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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년월 2020-02
 
저층 세대도 승강기 장충금 똑같이 부담해야 할까?

법원 “1, 2층 세대는 똑같은 금액 부담 안해도 된다” 판결
차등부담 판결에 당혹스러운 주택업계…유사사례 분쟁 증가 우려


아파트 1층 엘리베이터 교체를 위해 관리비가 인상되자 1층 주민이 다른 세대와 똑같은 금액을 부담할 수 없다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지하주차장도 없어 엘리베이터를 쓸 일이 없는 입주자가 다른 세대와 똑같은 금액을 부담할 수는 없다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7단독 이광열 판사는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 1층 주민 A씨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 등을 상대로 낸 장기수선충당금 균등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지난달 12일 밝혔다.


법원, 해당 아파트의 의견수렴 과정에서 절차적 흠결 인정“차등부과 해야”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주자회의)는 1994년 준공 당시 설치된 낡은 엘리베이터를 교체하기 위해 주민 299세대가 부담하는 장기수선충당금을 5년간 인상해 비용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그 과정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는 1·2층 주민 48세대에게도 균등하게 인상분을 부과해야 하는지 의견이 나뉘었다.
안건을 해결하기 위해 입주자회의는 전 입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설문에 응한 262세대 중 과반인 142세대가 ‘균등 부과’ 안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2층 주민을 장기수선충당금 인상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적어도 인상률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120세대나 나왔다. 해당 아파트의 3층 이상 주민이 251세대인 점을 고려하면 입주민 중 상당수가 ‘차등 부과’ 안에 동의한 셈이다.
그러나 입주자회의는 설문 결과 과반수가 ‘균등 부과’로 나왔다는 근거를 가지고 작년 5월부터 1·2층 주민에게도 다른 주민과 동일하게 2만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한 장기수선충당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1·2층 주민들은 이 같은 조치가 부당하다고 반발하며 소송을 걸었다. 원고 A씨 외에도 1·2층 주민 43세대가 A씨의 소송 취지에 동의하는 확인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승강기가 공용 부분인 점을 고려해도, 승강기를 이용하지 않으니 장기수선충당금을 균등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며 “해당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없기 때문에 1층 입주자가 승강기를 이용한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고 이런 사정을 충분히 고려해 부담 비율을 결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주자들의 대표로서 피고는 1·2층 입주자의 입장, 균등·차등 부과의 장단점, 다른 아파트 사례 등을 입주자에게 충분히 알린 후 합리적으로 결정했어야 하지만 추가 의견 수렴 없이 설문 결과를 토대로 균등 부과를 결정했다”며 “원고에게 장기수선충당금을 인상해 부과한 것은 위법”이라고 판시했다.


“장애인 진입로·지붕 관리비도 빼줘야 하나”국토부도“장충금은 균등 부과”로 유권해석
법원의 이러한 판결에 주택업계는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보수가 필요한 공용부분마다 입주자의 사용 빈도나 편익 등을 고려해 장기수선충당금 부담 비율을 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도 하지만 공동주택의 특성상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입주자가  공동주택의 공용부분임을 얼마나 이용했는지에 따라 부담을 달리한다면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공산이 크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장기수선충당금은 공동주택을 공유하는 전체 소유자가 주택공급 면적을 기준으로 부담하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라며 “이는 50여년 가까이 오랜 기간에 걸쳐 정착된 제도”라고 설명했다.
공동주택관리법과 관리규약 등에도 ‘승강기 등 공동주택의 장기수선충당금은 그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원칙적으로 지분비율에 따라 모든 소유자(거주여부에 상관없이)가 공동 분담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동주택관리제도에 관한 국토교통부의 유권해석에서도 “공동주택 주요시설 교체 및 보수를 위한 장기수선충당금 산정방법은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에 근거해 세대 당 주택공급 면적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집합건물에 속하는 공동주택은 집합건물법 관리규약에 따라 지분 비율대로 균등하게 부담해야 하므로 이를 위법으로 볼 수는 없다.
협회는 “아파트를 장기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요 시설의 교체 및 보수 등은 필수”라며 “판결대로라면 장애인이 아닌 주민에게는 장충금 중에서 장애인 진입로 관리비는 빼줘야 하고, 지붕 방수 공사비용은 중간 이하 층 주민은 부담할 이유가 없으며, 노인이 없는 세대는 노인정 관리 비용을 낼 필요도 없느냐”고 반문했다.


관련 분쟁 급증 예상돼…상황에 따라 입주자회의도 합리적인 장충금 규정 도입 필요
하지만 승강기 교체와 같이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공사는 실제 사용자를 가려서 차등 부과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지어진 아파트는 지하주차장과 승강기가 각 세대로 연결돼 저층 입주자들도 승강기를 이용하고 있으나,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지하주차장이 없어 낮은 층 세대는 엘리베이터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저층 주민들이 굳이 장기수선충당금 중 승강기 유지, 관리 비용까지 부담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 꾸준히 문제가 제기됐고, 저층 입주민들과 다른 입주민들 사이에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입주자대표회의 역시 이러한 점을 면밀히 검토해 저층 입주민들의 승강기 이용실태를 고려한 합리적인 의사의 수렴 및 결정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업계는 승강기 장기수선충당금을 두고 저층 입주민들과 입주자대표회의 사이에 적지 않은 분쟁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이 특정 사안, 절차적 흠결 등에 대한 지적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그 파장이 만만치 않아 관리현장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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