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_ 이하영 한국승강기보수업협동조합·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 고문

얼마 전 조선일보 기획기사 제국의 황혼 ‘100년 전 우리는’에서 지해범 전문 기자는 승강기에 대한 매우 재미있는 글을 발굴하여 소개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남 타는 승강기니 나도 한번 타볼까,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서 ‘표 찍으시오’ 소리가 날까봐 미리부터 조끼 봉창에 손을 넣고 구멍 뚫어진 돈 한 푼을 꼭 쥐었다. 땅 속으로 몇 만 길이나 떨어지자 현기증이 난다.
급행차가 시골 정거장 지나 듯이 4층, 3층, 2층 그 다음에 가서 승강기가 딱 선다. 엉겁결에 튀어나와 돈도 안 내었다. 나만 공짜인가보다, 아니다, 남들도 돈을 안낸다”
1932년 잡지 ‘별건곤(50호)’에 실린 ‘소대가리 경성 쉬골학생이 처음 본 서울’이란 글의 일부이다. 필자는 시골에서 보통학교를 마치고 서울 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상경한 태초(態超)라는 인물이다. 인물 곱고 맵시 좋은 백화점 여점원들을 보고 “후일 학업을 다 마치고 장가들 때는 반드시 서울 색시를 얻으리라”고 다짐한 그는 엘리베이터를 처음 타 본 경험을 생생하게 기록했다.(조선일보 제27657호에서 인용)
지금도 고급백화점이나 특수 건물의 승강기엔 안내양이 동승하여 상냥한 자태를 뽐내는 곳이 많다.
나는 늘 지하철을 이용한다. 많은 노인들과 아이들이 지하철 승강기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면서 “이게 없으면 어떻게 지하철을 타보겠어”
“참 이거 편리하지”, “고맙기 그지없지” 등 중얼거리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또 설악산, 내장산 등에서 케이블카를 이용한 승객들이 발품으로 도저히 구경 못 할 명승지를 황홀하게 감상하며 거듭 케이블카의 고마움을 표현하곤 한다.
케이블카도 광의의 개념으로 승강기범주에 속하지 않는가.
참, 서울 남산꼭대기를 이젠 쉽게 올라갈 수 있도록 연계 교통수단으로 경사식 승강기가 놓여 장애인들까지도 쉽게 서울을 다 볼 수 있게 됐다.
근 80년 전이나 지금이나 승강기는 우리들에게 마음과 몸을 편케해주는 이무기로, 모든 계층의 모든 사람들에게 안락한 생활, 행복지수를 높여주는 문명이기이다.
우리 승강기인들의 땀 흘림이 한국의 건축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으며 그에 대한 마땅한 대우와 보상이 있어야 할텐데…….
또한 승강기류(昇降機類)에 대한 예찬(禮讚)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어쩌다 발생하는 불행한 사고를 상쇄하고도 남는 승강기류에 모름지기 승강기인들은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며 더욱 애정을 갖고 승강기류의 모든 것에 올인하는 자세를 가다듬어야겠다.
무슨 무슨 검사다, 인증이다. 규제 입법이다, 뭐다 뭐다… 승강기 산업에 대하여 한국처럼 옥죄는 나라가 없다. 하지만 승강기인들은 주눅 들지 말자. 더 좋은 승강기류를 만들기 위한 100년이 이제 또 시작이다. 이 2010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