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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재년월 2008-11
 
승강기 제품인증 관련 KTL 기자간담회 개최

수입산 승강설비 無血入城…이용자 안전 위협
지난해 에스컬레이터 전체 수입품 중 중국산 94%
시스템인증 품질검증 제재없어…소비자 선택 '의존'

지난 9월 23일 서울 영등포역 지하철 에스컬레이터가 지상으로 올라가던 중 갑자기 역주행을 해 시민 22명이 머리를 다치는 등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같은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시민들의 편안한 운송을 책임져야 할 승강설비가 연일 발생하고 있는 안전사고로 오히려 이용객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특히 이번 사고는 당시 에스컬레이터 구동체인 절단이 원인으로 판명된 사고로 자칫 대형사고 번질 수 있는 아찔함을 면했다. 이처럼 현재 국내는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수입 승강기 부품의 무분별한 국내 유입으로 인해 국민들의 안전한 승강기 이용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지난달 6일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이 지경부 산하 승강기사고조사판정위원회(이하 사판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서도 사망·신경손상·내장손상 등의 피해를 가져온 중대한 승강기 사고가 2005년 8월부터 2008년 5월까지 1백99건이 발생했으며, 이중 사망사고는 36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승강기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수치다.
사고 1백99건 중 40.2%에 해당하는 80건은 기차역, 지하철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역사에 가장 많이 설치되어 운행 중인 에스컬레이터의 경우에는 국내 설치되어 운행되는 기종 대부분이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저가형 중국산 제품이라 사고의 비중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품질미달 중국산 에스컬레이터 제품 국내시장 대량공급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전체 39,249천불 상당의 에스컬레이터가 수입됐으며, 이중 94.2%에 해당하는 36,972천불 상당이 중국으로부터 수입됐다. 문제는 이들 중국산 수입품의 경우 국내 인증기관의 인증을 받을 의무가 없기 때문에 아무런 품질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시장에 공급되고 있으며, 제품의 질 역시 국내 승강기 인증기준에 크게 미달되는 제품들이라는 것이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원장 이유종, 이하 KTL) 측은 “중국에서 수입돼 국내에 공급되는 에스컬레이터는 한국형 에스컬레이터로서 현행법의 테두리에서 아무런 품질규제 조항이 없으므로 제품성능 제한없이 무방비로 시장에 공급되고 있어 매우 우려가 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행 국내법상 승강기 시스템인증은 ‘승강기제조및관리에관한법률(이하 승관법)’ 제8조에 의해 전기식 엘리베이터, 유압식 엘리베이터, 덤웨이터, 에스컬레이터(수평보행기 포함), 경사형 휠체어리프트, 수직형 휠체어리프트와 특수구조형 승강기를 대상으로 지난 2006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강제인증이 아닌 임의인증인 관계로 수요자가 필요에 의해 요청할 경우에만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이 또한 실효성이 매우 낮다.
이에 KTL은 지난달 8일 승강기 제품인증 관련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그동안 추진되고 있는 승강기 산업기술기반조성사업의 내용과 연구동 설비 및 시험장비 등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KTL 강인구 운송설비팀장은 저가의 수입 승강기 제품에 대해 검증이라는 단계를 거치지 않고 우후죽순 격으로 설치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며 “전 세계 승강기 시장이 EN코드 체제로 변화하는 추세는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규범적 기준에 얽매여 과거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모든 기준은 ‘안전’을 통해야 한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중국산을 위시한 외국산 에스컬레이터 제품이 넘쳐나는 데에는 국내 승강기 산업의 과도한 경쟁과 저가수주 등이 현실에 기인한다. 에스컬레이터 제작에 따른 생산비용 부담으로 원가가 높아짐에 따라 국내에서의 에스컬레이터 제작을 중단하고 대부분 중국으로부터 저가 완제품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악순환은 결국 안전사고라는 총구로 이용객들을 겨냥하고 있다. 이에 서울메트로는 지난해 12월부터 국내 수입되는 에스컬레이터 제품은 시스템인증을 획득한 제품에 한해서 납품하도록 입찰조건을 강화하고 있지만 총체적 난국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국내 승강기 산업 공동화·안전인증 확대의 필요성
물론 중국산 제품이라 해서 모두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정부는 자국 내에 설치되는 제품들에 대해서는 승용엘리베이터, 화물용엘리베이터, 유압엘리베이터, 소화물운반용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자동보도, 특수유형 엘리베이터, 수입각종 엘리베이터, 안전보호장치, 주요부재 등 10개 유형 44개 설비에 대해 ‘엘리베이터 형식시험규정’을 마련하고 의무적으로 품질검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에스컬레이터 등 승강기에 대해 시스템 및 주요부품에 대한 품질검증을 강제인증으로 실시하고 있는 중국은 유럽의 EN 기준을 근간으로 안전한 제품만이 중국 내에 유통될 수 있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수입해 국내 공급되는 에스컬레이터는 한국형 에스컬레이터로 중국 내 공급되는 제품과는 다소 품질이 다른 저가형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영등포 역사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사고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구동체인은 중국산으로 밝혀졌으며, 이들 주요 부품에 대한 안전성 및 내구성에 대한 품질 적합성에 대한 시험 검증을 거치지 않고 설치·운영되었기 때문에 예견된 사고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이에 KTL 측은 “이러한 안전사각 지대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며, 현실적으로 현재 운영 중인 승관법의 시스템인증 제도를 에스컬레이터 안전확보에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현행법의 시스템인증은 승강기 제조기업이 자신들의 공장과 제품의 품질관리 체계를 인증기관에게 공개하고 이에 대한 심사를 받아야 하며 인증기관은 제조사들의 제품 생산체계뿐만 아니라 생산제품에 대한 시험을 통해 인증기준에 적합한지를 평가한다.
또한 인증심사 후 매 2년마다 사후 관리를 통해 인증제품이 인증획득 당시의 제품성능과 제품생산 체계가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엄격한 심사를 받게 되고 여기서 제품 품질이나 생산체계가 인증기준에 적합하지 않으면 인증마크 발급을 취소해 체계적인 품질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비단 이 뿐만 아니다. KTL 측은 “승강기 운영제도에서 시급히 보완이 필요한 사항은 국내에 진출한 메이저급 제조사들의 생산기지가 대부분 중국으로 이동됨에 따라 현재 법에서 정한 강제인증대상 5개 부품 이외의 부품에 대한 안전성 확보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례로 중국 국내에서는 강제인증 대상품목인데 한국에서는 강제인증 대상품목이 아닌 경우 원가절감차원에서 중국에서 통용되는 품질 요건을 갖추지 않은 저가, 저품질 제품의 유입이 가능하며 실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정작 중국의 승강기 안전기준은 유럽의 EN 코드를 근간으로 까다롭게 제정되어 있으며 엄격한 검증이 이루어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EN 코드를 조기에 채택, 도입함에 따라 해외로 수출되는 자국 제품이 인증기준 미달로 인한 품질문제가 없도록 전 세계를 상대로 수출시장을 확대하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KTL 측은 “유럽의 경우 EN 코드에서 국내의 5개 부품 외에 안전회로기판 및 유압식 럽쳐 밸브도 강제인증대상품목으로 지정해 검증을 하고 있고 중국도 에스컬레이터의 체인, 스텝, 구동기 등에 대해서 강제인증을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지하철 및 역사 등과 같은 공동편의시설에 대해서는 강제인증 제도의 보강이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수구조 승강기에 대한 운영 체계상 문제 개선해야
에스컬레이터뿐만 아니다. 특수구조 승강기의 경우도 기술표준원에서 특수구조승강기에 대한 대체검사 기준을 정한 후, 검사기관이 설치 후 완성검사만 실시해 사용하도록 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는 것도 보완이 필요하다.
지난 9월 싱가폴에서 열린 PALEA(Pa cific Asia Lift and Escalator Association) 회의에서 ISO TC/178 기술전문위원인 미국의 Mr. Bialy는 국제 승강기 기준의 통합화 작업이 이미 진행 중이며 현재 조속기, 제동기 등 5개 품목에 대해 통합기준이 작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의 승강기 기준은 신기술을 제한하지 않도록 규범적 기준(Prescript Code)에서 성능형 기준(Performance Code)으로 바뀌고 있으며, 이는 특수구조 승강기와 같은 기준에 맞지 않는 승강기에 대해 성능기준에 따라 위험성 및 안전성을 평가해 시장에 출하하며 이에 대한 안전성평가를 해당국가의 공인인증기관에서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경우 특수구조 승강기의 경우 인증기관에서 위험성분석 및 필수안전조건의 만족 여부를 평가하고 제품에 대한 성능시험을 거쳐 적합성이 확인되면 시장에 출하하고 있지만, 국내는 사정이 다르다. 특수구조 승강기에 대한 안전성을 검증하는 전 과정에서 인증기관의 역할이나 기능은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특수구조 승강기에 대해서도 승강기 검사에만 의존하지 말고 제품의 제조단계를 검증할 수 있는 인증제도의 적극 활용을 권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KTL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인증제도가 제조자나 설치자 등 인증심사를 받아야 하는 당사자에게는 비용 발생 및 책임 때문에 분명히 매력적이지 않다. 특히 열악한 환경에 놓인 중소 승강기업계에서는 고가의 인증비용이 부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인증에 대한 선택권을 가진 제조자는 소비자의 요구가 없는 한 승강기 시스템인증에 대한 필요성도 느끼지 않고 있으며, 이에 대한 관심도 없는 실정이다. 더욱이 최종소비자라 할 수 있는 국민들이나 건물주는 시스템인증과 같은 품질검증을 전혀 모르며 이러한 제도에 대한 정보도 기업논리 및 경제논리에 의해 차단되는 것도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KTL 측은 “현재 6종의 승강기 중에 에스컬레이터에 대해서만 소비자인 서울메트로에서 승강기 인증제품의 설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다른 대중이용시설물의 관리주체들은 이러한 제품인증 제도가 있는지 조차 모르고 있으며 알고 있어도 묵살되는 형편이다”며 “만일 소비자들이 이러한 제품품질 확보를 위해 자기가 이용하는 승강기에 대해 인증제품을 요구한다면 제조자는 비용 발생에도 불구하고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발생되고 있는 안전사고의 원인 중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부품과 품질체계에 대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권이 확보되어야 하며 제조자는 자발적으로 제품품질 확보를 위한 객관적 검증을 거치도록 해 안정된 품질이 확보된 제품이 시중에 유통되도록 함으로써 소비자가 안전한 승강기를 이용할 기회를 부여하고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안전방패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요구 반영한 시스템인증 절실하다”
국내 승강기 완성검사는 승강기가 제작 설치된 후 이루어지고 있으며 완성검사 특성상 제품생산과정의 품질관리체계나 주요부품에 대한 시험 등 설계 및 제조단계의 검증은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제품완성 이전의 제조품질과 주요 부품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 2004년 지식경제부에서 승강기 신뢰성 향상 종합지원 대책을 확정하고 국내 승강기 수요증가에 따른 제품성능 및 품질의 안정화와 이용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기술기반조성사업(이하 산기반 사업)의 일환으로 ‘승강기 부품 및 시스템 품질인증기반 구축사업’을 지난 2004년 7월 1일부터 2009년 6월 30일까지 약 60개월에 걸쳐 70여 억원을 투입해 진행하고 있다.
올해 9월 30일을 기해 4차년도까지 진행된 산기반 사업은 KTL이 주관해 승강기 검사기관인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과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이 공동수행기관으로 그리고 부경대학교가 연구네트워크분야의 위탁기관으로 참가해 진행해 오고 있다.
이 산기반 사업의 후속으로 승강기 주요부품에 대한 강제인증 및 시스템 임의인증제가 2006년 7월부터 시행되었으며 부품인증의 경우 승관법 제4조에 의해 조속기, 완충기, 비상정지장치, 승강장문잠금장치 및 상승과속방지장치용브레이크 등 5가지 품목을 대상으로 강제인증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 제조된 제품은 출고 전에 인증표시를 반드시 해야 하고, 외국에서 제조해 국내로 수입한 제품에는 통관 전에 안전인증의 표시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인증을 취득한 회사는 국내 32개사, 해외 33개사로 총 65개 회사에 3백62개 모델에 대한 인증서를 발행한 상태다.
하지만 부품인증 시행과정에서 안전성 확보에 미흡한 부분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행 승관법 시행규칙 제4조②항4호는 제조공장을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인 경우에는 제품을 실제로 제조한 곳을 말한다’로 되어있어 인증의 주체를 실제로 제조한 곳으로 한정시켜 개발 및 설계자는 인증을 받을 수 없다. 미국의 UL, 유럽의 CE 마킹제도에서는 개발 및 설계자에게도 인증권한을 부여하고 있음에도 우리의 경우는 제조공장으로 한정해 국내 및 해외제조업자로부터 불평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KTL 측은 “부품인증을 취득한 후 원가절감 차원에서 설계변경, 제조공장 이전 등 최초 인증서발급시 조건과 다르게 변경사항이 빈번하게 발생됨에 따라 현행 사후관리심사 주기를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할 필요성이 있다”며 “전기용품안전인증의 경우도 사후심사 주기를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해 시행하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6년 9월 지식경제부에서 발표한 ‘승강기발전로드맵’에서 제기한 권상기, 전자브레이크, 전자회로기판, 스텝, 유압럽쳐밸브 등을 인증대상품목으로 점차 확대시켜 안전관리를 강화해야한다”고 강조하며, 안전성 확보를 위해 향후 강제인증 대상품목의 확대도 계획에 의해 진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정부와 승강기 관련 공공기관에서 승강기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신규로 도입한 안전인증제도와 막대한 예산과 노력을 기울여 구축한 승강기 품질인증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승강기산업의 실질적인 대외경쟁력 확보와 이용자의 안전확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보다 적극적인 개선의지가 필요한 때다.
글 : 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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