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초고층 시대’ 막오른다! / “기술집약적 미래산업으로 부상, 승강기가 한몫”
게재월 : 2003년 2월호

부산에 1백7층 짜리 세계 최고층 건물이 들어선다. 지난달 23일 부산시와 롯데쇼핑(주), (주)호텔롯데는 지난 2000년 12월 부산시 중구 중앙동 7가20 옛 부산시청 부지에 착공한 세계 최고 465m 높이의 ‘부산 제2롯데월드’ 사업계획을 수정해 최종안을 확정했다.
착공 당시 부산 제2롯데월드의 당초 건설계획은 대지면적 3만5백16평방미터, 건축면적 1만4천8백평방미터에 지상 1백7층, 지하 7층, 연면적 46만4천5백56평방미터 규모였으나 수정안은 대지면적 4만8백16평방미터, 건축면적 2만4천2백86평방미터에 지하 5층, 지상 107층, 연면적 47만2천8백69평방미터 등으로 부지면적과 건축 연면적 등의 규모가 훨씬 커졌다. 또 초고층 타워의 모양새도 세계적인 항구도시를 상징하기 위해 배의 유선형 상과 한국 고유의 천하대장군의 이미지를 접목시킴으로써 동북아의 관문도시 부산을 수호하는 강력하면서도 하이테크한 이미지를 표현하도록 변경했다.
해안정비사업의 하나로 현 북빈부두 매립기본계획을 확정하고 자갈치시장과 연안부두를 연결하는 해안도로를 건설하는 등 일대 해안선이 바뀌게 됨에 따라 롯데쇼핑(주) 등은 사업계획의 전환을 결정, 구랍 24일 부산해양수산청으로부터 매립허가를 받은데 이어 옛 부산시청 일대 부지와 매립지를 사업 부지에 포함시켰다. 이같은 사업계획 변경에 따라 대지면적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쾌적한 옥외 공간을 확보, 시민문화생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바야흐로 한국도 초고층빌딩 시대를 예고하는 전환기를 맞은 셈이다.
이번에 확정된 ‘부산 제2롯데월드’ 수정안에 따르면 건축물 주요 시설은 초고층 타워동의 경우 8백실 규모의 초특급 호텔과 전망대, 9만2천4백평방미터의 규모의 인텔리전트 시설을 갖춘 초고급 오피스 등이 들어서고 저층부에는 문화시설과 휘트니스 센터 등을 겸비한 46만2천평방미터 규모의 백화점 등이 들어선다.
또 부산국제영화제 PIFF 영화관과 연계하기 위한 부산지역 최초의 아이맥스 영화관과 멀티플렉스 영화관, 컨퍼런스 센터, 할인점, 전문 상가, 면세점, 직경 1백7m짜리 대관람회전차 등도 함께 들어서게 된다.
이번 수정안 확정에 따라 오는 2006년에 백화점과 영화관을 1단계로 오픈하고 2009년까지 초고층 타워를 포함해 모든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 건물이 완공될 경우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익히 알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타워(92층, 452m)보다 13m가 높고, 현재 공사중인 상하이 세계금융센터빌딩(94층, 459m)보다도 6m가 높게 돼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층의 위용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어쩌면 이러한 세계 최고층 빌딩을 보유하게 된다는 기대가 단순 ‘희망사항’이 될 수도 있다. 이유인 즉 기존 세계 초고층 빌딩보다 불과 10수m 차이로 ‘세계최고’라는 타이틀 보유기간이 잘 해야 준공 후 1~2년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
최근들어 ‘도토리 키 재기’처럼 초고층 분야의 최고 타이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며, 어쩌면 이 타이틀을 영원히 거머쥘 수 없을 지도 모른다. 실제 2003년 준공예정으로 공사가 진행중인 타이페이 금융센터는 508m로 ‘부산 제2롯데월드’보다도 높다. 그렇다손 쳐도 제2롯데월드가 준공될 경우, 부산이 국제도시로서 확실한 명성을 굳히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초고층에 대한 관심과 도전은 21세기 도시가 갖고 있는 환경, 교통 등 각종 문제점들을 건축구조물의 초고층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미래공간으로서의 초고층’이라는 마인드가 확산되고 있다는 증거다. 이에 본지는 다가오는 미래도시의 신개념으로 부상하고 있는 ‘초고층 시대’를 조망해보고 현 국내외의 동향, 그리고 기존 전세계 초고층 베스트 10의 엘리베이터 설치 현황과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미래도시의 신개념, ‘초고층빌딩’

초고층 붐, ‘철골·승강기 등’ 기술공헌 커
흔히 말하는 ‘초고층’의 정의는 어떻게 내리고 있는가. 사실 여기에 대한 뚜렷한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다. 그러나 법적으로 정해진 기준은 없지만 관행적으로 5층 이하는 저층, 5~15층 이하는 중층, 16~30층 이하는 고층, 31층 이상은 초고층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같은 관행적인 분류는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되지만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초고층을 50층 이상으로 높이려는 움직임도 있다. 전세계 초고층 빌딩 ‘TOP 100’이 대부분 약 50층 정도에 해당된다. 그러나 층수만 높다고 다 초고층이라 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이와 관련 국제고층건물학회(CTBUH ; Council of Tall Building and Urban Habitat)에서는 “세장비(높이와 단변길이의 비)가 5 이상인 건물”로 규정하고 있음은 참고해볼 만하다.
역사적으로 인간이 지닌 기술한계의 도전, 그리고 신(神)에 대한 열망과 도전에서 시작된 고층건축은 고대의 바벨탑, 피라미드 등을 시발로 하여 중세의 고딕성당을 거쳐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건축의 기술 및 재료의 획기적인 발전에 힘입어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붐을 일으켰다.
당시 고층빌딩 건립 붐의 이면에는 철골(강철)과 고강도 콘크리트의 등장, 특히 엘리베이터 기술의 발전이라는 공학적 공헌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기술이 접목돼 세워진 대표적 건물이 바로 ‘엠파이어 스테이트(Empire State)’. 1931년에 완공된 엠파이어 스테이트는 102층에 높이 약 381m로 1971년 세계무역센터가 생길 때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이 빌딩은 마천루(摩天樓)의 대표적인 예로서 수용인원만 약 1만8천명이며, 65대의 엘리베이터가 각 층을 연결하고 있다.
1889년 철골조의 프랑스 에펠탑(약 300m)을 제외하고 20세기 초입까지 만 해도 세계 최고층 건축물은 이집트 제4왕조의 2대 왕인 ‘푸쿠(BC 2589?~BC 2566)’의 ‘제1피라미드(146m, 현재 137m)’였다면 특히 엘리베이터의 기술이 미친 여파가 얼마나 큰 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철골로 튼튼히 세운다 한들 공사용 자재운반도 문제려거니와 준공해도 100층을 걸어올라갈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도시의 ‘초고층’ 동향
이러한 기술적 공헌을 바탕으로 사회적, 산업적인 요구수용에 의한 초고층건축은 20세기 중반까지 꽃을 피웠고,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각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사회적 요구와 기술집약형 미래건설산업의 대명사로서의 고부가가치 등의 이유로 경쟁적으로 초고층 건축물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사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초고층이란 동양권에서는 딴 세상 이야기나 다름 없었다. 최근의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초고층 랭킹 100위 안에 동남아시아 지역이 무려 30개나 차지하고 있다. 초고층과 관련한 한 인터넷 사이트(www.skyscrapers.com)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21세기에 초고층의 도시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가장 큰 도시를 묻는 질문에 뉴욕과 시카고를 제치고 중국의 상하이가 압도적인 표차로 1위(60%)를 차지할 정도다.
세계 유명도시들의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우선 독일의 경우 프랑크푸르트(Frankfurt)의 도시계획에는 일단의 초고층 군을 제안하고 있고, 영국은 영불 해저터널 개통 이후 프랑스 쪽에 계속적으로 자극을 받아선 지 런던(London) 도심을 대대적으로 개조하기 시작했다. 그 중 특기할 만한 점이 기존의 높이억제 정책에서 초고층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다.
광대한 평면도시로 통하는 프랑스 파리도 외곽의 신도시 라데팡스와 몽파르나스만은 높이를 추구하는 초고층 도시로 전환하고 있다. 유독 통일독일의 베를린만이 상대적으로 높이를 낮추는 정책을 견지하는 것이 이채롭다.
말레이시아는 말레이반도의 끝에 위치한 화교 주도의 경제대국, 싱가폴을 우선 외양으로라도 따라잡기 위해,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수상이 이슬람문명의 부활처럼 내 건 프로젝트가 바로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타워다. 하나 가지고는 안심이 안되는지 두번째 프로젝트인 ‘Plaza Rakyat’의 준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호주 멜버런은 2000년 하계 올림픽 개최도시로 훌쩍 앞서버린 시드니를 따라잡기 위해 초고층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의 시카고는 뉴욕에 빼앗긴 초고층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초고층 설계의 황제로 통하는 세자르펠리(Cesar Pelli)에게 609m 높이의 초고층 프로젝트인 Miglin-Beilter Tower를 발표했다. 일본의 도쿄 역시 그간 지진발생을 우려해 자제했던 초고층 건설을 내진공법으로 무장하여 서두르고 있다.

초고층에 대한 부정적 시각 심해
이렇듯 세계 각국의 유명도시들의 초고층 경쟁, 그 시발점을 굳이 따진다면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타워(Petronas Tower), 중국의 진마오(Jin Mao) 빌딩을 들 수 있으며, 지난 2001년 빈라덴에 의한 뉴욕 무역센터 테러사건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X-Seed 4000(800층, 4000m)’ 프로젝트를 위시해 홍콩, 말레이시아, 중국 상하이, 호주 시드니, 타이완 등 400m가 넘는 초고층이 10여 개 가량 세워졌거나 계획되고 있을 정도로 초고층 건설열기가 활발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985년의 63빌딩(60층, 249m) 이후 1988년의 삼성동 무역센터(54층, 228m), 그리고 최근의 도곡동 타워팰리스Ⅰ·Ⅲ(Tower PalaceⅠ·Ⅲ, 65·69층)에 미치고 있어 사실상 80년대의 63빌딩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신성우(申成雨) 교수는 “도시 스카이라인 형성이나 국가 및 도시 이미지 제고면에서 다른 나라에 뒤쳐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제하고, “향후 우리나라도 초고층 설립의 부정적인 면을 극복하고 국가나 도시의 이미지를 미래지향적으로 상징함으로써 국가경쟁력 및 자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4월 명지대학교 김혜정 교수와 연구진들이 건축 전공 전문가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고층 건축에 관한 한국인 의식조사’에서 응답에 응한 1백78명(전문가 78, 일반인 100)은 초고층 건물의 전반적인 이미지와 관련하여 (1) ‘멋있다 - 부담스럽다’ (2) ‘자랑스럽다 - 불쾌하다’ (3) ‘시원하다 - 답답하다’ (4)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 주변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등 네 항목에 대해 ‘5점 척도’를 이용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들은 대체로 (1)~(3)항목에 대해서는 보통(0점) 이상의 평균치를 나타냈으나, (4) 항목에 대해서는 평균척도값(-0.1850점)이 보통 이하로 나타났다. 즉, 초고층에 대한 전반적 이미지는 긍정적이나, 주변환경에 대한 영향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오늘날의 도시는 평면적으로만 확대되어 도시생활의 환경악화, 슬럼화, 재해 위험성의 확대, 도심부의 인구감소나 사회활력의 저하 등 공동화가 역으로 야기되고 있는 현실과 관련이 있다. 여기에 차량정체, 지가폭등에 의한 경제활력의 저하 등 도시 시스템의 유효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도시공간의 고도 이용, 자연환경과의 공생, 안전성의 확보, 새로운 도시 커뮤니티의 형성 등을 통해 새로운 도시 시스템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와 관련 연세대학교 위가건축 민선주 교수의 논문 ‘도시형 초고층 개념과 미래’에서 어느정도 초고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일소시킬 수 있는 개념적 좌표를 구할 수 있다. 그는 “과거, 특히 근대 이전에는 인류의 주거양식이 대지에 순응하는 형식으로 ‘지면에 연연했던 문명(Civilization sticked to earth)’이었으며, 현재는 주거공간의 ‘복합화·평등화’로 1인당 필요 공간 외에도 여유공간면적, 가구규모, 외부공간, 주차장, 설비공간 등 추가공간들이 필요로 하게 됐고, 보다 나은 생활환경에 대한 욕구는 필연적으로 건물이 차지하는 지면의 최소화, 즉 건물 고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당연한 해결책이다”라고 역설하고 있다.
그의 말을 빌자면 엘리베이터와 고층 건물구조가 발명되면서 인간이 점차 지면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지 한 세기가 흘렀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높은 건물로 올라가는 것에는 부담을 가지고 있다. 민 교수는 그 이유가 “인간이 아직도 지면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탓”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그의 말대로 개별적인 고층건물만 존재할 뿐이지 결국 사람들의 건물간 소통은 여전히 지면을 통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단지 건물 내의 유일한 교통수단 ‘엘리베이터’가 사람들을 수직으로 분산시켜주는 ‘작은 가지’들을 형성한다는 것.
더욱이 많은 사람들이 고층공간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먼저 높이에 대한 것도 있겠지만 ‘엘리베이터 승강로’라는 작은 수직통로를 통해서만 지면이라는 주된 줄기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각자의 주거공간은 그 가지 끝에 달린 열매와 같은 벌집”이라고 그는 표현한다.
민 교수는 초고층에 대한 시각을 단순 ‘고층건물의 집단’이 아닌 ‘고층도시’의 개념(High-rise city rather than a group of high-rise building)으로 미래사회의 가상도를 그린다. 고층에서 엘리베이터만의 수직이동을 통해 지층에서만 외부로 나갈 수 있는 형식을 탈피해 다양한 높이의 인공대지로 수평이동을 함으로써 외부로 출입할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주거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당분간은 지면에 일련의 막대기가 심어진 것같은 건물형식의 주거가 유지되겠지만, 향후 입체 거미줄과 같이 아니면 수세미의 구조와 같이 지면 상부에서 건물들끼지 복잡하게 얽혀진 미래도시를 상상해볼 수 있다. 이럴 경우 100층 높이에서도 지면에서와 마찬가지로 같은 높이의 도로들과 정원, 가게, 학교, 관공서 등의 생활에 필요한 도시시설들이 있고, 많은 이웃사람들이 존재한다면 100층은 현재의 20층보다 훨씬 바람직한 주거환경이 될 것으로 그는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고 엘리베이터의 중요도가 떨어질 수는 없다. 엘리베이터는 계단과 함께 초고층 붐을 일으킨 원동력이었고 초고층의 성공여부는 수직동선의 효율성에 의해 좌우될 만큼 초고층 건물의 수직동선을 형성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물론 초고층 건물의 발전이 엘리베이터 산업에 상당한 발전을 가져오게 된 것도 부인하지 못한다. 다음은 전세계 초고층 빌딩 TOP 10에 속해 있는 건물들과 엘리베이터 설치현황을 살펴보고 초고층 건물에 있어서 엘리베이터 기술의 발전과제를 정리한 내용이다.

세계 초고층 건물과 엘리베이터

‘TOP 10’ 초고층 건물의 엘리베이터
최근 준공되는 초고층 건물이 늘어남에 따라 세계랭킹 TOP 100의 순서가 다소 변화가 있다. 본지는 ‘엘리베이터 월드 소스(ELEVATOR WORLD SOURCE) 1999-2000’에 게재된 ‘WORLD'S 100 TALLEST BUILDING’을 기준으로 상위 10개 초고층 건물 (1)~(2) 페트로나스 타워Ⅰ·Ⅱ(Petronas TowerⅠ·Ⅱ, 452m) (3)시어스 타워(Sears Tower, 442m) (4) 진마오 빌딩(Jin Mao Building, 421m) (5) 세계무역센터Ⅰ(World Trade CenterⅠ, 417m) (6) 세계무역센터Ⅱ(World Trade CenterⅡ, 415m) (7)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Building, 381m) (8) 센트럴 플라자(Central Plaza, 374m) (9) 중국은행 타워(Bank of China, 369m) (10) 티앤씨 타워(T&C Tower, 348m)의 건물구조와 승강설비 배치현황을 그림 Rank1~Rank10으로 비교해볼 수 있게 했다.
또한 상위 10개 초고층 건물 중 몇곳에 대해 타 건물과 비교하고 승강설비에 대한 특장점을 간략하게 다뤘다. 기준년도가 2000년이기도 하거니와 초고층 빌딩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비록 테러의 재물로 이미 사라졌지만 세계무역센터를 포함시켰다.
■페트로나스 타워Ⅰ·Ⅱ : 지난 1999년에 준공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소재 페트로나스 타워는 트윈 타워의 모습으로 명실공히 세계최고(世界最高)의 마천루로 평가받고 있는 복합빌딩이다.
높이 452m, 연면적 6만5천7백28평 규모의 이 빌딩은 1994년 공사를 시작해 1999년 8월 개관한 88층의 쌍둥이 빌딩으로, 정식 명칭은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Petronas Twin Tower)’이다. 총 2억3천만 달러(한화 2천7백60억 원)의 공사비용이 들었는데, 1974년 완공된 미국 시카고의 시어스 타워(Sears Tower)보다 9m가 높다. 소유주는 말레이시아의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나스와 쿠알라룸푸르 시티센터(KLCC)로, 타워 이름 역시 이 석유회사 이름에서 딴 것이다.
우리나라의 삼성건설(주)과 극동건설(주) 컨소시엄이 한쪽 타워를 시공했고, 다른 한쪽은 일본 회사가 맡았다. 특히 외형적으로 지상 175m 높이의 41층과 42층에 걸쳐 두 빌딩 사이를 스카이 브리지로 연결해 양쪽 건물의 흔들림이 없도록 한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또 88층부터 4개 층이 하나의 층을 이루는 중층구조로 되어 있는데, 이 4개 층까지 합하면 92층이 된다.
이 타워는 실제 건물높이에서는 시어스 타워보다 낮지만, 시어스 타워 꼭대기에 있는 안테나는 건물 높이에 포함되지 않는 반면, 페트로나스 타워의 첨탑 부분은 건물 높이에 포함되기 때문에 세계 최고(最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외형은 언뜻 보면 금속으로 지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콘크리트 건물로, 외벽만을 스테인리스강과 유리로 장식했을 뿐이다.
지상부터 6층까지는 쿠알라룸푸르 최대의 상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건물 한쪽에 페트로나스 본사가 있다.
승강설비는 오티스 제품으로 승객용 엘리베이터가 33대, 비상용 2대, 서비스 전용 3대, 에스컬레이터 10기가 설치돼 있다. 특히 승객용 엘리베이터 중 29대는 분당 240~420m 속도의 더블데크(Double-Deck) 엘리베이터로 오티스의 앞선 기술력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더블데크 엘리베이터는 싱글데크에 비해 승강로 점유율을 30% 가량 줄일 수 있으며, 교통량 처리에 있어서도 효율성을 입증받고 있는 제품이다.
다만 건물 전체 층고가 동일해야 하고, 정확히 로비로 승객을 유도할 수 있는 안내표시와 목적층이 짝수 내지 홀수층이냐에 따라 탑승전에 판단, 로비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탑승층을 먼저 선택해야 하는 단점은 있지만 대체적으로 초고층 건물에 맞는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시어스 타워 : 미국 일리노이주(州) 시카고에 있는 110층의 초고층 빌딩 시어스 타워는 1970년 8월 착공해 1974년에 완공됐다. 높이 443m, 110층 규모의 사무용 빌딩으로, 이 건물이 완공됨으로써 맨해튼에 있는 높이 417m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을 누르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되었으나, 1999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452m 높이의 페트로나스 타워가 세워지면서 1위 자리를 물려주고 둘째로 밀려났다. 그러나 안테나 탑까지 포함하면 520m나 되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미국인들은 이 건물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부지면적은 3천6백평, 건축면적은 1천4백80평, 연건축면적은 12만6천5백평이며, 설계는 국제적인 설계회사인 SOM(Skidmore, Owings and Merrill)이 맡았다. 묶음 튜브 구조로 이루어진 철골조 건물로, 상층부로 올라가면서 단형(段形)이 좁아지는 ‘셋백(set-back)’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규모 역시 미국의 16개 블록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다. 또 업무시설의 수직 집중화를 꾀하면서 주변 주거시설과도 연계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타워 주변의 보도가 얼어붙지 않도록 열선 시공을 한 것이 특징이다.
이 타워가 건립됨으로써 주위에 100층·80층·66층 등 초고층 빌딩군이 형성되는 계기가 마련되었고, 시카고가 국제도시로 성장하는 데 원동력이 되었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1층부터 지상 412m(103층) 높이에 있는 전망대까지 오르는 데 1분이 약간 더 걸리며, 전망대에서는 시카고는 물론 주변 먼 거리까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33~34층, 그리고 66~67층에 각각 스카이 로비(Sky Lobby)를 기준으로 3개의 ZONE으로 분할운행하고 있으며, 총 63대의 엘리베이터를 존마다 LOW RISE~MID HIGH RISE~HIGH RISE 용으로 나눴다. 이 외에도 셔틀용 1~14호기 엘리베이터가 더블데크 엘리베이터인 것도 눈여겨둘 필요가 있다. 엘리베이터는 쉰들러(Schindler Elevator Co.)사 제품이다.
■진마오 빌딩 : 1990년 4월 중국정부가 상하이 푸동(浦東) 신구를 외부세계를 대상으로 개방특구로 선포한 이래 이 지역은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 상하이의 스카이라인에 불쑥 솟아오른 진마오 빌딩은 중국 개방정책의 가장 가시적인 상징으로 통한다.
1993년 현상설계에 들어가 1998년 완공된 88층의 초고층 복합빌딩인 이 빌딩은 높이 421m로, 2001년 현재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타워(452m), 미국 시카고의 시어스 타워(443m)에 이어 높이로는 세계 3위에 랭크돼 있다.
건물주는 중화(中華) 상하이 외국무역공사이며, 설계는 시카고에 본사를 둔 국제적인 설계회사 SOM(Skidmore, Owings and Merrill)이 맡았고, 2개의 중국 설계회사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시공은 상하이건설단과 프랑스·일본의 건설회사가 맡았다.
건물은 내풍압과 내진 성능을 위해 복합 철골구조를 채택했다. 높이와 너비의 비는 8대 1이다. 초고층 건물에 상주하는 사람들이 쾌적함을 느낄 수 있도록 초속 55m의 태풍에 견딜 수 있으며, 건물 모양은 사람이 팔을 내뻗어 몸을 안정시키기 위해 양손으로 깍지를 끼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또 중국 최고의 인텔리전트빌딩으로서 빌딩자동화시스템, 방재시스템, 통신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등 중국 개방정책의 상징적인 건물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총 5억달러(한화 약 7천억원)의 비용이 들었는데, 50층까지는 업무시설이며, 51층부터 88층까지는 호텔이다. 타워 이름인 ‘진마오’는 중국어로 ‘많은 돈’을 뜻한다. 중국의 시장개방과 자본주의의 영향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또 건물의 설계에서부터 시공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숫자 8과 관련되어 있는데, 층수 88층, 높이와 너비의 비 8대 1, 전단벽 코어(Core) 8면체, 외곽 복합기둥 8개, 완공일 1998년 8월 8일 등이 그것이다. 이는 중국인들이 숫자 가운데 8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건축주가 중국 문화의 상징이자 중화사상의 표상이 되기를 바란 까닭으로 보인다.
엘리베이터는 오티스사의 것으로 복합빌딩의 용도에 맞게 승객용과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호텔, 클럽, 주차장, 사무동으로 각기 셔틀운행되고 있다. 전체 엘리베이터 설치·운행대수는 62대이며, 1층~6층까지 총 6기의 에스컬레이터도 운행하고 있다.
■세계무역센터Ⅰ·Ⅱ : 1960년대 미국 뉴욕주(州)와 뉴저지주의 무역이 국제화되면서 사기업과 정부기관의 편리한 업무를 위해 건설된 건물로, 1968년 착공해 1973년 완공되었다. 미국 경제를 상징하는 뉴욕주 맨해튼에 세워진 쌍둥이 건물로, 두 건물 모두 110층이며, 높이는 하나가 417m, 다른 하나가 415m이다.
완공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으나 1974년 시카고에 시어스 타워(443m), 1999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페트로나스 타워(452m), 1998년 중국 상하이(上海)에 진마오 타워(421m)가 세워지면서 세계 4위로 밀려났다.
건축주는 뉴욕 항만청이며, 일본의 건축가 미노루 야마사키가 미국의 건축회사 로스 에머리 앤 손즈(Roth Emory & Sons)와 협력해 시애틀에 있는 IBM 빌딩의 단순미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하였다.
주건축재료는 철골이며, 당시까지 고층 건축에 주로 쓰이던 강철 골조 대신 연직(鉛直) 방향과 수직 방향의 합성력을 받도록 하는 로드 베어링(load-bearing) 강철벽을 사용했다. 즉 건물의 바깥기둥을 일체화해 지상에 솟은 빈 상자처럼 세움으로써 수평하중에 대한 건물 전체의 강성을 높이고, 내부 기둥은 수직하중만 받게 함으로써 공간의 자유성을 높였다.
또 바깥기둥은 스테인리스강으로 덮인 고장력(高張力) 기둥을 1m 정도의 간격으로 배열해 지상 24m 지점에서 3개가 1개로 통합되는 형태를 취하는 등 수직·수평하중에 가장 효율적으로 대응하도록 설계되었다.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외에 이 단지 안에는 5동의 건물이 포함되어 있는데, 총 공사비용은 약 10억달러(한화 약 1조2천9백80억원)가 들었다.
이 건물은 비록 지난 2001년 테러에 의해 역사의 한페이지로만 머물렀지만 1870년대의 15층 시카고 ‘리라이언스 빌딩(Reliance Building)’과 1931년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1970년대 시카고의 ‘시어스 타워’와 함께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의미가 깊은 건물이다.
특히, 승강설비에 있어서도 건물 44층과 77층 2개층에 스카이로비 개념을 도입함과 동시에 엘리베이터 샤프트 수를 줄여 임대면적비를 종전의 77%에서 87%로 올리기도 했다.
시어스 타워와 마찬가지로 2개소 스카이로비를 사이에 두고 3개의 ZONE으로 분할운행했고, 각 존마다 LOW RISE~MID HIGH RISE~HIGH RISE 용 엘리베이터를 운영했다. 오티스사 제품으로 총 1백대의 엘리베이터와 4개의 에스컬레이터가 설치·운행됐었다. 이중 21대의 엘리베이터는 1층 로비에서 110층 꼭대기층 전망대와 44층 스카이로비 및 78층 스카이로비까지 3곳을 목적층으로 급행 셔틀용으로 이용됐었다.

초고층에 적용되는 엘리베이터 시스템
초고층 건축물의 수직동선을 지원하는 엘리베이터 시스템의 결정은 엘리베이터를 수용하는 코어(Core) 면적과 사무실 바닥면적의 사용을 고려하는 것이 건축계획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즉, 건물이 초고층화될수록 증가하는 코어 면적비를 줄일 수 있는 적절한 엘리베이터 조닝(Zoning) 시스템을 결정하기 위함 검토가 우선 필요하다.
엘리베이터 시스템은 ▲운영방식에 따라 ZONING 방식과 SKY LOBBY 방식 ▲운영형태에 따라 싱글 데크(Single-Deck) 방식과 더블 데크(Double-Deck) 방식 및 그 혼합방식(Single-Deck + Double-Deck)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앞서 예시한 세계 초고층 건물들도 이런 경향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그룹배치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엘리베이터 로비 안에서 버튼의 신호를 듣고 움직일 수 있는 시간적인 고려에 의할 때 8대의 엘리베이터가 한 그룹으로 되는 것이 최고한계다. 또한 하나의 엘리베이터 샤프트, 즉 승강로 안에 수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의 수는 3대다. 일반적으로 각 층에서 개폐되는 엘리베이터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일 샤프트 안에 단일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부득이 한 경우의 개폐되지 않는 샤프트에서는 반드시 매 3개 층마다 점검구를 설치해야 한다. 상층부를 구성하는 코어 면적은 저층부에서 Dead Space로 남게 되므로,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줄이고 경제적인 바닥면적을 추출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건축계획에서 매우 중요한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초고층에 있어서의 Sky Lobby
오피스, 아파트, 호텔 등의 복합건물과 대규모 초고층 사무실 건물에서 주로 사용하는 Sky Lobby System은 보통 50층에서 60층 이상의 고층건물에서 많이 사용된다. 비록 층수가 낮은 건물이라 할 지라도 오피스, 아파트, 호텔, 상가 등의 복합기능이 단일 건물로 이루어지면 외부로부터의 안전문제와 동선의 원활을 위해 각각의 기능이 분리되는 층에 스카이 로비를 두게 된다.
2개 이상의 조닝 시스템 중간에 스카이 로비라고 불리는 중간층을 설치하여 출발층으로부터 상층의 조닝 시스템 구역에 대한 제2의 출발 로비로서 해당층에 도달하는 동안 셔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게 된다. 상층의 스카이 로비 방식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의 하나는 건물이 고층화될 경우 늘어나는 엘리베이터 샤프트로 인한 사무실 부분의 유효사용 면적의 감소를 방지하는 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조닝 방식을 취한 독립 사무실 건물을 2단 이상으로 쌓아 올려 각단에서 생겨나는 각각의 엘리베이터 군을 수직으로 같은 위치에 배치함으로써 엘리베이터가 차지하는 면적을 최소로 줄일 수 있게 된다. 스카이 로비로 사용되는 층은 독립건물에서의 지상층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스카이 로비와 지상층 사이는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운행됨으로써 그 사이 층은 일반적인 조닝방식과 같은 형태를 띠게 된다.
스카이 로비 엘리베이터를 계산함에 있어서 이것의 운송능력은 일반 그룹 엘리베이터의 운송능력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또한 스카이 로비 시스템을 두는 경우, 저층부와 고층부로 나뉠 수 있는데, 이 경우 저층부의 고층 부분의 그룹 엘리베이터가 비상시와 혹은 예비의 동선을 위해 스카이 로비까지 연결시켜 줄 수도 있으나 고층부분의 그룹 엘리베이터가 오전 피크타임(Peak Time)에는 스카이 로비까지 운행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다가오는 초고층시대 대비, 기술다져야
초고층 건축은 기술집약형 미래건설산업이라 할 수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국가 첨단과학기술 및 공학기술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초고층 건축물을 국가 전략상품으로 개발하여 초고층 건설기술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이는 복합기능에 의한 토지이용의 극대화, 건설경기 부양, 새로운 관광자원으로서의 다양한 경제성을 고취시키는 부가가치 상품성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부산 제2롯데월드’의 건설을 기점으로 국내 역시 “초고층 건축을 미래의 도시모델, 3차원 수직도시로 변경하는 신도시 개념으로 받아들이자!”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여기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에 대비한 초고층 관련 국내 건축 기술수준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40~60% 정도에 그친다고 봤을 때 제반 법규정비는 물론 건축구조, 계획 및 심리, 재료 및 시공 등 향상시킬 기술적 과제가 너무 많다.
또한 국내 승강기 업계에서 초고층 시대 초고속 수직동선에 대한 요구를 받아 안을 수 있는 업체가 몇몇이나 되는가를 따져보면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초고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권상시스템뿐 아니라 부품 및 소재의 진일보한 발전, 진동·소음에 대한 대책, 완벽한 비상정지장치의 구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기술개발이나 투자가 인색한 국내 승강기 산업의 현실에서 우리는 더이상 ‘미래의 자기위상’을 남에게 맡겨서는 안된다. 기술 이전에 마인드부터 다져 기초부터 다시 세워나가야 할 때다.
■글·정리 : 박대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