉사활동을 가기 때문에 같이 가자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주차기를 만지는 거칠고 투박하지만 순박한 손길을 지닌 더 많은 주차인들과 함께 봉사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분기별로 한번씩 양로원, 장애인 시설 등을 방문하는 주인공들은 ‘오희연 국악 연구소’의 오희연 선생을 비롯한 수강생들. “밝은 얼굴로 악기를 대해야 밝은 소리가 난다”는 국악인 오희연 선생은 10년이 넘은 ‘베테랑 봉사자’로 뜻이 맞는 수강생들과 의기투합, 서울 및 수도권 등지를 중심으로 외로운 노인들과 희망을 찾는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생활을 꾸준히 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오 선생님과 함께 북, 장구 등을 다루면서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을 같이 다니게 됐다”면서, “좋은 일은 함께 나눌수록 배가 되는 것”이라고 귀띔하기도.
한번씩 봉사활동을 가기 위해 이들은 3~4개월 전부터 2시간 여의 공연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하고 평일 저녁과 주말을 이용해 끊임없는 공연 연습에 들어간다. 초등생, 대학생, 직장인 등 사물놀이와 판소리를 배우고자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수강하기 때문에 가족같은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흥겹게 연습할 수 있다고 한다.
가기 전 일주일 정도는 잠을 설쳐가면서 음식과 선물, 노랫가락과 사물놀이를 준비한다. 기자가 지난달 6일 경기도 포천 신북면에 위치한 양로원, ‘나지르 마을’에 함께 가기 위해 연구소 앞에서 그들을 만날 때도 빨간 토끼눈을 하고 밤새 준비한 호박죽과 고기전 등의 음식과 공연 물품들을 열심히 나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사물놀이 등 2시간의 다채로운 공연 열려
찌는듯한 날씨에 포천의 논두렁같은 비포장 도로를 10여 분 쯤 달려 언덕 위에 나타난 양로원이 이번 공연을 펼칠 ‘나지르 마을’. 공연을 하기 위한 무대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양로원에 계신 할머니들과 함께 마을 노인분들도 초청해 준비한 음식과 막걸리로 ‘흥겨운 성찬’을 시작했다.
이 날 공연은 부채춤을 시작으로 장기 타령, 경복궁 타령, 자즌방아 타령과 살풀이·판소리가 열렸으며, 강남 역삼동 성당 어린이 수강생 6명이 출연해 자진가락 장구 공연을 멋지게 소화해냈다.
뒤이어 청춘가, 태평가의 노랫가락과 교방무를 비롯해 흥겨운 북놀음·사물놀이가 진행됐고, 마지막으로는 ‘이수일과 심순애’를 판소리 가락으로 각색해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특히 한 수강생이 익살스러운 각설이 분장으로 코미디언 못지 않는 연기를 보여줘 많은 웃음과 함께 박수 갈채를 받았다.
‘하느님만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나지르’ 마을을 이끌고 있는 독실한 천주교신자, 최태영 글라라 원장은 “그리 큰 기대를 안했었는데 체계적인 공연을 보면서 놀라음을 감출 수 없었다”면서, “사석에서는 보기 힘든 풍요로운 음악이었던 것 만큼 마을분들을 많이 못모셔 미안할 따름”이라며 재방문을 기대했다.
현재 나지르에는 영세민이면서 몸이 불편한 할머니 열 분이 정부 보조금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으며, 포천시 내 3~4곳의 양로원·장애인 시설과 교류를 나누면서 운영되고 있다. 사회 복지에 발을 들여 놓은 지 20년이 넘은 최 글라라 원장은 “현재 수녀로서 수도생활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이라며, “사실 봉사가 남을 위한 일이지만 궁극에는 나 자신을 채워주는 그 무엇”이라는 여운을 남겼다.
이기적이고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남을 위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봉사하면서 따뜻함,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가치있는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흥겨운 사물놀이는 오늘도 어딘가에서 진행 중이다(문의전화 ; 나지르 마을, 031-533-0032 / 오희연 국악연구소, 02-525-9369 / 한국주차설비협회, 02-422-9183).■글. 신영주 기자 / yjshin@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