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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인터뷰
ㆍ게재년월	2017-06

초고층 시대, 승강기 면적효용성 고민해야

건물의 높이가 올라갈수록 그만큼 수직운송에 대한 중요성도 주목받고 있다. 탑승객을 수송하는 기본 목적 외에도 건물 디자인과 내부 인테리어와의 조화, 운행 효율성, 재난 시 대응 등 엘리베이터 설계도 건축물이 지닌 콘셉트와 용도에 따라 다양한 모양과 기능이 요구된다.
롯데월드타워 개장 이후로 국내에서도 초고층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인천 청라, 서울 강남 및 용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50층 이상의 초고층건축물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더 발전된 기능과 디자인으로 진화하는 승강기를 만나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달 26일 본지는 강부성(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CTBUH 회장을 만나 향후 초고층건축물과 이에 따른 승강기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신축되는 상징적인 초고층건축물들이 미국, 유럽에 비해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 같은데?
초고층건축물은 도시의 자랑이자 지역의 거점이 되기에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짓고 싶어 한다. 그러나 고도의 건축기술과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장기 프로젝트로 대개 국가가 나서서 주도하거나, 오너쉽이 있는 기업에서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매머드급 슈퍼타워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기란 쉽지 않다.
전문경영인 체제의 성과 위주 기업문화에서는 완공시기까지 마이너스 비용만 나가는 대규모 건설사업을 잘 추진하지 않는다. 실용주의 성향이 강한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찾기 어려운 이유다.
오일머니로 재정이 풍부한 중동지역과 정부 정책주도로 국토 성장계획을 펴오는 중국, 오너가의 영향력이 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초고층 건설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안전에 대한 논란도 많았는데, 건축 전문가로서 롯데월드타워를 본 시각은 어떠한가?
씽크홀, 작업자 사망 등 안전사고 문제가 발생하면서 여론이 악화되다 보니, 건축주체인 롯데 에서는 진행상황에 대한 안내나 소통에 소극적인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어떤 작은 문제 하나만 발견돼도 불리한 여론이 조성되고, 타워건립 자체에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게 될 것을 우려해서 더 노출을 꺼리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주무부처 관계자들과 서울시 담당자들, 학계 및 관계기관 전문가를 대거 모아 TF를 구성했고 몇 년간 현장점검과 자문 등을 정기적으로 해왔다. 공사기간 내내 국민적인 불신이 깊었기 때문에, 건설사 측에서도 안전관리에 매우 신경을 썼다고 본다.

국내 사전재난영향평가, 안전영향평가 등 초고층건축물에 적용되는 법과 제도는 적절하다고 보는가?
건축기술과 자재의 성능이 혁신을 거듭하면서 초고층건물이 점점 늘고 있다. 해외에서는 화재, 지진, 테러 등 각종 재난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피난안전대책 등도 법에서 정한 기준보다 더 강화된 방식으로 설계되고 있으며 롯데월드타워 역시 건축법보다 더 높은 기준을 두고 만들어졌다. 피난안전구역과 피난용승강기 설치 내용이 그 핵심 내용 중 하나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초고층건축물이 늘어나는 시기이기 때문에 아직 재난상황에 대한 안전관리 제도와 매뉴얼이 체계적으로 잡히지 않았다. 관계 당국에서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치고 제도적으로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현실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어 보완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해당업무 담당 공무원들이 사안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데, 자주 바뀌는 탓에 업무 전문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초고층건축물과 같은 장기프로젝트는 수반되는 사항과 체크해야 할 부분이 많아 오랜 시간 공부가 필요하다. 현장과 제도 사이에 갭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정부차원에서도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산·학·연·관이 협력해야만 그에 맞는 제도들도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정기적으로 이런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것은 학술적 의미가 있지만, 서로간 만남의 기회를 가지려는 측면도 크다.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본다.

초고층건축물 내 승강기의 수송능력 외에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건물 내 엘리베이터 면적에 대한 고민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초고층건축물의 한 층을 평면으로 봤을 때 승강로를 포함해 엘리베이터가 차지하는 면적은 최소 3평이다. 승강기는 모든 층에 존재하므로, 만일 100층 건물이라고 하면 총 면적에서 300평이 빠져나가게 된다.
평당 1억 원 가치의 건축물로 단편적인 예를 든다면, 면적효용성으로 봤을 때 약 200~300억 원이 엘리베이터 공간에 쓰이는 셈이다. 승강기 업계에서도 건물 설계 초반부터 운영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미국에선 성능기반 설계 시 생산성 평가를 통해 승강기 공간 배치에 대한 부분을 매우 심도 있게 논의하지만, 국내는 건축법에 따른 설치기준과 대수 산정 등은 수송능력에 저해되는 부분이 많아 면적효율이 떨어지는 설계가 진행되기도 한다. 의도했다기 보다는 당국의 이해 부족과 소통 부재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선진국에서는 불합리한 제도를 학회와 협회가 공동 연구, 점검, 자문 등을 통해 개선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산업 종사자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안전규정들을 협의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