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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년월 2017-10
 
서울역 경사형엘리베이터엔 특별함이 있다


승강기가 꼭 필요한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설치하기 어려운 건물 구조를 지닌 곳들이 있다. 서울역 지하철 1, 4호선 중앙 개찰구 오른쪽에 위치한 공항철도 환승통로가 그 케이스였다. 교통약자들은 지름길인 환승구간을 앞에 두고도 승강설비가 갖춰진 서울역 대합실을 따라 빙 돌아가야만 했다.




국내 최초 엘리베이터+모노레일  결합한 형태의 승강설비



서울역 공항철도 환승통로엔 조금 특별한 엘리베이터가 존재한다. 흡사 모노레일과 유사한 외관을 한 이 경사형 엘리베이터는 특수현장에 맞춤 설계한 삼정엘리베이터(대표 최강진)의 작품이다.
서울역과 공항철도, 지하철 1,4호선을 연결하는 환승통로는 여건 상 엘리베이터를 놓을 수 없는 현장이었지만, 교통약자를 위한 맞춤형 승강설비가 필요했던 곳이다. 굴곡진 구조상 계단을 올라갈 수 없는 이들은 통로자체를 지나갈 수 없게 돼있다. 이에 철도시설공단과 삼정엘리베이터는 기술검토를 통해 전혀 새로운 방식의 승강기를 완성했다.
공사비 13억 원, 여섯 달의 공사 끝에 2016년 9월 준공된 서울역 경사형엘리베이터는 6개월의 시운전을 마치고 올해 중순 정식 운행에 들어갔다. 덕분에 그동안 환승을 위해 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했던 장애인들과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든 노약자나 임산부, 유모차도 쉽게 환승구간을 통과할 수 있게 됐다.
김용석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 대외협력팀장은 “공항철도를 연결하는 환승통로는 승객편의 측면에서 특수 엘리베이터 설치가 필요했던 구간”이라며 “일반 시민들보다는 계단이용이 힘든 교통약자들이 주로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놀이기구처럼 생긴 승강기
서울역 경사형엘리베이터가 기존 승강기와 다른 특징은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가이드레일을 수직이동하지 않고 천장 레일을 따라 매달려 이동하는 점이다. 덕분에 탑승하고 있는 동안은 사람을 태운 카 2대가 마치 열기구 모형 놀이기구처럼 줄지어 가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둘째는 카의 높이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본래 1.8m 높이지만, 문이 닫히고 출발할 때 1.3m로 줄어들며 카 바닥이 올라온다. 내부에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설치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애초부터 1.3m 높이로 카를 작게 제작할 수도 있었지만, 탑승 시 승객들의 불편을 줄이고 협소감을 해소하기 위해 출발 직전 자동으로 높이를 조절하도록 만들었다. 이용자들의 편의성과 심리적 안정을 위한 장치인 셈이다.
개통 초기, 철도공사는 장애인들의 이동편의를 고려해 휠체어리프트를 설치하긴 했으나, 이용률이 저조하고 노약자들의 이동문제까지는 해결하기 힘들었다.
또한 휠체어리프트의 이용안전 문제와 인권침해 문제로 지적받게 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승강설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때문에 노후 휠체어리프트 설비를 교체할 시기 철도시설공단에 특수형 승강기 공사를 위탁했다.


꺾인 경사면에 요철 같은 하부를 가진 현장 환경
 “차라리 천장을 따라 움직이게 하자”

일반적으로 하부 레일을 따라 움직이도록 설계되는 경사형엘리베이터의 경우, 약 5m가량의 여유높이가 확보돼야 한다. 하부레일에 자체 제어장비를 달아야 해 높이 여유가 있어야 하는데, 당 현장의 경우 지하 환승구간 하부에 남산에서부터 이어진 대형 하수구 배관이 지나고 있어 바닥면을 건드리는 공사도 애초에 불가능했다.
김준걸 철도시설공단 시설관리처 차장은 “생각보다 현장여건이 좋지 않아 조심스럽게 공사를 진행했던 구간”이라며 “공사를 담당한 업체도 처음 시도하는 특수현장인 만큼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고 전했다. 시공을 맡았던 삼정엘리베이터도 현장을 확인한 당시 . 천장이 낮고 높낮이가 일정하지 않고, 꺾인 상태로 경사를 내려가는 승강설비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강정묵 삼정엘리베이터 영업이사는 “건축물을 건드리지 않고 공사해야 하는 현장으로 최저높이는 2.4m 수준이고, 90도로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 등 일반적인 승강기 형태로는 설치가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게다가 하부를 전혀 건드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삼정엘리베이터와 시설공단은 여러차례 기술적인 논의를 통해 상부에 매달린 상태로 카가 이동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라는 결론을 냈다. 건축물 구조가  국내 최초로 모노레일 타입의 경사형엘리베이터를 만들어낸 결정적인 배경인 셈이다.


승강기, 궤도시설 사이에 낀 “실내 궤도시설”
시설물 관리주체인 철도공사에서는 서울역 경사형엘리베이터를 승강설비로 분류하고 있지만, 작동원리가 일반 케이블카나 스키장리프트와 유사해 사실상 궤도시설에 가깝다. 카 상부와 레일에 톱니바퀴가 맞물려 이동하는 소형 모노레일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랙&피니언(Rack&Pinion) 공법’이 적용된 이 톱니바퀴식 모노레일은 주로 산악지대나 굴곡이 심한 곳, 등판능력이 필요로 하는데 장소에 사용된다. 기기 특성상 분당 20m의 속도로 운행해 일반적인 승강기보다는 느린 편이다.
김준걸 차장은 “엘리베이터 설치가 불가한 환승통로 특성상 이 방식이 가장 이상적인 시공이라고 판단됐다”며 “덕분에 경사형 승강기와 실내 모노레일이 결합된 독특한 외관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완성검사와 정기검사를 받는 승강기와는 달리 서울역 경사형엘리베이터는 궤도운송법에 따라 교통안전공단에서 실시하는 궤도(삭도)시설 준공·안전검사를 받는다. 처음엔 승강기안전공단에 검사를 요청했지만, 국토교통부가 이 시설물을 궤도시설로 해석하면서 이를 따르게 됐다.
현재 시운전 과정에서 발생한 고장이나 오류 등은 분석을 통해 대부분 개선된 상태이며, 정상 운행 중이다. 공항철도와 연결돼 있는 역사의 특성상, 혹시 모를 동작 이상이나 멈춤에 대비해 유지보수 기사가 최대한 빠르게 현장에 출동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한편 삼정엘리베이터에서도 분속 20m가 일반인이 느끼기에 다소 느린감이 있고  탑승 대기시간이 길어져 속도를 더 높이려 했으나, 장애인과 노약자 편의시설인 만큼 운행효율성보다 안전성을 위해 현행을 유지하기로 했다.


엔지니어적인 욕심으로 완성한 특수엘리베이터
삼정엘리베이터는 기술적인 면에서 처음 시도하는 작업이 유독 많은 현장이었다고 전했다. 설계, 제작, 인증, 설치, 검사 등 모든 과정이 기존과 다르고 참고할 만한 선례도 거의 없었다. 엔지니어적인 호기심과 개척자의 마인드가 아니었다면 수행하기 어려웠을 작업이다.
강정묵 이사는 “아무래도 처음 해보는 작업이 많아 프로젝트 기간 동안 야간은 물론 휴일도 없이 현장을 살펴야 했다”며 “국내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시설물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보람과, 이러한 경험을 통해 다양한 현장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노하우를 쌓은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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