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공간에 시간을 설계하다”


유비쿼터스(Ubiquitous)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도처에 널려있다’, ‘언제 어디서나 동시에 존재한다’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된 유비쿼터스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손쉽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의미한다. 이러한 유비쿼터스 서비스를  도시에 적용한  U-시티(Ubiquitous city)는 첨단정보통신망을 도시의 기본 인프라로 구축하고 행정, 환경, 교통, 치안 등 여러 분야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발전된  도시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의 도시정책이 인구과밀화에 따른 주택공급에 역점을 뒀다면, 근래는 도시간 기능 연계와 함께 도시자체의 설계에 첨단 기술을 반영해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비롯 도시기능을 효율적으로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U-시티는 실제화된 시스템이 없어 일반 시민들이 체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국토해양부는 U-시티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인식을 제고하고 시민들이 체감하기 원하는 유비쿼터스 서비스를 발굴해 실제 구현하고자 ‘제1회 시민체감형 U-City 서비스’ 공모전을 실시했다.
이 중 신개념 주차공간 확보를 주제로 한 한양대 건축학과 M3팀은 ‘Urban Index(이하 U-Index)’를 발표, 공모전 대학생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U-Index란 주차공간을 시간축으로 확장해 도시의 주차공간을 공용으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언제 어디서나 쉽게 주차공간을 안내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유비쿼터스 주차안내 서비스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이번 공모전 대학부문 대상을 수상한 M3팀(황일하, 전재봉, 허남설)을 만나 주차공간 확보에 대한 그들만의 소견을 들어봤다.

'주차난 해결'이란 과제를 가지고 공모전에 지원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말한다면.

황 : 현재 빌라에서 살고 있는데 집마다 주차장이 확보돼 있다. 하지만 집 주변에 있는 다세대 주택은 주차문제로 이웃간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주차 공간 확보는 생존의 문제인 것 같다. 주변에 이런 상황들을 보며 ‘도시는 주차문제가 많다. 주차공간을 확보해야 된다’는 주제를 가지고 접근하게 됐다.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발상이 획기적이다. 공모한 아이디어를 설명한다면.

황 : U-시티의 주차 시스템을 찾아봤는데 관련 자료가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목적지에서 30분 이상 가야 되는 공영주차장에 대한 것이 예시돼 있었다. 주차를 위해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차할 수 있는 위치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주차장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없다. 그래서 주차 공간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아이디어의 출발이었다.
허 : 지난해 서울시의 전체 주차장 확보율은 100%를 넘어섰다. 하지만 서울시의 주차난은 여전하다. 서울시에는 3백만개에 육박하는 주차장이 있지만 이 중 90% 이상이 건물부설주차장에 해당 된다. 아파트의 지하주차장과 같이 독점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주차공간이 전체의 90%를 넘어서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주차공간은 극히 부족하다. 이에 개인 혹은 집단이 독점적으로 점유하고 있는 주차공간을 시간분포에 따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중 이번 아이디어를 공모하게 됐다. U-Index는 주차장 사용자가 자신의 주차공간을 등록해서 금전적으로 보상을 받고, 시스템 이용자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주차공간을 유료로 사용하는 관계를 통해 자생적으로 확장해가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차장 소유주가 직접 나서서 주차장을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는 것이 관건이다.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은

전 :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서 보여주기보다는 기존의 기술을 통합할 수 있는 수준에서의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황 : U-Index. 표준 시스템이라는 기준을 만들고 여기에 적합한 시스템은 어떤 것이던 수용할 수 있다. U-Index라는 시스템은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기 위해서 웹 환경을 기반으로 아이디를 등록하고 주차장을 등록할 수 있다. 이용자는 스마트폰·내비게이션·웹환경을 통해 주변의 주차장을 검색하면 된다. 이처럼 U-Index는 기술에 종속된 시스템이 아니라 기존의 있는 시스템을 통합해 사용할 수 있는 범용의 네트워크 개념이다.
공모전을 심사하시는 실무자와 정부 관계자들은 실제 기술적인 부분보다 사회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했다. 금전적인 참여와 보상의 시스템, 보상의 적절한 수준과 이를 조절하는 것 등 주차문제는 개인 혹은 집단의 문제라기보다는 사회적 문제이기에 주차공간 확보는 공공적인 문제가 된다. U- Index가 주차장 등록자는 돈을 받고 주차장 이용자는 돈을 내는 수익사업 같지만, 결국은 공공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 공공적인 문제이기에 정부의 역할을 기대하며 제안을 했다.

U-Index의 핵심이 ‘참여’에 있다고 했다. 이를 설명한다면.

전 : 공모전을 준비하며 다양한 활용사례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 주차구획이 공간을 벗어나서 10개가 모이면 어떤 집회를 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용도까지도 생각해봤다. 예를 들면 장터가 열릴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아파트 주차공간을 이원화해 낮 시간에 주차공간을 공유해 수익을 얻고 관리비를 줄일 수도 있다. 특히 식당이 주차문제로 고민이 많은데 인접한 주차장을 임대해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황 : 현재 진행되어지는 U-시티는 실제로 사람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공모전은 IT분야 학생들이 참여해 새로운 기술 제안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제안된 기술들이 밝고 긍정적이지만 실용화 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우리 팀은 기술 제안이 아니라 기존의 있는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을 생각했고 그것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 U-시티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실제로 참여하며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된다고 생각한다.

U-Index는 궁극적으로 도심의 주차문제 해결뿐 아니라 도심의 유휴공간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U-기술을 적용한 주차장 시스템은 어떻게 변해야 된다고 생각하는가?

전 : 주차장은 차가 있는 곳이기에 기본적으로 위험해서 지상으로 나오기 힘들 것이다. 지하에 위치하는 주차 공간은 그 자체가 어둡고 공기도 좋지 않다.
지하 공간을 어두운 곳이 아니라 일반인들 생각에 쾌적한 곳으로 만들 수 있어야겠다. 예전에는 손님과 현관에서 헤어졌지만 지금은 주차장에서 헤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주차장의 공간적 성격이 달라졌다. 그런 의미에서 주차 공간 자체를 건축에서 적극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황 : 차가 우리 삶에서 중요한 도구가 되면서 아파트 현관보다 지하주차장이 우리 집의 입구, 로비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방치되어 있어서는 곤란하다. 그동안 건축에서 제대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충분히 좋은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집과 차가 도킹되는 시스템을 본 적이 있다. 차가 주차되면 집에 방이 하나 더 생기는 개념이다.
허 : 요즘 아파트 주차장이 많이 밝아지고 개선됐다. 형광등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게 만든 아파트 지하주차장도 있다.

대학 졸업반이다. 졸업 후 계획은.

황 : 이번 공모전을 통해서 U-시티에 더 관심 가지게 되어 관련 분야를 살펴보고 있다. 그래서 최근 기업에서 주최하는 U-시티 관련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건축에서의 디자인은 미관보다는 실용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 때 많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실무에 들어가면 공간이 너무 비싸기에 디자인적으로 변화를 주기 어렵다. 하지만 정부가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자유롭기에 이를 통해서 디자인의 공간 변화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전 : 공부에 대한 관심이 많다. 설계 사무소로 가서 제대로 일하고 싶고, 나중에 내 이름으로 된 회사를 가지고 싶다.
허 : 기회가 된다면 건축이론 쪽으로 가서 연구를 계속 하고 싶다.

글 _ 강은신 기자(eskang@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