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대도시 교통문제, 정부에서 포기하는 격”
게재년월 : 2004년 10월호

최근 교통·환경·인구·재해 등 4대 영향평가제도에 대한 감사원의 특감 소식이 쏟아져 나오면서 관련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특히 교통영향평가제도의 폐지론 또는 통폐합론이 불거지면서 교통관련 협회 및 학회의 반대 목소리가 거세어지자, 감사원은 “감사를 실시한 적은 없고 자료만 수집하고 있는 단계”라고 해명했다.
교통영향협회, 교통기술사협회, 대한교통학회 등 관련단체에서는 정부의 교통영향평가제도의 축소 및 폐지에 대한 어떠한 시도도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담은 결의문을 배포하고 있으며, 이에 수십만의 전국 교통관련학과 교수 및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감사원 앞에서의 1인시위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교통학회, 안전연대 등은 지난달 21일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교통안전을 위한 교통영향평가 활성화 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 제도 효과와 유지 당위성을 설명함과 아울러 행정 절차상 또는 심의 과정상 그동안 지적돼 왔던 문제점들을 공개적으로 토론해 강력한 개선 의지를 표명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청와대 대기업 사장단과의 오찬자리에서 “교통영향평가제도는 원활한 기업 운영에 애로사항을 안겨주고 있다”는 모 업체 사장의 발언으로 시작된 이번 파문은 “2백3개 확인도장이 필요한 절차과정을 행정 원스톱 서비스 차원에서 간소화하자”는 감사원의 입장으로 이어져 확산되고 있는 상태다.
이에 교통업계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의한 민간 베이스의 공공투자사업을 정부에서 이런 방식으로 몰고 가면 안된다”면서, “지난 18년동안 시행되어온 제도에 대한 효과는 살펴보지도 않은 채 ‘절차 간소화’만을 이유로 무 자르듯 제도를 폐지하거나 환경평가제도와 통폐합하려는 것은 대도시 교통문제를 민간이 아닌 정부에서 먼저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다음은 현재 화제가 되고 있는 교통영향평가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및 효과와 함께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개선방안을 살펴본 것이다.

■교통영향평가제도란?
1987년 최초 시행, 18년간 교통문제 해결사
교통영향평가제도는 지난 1987년 도시교통정비촉진법에 의해 본격적으로 도입됐으며 이후 평가대상과 대상지역 확대, 평가지침 제정 등을 비롯 총 7차례에 걸친 법령 개정을 통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고, 도시교통문제를 직·간접적으로 해결해 온 교통정책 중 유일하게 실효성있는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교통영향평가의 목적평가 대상 사업이나 시설 설치로 인해 예상되는 유발 교통량을 예측·분석하고, 교통대책을 강구해 해당 사업지 및 시설물 내의 교통흐름은 물론 주변지역의 교통여건을 향상시켜 도시교통의 원활한 소통과 시민의 쾌적한 통행권을 확보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의 제도변천 과정을 살펴보면 1982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수행한 ‘서울시 교통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최초 제안된 이후, 도시교통정비 기본계획 수립 및 시행과 대량교통수요 유발사업 및 시설의 교통영향평가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도시교통정비촉진법이 1986년 12월 31일 제정돼 이듬해 7월부터 교통영향평가제도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이후 지방 교통영향평가 전문 위원회를 신설해 일정규모 이상의 대규모 사업이나 시설에 대해서는 교통영향 심의를 전문적으로 받도록 1990년 1월 13일 법률을 개정했으며, 1992년 12월에는 도시교통정비지역을 상주인구 30만 이상 도시에서 10만 이상 도시로 확대, 교통영향평가 지역범위를 중·소도시까지 적용했다.
1995년 12월 29일에 개정된 법률에는 이미 도시화가 진행된 도시교통정비지역에 한해 교통영향평가가 실시됨에 따라 사회간접시설 부족 등 근본적인 교통문제 대책 강구에 한계가 있어, 동 지역 외에서도 산업단지 조성, 신도시 건설 등과 같이 교통수요를 현저히 유발시키는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까지 교통영향평가를 받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각종 영향평가의 실효성 확보와 사업자 부담 경감을 위해 1999년 2월 26일에는 규제개혁위원회에서 평가제도의 통합·운영안을 의결, 환경부 주관으로 건설교통부·행정자치부 등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환경·교통·재해 등에 관한 영향평가법’을 같은해 12월 31일 제정 · 공포하기에 이르렀다.
교통영향평가 대상은 시행령 제2조제3항 및 제14조제1항과 관련, 사업과 시설 분야로 나뉘며 시설은 단일용도와 복합용도로 구분돼 있다.
도로신설 및 확장, 육교, 횡단보도와 같은 교통 시설물의 설치를 비롯해 보행 및 자전거도로, 대중교통, 안전, 진출입 동선, 주차 등이 항목에 포함된다. 특히 사업지 내부에서는 주차면수의 추가확보 및 제거, 기계식과 자주식의 비율, 주차장 램프거리 등 주차장 관련 항목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교통평가 해외 사례 
국가적 차원에서 교통평가 관리
국내 교통영향평가 제도는 도입 당시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본떠 만들어졌으며 미국과 영국제도를 참조해 이후 우리 실정에 맞게 개정, 현재 가장 발전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 영국 정도에 머무르고 있으나, 일본과 중국 등 인구밀도가 높은 인접한 나라들도 대도시 교통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국내 교통영향평가 제도를 벤치마킹해 도입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환경영향평가(EIS : Environmental Impact Statement)가 대표적으로 보고서 내용의 80% 이상이 교통영향 분석을 주된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이는 특정시설로 인해 발생되는 교통량으로 대기오염과 소음 등이 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하는 것으로 기준치 초과시에는 사업주에게 절대적인 규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 도시권 계획기관(MPO : Metropolitan Planning Origanization)에서는 특정시설 유치시 담당기관이 사업주에게 교통 전반에 대한 분석을 수행한 평가보고서(사업자의 내외부 동선 체계, 주차, 주변가로와 교통 소통대책 등)를 제출하도록 해 사업의 인허가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캐나다 역시 미국과 유사한 기관을 설치·운영해 교통 전반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기준으로 인허가에 활용하고 있다.
영국과 홍콩은 일정규모 이상의 시설 유치시 TIA(Transportation Impact Assessment)를 작성하게 해 3~5년 정도 장기적으로 사업 시행 전후의 교통영향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책(주변가로와 연계문제, 주차문제, 동선체계 등)을 모니터링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교통영향평가 제도의 효력
투자비에 비해 약 80배의 효과 거둬
교통영향 심의평가 건수는 경기변동과 제도, 지역에 따라 매년 달라지지만 2000년도 이후부터 급격히 증가해 2002년, 2003년에는 각각 약 1천1백여 건을 기록, 1987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적으로 총 9천여 건 정도가 수행됐다.
지난해 건수를 기준으로 공공투자 절감액은 약 9조5천6백억원, 교통정체 감소에 따른 비용편익은 약 3조5천억원에 이르고 있어, 1천건 기준으로 1년 용역비가 5백억 투자되는데 비해 거둬들이는 효과는 약 80배로 타 제도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사회적 편익을 10년간 누적하면 경부 고속도로 10개를 건설하고도 남을 만큼 공익적 기여를 해왔으며 총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교통영향평가 대행비용 비율은 0.1%에도 못미쳐 이로 인한 사업수행 장애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통영향평가 제도는 차량과 사람이 통행하기 편리한 시설 설치를 비롯해 ▶보다 안전한 교통 시설물 설치 ▶보다 쾌적한 보행공간 확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주차면 배치로 인한 에너지 절약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배출해 내고 있다.
직접적으로는 공공투자 효과, 간접적으로는 신개발 사업의 교통편의 증진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즉 접근로와 진출입로 확폭 등으로 사용자의 직접적인 편의와 안전을 증진시키고 있으며, 동선의 원활화, 보행안전, 대중교통시설 확보 등 교통개선 대안을 제시함으로서 시설물 이용 증가를 가져와 사업자에게 간접적인 편익을 주고 있다.
또한 도심에 예식장을 건립한다든지 혼잡지역에서 할인매장이 들어서는 등 도심환경 침해나 민원이 큰 시설물은 미리 배제대상이 되기 때문에 교통정체 및 공해 감소로 도시 대기질 악화를 막아주는 역할도 해내고 있다. 가까운 예로 서울 반포에 소재하고 있는 센트럴시티 건립으로 오히려 교통혼잡 비율이 낮아졌다.
종합적 행정·종합적 조정기능이 필요한 ‘교통’이라는 큰 틀에서 평가지역 내 주변의 교통문제까지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특히 정부 관련부서 대표와 지역사회 전문가가 모이기 때문에 지역특성을 살리는 가운데 교통행정이 종합조정되고 전문화되고 있다.
비록 개선대안이 제시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문제를 인식하는 자리를 만들어 주는데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교통영향평가 제도 문제점
부실심의·불공정성 등 관행 타파해야
그러나 정부나 지자체들이 해야 할 교통시설투자 등을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제도이다 보니 이로 인한 사업자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교통영향평가 제도에 대한 문제점은 ▶장시간 걸리는 평가기간 ▶평가내용의 신뢰성 부분 ▶평가심의의 공정성 부분 ▶과다한 평가비용 부분 등 네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장시간 걸리는 평가기간  : 우선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는 주로 사업자와 설계자 등이 제기하는 것으로, 복잡한 절차로 인해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향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환경영향평가와 마찬가지로 건설교통부에서 고시된 교통영향평가 지침에 의거,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여기서 최소 한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보고서는 교통량 등 현장조사 후 주변 교통문제를 파악·분석해 설계자와 상의 하에 교통영향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검토하고 이 과정에서 설계가 변경되기도 하며 심각한 변동사항이 있으면 사업자와 협의를 하기도 한다.
보고서가 작성되고 나면 담당시나 구 등 기초자치단체 인허가부서에 이를 제출하는데 보고서가 교통협의부서가 아닌 통합법에 의해 인허가부서에 접수되기 때문에 교통영향평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지자체에서 최소 1주일에서 최대 1개월 이상까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그 이후 협의기관에 상정해 상위기관 관련부서 및 심의위원 사전검토를 또다시 거치기 때문에 보고서의 사전검토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다.
사전검토 내용이 정리되면 협의기관이 이를 평가자에 전달하면 평가자는 사전검토 대응책을 세우고 보완서를 제출·심의를 요청한다. 심의는 보통 한달에 한번이나 도시에 따라 두번하는 경우도 있으며 경기는 접수건수가 많이 매주 개최하기도 한다.
그나마 심의결과를 한번에 통과하면 다행이지만 사안이 심각해 재상정을 받거나 일정사항을 보완해 차기심의에서 보고하라는 판정을 받으면 다음 심의까지 최소 한달은 기다려야 한다.
이와같은 일련의 행정처리과정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복잡해 보인다. 과도한 기간만 지체되지 않는다면 계획과정에서 종합적인 교통문제를 점검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로 감수될 수도 있겠지만 반복적으로 재상정을 받게 되면 사업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게 된다.
■평가내용의 신뢰성 문제 : 이는 내용이 부실하거나 발생 교통량 예측 등을 믿을 수 없다는 것으로 주로 사업자와 설게자가 제기하나 제3자가 정확한 내용검증 없이 동의하는 경우도 많다.
환경영향평가처럼 절대기준 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계절이나 날씨, 공사, 사고 등 사소한 변수에도 교통량이 달라지기 일쑤며 설령 정확하다고 하더라도 그 정확성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 이를 위해서는 각 도시별 꾸준한 관측과 연구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놓고 이용해야 하는데 현재 국내에는 아직 이런 노력이 부족하다.
이 밖에도 교차로 신호시간 조정과 같이 큰 의미가 없거나 실효성 없는 개선대안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부분 시간에 쫓기기도 하지만 대안을 제시하더라도 사업자 부담이기 때문에 고비용의 대안은 제시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도로 등의 기간시설은 사업자가 개선을 부담하고 정부는 사회간접자본 차원에서 어느 정도 지원해야 하는데 정부의 예산집행 경직성으로 개선대안을 약속하기 어렵다.
■평가심의의 공정성 문제 : 교통영향평가 내용과 결과는 심의에 의해 좌우된다. 심의위원은 시 당국의 도시계획, 도로 주택 등 관련부서 대표와 경찰 및 교통분야 전문가, 시민대표 등으로 구성되며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 문제점과 개선대안을 제시·협의하고 토론하는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대개 심의는 비공개로 사업자의 참관을 불허하며 평가자에게 고답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평가자는 조기 심의통과를 위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심의위원의 의견에 따르는 경우가 많아 때로는 비전문가 심의위원이 불합리한 의견을 주장해도 반론을 제시하지 못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심의 결정방법은 도시마다 다르지만 대개 정해진 바가 없다. 바로 여기에서 공정성을 해치는 심의위원과 사업자와의 유착비리 의혹이 나타나고 있다. 건설이 한창 중인 대규모 현장에서 한 두달 심의결과로 공사를 진전시키지 못한다면 수십억 이상의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에 심의는 신중하게 수행돼야 한다.
■과다한 평가비용 문제 : 교통영향평가 비용은 평가기관 간의 과도한 가격경쟁 및 덤핑에 의한 평가부실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01년 제정 고시된 ‘교통영향평가 대행비용 산정기준’에 의해 산정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설계비·공사비가 낮은 규모가 적은 시설이나 규모에 비해 유발 교통량이 낮은 사업일 경우에는 평가비용 문제를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사업규모가 적거나 유발 교통량이 낮더라도 평가절차가 평가서내용은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용이 과다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해당사업이나 시설의 경우 현행 교통영향평가 지침에 의해 일부는 약식평가 등을 받도록 되어 있으나 추후 약식평가 범위를 확대하거나 교통전문가가 작성한 교통분석 보고서로 대체함으로써 영세한 사업자를 보호해 줘야 할 것이다.

■교통업계의 입장 표명
환경평가·건축심의 등 통폐합, ‘양립불가’
교통업계는 교통영향평가 제도 폐지나 통폐합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대규모 사업은 환경영향평가로 통합하고 대규모 시설은 건축심의와 통합해 행정 서비스를 단축해 경제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입장이다.
■제도 폐지 반대론 : 업계는 만약 교통영향평가 제도가 폐지된다면 교통상황의 악화로 국민들의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움과 동시에 나아가 국가경쟁력에도 큰 손실이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제도는 말없는 국민 대다수의 이익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규제라고 볼 수 없다.
사회 전체적 측면에서 교통영향평가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막대한 혼잡비용, 물류비용과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손실까지 감안한다면 경제회생의 차원에서도 논의될 대상이 아니다.
■환경영향평가제도와 통폐합 문제 : 통폐합은 본질적인 한계로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평가는 주로 미개박지를 새롭게 개발할 때 환경파괴 등을 방지하는데 교통평가는 이미 개발된 도시 내 교통문제 악화방지를 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평가목표나 대상사업, 시설물 종류, 규모와 심의방법 등에서 본질적인 차이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환경평가는 8~12개월 이상 소요되므로 평가기간은 현행보다 2배 이상 더 늘어나 이에 대한 불만은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심의방법 적용도 문제다.
교통문제는 주변여건에 따라 다양하게 표출되고 이에 따른 문제 해결방안도 일률적으로 법규 등에 심의기준을 규정, 준수 여부를 가려낼 수 없기 때문에 캐이스 바이 캐이스로 심의 및 심의기구가 반드시 필요한 데 반해, 환경평가는 법규적으로 정해진 기준의 준수 여부를 검증하기 때문에 심의기구 자체가 필요없어 동일 심의방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건축심의와 통폐합 문제 : 대규모 시설의 경우 건축심의와 통폐합하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업계는 공익을 위한 교통영향평가제도와 발주자의 개발의지에 따른 인허가 절차를 이행하는 건축심의와는 양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지향목표가 서로 다른 분야의 통합은 비합리적이라는 목소리다. 건축은 건축물이라는 정적 구조체에 대해 구조적 안전, 미관, 이용상 편의, 방재 등에 관해 심의하지만, 교통영향은 차량, 사람의 흐름에 대한 행태 측면에서 사업지 내부, 내외부의 연계성, 향후에도 건축물이 공공을 위한 사회적 기능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심의하기 때문이다.

■교통영향평가 제도 개선안
공익성 위시, 자료 DB화로 신뢰성 구축
이제까지 교통영향평가 제도에 관한 전체적인 개요 및 외국 사례, 사회적·국가적으로 미치는 영향 및 파급효과와 현 사태에 대한 교통업계의 입장을 살펴봤다.
교통영향평가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공익성을 우선시한다는 점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업 추진의 걸림돌이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도시의 숨통을 조이는 것을 막는 일종의 장치 역할을 해왔던 것.
또 어린이와 노약자,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교통시설이 대폭 개선되고 교통사고 및 교통정체 감소로 인한 대기질의 개선, 물류경쟁력 강화 등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폐지나 통폐합이 결정될 경우 우선적으로 도시권역의 교통혼잡으로 인한 막대한 손실은 피할 수 없다.
특히 주차동선 및 주차면수를 측정하는 유일한 제도가 없어진다면 향후 교통뿐만 아니라 주차난도 극심해질 것이다.
또 교통업계의 괄목한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관련 종사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관련 전공 대학생 및 이를 위해 미래를 준비하는 교통인, 주차인에게도 큰 타격이 미칠 전망이다.
한마디로 1987년 이후 약 20여 년동안 기울였던 제도에 대한 노력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시점인 것이다.
이에 업계는 무조건적인 폐지보다는 적정한 개선안을 제안하고 있다. 개별 건축물 중심의 교통영향평가에서 지역교통상황 전체차원에서 실질적인 교통영향평가와 사후평가가 가능하도록 도시교통정비촉진법 등 관련법을 개선하고 보고서의 접수부서를 인허가부서가 아닌 언허가기관청의 교통과에서 담당토록 해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심의기간 단축을 제시했다.
또 사소한 일로 재상정을 받거나 보고를 요구받는다든지하는 재상정 심의에서 일어나는 부조리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교통약자·장애인에 대한 배려도 고려해야
업계는 앞으로 앞서 지적한 교통영향평가 제도에 대한 문제점들을 하나씩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제도의 생명력 유지를 위해서는 제도의 모순점을 끊임없이 찾아 개선하고 가능한 한 많은 결정요건을 명문화해 심의위원회의 자의적 판단요소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평가심의의 공정성 문제에 대해 심의실명제를 실시하고 그 기록을 축적해 출판, 재판 판례와 같은 자료로 사용해 불공정성을 줄여나가야 한다.
외국사례와 마찬가지로 교통발생량표 작성 등을 통한 표준화, 데이터베이스화를 통해 비록 상대적 기준이지만 어느 정도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논란의 여지를 줄여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교통개발연구원 조준행 책임연구원은 “교통영향평가 제도가 시행되면서 그동안 수행해 온 관련 조사자료가 사장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전 검토, 모니터링, DB 구축, 분석·연구 가능한 교통영향평가센터를 설립해 교육·훈련 기능도 함께 수행, 전반적인 제도 발전을 이끌어내야 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교통개선안에 대한 사업자 부담 상한선을 판단하고 그 이상은 시 당국이 사회간접자본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현행 제도에 객관적인 검토를 통해 사업자와 지자체 분담 여부를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하면 평가자는 보다 부담없이 실효성있는 개선대안을 도출하고 사업자와 협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교통약자나 장애인에 대한 교통부분을 교통영향평가에서 엄밀히 다뤄야 할 것이다. 이는 건교부의 ‘교통영향평가지침’에 규정된 교통영향 가의 내용항목중 제4장 ‘사업시행으로 인한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장애인과 노약자 교통관련 내용을 추가·보완, 명문화함으로써 교통편의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행정시간 단축이라는 명목으로 제도를 통폐합하려는 감사원, 지난 20여 년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교통업계 모두 이번 기회를 계기로 자성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글 : 신영주 기자 / yjshin@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