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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년월 2003-10
 
국내 승강기 산업경쟁력, '기술주권’ 실종위기, “시간이 없다!”

게재년월 ; 2003년 10월호
부제목 ; 수입품에 대한 품질기준 강화 등 … 제도정비 시급

국내 승강기 업계가 최근 밀려들고 있는 값싼 중국산 수입부품에 속수무책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인증제도를 적절히 개선해 “저렴한 가격에 우수한 품질성능을 가진 승강기를 국내 이용자들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기술주권 찾기’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계 선진국들의 기술블록화 및 CE, UL, CSA 등의 제품인증제도를 강제제도로 채택함으로써 이를 기술장벽으로 이용해 자국산업을 보호하는 추세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업계에서 걱정하는 것은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들이 자국 해당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인증제도를 엄격히 적용하고 있음에 비해 국내의 경우는 소비자들이 인증에 대해 인식도 높지 않을 뿐 아니라 수출 상대국으로부터도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비형평성의 문제’이다. 즉, 우리 현 상황이 수출하기는 어려운 반면 수입은 너무나 쉬워 불량 부품의 국내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중국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CCC(China Compulsory Certification) 강제인증제도와 같이 수입품에 대한 품질기준 강화 등의 조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유럽의 경우 해당 제품에 대해 CE마킹을 하지 않으면 EU 회원국에 수출할 수 없는 만큼 국내 대기업을 비롯한 주요 수출업체들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승강기 기종별로 CE인증을 획득해 수출선 확대를 모색하고 있지만 국내 승강기 산업구조 형태상 선진국과 같은 품질인증시스템이 없어 이들 업체들이 ‘내수용’과 ‘수출용’이라는 이중적 잣대를 놓고 분리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현재까지는 안정적이라 할 수 있는 중저속 기종 위주의 내수시장에 의존해온 탓에 기술 경쟁력 또한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결국 초고속·고급기종 시장은 이미 선진 외국기업에 시장을 선점당한 지 오래이며, 가격 경쟁력 또한 노동집약적 산업의 중심축을 이미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에게 내준 마당에 가격 경쟁력에 있어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문제의 근본원인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중국산 부품공세 “막을 길 없다!”
통계청과 관세청의 광공업통계조사 및 무역통계연보의 자료를 취합, 국내 승강기 수급현황을 살펴보면 과거 수출주력이었던 동남아 시장의 불황으로 인해 1998년 이후 계속적인 수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2002년 기준 승강기 총 생산액 중 88%가 내수이며, 수출비중은 고작 12%로 전형적인 내수의존형에 봉착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국내 상황에 비해 바깥 세상의 흐름은 우리가 몇 년 전부터 예상했던 대로 ‘착착’ 현실화되고 있다. 전세계 수출시장의 64%를 미국, 스위스, 핀란드 등 5개 나라의 선진 메이커들이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구미지역 수요감소로 이들 업체들이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 지역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M&A 및 현지법인 설립 등으로 수출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 국내 엘리베이터 부문의 Big 메이커들이 하나 하나 외국 선진국들과의 M&A 성사 및 국내법인 설립 이후 ‘현지 안착화’에 힘쓰고 있는 것을 눈으로 보고 기업활동을 하면서 체감할 수 있다.
여기에다 최근 급성장한 중국산 승강기 부품들조차도 국내시장 진입에 있어서 아무런 견제도 없이 마구잡이로 수입되고 있는 등 무역역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업계 일각의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적 이면에는 수입되고 있는 중국산 부품들이 단순히 “싸다”는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기술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서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 진다. 세계시장을 넓게 볼 수 있는 시각이 없으면 대개의 경우 “싸고 조악하다”는 그릇된 인식을 갖기 쉽지만 기실 중국산 부품의 실상은 정반대다.
오히려 국내산 제품들이 ‘고가(高價) 비규격품’이라고 한다면, 중국산은 ‘저가(低價) 규격품’으로 시쳇말로 “게임이 안되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중국산 부품들은 적어도 CE 인증을 획득한 제품으로 유럽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만큼 “한국산보다 성능이 우수하다”고 해도 딱히 반론을 제시할 수 없는 것이 우리네 입장이다.
이러한 중국산 부품에 대한 경쟁력 열세의 원인을 찾는다면 한마디로 ‘선진 유럽의 변화에 대한 무관심’이라 잘라 말할 수 있다.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국내시장의 여건이 좋다 보니 세계시장의 흐름을 놓치고 해외 선진업체와의 과감한 기술경쟁은 등한시한 채로 내수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요에 대응하는 데만 급급했던 탓이다.
이와 관련 국내 승강기 검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만 해도 지난 1990년대의 산업화 초기부터 관련 기준과 도면 등을 90년대 유럽의 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EN 코드를 철저하게 이행한 반면, 우리는 이보다 빠른 1980년대 유럽의 구 버전을 수용한 이후 8~90년대 초 기준의 변화가 심화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강력한 저항’에 밀려 기술 난이도가 높은 기준은 누락시키고 구미에 맞는 기준만 수용한 데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빠른 시간 내에 국내 승강기 기술수준을 유럽의 EN 코드 수준까지 올려 놓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이를 위해서는 ‘승강기제조및관리에관한법’ 테두리 내에 명시화 해서라도 기술수준 난이도의 높이는 등 국내 기술기준 및 규격의 재개정과 국제화를 유도해 내야 한다.
현재 승강기 관련제도를 EU Directive의 내용을 상당수 반영하거나 승강기 검사기준도 EN 코드를 기본바탕으로 한 국가안전코드를 만드는 등 상응하는 조치를 산업자원부와 같은 정부기관에서 준비하고 있다. 그 결과물들이 내년 쯤 가시화될 것으로 알려지고는 있지만 업계의 또 다른 저항도 예상할 수 있고, 또한 수용한다 해도 해당 기업들이 적응하는 데에 사실상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와 업계는 단순 시장논리만을 가지고 ‘제도개선 vs 업체저항’이라는 대립접점을 형성해서는 어느 측에도 이롭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 선진제도 및 규격에 대해 능동적이며 글로벌화된 인식전환을 통해 각 기관, 단체, 기업 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인식전환의 중추에는 놓치지 말아야 할 명제가 있다. 바로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한 제도적 정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원론적이지만 승강기 산업의 기술적 특성 중 하나가 바로 “상시 가동되며 불특정 다수의 조작으로 항상 열악한 사용환경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안전확보’를 위해서 부품의 내구성 및 신뢰성에 대한 관리가 엄격히 요구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승강기 부문의 부품 및 제품 인증시험 전용설비와 이를 운용할 전문 기술평가 기능을 갖춘 전문인증기관을 시급히 구축하는 데 정책적인 지원을 정부가 아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와 관련한 제도개선이 시급히 이루어져야만이 이를 단초로 앞서 지적한 국내 산업보호는 물론 심각한 무역역조 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
승강기 산업 자체가 마치 ‘계륵(鷄肋)’과 같은 처지에 직면하게 될 지, 아니면 제도적 뒷받침을 바탕으로 비전 있는 하나의 독자적인 산업으로 ‘기술주권’을 회복할 지는 우리 손에 달렸다. ■
글. 박대성 기자 / dspark@lift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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