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년월 ; 2003년 12월호
부제목 ; 경기위축·부동산 규제로 민간부문 ‘수난시대’

내년 건설시장은 민간주택·건축경기 악화와 공사물량 축소로 수주난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며, 부동산 및 주택경기 위축으로 당분간 주택부문은 기존 수주물량의 시공사 지위 유지 및 예정된 사업을 진행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려 5백억 원 이상 PQ(입찰자격 사전심사제도 : Pre-Qualification) 대상공사에 대한 최저가 낙찰제 확대 실시로 인한 낙찰률 하락, 실적공사비 적산제 도입으로 인한 예정가격 하락, 민간 투자사업의 지원제도 축소 등으로 공공 공사의 수익성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최병선, www.cerik.re.kr, 이하 건산연)은 지난달 5일 건설회관 2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2004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과 정책동향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히고, 공공부문의 적극적인 토목건설 투자확대 및 민간자본 유치를 통한 SOC(Social Overhead Capital) 확충으로 침체된 국내 경기를 타개하고 중장기적인 국가경쟁력 강화를 도모해 나감은 물론, 소비침체, 설비투자 부진으로 위축된 내수경기를 살리는 데 건설투자의 역할이 절실함을 강조했다.
내년도 국내경제 또한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소비 및 설비투자 감소로 올해 1/4분기 3.7%, 2/4분기 1.9%의 저조한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내년도 경제는 4.3~5.1%대의 성장이 예상되나 이는 올해 침체에 따른 반등요인이 커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건설 전문기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경기침체 심화, 국내경제 2.5% 성장에 그칠 것
건산연의 백성준 책임연구원은 “올해 청년실업 장기화 및 가계부채 증가로 인한 내수부진과 노사분규, 태풍으로 인한 피해 등이 겹치면서 경기 침체의 골이 더 깊어졌다”면서, “현재 경기를 주도하고 있는 건설투자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관련제도 및 정책 강화 등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나 대통령 재신임, 총선, 행정수도 이전지 확정, 지역개발 등의 변수가 작용해 어느 정도의 증가율은 유지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백 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건설투자는 올해의 경우 비주거용 및 주거용 건축 급증으로 6%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며, 내년에도 기존 수주물량이 공사기성으로 연결됨에 따라 3.3% 대의 증가율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출하 및 재고 증감률 추이에서도 경기불황 징후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출하 증가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 반면, 재고 증가율은 10% 전후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 건산연은 “6월에 출하지수는 전년동월 대비 8%의 증가율을 일시 기록했으나 7월과 8월에 다시 2% 미만으로 낮아졌고 재고 증가율은 3월 이후 10% 전후에서 계속 유지되고 있다”면서 “생산 및 출하의 증가가 그다지 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비 격감으로 인해 재고가 계속 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년도 핫 이슈인 대형 사업장의 주 5일제 시행과 경부고속철도 개통 등으로 관광·레저산업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역세권 중심의 개발이 촉진되고, 4월 총선 및 지역특구법안 제정으로 지역개발 사업이나 지역균형 개발의 요구가 커짐에 따라 지방경제와 공공 토목사업은 다소 활기를 띨 전망이다. 경제회복을 주도해 온 수출도 미국과 유럽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가율은 한 자리수로 낮아지겠지만 증가세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이며, 경상수지는 IT경기 회복, 원화절상에 따른 수출감소, 유가안정에 따른 수입둔화로 내년에는 연간 30억 불 정도의 흑자가 예상된다. 소비는 가계부채 급증과 대출비용 및 주거비 증가로 내년에도 2~3%대의 낮은 증가율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건산연은 이번 세미나에서 “2002년 2%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세계경제는 올 하반기 이후 미국경제의 회복세에 힘입어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2.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내년도 세계경제는 미국경제를 중심으로 제조업 회복, 세계증시 상승, 무역확대 등이 경기회복을 주도하면서 3%대의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경제성장세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대규모 경상적자와 재정적자로 부담이 커져고 있고 저금리로 인한 모기지의 증가 및 신용카드 과다사용으로 인해 가계의 가처분소득대비 금융대출 비중이 크게 증가해 성장의 한계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개도국 중 특히 중국은 7%대의 높은 성장률을 전망했는데, 이는 선진국의 경기회복으로 인한 수출증가를 비롯해 중국경제에 대한 낙관적 기대, 서부대개발,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로 성장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유로경제의 경우에는 소비부진과 디플레이션 현상의 지속성으로 각각 1%, 2% 전후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건산연은 내년도 세계경제는 불안정한 이라크 상황과 선진국 투자 위축 가능성, 미국의 막대한 경상적자 및 재정적자, 가계부채 증가,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 평가절하 등이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국내 건설수주 동향과 전망
올해 2/4분기에 전년동기비 52.1% 급증하면서 1~8월 수주액은 6백49조 원을 기록해 당초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으로 재건축사업 시공사를 조기에 선정함에 따라 건설수주가 급증했으며 민간투자사업 고속도로 증가 및 신고리와 신월성 원자력 등 민간발전소의 발주가 증가해 민간토목이 활기를 띨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집중된 수주물량으로 인해 4/4분기에는 그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으나 공공과 토목은 월별 계절지수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수주의 특징을 살펴보면, 재건축사업과 민자사업이 증가하면서 민간부문 비중이 급증해 건설시장이 민간주도 시장으로 보다 공고해졌다는 점이다. 1~8월 동안 지난해 69.7%를 보였던 민간수주 비중이 74.1%로 높아진 점을 가장 단적인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는 민간수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수주가 급증한 결과이며 주택수주는 전체수주 중 49.2%를 차지했다.
올해 연간 수주액은 전년대비 15.6% 증가한 96조1천2백 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공공부문은 연말 발주증가 및 수해복구 공사증가로 33조9천1백 억 여 원, 민간부문은 연말에 들어서면서 재건축 수주가 감소했지만 기존 급증했던 물량의 영향으로 62조2천 억 여 원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토목부문은 15.8% 증가한 33조4천8백 억 원, 건축부문은 15.5% 증가한 62조6천4백 억 원, 주택부문은 29.4% 증가한 40조4천2백 억 원으로 예측된다.
내년도 건설수주액은 민간주택 경기가 크게 위축되면서 전 부문에서 줄어 9.5% 감소한 87조3백 억 원에 그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상반기에는 올해 상반기 재건축 및 민자사업 급증에 따른 반감효과로 20% 이상 감소하고 하반기에는 예년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부문은 수해복구 투자 및 총선 실시 전의 지역개발 사업 등이 예상되지만 SOC 예산의 실질적 감소와 최저가 낙찰제 확대 실시 등으로 1.8%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민간부문은 부동산 규제강화로 인한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재건축사업 등 민간건축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연간 13.6% 내외의 큰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토목부문은 민간 건축부문의 위축에 따른 민간투자 사업에 대한 관심고조와 경기회복을 위한 건설투자 확대 등의 증가요인과 최저가 확대 및 턴키사업 심사기준 강화 등의 축소요인이 대등해 전년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건축은 무주택 서민층을 위한 국민임대 주택건설을 확대하기 위해 건설물량을 연간 8만 호에서 10만 호로 확대함에 따라 공공 건축부문은 다소 증가할 전망이나, 재개발·재건축 사업 특수에 따른 반락(反洛)효과가 작용해 13.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프라 부문 투자 예산이 삭감되는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아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민자사업 활성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또한 지난 1998년 12월 민간투자법 개정을 계기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부산신항만, 목포신외항 등의 민간투자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으며 향후 중장기적으로 더 많은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건설투자 동향과 전망
올해 1/4분기 8.1% 증가한 건설투자는 2/4분기에도 비주거용 건축투자의 26.6% 상승으로 7.2% 증가해 상반기 전체로는 7.6%의 증가세를 보였다. 올 한해 연간 건설투자는 전년대비 6% 증가한 79조7천4백 억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토목투자는 청계천 사업착수 및 수해복구사업 등으로 인해 4.3% 증가한 37조1천8백 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건축투자는 비주거용 건축 증가로 전체 7.5% 증가한 42조5천6백 억 원(주거용 건축투자 24조7천8백 억 원, 비주거용 건축투자 17조7천8백 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도 건설투자는 올해와는 달리 비주거용 건축투자가 부진해지면서 전년대비 3.3% 증가한 82조4천 억 원 규모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공종별로 보면, 토목투자는 태풍 ‘매미’ 피해 복구, 청계천 복원사업 진행, 신도시 및 가옥재개발에 따른 여건 조성, 14대 총선 등으로 SOC 예산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3%의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건축투자는 상반기 중 0.9%, 하반기 6.5% 증가해 연간으로는 3.6% 내외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건축투자 중 주거용 건축투자는 올해의 재개발 및 재건축 주택수주의 증가에 힘입어 7.4% 내외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나 비주거용 건축투자는 올해 상반기의 급증에 따른 통계적 반락현상과 오피스 등 상업용 건물의 과잉공급으로 1.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문의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 전화. 02-3441-0600).■
글·정리 : 신영주 기자 / yjshin@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