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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구분	포커스
ㆍ게재년월	2017-05

국회 입법발의로 ‘수도권광역교통청’ 설립 청신호

경기·인천·서울 3개 광역도시 교통정책 체계적 정비, 법적 구속력 가진 기구 설립돼야

출퇴근 시간 주차장으로 변해버리는 수도권 일대의 교통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또한 점점 더 늘어나는 대중교통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대안은 무엇일까.
최근 국회와 수도권 광역자치단체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광역교통기구 설립에 주목했다. 그간 논의선상에는 여러 차례 올라오고, 정부에서도 표면적으로는 관련 행정조직을 구성했지만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던 ‘수도권 교통’ 문제가 다시 광역교통 개편의 도마 위에 올라온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한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을 위해 지난달 14일 국회에서는 경기연구원과 서울연구원, 인천발전연구원 주관으로 ‘대도시권 광역교통기구 설립방안’에 대해 토론회가 열렸다.정병국, 정성호, 박순자, 박광온 국회의원이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수도권 광역교통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여러 방안이 논의됐다.

출퇴근 시간만 3시간, 1년에 1달을 도로에서 보내는 수도권 주민
지난해 한국의 통근시간은 평균 58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회권국의 평균 통근시간인 28분보다 2배가 넘는다. OECD 26개 회원국 중 최하위로, 회원국은 아니지만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교통체증 문제가 심각해진 중국의 47분보다 10분 이상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조사를 대한민국 전체가 아닌 수도권으로 한정지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실제 통근시간인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로 적용했을 경우, 수도권 신도시에서 서울 도심으로의 출퇴근 시간은 약 3시간에 달한다. 주 5일로 환산하면 1년에 780시간, 날짜로는 32.5일로 약 한달 이상을 꽉 막힌 도로나 발 디딜 틈 없는 버스와 지하철에서 보내게 되는 셈이다.
정병국 의원은 개회사에서 “수도권 시민에게 출퇴근 문제는 단순 교통정책의 문제를 넘어 경제, 복지 정책의 범주에 들어가 있으며, 국민의 기본권인 행복추구권의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광역교통청 설립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하게 됐다”고 법안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유명무실했던 수도권 교통본부, 중앙정부 지휘하는 기구 신설이 핵심
정부와 국회는 수도권 교통체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5년 서울경기인천을 아우르는 수도권교통본부를 신설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사업을 제외하고는 법적 구속력 부재, 본부의 권한과 위상에 대한 규정미비로 예산확보와 전문성 측면에서 태생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번 ‘수도권광역교통 행정체계 개편’ 입법안은 수도권 교통정책이 실제로 구현될 수 있도록기존 ‘지방자치법’에 따라 제한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수도권교통본부 대신 국토교통부 소속 수도권교통관리청을 신설하려는 목적이다.
조응래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의 효과적인 행정체계 개편방안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수도권은 인구 2,500만에 달하는 거대 도시권으로 매년 약 15조원 이상의 교통혼잡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매일 ‘지옥철’과 ‘콩나물시루’ 버스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다.
수도권 주민 중 경기도에서 거주하는 직장인 22%가 서울로 출퇴근하고, 서울에 사는 직장인 13%는 경기도로 출퇴근한다. 강남대로의 경우 하루 광역버스 운행횟수만 7,700여 회로 오전 8시경엔 표준처리용량 245대보다 훨씬 많은 359대가 한꺼번에 몰린다. 주요 축의 광역버스 혼잡율은 최대 185%로 45인승 버스 기준으로 평균 17명이 서서 이동을 한다. 불편과 비용을 넘어 안전에도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대한민국 인구 절반이 밀집해 있는 수도권의 교통문제는 한 지자체의 의지와 노력만으론 개선하기 어렵다. 중앙정부 차원의 법적 권한과 예산의 뒷받침이 있어야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조응래 연구위원은 “이미 미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대도시권 광역교통기구를 통해 컨트롤 타워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종합적인 교통정책의 협외와 조정을 위해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 반드시 법적인 위임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광역교통행정체계 개편은 ‘교통편의 서비스 강화’ 목적
수도권 광역교통기구의 개편 방향은 ‘대중교통 서비스’ 중심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때문에 조응래 연구위원은 이를 구체화 시키기 위해 현행 제도의 보완과 각 광역지자체 간 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기구설립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구체적 예시로 아래 4가지 방안이 제시했다.
첨두(피크) 혼잡율 감소를 위한 2층 버스 확대
광역버스는 출퇴근 첨두시간과 기타 기간 대 혼잡율 및 이용률에서 큰 차이가 있다. 도로용량 부족으로 광역버스 추가 배치에 한계가 있으며, 혼잡율이 높은 노선을 대상으로 2층 버스를 도입했다.
2층 버스는 2015년 10월 첫 도입 이후 2017년 초까지 26대가 운행 중이다. 가장 단편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된다.
심야시간대 및 교통약자 위한 광역 대중교통서비스 개선
승객이 많지 않은 심야시간대 대중교통 이용수요 대응 및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광역통행 서비스를 개선
환승시설 확대로 이용편의 제공
서울로 진입하는 광역버스를 부도심에서 환승하게 해 버스 배차간격을 단축해야 한다.
자동차 전용도로 환승정류소를 이용해 원활한 환승체계를 구축하고 출ㆍ퇴근 시간에도 앉아가는 버스로 환승시설 개선에 힘써야 한다.
또한 수도권 광역버스 이용객 중 사당역에서 환승하는 이용객이 하루 22,247명으로 가장 많다.
이에 따라 환승시설 사업비 분담체계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서울시에 위치한 환승시설 이용객은 사실 수도권 주민들이 대부분이어서, 서울시 자체에선 환승역에 투자할 필요를 잘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자체간 사업비 분담을 통합 신속한 추진이 필요한 상황.
광역버스정류장 개선, 복합환승센터 추진과 동시에 비교적 적은 비용이 드는 비가림막 설치, 줄서기 유도선 설치 등 다양한 사업이 추진 중이며, 이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현행으론 해결 역부족, 새로운 대안 제시돼야”
이날 토론 좌장을 맡은 이용재 중앙대 교수는 “그동안 수도권 교통본부는 ‘수도권 BRT(간선급행버스체계) 건설’과 ‘기종점 교통량 조사’, ‘광역버스 노선 조정’ 등의 성과를 거뒀지만 지방자치단체 조합 형태로 운영돼 법적 권한이 미약하다는 이유로 자치단체 간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협의·조정에 한계를 보여온 것이 사실”이라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조직이 재편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언은 “그간 경기도와 인천시는 시민들의 출퇴근 편의를 위해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를 늘리려는 반면 서울시는 도심교통난을 이유로 경기도와 인천시의 광역버스 진입량을 줄이려는 상황이었다”며 “각 광역시는 이미 철도와 도로 등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거대 도시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정작 만성적 교통난 해소를 위한 교통정책은 각 지자체별로 마련,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방기구, 혹은 정부기구에 대한 명확한 틀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경기도는 작년 9월 ‘경기도 민생연합정치 합의문’에 수도권 교통청 설립을 추진 과제로 포함시키고 국토부에 건의한 바 있다. 또한 경기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해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하는 등 힘을 싣고 있다.
조응래 연구위원은 “정부 차원에서도 새로운 조직 설립이 쉽지 않고 비수도권과의 형평성 문제로 진전이 더딘 편이나, 3개 광역단체와 국토부 등이 유기적인 협력을 한다면 설립에 적극 탄력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