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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	인터뷰
ㆍ게재년월	2021-04

안형준 서울교통공사 승강기관리단장

사고로부터 시민 안전 지키려면‘승강기 안전예산 ’ 지원 절실

1,000만 서울 시민의 발이자 수도권 주민들의 필수 교통수단인 서울 지하철이 최근 안전예산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운행 단축, 승객 감소 등으로 운임수입이 크게 감소하면서 승강기 관련 예산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교통공사 승강기관리단(단장 안형준)은 지난달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예방점검 강화로 승객안전을 최대로 확보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공공시설에 대한 정부의 승강기 관련예산 확보를 위해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승강기관리단은 서울교통공사 1~8호선 역사 내 2,789대에 달하는 승강기가 안전하게 운행될 수 있도록 총괄하는 조직이다. 국내 도시철도 기관 중 최대 규모답게 별도의 관리조직이 신규설치 및 교체 공사와 유지관리를 위한 점검, 부품구매, 관리감독 등 시민안전을 위해 밤낮없이 현장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승강기관리단이 계획했던 올해 사업은 적정 예산을 배정받지 못해 시작부터 제동이 걸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으로 공사의 재정난 심화 탓에 승강기 개량 예산확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노후 승강기 늘어가는데 예산은 태부족…적기 교체 ‘난항’

승강기관리단은 올해 계획한 승강기 개량공사 예산에서 안전장치보완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들의 예산 확보율은 30% 전후에 그쳤다. 노후승강기 전부교체(31.5%), 엘리베이터 조작반 개량(25%), 에스컬레이터 분해정비(27.8%) 등 안전예산 감축으로 승강기관리단의 시름도 깊어졌다.

안형준 단장은“사회적 거리두기로 수송인원이 전년 대비 30%가량 감소한 영향이 컸다”며“궤도·신호·열차 등 승객들의 철도이용과 운행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을 개선하는데 예산이 우선적으로 가다보니 승강기 관련 금액 비중은 더욱 줄어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승강기관리단은 본래 올해 27대의 전부교체 공사비로 예산 135억 원을 요청했지만, 배정된 예산은 4대 금액인 42억5천만 원에 그쳐 노후승강기 적기교체 난항이 예상된다. 내부적으로도 승강기 교체·개량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나, 기관이 재정난을 겪을 때마다 승강기 안전예산 배정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더 큰 문제는 예산배정을 받지 못한 노후 에스컬레이터가 승강기안전공단의 정밀안전검사 후 조건부 합격(1년 유예)을 받아 운행 중인 호기라는 점이다. 만일 올해 안으로 공사비 마련이 안 될 경우, 내년부터 당장 운행을 중지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안 단장은 “승강기 안전예산 부족은 한두 해의 문제는 아니지만, 올해처럼 많은 예산이 삭감된 해는 처음”이라며 “현재 서울지하철 내 전체 승강기의 약 20%(544기)가 설치 후 20년이 지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후 승강기 적기교체는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서울교통공사의 승강기 노후도만 따져보면 매년 80대의 승강기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다만 예산과 공사일정, 수명연장 수선 등을 고려해 승강기관리단에서 밝힌 연도별(~2025년) 승강기 교체 및 개량 계획은 매년 30~50대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2018년~2021년 승강기 교체 및 개량을 위해 신청한 예산 845억9,200만 원 중 배정된 금액은 475억7,300만 원으로 요구예산 대비 56.2% 수준에 불과했다. 심지어 올해 1~4호선 승강기 교체·개량 비용은 전액 삭감돼 언제 다시 예산이 배정될 지 불투명한 상태다.

승강기관리단이 노후승강기 현장에 고장·사고 예방점검 강화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미 노후화가 많이 진행된 현장은 고장도 잦고 사고 위험도 높다. 관리를 잘 하더라도, 관리자들은 교체작업이 이뤄질 때까지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현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안 단장은 “지하철 내 승강기는 시설 특성상 일반 건물 내 승강기와 달리 사용시간이 길고 큰 부하를 받는다. 노후된 승강기는 아무리 잘 관리되더라도 안전성 확보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단종된 MBB타입 에스컬레이터, 인증제품 없어 운행 중지될 수도

올해 에스컬레이터 전부교체 공사가 예정된 신금호역(5호선)과 산성역(8호선)은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각각 16.4m/21.4m로 높은 층고를 지니고 있다. 두 역사 모두 과거 고층고 특수현장에 주로 적용된 중간구동형(MBB-type)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현장이다. MBB타입은 구동부가 구조물 중간부에 설치돼 있어 점검 및 보수시 어려움이 크다.

또한 검사기준 개정으로 2014년 7월 이후 설치 의무화 된 보조브레이크(과속역행방지장치)가 갖춰져야 하지만, MBB 기종은 이미 단종돼 적합한 안전부품을 시중에서 구할 수 없어 전부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안 단장은 “당장 교체가 어려울 경우 안전인증을 받은 보조브레이크를 달아 불합격을 면해야 하는데, 수요가 적은 MBB타입 안전장치는 부품업체들조차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며 “행안부가 건축공사가 들어갈 정도로 구조가 나오지 않는 현장이 아닌 이상 예외를 허용해주지 않아 사실상 전부교체만이 불합격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승강기안전공단에서도 부품수급의 어려움과 예산문제 등을 고려해 MBB타입에 한해 1년 간의 유예기한을 부여해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로선 국비지원 없이 예산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므로, 승강기관리단은 주무부처가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단장은 “시민안전을 이유로 승강기 법령이 강화됐지만 예산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으면 현장은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만일 내년부터 승강기 운행을 중지해야 하는 현장이 생긴다면 이는 곧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하게 되고, 주무부처인 행안부 역시 쏟아지는 민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단장은 또한 “수요처들이 강화된 규정에 맞춰 안전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거나, 특수현장에 대한 별도 규정을 마련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10년 사이 700대 이상 늘어난 승강기…유지관리비 부담 크게 늘어

서울교통공사 승강기 대수는 서울시의 1역사 1동선 확보정책, 승객편의 향상을 이유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실제로 승강기관리단에 따르면 2020년 승강기 설치현황은 지난 10년 사이 732대(엘리베이터 146, 에스컬레이터 586) 늘었다. 이와 함께 신규노선 확대, 계단 통행로를 에스컬레이터로 바꾸는 현장이 늘면서 관리대수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는 실정이다.

승강기관리단에 따르면 승강기는 설치 후 점검과 수리를 위한 유지관리비, 전기세, 개량비 등이 지속적으로 투입된다. 계단을 에스컬레이터로 바꾼 통로도 다시 계단으로 재사용 할 수 없어 노후 승강기 교체비용 역시 고스란히 공사의 몫이 된다.

지역 의원들이 주민 편의시설로 지하철 출구에 승강기를 설치하는 공약을 내걸고 예산을 따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신규설치 공사비용은 정부에서 지원받기 때문에 자체 예산이 들지 않지만, 이런 현장의 수가 점차 늘어나게 되면서 공사의 유지관리 비용 부담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안 단장은 “대당 약 20년 간 운영비용을 계산해보면, 전체 금액은 승강기 설치비에 준하는 수준”이라며“이러한 승강기 설치가 매년 수십대에 달해 공사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고, 자체예산만으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어 정부의 안전예산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노후승강기 안전 확보, 재정 및 정책 지원 없이는 속도 내기 어려울 것

노후승강기 안전예산 확보는 서울교통공사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다. 철도 운영기간이 길고 대수가 많았던 탓에 가장 먼저 매를 맞았을 뿐, 곧 다른 운영기관들도 승강기 노후화 개선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국에 가장 많은 역사를 보유한 코레일도 아직 서울교통공사만큼 승강기 노후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문제가 되지 않았을 뿐 시간이 지나며 승강기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장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안 단장은“환경부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주고 지자체가 배기저감장치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등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으나, 승강기 분야는 관리주체의 책임만 강조할 뿐 노후승강기 안전예산이나 정책지원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덧붙여“안전을 이유로 승강기를‘세우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법률의 본 취지인‘이용자 안전강화’에 맞춰 정부방침을 따라갈 수 있도록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에 귀를 기울여달라”는 당부도 함께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