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할 수 없는 수직교통수단인 승강기는 도시 발전 이끄는 건축의 꽃”

문현철 초당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지난 승강기학회 학술대회에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승강기 기업, 협단체, 관련 기관 관계자도 아닌 법학자가 승강기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초당대학교 경찰행정학과 문현철 교수다. 기계나 전기분야와 무관해 보이는 낯선 이의 등장에 오랜 시간 승강기를 업으로 해왔던 이들은 의아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승강기는 건축 분야의 여러 갈래 중 기술적으로 더 특화된 전문가의 영역으로 간주된다. 법과 제도를 연구하는 법학자가 왜 승강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문현철 교수를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인문계 출신이 기계·전기 분야에 속하는 승강기에 관심을 가진 것이 신기하다. 흥미를 갖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승강기는 흥미로우면서 도전해 보고픈 영역이다. 도시 개발에서 엘리베이터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접근성이 크게 낮아지기 때문에 3층 이상 건물은 건축물로서 제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없다.

정책을 공부하다보면, 사회의 약자의 시선에서 바라봐야 할 문제가 많다. 특히 장애인과 노약자들의 이동 및 접근에 관한 내용은 점차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그들에겐 승강기의 유무가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대체불가의 수직 이동수단이라는 점에 마음을 빼앗겼다.

또한 본래 학창시절부터 과학을 좋아해 물리분야에 줄곧 관심이 있었다. 그러다 2010년 경 엘리베이터가 들어간 건물을 짓게 되면서 공단(과거 관리원)의 안전관리교육을 받게 됐는데, 승강기의 작동원리를 배우면서 큰 흥미를 느꼈다. 이를 계기로 승강기에 대해 알아가면서 본격적으로 공부해 보기로 마음 먹었다.

Q. 승강기는 오랜 경력을 가진 이들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혀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국민안전처(현 행자부 안전정책실 편입) 정책자문위원으로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과 시행령 등 관련 제도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고, 7년 넘게 승강기에 대해 배워가는 중이다.

독학으로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현재는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전기공학 전공으로 공부하고 있다. 물론 강의와 연구, 각종 회의 등 본 업무와 병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매일 시간에 쫓기지만,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더 큰 즐거움을 느낀다.

승강기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에너지회생장치에 대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는데, 국가에서 지원하는 특허R&D 사업에 공모해 채택됐다. 인문계열에서 진행한 공학프로젝트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특허청에서 연구자의 스펙보다는 아이디어와 기술의 진보성, 독창성, 효용성을 엄격히 따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덕분에 ‘발전가능한 엘리베이터’ 아이디어로 7,000만 원의 연구비를 따내 시제품도 제작해보고, 완성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보람도 느꼈다.

Q. 특허 내용이 궁금하다.

발전방식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카에 코일을 부착하고 마주하는 승강로에 배열된 자기력발생장치를 붙여 카가 상하 직선 왕복 운동할 때 코일에서 전기를 생산, 동력원으로 사용할 수 있어 엘리베이터의 유지비용을 절감하는 원리다. 해당 아이템으로 국내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국제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고층화된 미래도시에 도움이 되는 승강기를 만들어보고 싶어 구상하게 됐다. 지금의 전력회생형 인버터는 조건에 따라 편차가 크고 효율이 낮다. 때문에 전기를 소모하는 로프식 구동방법 대신, 승강기가 또 다른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Q. 인문사회과학자의 관점에서 본 승강기 분야는 어떤 모습인가?

정책과 제도를 연구해 왔던 입장에서 승강기가 없으면 활동을 전혀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최근 늘어나고 있는 초고층건물 이용자들은 더욱 그렇다. 공동주택이 일반적인 우리나라는 승강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자동차는 브랜드와 연비, 기술력, 디자인 등등 여러 부분을 따지고 관심도 많은데, 건축 분야에서 승강기는 상하이동 기계 이상으로 인식되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 수직 교통수단으로 그 중요성에 비해 승강기의 위상이 합당한 위치에 있지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은 대개 도로보다는 건물 안에 있는 시간이 많다. 특히 화재나 지진 등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승강기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애인과 노약자에게 승강기는 절대 대체 불가한 이동수단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빌딩 같은 대부분 건축물이 승강기 있어야만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승강기 업계 스스로도 이러한 점을 강조하는 인식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제조, 기술, 디자인, 제도 등 다각도로 승강기 발전방향을 강구해야 한다.

Q. 전문분야가 법과 제도인데, 그렇다면 승강기시설안전관리법과 하위법령 등 정책적으로 보완해야 하는 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승강기는 기계장치이지만, 법적으로 놓고 보면 다른 법규들과 시스템은 동일하다. 행정법 중 재난과 재해 위험과 관련된 법률을 연구해 온 입장에서 승강기 시설 안전관리법은 문제가 많다고 본다.

과거 국민안전처에서 정부안으로 제출한 승강기안전법은 공포하고 1년 뒤 시행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이는 건축법과 주택법, 소방법 등 관계된 여러 법들과 연계되지 않고 서로 다른 부분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엔지니어링적인 측면으로만 보다보면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승강기를 타 법률과 개별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승강기 업계가 가진 배타성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승강기를 죽이는 것으로, 승강기를 작은 기계화 해버리는 것이다. 승강기를 개별 기계장치로 볼 것이 아니라 건축 설계의 한 축으로 인식전환이 빨리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와 관련 업계의 인식이 더욱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향후 도시생활에서 고층화는 필연적인 추세로, 승강기법도 이에 맞춰 변모해야 한다. 더불어승강기를 중심으로 전기·재료·건축·지반·토목 등 관련 정책과 법령이 다 아우러지는 큰 플랫폼을 짜야한다.

Q. 향후 승강기 분야에서 성취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

앞으로 토지이용도 측면에서 공간 효율적으로 이용하려면 위로 올라가야 한다. 쾌적하고 효율적인 환경과 조경 위해선 승강기가 필수적인 시설이다. 때문에 미래 건축을 가능케 하는 승강기의 중요성과 역할을 더욱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도시계획을 짜는 데 있어 승강기가 중심이 되도록 계기를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 기술발전에 대한 연구와 승강기 관련법과 정책도 함께 연구해 볼 생각이다. 또 승강기 업계 종사자들은 연구와 제작, 설치, 유지보수 엔지니어가 많아 법적 논리와 해석을 낯설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승강기 발전을 위해 양 측면을 상호 보완할 수 있도록 발전적인 역할에 기여하고 싶다.

기술과 제도의 고도화로 승강기의 안전이 올라가면, 그만큼 시민들의 안전한 삶, 안전한 도시와 사회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