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개 엘리베이터’ 들어선 ‘펫빌라’

강아지에 최적화된 구조로 애견인에 '인기'

 국내 최초 펫 전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펫 빌라(Pet Villa)’가 지난달 첫 입주를 시작했다. 서울 남가좌동에 위치한 이 ‘펫 빌라’는 이름 그대로 반려동물을 키우기에 최적화된 곳이다. 단독주택이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고 반려견이 뛰어놀만한 너른 마당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강아지의 신체적 특징을 고려한 요소들을 작은 공간 안에 섬세하게 담아냈다. 애견인들을 위한 공간이므로 입주시 반려견은 필수 요건이다. 도시에서도 사람과 동물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기 위한 최선의 선택지가 생긴 셈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추산한 국내 애완견은 600만 마리, 애견인구는 1,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5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가 가속화되며 애견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료, 간식, 미용, 의류, 생활용품, 의료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매출이 급상승하며 지난해 기준 전체 애견시장은 2조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향후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2020년 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구조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 주거형태가 일반적인 우리나라에서 애견인으로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크게 짖을까 조심, 뛰어다녀서 시끄러울까 조심, 엘리베이터에서 알러지 있는 사람을 만날까 또 조심. 반려견과 함께 하는 일상에 언제나 주변의 눈치를 살펴야만 한다. 때문에 ‘펫 빌라’에 대한 애견인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박준규 반려견주택연구소 이사는 “처음 시공에 들어갔을 때부터 반려견을 키우는 분들의 많은 문의가 있었다”며 “높은 층은 이미 분양이 완료됐고, 저층부에도 꾸준한 상담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엘리베이터에‘PET’ 표시로 반려견의 탑승유무 미리 확인할 수 있어

‘펫 빌라’가 일반 공용주택과 다른 점은 주거시설의 대부분이 반려견의 신체적 특징을 고려해 설계됐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엘리베이터. 외관과 기능은 기존 엘리베이터와 거의 유사하지만, 이 곳의 상징성을 드러내는 버튼이 하나 추가됐다. 카 내부 강아지 모양의 ‘PET’버튼은 ‘강아지가 타고 있음’을 표시해 주는 역할을 한다. 버튼을 누르면, 홀 층 표시기(HPI)에 강아지 아이콘이 나타난다. 아기가 있거나 외부인이 엘리베이터 대기하고 있을 때 반려동물이 카 안에 타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릴 수 있다. 이 독특한 ‘개 엘리베이터’의 제작은 GYG(금영제너럴)엘리베이터에서 맡았다.

표면적으로는 엘리베이터에 강아지 표시용 버튼을 하나 더 추가한 셈이다. 후지테크의 제품처럼 센서가 얇은 개 목줄까지 감지해 도어를 오픈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이 작은 차이 하나만으로도 애견인들은 크게 배려 받고 있다고 느낀다. 반려견도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상징이자, ‘키우는’ 것에서 나아가 ‘함께 살아가는’ 개념의 펫팸족(Pet+Family) 시대를 체감하도록 돕는다.

마찬가지로, 새롭고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현대사회에서 각 개별 층을 잇는 엘리베이터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새로운 시각도 제공한다.

주거환경의 변화로 급증하고 있는 슬개골 탈구…원인은 미끄러운 바닥

최근 국내 신축건물은 바닥이 마루로 된 곳이 대부분이다. 미끄러운 마루바닥은 강아지들이 지탱하고 서있기 위해 다리에 많은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관절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애견업계에 따르면 실내견 60% 이상이 6살 이전에 슬개골 탈구를 겪는 주요 원인은 미끄러운 바닥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펫빌라는 반려견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 안 바닥에 미끄럼 방지 특수코팅을 입혔다. 일본 후생성 인증을 통과한 100% 무기 코팅재를 사용해 인체에 무해하며, 강아지들이 바닥을 핥더라도 체내에 유해물질이 유입되지 않는다.

벽면과 바닥엔 차음소재 마감재를 넣어 소리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최소화했다. 현관 입구부터 강력한 방음처리를 통해 문밖에 바로 위치한 엘리베이터 도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주변 건물의 소음으로 인한 민원에서 해방될 뿐만 아니라, 외부의 소리와 다른 세대의 강아지 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아 반려견의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다.

또한 동체시력이 좋은 강아지들의 눈 건강을 위해 실내조명은 깜빡임이 없는 플리커 프리 LED로 적용했다. TV나 모니터에 가로줄이 보이는 것처럼, 고유의 주파수가 있는 일반 등은 강아지의 눈에 계속 깜빡거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털 막힘을 방지하기 위해 크기를 키우고 꺾임을 줄인 특수 배수관, 낯선 이가 방문할 일을 줄이는 무인택배함, 냄새와 공기 중 털을 모아주는 환기시설로 입주자의 생활편의를 높였다.

실외엔 산책 후 바로 씻고 들어갈 수 있게 만든 세족시설, 주차장 리드후크(목줄 손잡이 거치대) 등등 애견인들이 불편을 겪는 사소한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신경 썼다. 이를 위해 반려견과 그 가족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주거공간을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관찰해야 했다.

박준규 이사는 “주차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집 안 화장실 안까지 모두 반려견을 위한 요소들이 숨어있다”며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보금자리로 만들기 위해 국내 전문가 뿐 아니라 애견문화가 발달한 일본을 오가며 선진 사례들을 많이 참고했다”고 밝혔다.

애견가구 맞춤형 주거공간 만드는 ‘반려견주택연구소’

처음 펫빌라를 기획한 박준영 소장은 이미 애견업계에서 반려견 인테리어전문가로 많이 알려져 있다. 박 소장은 반려견주택연구소를 애견관련 전문 기업으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도그캠프, 애견인 교육 등 반려견과 관련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 중 반려견 전원주택단지 조성은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이다. 국내 최초로 용인에 조성된 반려견 전원주택단지는 1차 21세대가 성공적으로 분양이 이뤄지고 있으며, 2018년부터 2차 분양을 통해 50세대의 반려견 전용 단지로 확대될 예정이다.

박 소장은 “단순한 인테리어라기보다는, 사람과 반려견이 더 조화롭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강아지들의 습성과 특징을 연구해 생활공간 곳곳에 이를 녹여내는 것이 애견주택을 짓는 사람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