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업계, 소방방재 관심 가져야”
연기 감지기, 방수대책 등 안전조치 관한 연구 시급
국내 시판용 엘리베이터, 내화도어 확대·보급 절실

잠실 제 2 롯데월드, 부산 롯데월드, 용산의 6백20m 초고층 빌딩 건립 등 현재 국내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초고층 건립기술을 보유할 정도로 초고층 붐이 일면서 1백층 이상 초고층 건립이 5개 이상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위험의 종류도 보다 다양해지고, 그 영향 또한 증대되고 있다. 특히 화재시 현 국내 소방 성능으로 15층 이상의 화재 진압은 한계가 있어 갈수록 고층화되어 가는 국내 실정에 맞는 대비책 마련이 절실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국내 승강기 업계에서도 몇몇 업체는 화재시 엘리베이터가 안전한 운송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내화(방화)도어를 개발하고 있는 추세며, 건축법에서 건물 내 지하 전층 층간부 및 지상 3층 이상 층간부에 내화도어를 설치하도록 권고하는 등 다각도로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나 이에 따른 제도 자체가 정립되어 있지 않고, 일반도어보다 200% 이상 단가가 높게 책정되어 건물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최근 5년 이내 설치된 건물들 대부분은 내화도어가 설치되어 있으나 그 전에 세워진 건물들의 경우는 전무후무하다. 또 이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부족해 서울시에 있는 건물주, 엔지니어링, 공무원 등 70% 이상이 건물의 내화도어가 설치되어 있다고 착각하고 있음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주)한국방재엔지니어링의 황현수 상무이사는 “선진국 역시 국내의 상황과 별반 다를 것이 없지만 갈수록 초고층화 되어 가는 상황에서 엘리베이터는 단순히 운송수단이 아닌 피난수단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고층건물에서 화재 등에 따른 재난발생시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피난을 전면 금지하고 계단 이용만을 종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은 과거 미국의 세계무역센터(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발생한 대형참사를 통해 계단만을 이용한 거주자 피난은 비효과적이고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국방재엔지니어링에서 발표한 ‘초고층 건물의 엘리베이터 피난 대책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피난시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함께 이용하면 약 67%의 시간 단축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즉, 다수의 인원이 거주하는 초고층 건물에서의 전체 피난시 계단만으로는 허용피난 시간 내에 거주자 전원이 피난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피난시간의 단축을 계획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초고층에서도 피난용 엘리베이터를 적극반영하고 있는 추세다.
황현수 상무이사는 “최근 초고층 건물 경향에 부합하는 기준의 제정이나 성능위주의 설계에 기초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초고층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피난을 예외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제도적 절차가 도입돼야 한다”며 “단, 피난용 엘리베이터는 초기 건물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계획돼야 하고, 적절한 시공이 필요하며, 화재시 엘리베이터의 적정한 운행을 위해 평상시 종합적인 매뉴얼에 근거한 유지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실제 비상 상황에서 대형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사전에 거주자에 대한 교육과 훈련 반복이 지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본지에서는 (주)한국방재엔지니어링의 황현수 상무이사와의 대담을 통해 엘리베이터와 소방방재의 상관관계 및 엘리베이터 화재 방지기술의 변천사 등을 알아봤다. 다음은 기자와의 일문일답 내용. ■

소방방재의 중요성에 대해서 설명하신다면.
산업 발전에 따라 초고층 건물이나 대규모 건물 그리고 지하 대공간 등이 많아져 과거 알고 있던 지식이나 기술로는 대처하기 어려운 새로운 형태의 위험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사고는 대형 재해로 이어지는 형태를 가지게 됩니다.
특히 현 추세가 사회적으로 재산보호보다는 인명보호가 우선시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사회의 발전은 방화의 증가를 가져오고, 방화는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야기시키는 화재원인 중 하나입니다. 이에 산업의 발달은 인명피해를 더욱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국가 관련법규는 일반적인 건물 위주로 정해져 있어 초고층화, 대규모화 및 밀집화 추세에 따른 화재 취약 요인의 위험분석을 위한 제도적 정치 마련과 특수한 위험에 대한 문제점을 도출해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강구하고 실천해 인명 및 재산상의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소방방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기술 또한 많은 진보를 거듭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쉬운 점은 이러한 기술진보가 특정한 조직이나 사람들에 국한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소방방재에 대한 국가나 공공의 지원이나 투자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엘리베이터와 소방방재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설명하신다면.
크게 용도상의 관계와 구조상의 관계로 구분됩니다.
엘리베이터는 용도상 소방대원이 이용하는 비상용엘리베이터와 일반인이 수직이동을 하는데 사용되는 일반용엘리베이터로 나뉘고 있습니다. 이 중 비상용엘리베이터는 전용의 제연설비와 6제곱미터 이상의 승강장 등 강화된 안전조치들이 법규로 규정되어 있으며, 대부분의 건물에서 법규정을 준수해 설치하고 있습니다.
일반용 엘리베이터의 경우 최근 건물이 초고층화 되면서 피난에 활용하는 것과 기존 용도로만 사용되는 것으로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일반용 엘리베이터를 피난에 이용하는 것은 철저히 금지되었으나 세계무역센터(WTC) 사고 이후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피난의 효율성이 입증되면서 현재 초고층에서는 피난용 엘리베이터를 적극 반영하는 추세입니다. 현재 두바이의 ‘버즈두바이’에도 적용되어 있으며,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2건의 초고층 건물인 ‘L 프로젝트’에도 피난용 엘리베이터를 적용한 설계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구조상으로 볼 때 고층 건물에서 엘리베이터 승강로는 굴뚝 역할을 합니다. 이를 연돌효과라 하는데 이것은 건물 내에서 공기를 상부로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저층부에서는 승강로로 공기가 강하게 빨려 들어가고, 고층부에서는 반대로 승강로에서 공기가 강하게 배출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또 엘리베이터 운행 중에는 건물 내 공기를 승강로로 흡인하기도 하고 배출하기도 하는 피스톤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문제는 한 층에서 발생된 화재를 다른 층으로 전파시키는 데 엘리베이터 승강로가 큰 역할을 한다는 데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화재 방지기술의 변천사에 대해서 설명하신다면.
현재 엘리베이터 도어는 외국 수출용만 내화도어로 되어 있으나 국내 시판용에는 단가 등의 문제로 그렇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화재시 수직연소 확대 통로로서의 역할을 수행이 안되며, 이는 국내 건축법상의 층별 방화구획 규정을 위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한국방재엔지니어링에서는 내화도어가 있는 엘리베이터 도어를 방재시험연구원에서 시험 중에 있으며, 일부는 시험에 통과해 시공 중에 있습니다. 또 엘리베이터 홀을 방화구획해 수직연소 확대를 방지하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자체의 화재방지기술은 현재 소방법규에서도 명확한 기준이 없지만 일부 건물에서는 자체적으로 엘리베이터 기계식에 가스소화설비를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엘리베이터와 관련된 방재 대책에 대해서 설명하신다면.
아이러니하게도 방재는 사고와 더불어 그 기술력이 5~10년 이상 급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서도 세계무역센터 참사 이후 기술력이 급증해 방재기술의 선진국으로 자리잡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인명피해가 발생한 뒤 기술력 급증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이에 대한 대비를 위해서는 먼저 국내 시판용인 일반용 엘리베이터에 대한 수직연소 확대 방지를 위해 내화도어를 사용하거나 승강장을 구획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특히 초고층 건물에서 피난용으로 일반용 엘리베이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화재시에도 엘리베이터를 가동하기 위한 비상 전원 확보가 필요하며, 화재시 살수된 물이 엘리베이터 기계 등에 닿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방수조치가 마련돼야 합니다. 또 방재센터에서는 승강로에 연기가 없음을 확인해 엘리베이터의 가동을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중단할 것인지를 판단하고, 승강장의 대기자 유무, 화재의 확산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연기감지기 및 CCTV를 설치해야 합니다.
이 밖에 화재시 발생된 연기가 승강장이나 승강로로 침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승강로를 가압해 승강장으로 연기가 침입하지 않는 조치를 취해야 하며, 승강장 및 승강기 내에는 방재센터 등과 양방향 통신가능한 설비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끝으로 소방방재와 관련해 엘리베이터 업계에 당부하고자 하는 말씀이 있다면.
그동안 엘리베이터가 피난용으로 사용되지 않아 업계에서는 수수방관해 왔지만 지금이라도 엘리베이터와 관련된 소방방재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다양한 대책마련을 강구해야 합니다.
우선 화재시 엘리베이터를 어떻게 제어할 것인지에 대한 비상운영 프로그램 개발 및 살수시에도 가동할 수 있는 방수대책, 승강로에서 발생되는 연돌효과 및 피스톤 효과를 줄일 수 있는 방안, 엘리베이터가 수직연소 확대의 경로가 되지 않는 방안 등 다양한 안전조치들의 연구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현재 초고층에서 피난용 엘리베이터의 역할은 초기 단계 수준인 만큼 다양한 운영사례를 통한 개선사항 및 문제점 등을 토대로 보완책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글·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