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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게재년월	2014-05

업계,검사기준 전면 재검토 나선다

업계,검사기준 전면 재검토 나선다
그간 안일함이 작금 사태 초래…자성과 쇄신으로 방안 마련
업계 ‘비대위’ 구성, 추가유예 통한 전면개정 투쟁 불사

“법이란 누구나 지킬 수 있는 보편타당성이 있어야 합니다. 특정업체가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듯 승강기 업계의 주권 또한 업계 종사자에게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주권찾기’에 업계가 응집해 나설 것입니다.”
지난달 10일과 21일 서울 대방동 전문 건설회관에서 두 차례에 걸쳐 열린 ‘승강기 검사기준 규제 개혁을 위한 전문회의’에서 나온 업계 참석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현재 업계는 국내 승강기 산업 현실과 맞지 않는 강화된 승강기 검사기준이 시행된 이후 제조부터 설치, 검사, 유지관리 등 모든 단계에서 일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특히 승강기 안전을 검사기준 강화로만 해결하려 하고 있어 이에 대한 폐해가 업계 부담으로 돌아가 승강기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승강기 검사기준은 개정시부터 업계의 무수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전행정부에서 개정을 강행, 인적·물적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업계의 경우 검사기준으로 인한 경영상 직격탄을 맞았다. 대기업 또한 여기에서 마냥 자유로울 순 없는 입장이다. 현행 승강기 검사기준에 따라 검사에 합격한 몇몇 업체가 있지만 이마저도 건축관련 서류는 건축신고 허가서로 갈음하는 등 현행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검사받은 업체는 찾기 어렵다.

업계, 승강기 검사기준 규제개혁 위한 비대위 구성
이에 승강기 업계는 승강기조합, 보수조합, 엘리베이터협회, 승강기설치공사업협의회 등 4개 단체를 중심으로 승강기 검사기준 규제 개혁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대응방안 마련에 돌입했다.
비대위 김영찬 위원장은 “가만히 앉아 시간만 보내는 것은 승강기 업계가 공멸하는 지름길”이라며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되며 승강기 검사기준 개혁을 위해 이제 업계가 두팔을 걷어부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 “업계가 응집해 현 검사기준의 문제조항을 조목조목 파헤쳐 문제점을 발굴·제시해 정부에 건의서를 제출하고 연대서명, 법 발효중지 가처분 신청과 더불어 정부청사 앞 시위 등 실력행사를 불사해서라도 입장을 관철해야 할 것”임을 피력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최근 몇년간 안전행정부가 버젓이 승안법 개정안을 손질하는 동안 무관심과 안일함, 그리고 현업유지를 핑계로 먼산 불구경 하듯 상당수 업계 종사자들이 묵인한 행태가 이같은 결과를 초래한 원인이 아니냐는 자성의 지적도 나온다. 몇몇 지각있는 업체 대표들이나 관련 협·단체가 지엽적으로 모여 법 개정에 대해 논의했을 뿐이다. 이번 전문회의에 참석한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 개정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전부 인지하고 있는 종사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며 “이제라도 업계가 머리를 맞대어 전면 재검토를 통해 신속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임을 촉구했다.

현재 업계는 승강기 검사기준 규제개혁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한 상태다. 또 청와대 신문고를 활용, 규제완화를 위한 업계 목소리를 적극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가 아닌 정책과 현실과의 높은 괴리의 벽을 허물고 실제 집행 가능한 검사기준을 적용하자는 게 업계 입장이다. 궁극적으론 국민안전과 산업발전 도모를 위해 현 업계의 몸에 맞는 정책과 기준으로 개혁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업계는 승강기 검사기준 추가유예와 검사항목 및 기술서류 전면개정 방안을 내세웠다. 비대위 또한 우선 정부측에 추가유예 공문을 보내고 전면개정을 위한 재검토 작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전기식, 유압식, 덤웨이터, 에스컬레이터 등 종류별로 관련 문제조항에 대해 승강기 업계 전문가들의 심도있는 검토를 통해 성과물이 나오는대로 정부측에 입장을 표명할 방침이다.

국내 실정과 맞지 않은 EN코드 전면도입, 안행부 2012년 개정 강행
현행 승강기 검사기준은 안전행정부에서 ‘안전관리 기능 강화 및 유럽 EN코드 도입’을 주요골자로 지난 2012년 3월 14일 개정해 2013년 9월 15일 이후 건축허가 설계분부터 적용·시행 중에 있다. 승강기 검사기준은 승안법 제13조제4항 및 동법 시행령 제14조의2제1항에 의거한 승강기 완성·수시·정기검사 기준을 말한다.
지난 2010년 10월 5일 안행부에서 제출한 설계검사제도 도입안이 같은해 12월 31일 규제심사 결과 철회권고를 받자, 안행부는 또다른 규제로 현재의 승강기 검사기준을 방대한 분량의 기술적 검사기준 자료와 함께 개정안으로 제출했다. 그러나 당시 규제개혁위원회는 수많은 유럽의 규제사항을 검토할 수 있는 기술인력이 충분치 않았고 승강기 업계 또한 유럽 규정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검토를 거치기 어려운 상태로 개정은 진행됐다.

개정안은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으나 규제 수위가 높아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뒀다. 그러나 지난해 9월 15일 시행일부터 많은 문제점이 발생돼 시행 6개월이 지나도록 안행부와 검사기관 및 업계는 대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검사기준 집행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발주기관에서도 승강기 설치공사 등 사업을 발주·시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승강기업체는 검사신청조차 하지 못하는 심각한 사태에 이르고 있다. 한 업체 대표는 “전기식 엘리베이터의 경우 검사항목은 325가지, 기술서류 제출 목록은 301가지의 방대한 양과 매우 강화된 기준으로 구성돼 있어 이로 인한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현실 속에서 업계는 전면개정 완료시까지 이전 검사기준을 적용하도록 하고 현행 검사기준의 재유예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유럽 또한 EN규약 개정에 앞서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하고 있다.
안행부의 승강기 검사기준 개정 주요골자는 유럽 EN코드의 전면도입이다. EN코드 도입이 국제적 흐름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내에도 그리 낯선 기준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 실정을 간과한 EN코드 적용은 업계를 절름발이로 만들었다. 특히 안행부가 EN코드 도입에 따른 기대효과로 예측한 ‘유럽지역 판로개척 및 국제 경쟁력 확보’는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유럽 인증제도와 다를 뿐더러 유럽에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증 및 CE마크 부착을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검사기준은 유럽에서 인정되지 않아 다시 유럽 인증업체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럽연합에서 적용되는 승강기 관련 EN규약(EN Lifts Directive EN Machinery Directive)은 국가마다 승강기 관리 감독관청과 법 체계가 상이해 승강기 및 승강기 안전부품 안전과 연합 안에서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기준을 통일한 것이다.
업계는 “국내의 경우 승강기 제품에 대한 책임을 제조업자, 설치업자 등이 관련법규와 규정 적용을 받아 제작하는 등 국내 규제로 충분히 EN규약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어 EN규약 도입은 불필요하다”면서 “결론적으로 유럽과 국내 체계가 서로 달라 EN규약을 그대로 적용하기엔 적합하지 않으며 도입 타당성 또한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대로 이를 반영해 개정을 추진했다”고 질타했다.

규개위에 건의문 제출, 검사기준 개선 촉구
업계가 이번에 규개위에 제출한 승강기 검사기준 규제개혁 건의문 내용을 살펴보면, 현행 승강기 검사기준의 문제점을 ▶인증까지 확대된 검사 ▶현장검사에 불필요한 기술서류 강제 제출 ▶서류등록시 현장별·모델별 기술서류 전부 등록 ▶검사비용 과중 ▶승강기 검사에 건축기준 요구 등 총 네가지로 요약·분석된다.
먼저 검사가 인증까지 확대돼 국가적 비용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승강기는 안전부품 강제인증과 시스템 임의인증이 인증제도에서 규정·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검사기준에서 정하는 서류기준상 해당 부품별로 안전성 평가서 발행 등 인증업무를 검사기관이 하고 있고, 업체는 개별 승강기마다 시험성적서와 인증서를 검사기관에 제출하고 있다.

이는 결국 모든 승강기마다 개별 인증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며 인증제도가 있음에도 검사기관이 인증업무까지 수행하고 있어 비효율적이란 비판이다. 이에 본래 취지대로 검사기관은 검사만 담당하고 인증기관은 인증업무만 진행할 수 있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
업체가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서류 등록시 현장과 모델을 전부 등록해야 하고 현장검사에 필요없는 방대한 양의 기술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승강기설치공사업협의회 김상준 사무국장은 “검사원이 검사서류를 전부 검토하고 현장에서 정해진 시간 내에 검사를 마쳐야 하지만 현재 기술서류 목록이 너무 많아 일일이 직접 검토하기 어렵다”면서 “현장검사에서 실제 검토할 수 있는 사항만 기술서류로 제출해 현실적으로 집행가능한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또“발생가능한 모든 승강기 모델을 현장별·모델별로 검사시스템에 등록하도록 강제하고 있어 기업에 과도한 부담만 주는 서류심사제도는 폐지해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밖에도 건축물 시공이 선행되고 승강기가 설치되는 상황에서 검사항목으로 건축설계 심사까지 규정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도 요구되고 있다. 김상준 국장은 “건축업체가 제출해야 할 기술서류를 하도급업종인 승강기업체가 요구하거나 준비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이로 인해 승강기 검사를 통과하지 못해 건축 완공 승인도 지연되고 있으며 발주기관 또한 사업을 시행·완성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국민이 수용가능한 승강기 검사기준 전면개정 요구
이같은 사태가 벌어지자 검사기관은 제출서류 간소화를 이유로 대부분 건축 기술서류를 건축신고 허가서로 갈음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 검사기준의 문제점을 정부와 검사기관 스스로 인정하는 행태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순 없다. 이에 검사기관의 임의적 갈음조치가 아닌 승강기 검사기준 고시 검사항목과 기술서류를 명확히 전면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종전대비 현행 검사기준이 상향돼 승강기 검사를 받기 위한 관련비용이 늘어났으나 이에 대한 실효성은 아직 검증되지 못한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승강기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승강기 부품별 인증비용 및 시험비용을 비롯해 서류준비 인건비, 서류작성비, 안전평가 및 검사 수수료 등 직·간적비용이 크게 늘어나 업계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면서 “승강기 안전을 검사기준 강화로만 해결하려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 규제”라고 지적했다. 증가한 검사비용에 비례해 제품 단가도 올라가 종국엔 사용자가 떠안게 되는 만큼 꼭 필요한 현장검사만 적용될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업계는 현행 승강기 검사기준의 전면 재검토를 통해 현실에 맞는 전면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고 있다. 특히 유럽과 같이 검사기관 및 인증기관이 다양해 수검이 원활하고 국민의 선택권도 자유로운 환경이 조성되기 전까지는 국내에 동일한 EN코드를 적용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번에 제출한 규제개혁 건의문에서 업계는 검사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 계산 및 물가상승분 확인을 통해 국민이 수용 가능한 승강기 검사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이뿐만 아니라 검사기관이 인증업무를 수행하지 않도록 인증발행 등 인증업무 내용과 업체의 개별 시험성적서 제출의무 내용을 삭제 및 개선하고 이와 동시에 실제 현장검사에 활용가능한 기술서류만 제출토록 제출대상 기술서류 목록을 대폭 축소해야 함을 주장했다. 또 건축업체 기술서류 제출문구는 전면 삭제하고 종전 검사기준과 동일하게 승강로 설계도서 등 필서수류만 제출토록 명확히 개정해 나갈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