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제도의 법제화…선택이 아닌 필수”
승강기 품질 향상 및 이용객 안전 확보 위한 첫걸음
게재년월 : 2005년 10월호

“국내 승강기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근원은 무분별한 규제 폐지를 일삼은 산자부의 책임이 크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열린우리당 서갑원 의원은 이와같이 밝히고 국민안전을 위협받는 사태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주무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1999년 범정부차원의 규제개혁 바람이 일었을 당시 산자부에서 폐지한 3백21건의 규제 중 11건은 ‘승강기제조및관리에관한법률’에 명시된 사항으로 폐지된 규제를 살펴보면 ▲제조업 등록 및 변경 등록(제4조1항) ▲제조업 등록의 폐·휴지 및 재개신고(제4조4항) ▲승강기 부품의 형식승인 및 표시의무(제6조1항, 제8조1항) ▲검사필증의 교부 등(제14조제1항) ▲운행금지 표시교부 등(제14조제2항) ▲승강기 제조 또는 수입실적 및 계획보고(제21조) ▲승강기 검사 및 보수실적 보고, 승강기 폐·휴지 보고(제21조) ▲제조업의 동록취소, 영업정지, 과징금 부과(제5조) ▲승강기부품의 형식승인취소, 시정명령(제9조) ▲승강기의 수거명령(제18조) 등이다.
실제로 위 규제가 폐지된 이후 제조·수입 업체에 대한 관리가 허술해져 어디서 어떤 업체가 승강기를 제조하는지 수입하는지 파악이 되지 않아 수입하는 승강기의 안전성을 검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승강기 보수업체의 사후관리에 대한 법적 근거를 없애 영세보수업체의 무분별한 난립을 가져와 보수비용의 덤핑이라는 악재를 가져왔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최근 산자부에서 발표한 2000~2004년 5년간 사고통계에 여실히 드러나 있어 연간 평균 사고건수 26건으로 이중 매년 10명의 사망사고가 발생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승강기 2만3천5백대당 1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21만6천8백39대당 1명 사망하는 독일보다 무려 10배 이상 위험성이 존재해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같은 사실에 대해 서 의원은 “산자부가 폐지한 승강기 관련 규제는 국민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규제로 폐지되지 말아야 할 규제를 폐지해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국민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규제는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 의원은 승강기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승강기 감리 의무화 입법 발의’를 추진 중에 있다. 다음은 서갑원 의원과 일문일답 내용. ■

최근 아파트나 건물에 승강기를 설치 또는 교체할 경우 전문가가 관리·감독하는 ‘승강기 감리 의무화 입법 발의’를 추진 중에 있는 걸로 아는데요.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그동안 의원회관이나 본청을 오가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 정도 승강기를 이용하지만 정작 승강기 안전에 대해선 이렇다할 고민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얼마전 소방방재청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니 지난해 승강기 갇힘 등 사고로 인해 119구조대가 출동한 건수 5천5백11건 중 인명구조가 1만2천78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접하고 승강기 안전사고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됐습니다.
이같은 통계를 접하고 나니 국민의 일상적인 이동수단으로 자리매김한 승강기 안전 강화를 위한 법률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추진하게 됐습니다.

현재 승강기 감리에 대한 법률 개정작업은 현재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
이번 정기국회에 승강기 감리 의무화에 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 발의할 예정입니다. 또한 이달 중 국정감사에서도 제가 소속되어 있는 산업자원위원회에서 감리에 대한 필요성을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에 공식적으로 제기할 생각입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9위에 이르는 승강기 설치강국이자 세계 5위에 달하는 신규 설치국가입니다. 한해 평균 2~3만여 대 이상 증가하는 현 시점에서 승강기 감리를 의무화 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승강기 감리는 법적인 규제가 없었는데, 이로 인한 문제점을 제시한다면.
현행법상 의무규정이 없다보니 아파트나 건물에서 신규로 승강기를 설치하거나 교체공사를 할 때 감리를 신청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실정입니다.
특히 전체 승강기 안전사고의 23%를 차지하는 아파트의 경우 감리계약이 체결까지 이뤄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이는 감리제도가 의무 규정이 아니며, 아파트 특성상 주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다수의 사람들이 중요성은 알지만 실제 감리신청은 미흡한 실정입니다.
실제로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 의하면 아파트 교체공사시 승강기 감리를 신청한 경우는 지난 7월 송파구 훼밀리아파트 한 곳 뿐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감리제도가 하루속히 정착하려면 이용자의 안전보다 감리 시 지불하는 비용에 무게를 두는 입주자 및 건물주, 시공사의 의식전환이 시급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전기나 소방, 통신시설은 의무적으로 감리를 받아야 하는 걸로 아는데요.
맞습니다. 현재 전기나 소방, 정보통신설비공사는 법으로 감리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경이나 도배, 주방용구 등도 감리를 받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명사고와 직결되는 승강기는 제외된 상태입니다.
최근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승강기 안전실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승강기는 위험한 이동수단이라고 답했고, 자신 또는 가족에게 각종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서도 교통사고에 이어 59.1%가 승강기 사고를 꼽았습니다. 실제로 승강기 갇힘 등 안전사고는 한해 평균 5천여 건이 넘는 실정이며, 최근 3년간 22명이 승강기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 등 승강기 안전성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현재 아파트나 백화점, 병원, 지하철 등 하루에도 부지기수의 인원이 승강기를 이용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감리는 법으로 의무화해야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감리를 통해 승강기 제조와 출하, 설치 전 과정을 전문가가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해 국민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승강기 사고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정부, 국회, 관련 기관을 막론하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법으로 승강기를 설치한 후 실시하는 완성검사가 있는데 굳이 감리제도를 법제화해 별도로 검사받는 것은 무리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는데요.
먼저 완성검사와 감리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리가 필요합니다. 완성검사는 일반건물이나 아파트에 승강기를 설치하고 난후, 준공검사를 받기 전에 실시하는 안전검사로 안전장치의 설치 및 동작을 검증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감리는 전문가들이 승강기 시공현장의 제반사항을 관리·감독하기 때문에 승강기의 안전은 물론 기능과 성능, 신뢰성을 모두 확보해 안전사고로 인한 위험도를 낮추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승강기 감리는 승강기 교체공사시 더욱 절실하다고 봅니다. 예를들어 아파트 승강기 교체 공사시 비전문가로 볼 수 있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관리·감독하는 형식으로 공사가 이뤄지는 등 이용객 안전을 위해 감리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감리를 법으로 의무화 할 경우 승강기 이용자는 물론 건설사, 제작사 등 재정적인 부담이 가중될텐데요.
승강기 감리의 법적 의무화로 인한 비용 부담은 사실이지만 이용자의 안전을 비용적인 측면에서만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이미 안전에 위험요소가 많은 분야에서 감리를 받고 있는 상황으로 일일 평균 국민 절반 가량이 한번 정도 이용하는 승강기의 감리 의무화는 타당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덧붙힐 의견이 있다면.
국내 승강기의 평균 수명이 15~17년 정도라고 가정할 때, 운행기간 내내 고장으로 빚어지는 사고 없이 승강기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느냐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대다수 국민들이 이용하는 승강기가 안전하면서 오랫동안 지속되려면 감리를 통한 전문가에 의해 제조 및 설치단계까지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보완되어야 합니다.
감리절차 없이 비전문가에 의해 형식적인 감리가 계속될 경우 안전사고 증가는 물론, 기계고장으로 인한 추후 보수비용 등 결국 이용객만 피해를 보게 될 것입니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감리의 법제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써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는 규제는 오히려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문의 : 서갑원 국회의원 사무실 / 전화. 02-784-1726 / 웹. www.suhgabwon.net).
■글 : 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