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1社·1組合’ 적용으로 중복배정 방지, 수혜업체 확대 방침
게재월 : 2002년 1월호

공공 기관이 중소기업 제품 구매시 수의계약 방식으로 구매토록 하는 단체수의계약제도가 이번달부터 대폭 개선·운영됨에 따라 중소기업 및 관련 조합들이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소기업청(청장 최동규, 이하 중기청)은 구랍 10일 “현행 단체수의계약제도는 그간 단체수의계약제도가 다수 중소기업의 판로확장과 경영안정을 지원하고, 조합을 통한 중소기업 자조 조직을 육성한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조합에 편중 배정되는 등 불공정 사례가 발생하고 일부 중소기업이 이 제도에 안주해 기술개발 노력을 등한시하는 등 제도 운영에 문제가 제기됐다”며 이에 따른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고, ‘중소기업진흥및제품구매촉진에관한법률’ 시행령 제11조의 규정에 따라 ‘단체수의계약제도운용규칙’을 개정·고시했다(중소기업청 고시 제2001-19호).
중기청은 지난해 7월부터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중앙회)가 단체수의계약제도 개선(안) 및 추진계획을 마련한 이래 산업연구원을 통해 ‘단체수의계약제도 운영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제도전반에 관한 사항을 ‘제로 베이스 상태’에서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중기청에 따르면 “이번 단체수의계약제도운용규칙 개정은 그간 제도개선 관련 공청회와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제도 전반에 관한 개선계획을 마련하고 중앙회, 공정거래위원회, 국방부, 조달청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친 만큼 제도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실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연구용역을 맡았던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0월 중기청에 보고한 연구용역결과에 따르면 “단체수의계약제도가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나 그 시기는 경제상황과 대체제도의 정착 및 제도개선 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청이 이번에 수립한 단체수의계약제도 개선계획의 기본방향은 외부 경제환경의 변화와 중소기업의 저수익·과당경쟁 구조가 개선되는 추세를 감안해 가면서 경제체제 활성화 및 사후관리 강화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축소·조정해 나가되, 중소기업의 경쟁·혁신의지와 업계의 자정노력 없이는 제도개선의 실익이 없으므로 제도개선의 기본틀을 업계의 자율·책임 강화에 중심을 두고 운영체계·물품추천제도·물품배정 등 제도전반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제도개선은 단체수의계약의 부적정 운영 및 과도의존 물품·업체 등에 대한 참여 제한사항 등을 1년간 유예·적용토록 함으로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제도개선 원년의 차원에서 중소기업이 제도개선에 적응하고 자체 경쟁력을 쌓아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단체수의계약제도 어떻게 달라지나?

■객관성, 공정성 제고 및 투명성 확보
올해부터 본격 시행되는 이번 단체수의계약운용 개선안을 살펴보면 우선 제도 운영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높이고 단체수의계약 추천 물품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중기청과 중앙회에 각각 ‘단체수의계약제도 운영위원회’와 ‘운영실무위원회’를 설치, 운영키로 했다.
중소기업청차장을 위원장으로 한 운영위원회는 단체수의계약물품 지정, 기타 단체수의계약운영 전반에 관한 심의를 주요 기능으로 하고 있다. 위원회는 공정위·국방부·산자부·중기청·조달청 소속 2∼3급 공무원과 중앙회 사업상무을 비롯해 그밖에 중기청장이 위촉한 자로 구성될 예정이다. 중앙회 상근부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운영실무위원회는 단체수의계약물품지정 추전, 민원처리, 조합간 분쟁조정, 물량배정심의회 관리 등을 수행하며, 공정위·산자부·중기청·조달청 관련 업무 담당과장, 중앙회 사업상무와 협동조합 이사장(회장 2인)을 비롯해 중앙회 회장이 위촉한 학자 2인으로 꾸려진다.

■제도 의존도 완화 및 경쟁체제 활성화
현행 단체수의계약제도에 안주하여 품질 및 기술개발에 등한시하는 사례를 방지하고, 활력있는 다수의 중소기업을 육성하여 기술경쟁력 강화 및 수혜업체 확대를 꾀했다.
기술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3년 이상 단체수의계약 물량을 배정받은 수혜업체의 참여를 배제한다는 내용의 ‘수혜업체 졸업제’와 납기지연과 품질하자 발생 등의 규칙위반 사례가 3회 이상인 기업의 참여를 엄격하게 제한한다는 ‘삼진아웃제’가 도입된다. 한마디로 “3년 이상 도와줘도 가망이 없다”고 보고 퇴출시키겠다는 것으로 “단체수의계약제도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는 뉘앙스가 담겨져 있는 대목이다. 다만 영세업체의 조업안정을 위해 연간 매출액 대비 단체수의계약 납품실적이 20% 미만일 경우 ‘수혜업체 졸업제도’에서 제외된다.
특히 허위민원이나 하청납품, 수입납품 등 부당운영이 적발될 시엔 1회 위반시부터 물량배정에서 완전 제외하는 등 제재를 강화함으로써 사후관리도 엄격해진다. 결국 그동안 수년에서 수십년간 단체수의계약제도에 안주해 온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기술력 및 경쟁력 강화 차원의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단체수의계약제도를 통한 대기업의 물량배정 비중도 종전의 12%에서 올해부터는 8%로, 2003년에는 5%로까지 단계적으로 낮춰 제도가 중소기업 중심으로 운용되도록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1업체·1조합 배정원칙’으로 중복배정을 방지하고 수혜업체를 확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동일업체(배우자·8촌 이내의 혈족 및 4촌 이내의 인척관계, 임원겸직 및 파견, 출자총액한도 초과 및 채무보증 관계에 있는 업체) 적용을 타 조합까지 확대하며, 타 조합 조합원과 동일업체 관계에 있는 경우 중복 가입한 것으로 보고 1개 조합에서만 물량배정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즉, 각 중소기업은 복수의 조합에 가입할 수 있으나 단체수의계약을 통한 공동 판매사업에는 1개 품목에만 참여할 수 있게 된 것.
1업체·1조합 원칙은 특히 이번 제도개선의 쟁점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여러가지 품목을 생산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현재 보통 서너개 조합에 중복가입해 단체수의계약제도의 수혜를 중복으로 누리고 있고, 심지어는 일부 조합의 경우 복수 품목을 한 조합원사에 배정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의 조업안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라는 단체수의계약제도의 본래 취지가 무색해지고 일부 업체의 호구지책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조합 임직원 및 수혜업체 임직원은 중앙회에서 실시하는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토록 해 단체수의계약 운영 및 품질향상에 노력하고, 조합별 물량배정심의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동 심의회 위원에 중앙회 임직원 1인이 반드시 참여토록 했다.

■물품배정의 자율성·책임성 제고
조합별 자체운영규정의 제정·운영을 인정하여 물품배정의 자율성·책임성을 제고하고 조합내 자체경쟁을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물량배정 기준 작성시 조합의 재량범위를 확대했다. 이를 위해 중기청은 기본원칙만 제시하고 조합은 업종 특성을 감안한 배정기준을 작성·운영토록 하여 배정기준의 실효성을 제고토록 했다.
또한 조합별 인터넷 홈페이지를 의무적으로 개설하도록 강제하고 이를 통해 계약 체결내용, 물량배정 등 단체수의계약 운영전반에 관한 사항 등 구매정보를 실시간 공개하여 불공정 배정을 방지하겠다고 나섰다.

■단체수의계약물품 추천제외 기준강화
중소기업의 단체수의계약제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 위해 단체수의계약 참여 조합원의 총매출액 대비 단체수의계약 납품실적 비율이 80% 이상(2003년 이후 60%)인 물품은 물품 추천에서 제외된다. 또한, 생산능력에 따른 배정이 되도록 하기 위해 합의배정 비율이 연간 총계약실적의 30% 이상(2003년 이후 20%)인 물품과 연간 배정기준표와 실제배정비율의 차이가 1개 업체라도 10% 이상인 물품은 추전에서 제외된다.
그 외에도 공공기관이 아닌 일반 소비자로서의 다양한 구매 선택권을 제한하는 물품도 추천에서 제외하는 등 추천제외 기준이 강화된다.

조달구매 이행력 확대로 판로안정 기반 확충

단체수의계약제도 개선에 따라 공공기관의 중소기업제품 구매제도도 개선될 계획이다.
중소업계는 그간 공공기관의 중소기업제품 구매제도에 관해 많은 문제점을 제기,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5, 6월에 있은 중앙회의 구매기관에 대한 현장실태조사 결과 현행 제도 및 운영과정에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이 파악됨에 따라 지난해 7월 대통령 보고시 중소기업특별위원회에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가 있기도 했다.
중기청측은 “단체수의계약제도를 점진적으로 축소·조정하여 중소기업간 경쟁물품제도 등으로 대체할 경우 덤핑입찰에 따른 중소기업의 채산성 악화와 구매기관의 활용도가 낮아 실효성이 저하되므로 단체수의계약제도 개선효과와 대외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중소기업간 경쟁물품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교섭력 차이로 발생하는 하청 불공정거래를 최소화시켜 나가기 위해 공공기관의 공사용 물품 직접구매 및 공사 분리발주를 확대하고 정책과 집행간의 괴리를 해소하여 실질적인 제도운영이 되도록 확인 및 점검 기능을 강화하는 등 지원체제를 정비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된다.
중소기업제품의 구매확대와 적정가격 보장이 중소기업의 최대 관심사임을 감안, 중소기업 제품의 구매목표비율 선정, 분리발주 활성화, 공공구매 실태점검 강화 등으로 조달구매 이행력을 확대함으로써 중소기업 판로기반이 장기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조달환경을 적극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정부는 제도개선 사항 등을 엄격히 적용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하여 단체수의계약제도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함으로써 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이 판로확보와 경영안정 기반을 마련하여 일반시장에서 대기업 등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문의 :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정책과 기업진흥과 / 전화 : 02-503-7930~8 / 웹사이트. www.smba.go.kr).

■글·박대성 기자 / dspark@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