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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

한은, 국내 건설업 부진원인은 '성숙기' 진입의 징후?

한국은행

국내 건설업 부진원인은 ‘성숙기’진입의 징후?
한은 보고서에서 발표, “경제발전 진전된 단계에선 건설업 성장 제한적”

2007년 이후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최근에는 중소건설업체 부도가 증가하는 등 국내 건설업 업황이 크게 부진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국내외 경기 및 부동산 경기 둔화 등 경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 외에, 국내 건설업이 성숙단계에 이르러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7일 BOK 이슈노트(NO 2012-6)에 게재한 ‘국내 건설업의 구조적 발전단계에 대한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해석하고 물량 위주의 대규모 단지형 아파트 건설 및 공급이 쇠퇴하고 기존 주택의 유지·보수·개선, 1~2인 가구 맞춤형, 에너지 절감형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수요 출현 등은 건설업 시장의 성숙기 진입을 나타내는 뚜렷한 징후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최인방 연구원은 “경제발전 단계의 거시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건설업은 경제발전 초기단계에는 전체 경제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 늘어나면 대체적으로 그 비중이 낮아진다”면서 “초기 단계에서는 경제성장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건설업 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지지만 경제발전이 진전된 단계에서는 건축구조물 등의 구축이 충분히 이루어져 있어 건설업의 추가적인 성장기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 건설업의 발전단계를 가늠할 수 있는 수요 및 공급측면의 구조적 요인을 점검해보면, 실제로 건설업 생산 및 고용이 전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외환위기 당시 큰 폭으로 축소됐다가 2000년 무렵 다소 회복세를 보였고 2003년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그림 1]에서처럼 명목부가가치 기준 건설업 생산액의 전산업 대비 비중은 2003년 8.0%에서 2011년 5.9%로, 건설업 취업자수 비중도 동기간 중 8.2%에서 7.2%로 하락했다.

건설업 대비 건설업 생산 비중을 부문별로 보면, 주거용 건물의 하락세는 빠른 반면 비주거용 건물과 토목은 상대적으로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다. [그림 2]에서 주거용 건물은 2003년 2.0%에서 2011년 0.9%로 1.1%p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 비주거용건물은 2.6%에서 2.3%, 토목은 2.8%에서 2.3%, 그리고 수선은 0.6%에서 0.4%로 하락했다.
비주거용 건물과 토목부문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주로 경기하방 리스크가 큰 시기에 수요 진작을 위한 토목건설 등 공공부문의 건설사업이 추진된 데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의 건설업 수요부진은 건설수주 동향을 통해서도 살펴볼 수 있다. 국내 건설수주액은 명목기준 2007년 246조원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10년에는 226조원까지 축소됐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일시 급감했던 건설수주액이 이듬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던 것과는 달리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는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부문별로는 1980년대 중반까지 전체 건설수주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토목 및 SOC 등 공공부문 건설수주 비중이 위기대응을 위해 정책적으로 공공 건설투자를 증대시킨 두 번의 경제위기 시기를 제외하면 지속적으로 하락해 최근에는 20~30%수준까지 낮아지고 있다. 신규주택 수주도 2007년 40조원에서 2010년 9조원, 2011년 14조원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수주건수 또한 최근 500~700건 내외로 제한된 모습을 보인다.

건설업 비중, 2003년 이후 하락세
1970~2007년 사이 경제규모 대비 건설업 비중을 OECD 가입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대체로 4~10% 사이에서 분포하며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비중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이나 독일, 프랑스 등 중위 규모의 국토 면적과 인구를 가지고 있고 산업화가 크게 진전된 선진국의 GDP 대비 건설업 비중은 전후 복구와 경제성장이 활발히 이루어진 1970년대 초반까지는 대체로 상승세를 보이다가 이후 점차 비중이 축소되는 역U자형 커브의 공통된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는 건설업의 장기적 변동패턴과 부합하는 면이 있다.
다만, 소득수준이 높은 선진국이여도 스페인이나 아일랜드와 같은 제조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국가는 건설업 비중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 10% 이상 높아진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반면 미국 등의 국가는 장기간에 걸쳐 건설업 비중이 추세적 변동을 보이지 않고 3.5~5% 이내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등 각국 산업구조 특수성을 반영해 차별화된 구조가 나타난다.

한편, 건설수요의 기반이 되는 주택과 기타 구조물 순고정자산스톡의 축적에서 선진국과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점도 장기적으로 국내 건설업 발전이 선진국형으로 진행될 가능성과 관련해 주목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선진국의 주택과 기타 구조물 순고장자산스톡은 대체로 경제규모 대비 2~3배 사이에서 분포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는 1990년대까지는 동 비율이 2배 이하로 선진국과 격차를 보였으나 2000년대 이후 2배를 넘어서면서 격차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주택이나 기타 구조물 총고정자산형성 증가율도 2000년대 중반까지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었으나 이후에는 선진국에 근접한 수준으로 낮아졌다.

견실기업의 일시적 자금난, 금융지원 필요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근 건설업 부진은 경기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서의 측면과 함께 구조적·장기적으로 건설업 발전이 성숙기에 접어든 징후가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건설수요 측면에서 2008년 이후 주택보급률이 100%를 상회하고 도로보급 수요 증가세가 현저히 약화되는 점, 국내 주택 및 기타 구조물 총고정자산 형성속도가 느려진 점, 수요 및 공급측에서 건설업의 추가 성장을 견인할 도역이 약화된 가운데 성장~정체~하향 안정화 패턴이 나타나는 점 등은 국내 경제 및 사회구조가 선진화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사업구조 변화로 이해할 수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건설업 부진에 대한 정책 대응은 무엇보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질서있고 점진적인 구조조정과 사업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역점을 두는 것이다. 최인방 연구원은 “다만 건설업이 내수와 고용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고 경제발전과 더불어 새로운 수요가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견실한 건설기업이 일시적 자금난에 직면하는 경우에 대해 적극적인 금융지원 등의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때”임을 강조하면서 “건설업의 장기적 추세를 고려할 때 건설경기 호조시 자금을 과잉 지원했다가 건설경기 위축시 급격히 채권을 회수함으로써 건설경기 진폭 확대에 일정 부분 책임있는 금융기관의 대출 행태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향후 중장기적으로 건설업의 경쟁력 재고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해외시장 진출 확대와 지역적 시장다변화, 그리고 소득 증가에 따른 고급형, 친환경 주택수요 등에 부응할 수 있는 고객맞춤형 영업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국내외 시장에서 균형잡힌 성장과 발전을 추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