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방침, 업계의 발목 잡아선 안돼!”
협동조합이 구심점 되어 가격 ↓, 품질 ↑, 신뢰성 확보 필요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 서로 영역 인정하고 존중해야


국내 승강기시장은 규모만으로 봤을 때 약 2조원 규모로 세계 5위권, 아시아 3위권 등 승강기대국에 속한다.
과거 건설 붐에 따라 국내 승강기산업은 활황을 구가하고 있었지만, 현재에 와서는 세계 경제적 공항으로 인한 외환위기, IMF, 원자재 가격 폭등 등으로 질 낮은 저가의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는 식의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국내 중소 승강기업계는 기술개발이나 기술도입 등은 등한시한 채 단체수의계약제도라는 그늘 밑에서 호의호식하며 지내다 결국 원천적인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승강기 다국적기업에게 내수시장 마저 빼앗긴 상태다.
한국승강기보수업협동조합의 황종식 고문은 “현 국내 승강기산업의 실정을 보면 과거 국내 대기업을 삼킨 다국적 기업은 일찌감치 생산기지를 중국이나 동남아 등으로 옮겨 국내 승강기시장을 외국기업의 물류창고로 만들었으며, 국내 중소 승강기업계는 이들의 하도급 머슴살이로 전락한 상태”라고 표현했다. 또한 그는 “지금이라도 국내 중소 승강기업계에서 기술개발 및 연구 등을 등한시한 채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스스로 자멸하는 형국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는 초고층빌딩 건설붐으로 승강기업계에서도 활발한 수주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외국 기업만의 잔치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지금부터라도 국내 승강기업계는 차세대 기술개발에 집중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즉, 어려운 국내 승강기산업의 입장을 감안해 관련기관 및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한국승강기보수업협동조합의 황종식 고문과의 대담을 통해 국내 중소 승강기업계가 안고 있는 난제 해결방안 및 대응책 등에 대해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다음은 본지기자와의 일문일답 내용.

국내 중소 승강기업계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 어떻게 보시는지.
국내 승강기산업의 침체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현재 국내 승강기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 위주의 시장 흐름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국내 진출한 다국적 기업은 승강기산업 자체를 제조사업 보다는 보수사업에 비중을 두고 가격 경쟁이 아닌 물량확보에만 혈안이 되어 추후 보수사업을 통해 얻어지는 부품판매와 서비스로 이익을 챙기는 사업 방식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보수시장까지 물을 흐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재건축 및 리모델링 시장 등 승강기 유지보수 계약에 참여한 다국적 기업에서 때로는 중소 보수업체보다 저가로 수주를 체결함으로써 중소업계는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더욱 저가로 수주경쟁을 펼치는 등 제 살 깎아먹는 경쟁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제조업 역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관급 물량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민간부문의 설비투자도 저조해 수요가 줄어든 상태에서 저가 경쟁을 일삼는 다국적 기업의 가세로 중소기업은 수주 자체가 사실상 힘듭니다. 이렇듯 중소 승강기업계는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에서 물량확보 및 가격경쟁력 등에서 뒤쳐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정부의 방침 역시 다국적 기업 위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인증제도를 꼽을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인증제도는 궁극적으로 중소 승강기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인증제도는 물량이 많은 대기업에서는 호응을 살 수 있으나 수요가 적은 중소기업에서는 고가의 비용으로 인해 망설이게 되며, 이는 결국 업계의 창의성을 저해하게 만듭니다. 정부의 방침이 안전을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는 동의하지만 업계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중소 승강기업계가 안고 있는 난제에 대한 해결방안이 있다면.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약점은 규모가 작다는 것입니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수요가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현재 시장에서 요구하는 사항은 품질은 좋고 가격은 저렴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협동조합입니다. 즉, 협동조합이 구심점이 되어 공동브랜드, 공동상표 등으로 영업·제조·생산 등을 협동으로 추진해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높여 이용자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제조업이 육성되어야 부품업계가 활성화되며, 이를 통한 경쟁력있는 제품개발로 산업은 육성되는 것입니다.
보수업계의 현실은 제조업보다 더욱 비참한 현실입니다. 이 중 가장 큰 문제는 원활한 부품 공급의 차단입니다. 중소 보수업체가 보수정비 등으로 부품의 교체를 하기 위해서는 승관법 규정에 따라 관리주체인 대기업 및 제조사에 부품공급을 요청해 구매해야 하며, 보수업체 단독으로는 부품을 구매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보수업체는 예비부품의 확보가 어렵고, 제조사로부터 부품을 구매하는데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게 되며, 부품 공급 지연으로 비규격품을 사용하거나 부품 교체시기를 놓치는 등 보수정비부실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에서 관리주체를 대상으로 48시간 이내 부품을 공급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 시간동안 이용자는 불편을 겪게 되고, 업계는 이용자의 따가운 눈총을 고스란히 받아야 하는 실정입니다.
이에 따라 보수업체는 부품을 원활하게 공급받고 정상적인 사업 활동을 하기 위해 대기업의 하도급 업체로 전락하는 실정입니다.
부품은 적시에 교체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중소 보수업체가 원활한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합니다. 큰 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입장도 들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한국승강기보수업협동조합에서 추진하고 있는 보수부품유통센터는 이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부품이 없어 애로를 겪는 업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산업을 위한 정책을 펼치기 바랍니다.

국내 승강기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 중 상생협력의 부재를 꼽을 수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국내 승강기산업은 소위 말하는 대기업에서 내수시장 물량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기업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현 국내 승강기시장은 대기업의 독주를 막기에 중소기업은 역부족입니다. 이에 따라 중소 승강기업계는 갈수록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시에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영역을 만들어 신뢰를 구축하고 서로가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연출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고기술력을 요하는 초고속 및 고속 승강기 시장은 대기업이 주도하고, 중저속 시장 및 특수 승강기 분야는 중소기업간 경쟁체제가 유지되도록 서로가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산업 분위기를 조성해야 합니다.

올해는 국내 승강기 도입 10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이에 대해 승강기 검사기관 및 대기업 등에서는 대규모의 행사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승강기산업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중소 승강기업계에서는 잠잠한데요.
업계에서 손을 놓은 지 이미 오래인 야인이 된 입장에서 이 같은 질의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승강기업계의 큰 행사인 만큼 그 주인은 중소업계와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승강기업계의 주가 마치 검사기관인 듯 상황이 연출되고 있지만 올해를 전환점으로 삼아 이를 바로잡고 정부의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될 수 있도록 업계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야할 시기라고 봅니다.

거창승강기산업밸리조성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업계의 원로이신 만큼 이에 대한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승강기산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중소 승강기업계의 수준이 반열에 올라야 산업이 발전하고 궁극적으로 거창승강기산업밸리조성사업도 번창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업계의 수준은 예전과 같은데 정부에서는 가이드라인만 갖춰놓고 이에 맞추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 자체가 난센스입니다.
거창승강기산업밸리조성사업은 업계와의 피드백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와 검사기관이 무모하게 추진하는 무리한 사업이라 판단됩니다.

글 _ 이재현 기자(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