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 퀄리티 자부 … 법 테두리 내서 공정한 조사 착수할 것”
공정한 판정결과 제공…업무재설계 포함 승강기 사고 정보화사업 추진

지난달 19일 수원시의 한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던 이용객 8명은 20여 분간 승강기에 갇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원들에 의해 구출됐다. 해당 엘리베이터는 정원을 초과 탑승한 채 운행한 것이 사고 원인이었다.
최근 고층건물과 대형 쇼핑센터가 급증함에 따라 승강기를 이용하는 승객이 많아져 이에 따른 승강기 안전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설치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노후화된 승강기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이에 대해 승강기사고조사판정위원회(이하 사판위) 박덕수 사무국장은 “무엇보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승강기에 대한 안전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며 “공공기관 및 해당 지자체 등에서는 대국민 홍보에 보다 집중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판위 역시 승강기 사고에 대한 원인 분석뿐만 아니라 승강기 사고방지대책 수립 및 각종 연구 활동 등에서 적극 매진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승강기 사고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소재의 명확성, 사고의 재발방지 대책에 관한 연구 등을 위해 행정안전부 내에 설치된 사판위가 올해로 출범 5주년, 행안부 이관 1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사판위는 사고의 피해자를 구제하고 이용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앞장섰으며, 승강기 사고로 인해 노출되거나 확인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승강기 안전정책에 반영해 보완 및 개선되도록 노력해왔다.
박 국장은 “환경,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을 중시하는 현 정부의 녹색 물결은 승강기 산업까지 물들이고 있다”며 “앞으로 진행되는 모든 승강기 안전정책은 승강기를 이용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생활안전을 우선시하는 정책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강조하며, 사판위 또한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본지에서는 그동안 사판위의 활동성과 및 승강기 안전사고 예방책, 향후 업무계획 등에 대해 박덕수 사무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판위 추진 업무 및 그간 성과에 대해서
승강기사고조사판정위원회는 ‘승강기제조및관리에관한법률’에 의해 승강기에서 발생한 사고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함으로써 사고 재발방지대책 등에 대한 연구 활동 등을 수행하기 위해 설치된 기관으로 출범한 지 5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에는 관련법이 ‘승강기시설안전관리법’으로 개정되어 승강기 분야의 안전업무를 주관하는 부처가 종전의 지식경제부에서 행정안전부로 이관됨에 따라, 행안부 내에 새로운 살림을 꾸리게 된지도 약 1년이 되었습니다.
사판위는 지난 5년간 승강기 사고의 원인 등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판정과 사고예방을 위한 개선 권고 등을 통해 승강기 사고 피해자나 이용자 등의 권익을 보호해 왔으며, 이를 통해 확인되거나 파악된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개선대책을 도출해 승강기 안전기준이나 정책에 반영(Feed-back)되도록 하는 등 승강기를 이용하는 국민의 안전 확보 및 승강기 안전사고 예방에 기여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검사기준 위반에 대한 엄격한 행정처분 권고로 검사제도의 내실화를 도모했으며, 보수부실 및 기타 불법운행 등 법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행정처분 요구 등 정책의 실효성을 강화했습니다. 또한 에스컬레이터 운행속도 등 검사기준에 부적합한 시설에 대해서는 개선·보완토록 유도하고, 전동스쿠터 규격 표준화 및 교육홍보를 강화하는 등 다발성 안전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예방대책이 시행되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승강기 안전사고 발생 유형 및 사고예방대책에 대해 말씀하신다면
승강기 사고의 요인은 크게 잠재적 위험요인을 포함한 승강기 안전기준에 미달하는 등 불안전한 상태로 인한 것과 승강기 이용자 등의 부주의한 행동 등으로 인한 불안전한 행동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05년부터 사판위의 판정결과를 토대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승강기 안전사고의 유형을 살펴보면 승강기의 종류별로는 수평보행기를 포함한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생한 사고가 약 6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고의 발생 요인별로 살펴보면, 계단식인 에스컬레이터에서는 디딤판의 황색안전선을 벗어난 상태로 탑승해 디딤판이 수평인 상태에서 경사식 계단이 만들어지는 구간으로 접어드는 순간, 균형을 잃고 넘어져 부상을 입는 사고와 이용자의 신체 및 소지한 물건이 황색안전선을 벗어나 스커트가드와 디딤판 틈새에 끼임 사고 등의 발생 빈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급증하는 사고로는 대형마트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평보행기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인데, 이는 주로 이용자들이 핸드레일을 잡지 않고 디딤판을 걸어서 이동하거나 신발 등에 물기가 묻은 상태에서 경사가 있는 디딤면에서 미끄러지는 사고가 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관리주체 등의 안전관리 강화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용자들도 이용 시에는 핸드레일을 반드시 잡고 있어야 하며, 탑승 시 발을 디딤판의 황색안전선 안에 정확히 딛고 탑승하는 등 이용자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승강기 검사기관 및 지자체 등의 지속적인 대국민 홍보에도 불구하고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승강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나 관련 공공기관에서도 지속적인 안전 캠페인 등 대국민 홍보를 펼치고 있으나 전체적인 사고발생 건수는 증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승강기 안전사고를 보다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다발사고를 중심으로 사고 원인별·유형별로 심층 분석한 타깃형(Target) 사고감소 및 예방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즉, 사고사례 및 이용 시 행동요령 등을 중심으로 노인·아동·장애인 등 안전취약계층의 눈높이에 맞춘 가상체험컨텐츠 등을 개발해 교육·홍보를 강화하는 등 대국민 홍보정책과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령자 사고는 정지된 승강장에서 움직이고 있는 디딤판의 황색안전선 안에 정확히 탑승해야 하는 것이 노령자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일뿐더러 심리적으로도 상당히 위축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에스컬레이터 디딤판의 운행속도를 낮추는 대안이 검토됐으며, 이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승강기 운행속도에 대한 검사를 강화하도록 요구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각 철도 및 지하철공사 등 공공기관에서는 자발적으로 속도를 15~20% 하향 조정해 이와 유사한 사고의 발생이 감소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사판위는 그간의 사고원인에 대한 판정 및 관련 연구 등을 통해 확보한 분석자료 등을 토대로 효율적인 사고 예방대책을 강화할 것이나, 무엇보다도 이용자 스스로 안전수칙 등을 지키도록 하기 위해 대국민 홍보를 강화함으로써 안전의식 및 문화가 정착되도록 함이 중요하며, 이에 대해서는 정부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승강기 안전사고의 가장 큰 요인으로 업계의 과당경쟁 및 저가수주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특히 무분별하게 국내 시장에 유입되는 중국, 동남아 등지의 저질 제품들의 문제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요. 이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국내 승강기산업에서 발생하는 과당경쟁, 저가수주 등은 안전사고의 큰 요인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특히 중국 등지에서 저가 제품이 수입되어 설치되는 비중이 급증해 이에 대한 품질과 안전에 많은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사판위는 지난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던 모 백화점 에스컬레이터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해당 제품의 중국 현지공장을 방문해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현재와 같은 글로벌 기업 환경에서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고 해서 무조건 품질이 떨어지고 안전에 문제가 된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중국의 경우, 주문자가 최종 사용자와 해당 국가기준에 맞게 사양을 정해 제작 시방을 요구하면 공장에서는 주문자가 요구한 대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성능·품질 및 안전성의 수준은 주문자가 결정한다고 봐야 하며, 이에 대한 책임도 주문자에게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중국산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의 문제는 중국 내 생산 공장의 설비나 기술과 인력 등의 인프라 부족을 원인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국내의 안전성 등에 대한 검증장치가 미흡한 상태에서 업계간 품질경쟁이 아닌 가격위주의 경쟁이 승강기 품질 저하를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가별 안전기준이나 규제만 볼 때는 오히려 중국의 내수용으로 제작되는 승강기의 품질과 안전성이 우리나라로 수출되는 제품보다 우수하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임의로 되어있는 안전인증을 여러 가지 국내 여건에 맞게 실효성 있는 제도로 개선·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공공기관 내 입찰조건 역시 기존 최저가 입찰제보다는 품질을 고려한 적정가 입찰제로 개선된다면 업계에서도 저가 위주의 제품만을 고집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 교수진으로 구성된 사판위 임원진에 대해 이론 위주의 탁상공론 정책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사판위는 현 법규를 기준으로 조사 및 판정을 통해 잘잘못을 가리고 잘못이 인정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법규를 준수하도록 방향을 선도할 의무가 있습니다.
법 테두리라는 원칙 하에서 일을 진행하다보니 업계 및 검사기관 등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판정의 질적인 부분에서는 자부심을 갖고 임하고 있습니다.
임원진 구성은 현 법규를 존중하는 동시에 한쪽에 편중되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관련 단체보다는 공정한 입장에서 조사를 착수할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해 판정에 있어 그 누구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업계 및 관련 단체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검토하는 방향으로 나갈 계획입니다.

향후 업무계획 및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시한다면
우선은 승강기 안전 분야와 관련된 정부, 검사기관, 관련단체 및 학계·업체 등 각계 의견이 수렴되고 일반 이용자뿐만 아니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승강기 안전 분야의 로드맵이 우선 재정립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사판위도 지난 5년간의 운영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승강기 사고사례 및 예방대책 등에 관한 연구(R&D) 등을 강화하고 승강기 안전 확보에 기여함으로써 국민이 승강기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안전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예정입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올해 사판위는 현재의 사고조사 및 판정전반의 업무 프로세스를 분석하고 재정비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 정보화 기반의 업무 효율화로 자원의 활용을 극대화해 사고처리기간을 50% 감축하기 위한 3가지 기능을 구현할 방침입니다.
첫째, 업무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조사·판정절차 진단 및 재설계와 승강기종합정보망과 연동하는 원스톱 사고조사시스템을 구현하는 프로세스관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둘째, 사고처리기간 단축을 위한 실시한 지휘·지원시스템 확충 및 초기 조사단계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원격 모니터링체제를 구축하는 원격조사지원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셋째, 전문가집단의 효과적 활용을 위한 지식공유 네트워크 형성과 사고정보 DB 등을 활용한 위험정보 사전예고시스템을 구축하는 지식정보관리를 추진 중에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약 4개월 가량 소요되던 현재의 사고처리기간을 최대 2개월로 감축할 계획입니다.
또한 사고관련자들에게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판정결과를 제공하기 위한 개선 대책으로써 업무재설계(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를 포함한 승강기 사고 정보화사업이 올해부터 2년간 추진되며, 2012년부터는 더욱 투명하고 신속한 사고 판정 체계로 국민의 생활안전에 보다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글 _ 이재현 기자(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