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아시아

ㆍ	특집
ㆍ게재년월	2016-05

LH공사 승강기 승차감 적용기준 강화, 中企 목죄기?

LH공사 승강기 승차감 적용기준 강화, 中企 목죄기?
LH, 가장 까다로운 Raw데이터 기준 적용, 설치품질·이용편의 향상 기대
업계, 양질의 제품공급은 찬성, 해당 기준은 ‘표적수사’…제동 걸어야

최근 LH공사가 승강기 표준시방서의 승차감 기준을 강화·적용하면서 ‘중소업체 목죄기’가 아니냐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자간 경쟁물품제도의 승강기 지정제외 논란이 일고 이후 가까스로 대상품목으로 지정되면서 안정을 되찾은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이하 승강기조합)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시 LH공사를 비롯한 다수 관공서와 협회 등이 2014년 발생한 광교지구 및 부산지역 승강기사고를 이유로 승강기 품목의 중기간 경쟁제품 제외를 주장한 바 있어, 이번 승차감 기준 강화가 이에 대한 연장선상이 아니냐는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무관치 않아 보인다.
더구나 LH공사가 제시한 승차감 기준에 미달할 경우 삼진아웃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이어서 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삼진아웃제는 LH공사측이 직접 측정한 승강기 승차감 수치가 3회 기준미달일 경우, 해당업체를 조달청에 기준미달업체로 등록해 공공기관 입찰참여를 제한하는 강력한 제재조치에 해당한다.
이에 승강기조합은 지난달 8일 조합 회의실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LH공사의 승강기 승차감 관련 기준강화에 따른 교육과 대책 마련에 나섰다.
승강기조합 이재복 이사장은 “LH공사의 승차감 측정 및 개선요구에 대해 승강기 제조업체로서는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 양질의 제품을 제조·공급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찬성한다”며 “그러나 납득하기 힘든 이례적인 승차감 수치를 적용한 기준과 삼진아웃제는 기업을 운영하지 말란 소리”라고 말했다.
또 중소기업이 설치한 현장만 중점적으로 체킹하는데 대해 “상대적으로 설치품질이 낮다고 판단해 중소기업 현장만 승차감 측정을 하는 것은 일종의 표적수사”라고 지적했다.
LH공사가 지난해 7월 계약분부터 적용 중인 승강기 승차감 기준은 Raw 데이터 기준으로 주행시 상하 진동가속도 20gal, 전후좌우 진동가속도, 15gal로, 기존 20gal, 25gal보다 강화된 수치에 Raw 데이터 기준으로 한정했다. 상하 및 전후좌우 진동가속도는 보통 ISO Filter 처리 후 가속도의 peak-to-peak치를 말한다.
이날 소음·진동 강의에 나선 한국승강기공학회 전해진 고문은 “Raw 데이터를 적용한다면 중소기업에서 설치한 다수의 승강기가 기준미달 판정을 받을 것”이라며, “많은 기업들이 20gal, 15gal로 맞춰 100% 만족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Raw 데이터는 ISO 기준보다 좀 더 까다로운 승차감 기준으로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적용하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 ISO 기준을 참고하고 있다. ISO 기준 또한 권고기준이어서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승차감에 대한 최소한의 수치를 적용중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기준으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승차감을 제공해왔다”며 “LH공사의 이같은 행태는 극단적으로 ‘중소기업 찍어내기’와 유사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105m 속도 승강기에 초고속 승강기에 적용될 법한 승차감 기준을 내세우고 있다”면서 “경고조치를 받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어, 업계는 좌시하지 않고 적극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특히 3회 경고를 받은 업체는 조달청 물량에 입찰참여 자체가 제한되기 때문에 업계는 중기간 경쟁물품 조합이 해결방안을 빨리 마련해 맞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승차감 측정은 Raw 데이터 기준으로…상하·전후좌우 진동가속도 20gal·15gal
승강기 승차감 측정기준(KS B ISO 18738-1)에 따르면, ‘승강기 승차감(elevator ride quality)’은 엘리베이터의 운동에 따른 승객의 인지와 관련된 엘리베이터 안의 소음 레벨 및 엘리베이터 바닥의 진동이라고 명시돼 있다. 또 ‘진동(vibration, 振動)’은 ‘흔들려 움직인다’는 의미로, 가속도 크기가 기준 레벨보다 크고 작게 교번할 때 가속도 크기의 시간에 따른 변화로 정의된다.
보통 승강기 진동은 승객이 탑승하는 카 내 진동으로 승차감을 평가하며, 카 내 진동은 권상기에서 발생한 진동이 로프를 타고 전달되거나 카 운행시 발생된다. 진동발생시 소음이 발생되기도 하고 카와 공기 간 충돌로 인해 진동이 발생되기도 한다.
카 내 진동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는 레일 단차가 가장 많고, △가이드슈 및 가이드롤러 간섭 진동 △로프 텐션 불균등 △로프 공진 △카 수직도 틀어짐 △마모나 화학적 침식 등에 의한 과도한 공차등도 포함된다.
레일 단차는 5m 간격으로 레일이 설치되기 때문에 대부분 13m 이상의 구간에서 5m 간격의 충격진동이 발생된다. 가이드 슈 설치가 잘못되면 가이드 슈와 레일의 조인트 부위에서 진동이 발생한다. 가이드롤러 또한 레일에 설치기준대로 설치되지 않으면 부하 증가, 정렬불량에 의한 진동이 발생된다. 로프 또한 초기 설치시 텐션이 불균일하게 설치되거나 사용 중 로프가 늘어나서 텐션이 불균일해지면 진동이 발생하게 된다.
카의 수직도 틀어짐도 진동이 발생하는 주요원인중 하나다. 이는 카가 레일이 수평으로 설치돼야 하지만 설치가 잘못되거나 카 프레임이 틀어지게 되면 카와 레일 조인트 부위의 접촉에 의해 5m 간격으로 진동이 발생한다.

LH, 납품만 하면 끝이라는 일부 관행 타파해야
업계는 LH공사가 제시한 승차감 기준에 합당하기 위해서는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원가는 15% 이상, 설치비는 50% 이상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쾌적한 승차감을 위해서는 족장공법을 적용해야 하고 레일설치시 추가조정작업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인력보강도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데, 동일한 수주금액으로 품질만 향상시키는게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할 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LH공사측과 원가 상승분에 대한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제작과 설치 단가가 맞지 않아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에스컬레이터와 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예견이다. 과장해 표현한다면 결국 산업 공동화(産業空洞化)로 업계 공멸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에 LH공사는 기준 강화일로만이 아닌 업체별 측정수치에 대한 관리체제도 구축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LH공사 주택시설처 최한봉 차장은 “지난 2014년 광교지구 승강기사고가 이슈화되면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고 LH는 이에 대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게 됐다”면서, “승강기 승차감 기준 강화 또한 중소제품 품질 향상과 함께 고객 만족, 민원 저감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특히 승강기 승차감 기준은 지난해 7월 발주분부터 강화된 기준이 적용되고 있으며 LH공사는 직접 승강기 승차감 데이터를 측정·관리하고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있다.
최 차장은 “이번 기준은 시공시 좋은 자재를 써야 하는 부담이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작업에서 업체들이 약간만 신경쓰면 맞출 수 있는 정도”라며 “준공전 시운전시 직접 승차감을 측정하며 이외에도 전반적인 관리상태를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준공 품평의 일환으로 승강기 고장에 따른 입주민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외부 전문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승강기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을 측정해 품질기준에 부적합할 경우 즉각적인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 차장은 “특히 납품만 하면 끝이라는 사고방식과 일부 관행을 지양하기 위한 것”이라며 “LH공사는 무조건적인 기준 강화와 중소기업 괴롭히기가 아닌 승강기에 대한 국민의 안전 확보와 편리한 이용을 위한 최선의 조치”임을 강조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LH공사는 중소기업 육성, 지도를 통해 발전을 꾀해야 할 책임있는 기관으로서 제도 규제만이 아닌 진동 등 관련교육을 병행해 승차감 기준 적용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해야 임무가 있다”면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업계를 대상으로 장비를 활용한 승차감 측정교육을 시급히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승차감 측정은 승강기가 출발→가속→정격속도→감속→정지까지의 운행 중 카내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측정해 진동원인을 분석하고 승차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수행된다.
측정방법은 카를 우선 최하층에 정지시키고 도어가 열려있는 상태에서 측정계를 카 내 바닥 중앙에 놓고 카 도어가 닫히기 시작 전부터 데이터를 측정, 최상층에 도착 후 카 도어가 완전히 열릴 때 정지한다.
승강기조합 또한 승차감 측정장비(V-Scope)를 구입하고, 승강기 설치기준을 신속히 제정해 조합소속 지원으로 하여금 조합사에서 설치한 승강기에 대해서는 발주처에 인계 전 승차감과 승강기 설치기준에 따라 사전점검함으로써 승강기 품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빠른 시일내 진동계측기와 분석계를 구입해 원인분석 후 조합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관련교육을 진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현재 승강기 고도화 사업의 일환으로 협의 중인 설치품질기준을 앞당겨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승강기조합 이재복 이사장은 “조합에서는 정부용역사업으로 승강기공동모델개발사업을 추진 중에 있으며 당해 사업이 완료되는 내년 이후에는 사업 결과물로 나올 승강기 단체표준(안)에 승강기 설치품질기준을 포함시킬 것”이라며, “대부분의 중소 승강기업체에서는 승강기 설치품질 기준이 없어 공동모델개발사업 이전이라도 설치품질 기준을 조합원사에 공개해 이에 맞춘 관리를 실시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임을 말했다.

승강기 설치품질기준, “마련되는대로 적용할 것”
전해진 고문은 “승차감은 승강기의 성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는 만큼 그간 설치품질 기준이 없었다는 점은 중소업계가 깊이 자성해야 할 일”임을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원가절감을 목표로 가벼운 재질을 적용한 카를 사용한다면 진동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면서 “좋은 승차감은 결국 비용과 기술력이 관건”임을 강조했다. 즉, 현재 기업들은 원가절감을 꾀하면서도 진동을 회피하는 설계를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높은 기술니즈의 반영도가 기업 기술력의 척도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밖에도 승강기조합은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승강기설치공사협회 및 승강기유지관리산업조합과의 설치공사, 유지관리에 대한 업무협약을 조만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승강기 설치공사시 무면허 설치공사업체가 아닌 설치공사협회 소속 업체에 설치공사를 의뢰하는 등 적극 협조를 구하는 한편, 설치된 승강기에 대한 유지관리에 있어 관리조합의 우수업체와 보수협약을 체결,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 승차감 측정에 있어 처음 설치한 직후, 일정기간 사용 이후, 승차인원수, 승강기 속도 등 측정시점에 따라 승차감 값이 상이할 수 있어 측정시점 기준을 분명히 명시할 수 있도록 LH공사와 지속적 논의를 통해 협의점을 찾아 나갈 계획이다. LH공사 또한 이에 대해 강경하기보다 탄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승강기조합 이재복 이사장은 “조합의 위상을 걸고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오로지 승강기 산업 발전과 중소업계 진흥을 위해 철저한 대응을 해나가겠다”는 뜻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