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보수시장 병폐 하도급, 철폐돼야 한다”
모순 덩어리 정부 정책, 보수시장 시름 앓는다

흔히 승강기 보수시장을 일컬어 ‘진흙탕 싸움터’라 칭한다. 그만큼 과당 경쟁과 저가 수주가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승강기 보수시장의 이러한 악순환은 왜 이렇게 되풀이 되는 것일까? 보수업계에서는 표준보수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가의 보수 수수료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그렇다면 저가의 보수 수수료는 누가 조장하는 것이며, 언제부터 책정된 것인가?
이에 대해 승강기 유지보수 전문기업 동아엘리베이터 이춘수 대표는 정부의 그릇된 정책이 ‘보수시장을 풍비박산내고 있다’고 소리를 높였다.
대전에서 승강기 보수물량 1천5백여 대를 관리하는 동아엘리베이터는 중소 보수업계로는 많은 물량을 소유하고 있지만 정작 직원들 임금 지급하기도 벅차다는 볼멘 소리를 한다. 이 대표는 “보수물량이 많은 기업들은 대부분 공공건물인 아파트를 선점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승강기 보수료를 보면 터무니없는 금액으로 인해 한숨부터 나온다”며 “보수료가 인상되지 않는다면 물량이 2천~3천대에 육박해도 소용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거래되는 승강기보수료는 3~5만원 대 선으로 표준보수료인 17만원 대의 1/3 수준이다. 특히 최근 정부에서 승강기보수료에 대한 입찰을 공공시설물에 대해서는 부실 및 부정방지를 사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적정가에 낙찰할 것을 명명했지만 아파트 등 공공시설물에 대해서는 최저가 입찰조건을 내세워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공직자 안전만을 중시한 채 서민들은 사지로 내모는 이러한 제도 자체가 모순 덩어리다. 산업구조를 이런 식으로 만들고 있는 정부가 무슨 명목으로 승강기 안전을 주장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대기업·협력사, 하도급 철폐에 대한 대비책 세워야
그는 “현 승강기 유지보수료는 15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 반면 인건비는 올라가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에는 전자제어 제품의 성능향상으로 인해 과거 성행하던 수리공사도 이제는 거의 없다. 이는 곧 보수인력 문제와 직결되고 있다. 낮은 임금 책정으로 메리트를 못 느낀 인력이 지원조차 안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매일 울부짖는 보수품질향상 문제는 어불성설이다”며 “보수업계에서 가장 시급한 보수료 인상, 인력 수급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보수시장 내 만연하게 자행되고 있는 하도급부터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승강기 보수업체 8백여 개사 가운데 대기업 협력사는 2백여 개사에 달한다. 협력사가 전국 승강기 유지보수를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협력사들은 안정적인 물량 확보로 인해 치열한 경쟁에 동참하지 않아도 되는 유리한 점은 있지만 하도급은 결국 승강기 보수시장을 병폐하게 만든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 협력사로 지정되어 있는 이 대표는 “당사 역시 현대 물량의 약 8백여 대를 보수하는 협력사이지만 하도급은 반드시 철폐돼야 할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하도급이 철폐되면 보수업계 양극화 현상도 갭이 줄어들 것이며, 대기업 역시 당장 인건비 마련을 위해 보수료를 적정가격으로 끌고 갈 것이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보수료는 올라가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하지만 현재 대기업 및 협력사에서는 하도급 철폐에 대한 준비를 못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은 주력 교체공사가 끝나는 시점, 즉 다국적기업이 한국에서의 상황을 정리하고 떠날 때 고리가 끊어질 것이다. 그 기간은 10년 이내 일 것이다. 지금부터 협력사에서도 하도급 물량에 대한 고정적인 수요가 없어지는 시점을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고 언급했다.
올해로 만 16년째를 맞는 동아엘리베이터는 승강기 유지보수 물량 1천5백여 대를 관리하고 있지만 매년 자사 브랜드를 앞세워 신규 설치물량도 2백여 대에 달한다. 나름대로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한국승강기보수업협동조합 이사직을 겸하고 있는 이 대표는 승강기 보수시장의 잘못된 점을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된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는 “아무리 시장이 자유경쟁체제 하에 운영된다지만 고질적인 과잉경쟁과 저가수주 등의 문제점으로 승강기 유지보수업은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이를 위해 승강기업 진입장벽과 면허 유지의 강화 등 강제조항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업계 종사자 역시 상생을 위한 입법활동 지원, 잘못된 승강기 문화 시정 등 승강기업의 미래를 위한 활동에 적극 참여했으면 한다”고 매조지었다.

글 _ 이재현 기자(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