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 안전…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과제”
땜질식 안전기준 마련 ‘NO’, 효율적인 안전기준 개정 ‘YES’
부품 임의인증제 도입, 관리주체 책임 비중 강화 등 안전 대폭 강화

지난해 승강기 설치물량 2만5천여 대, 올 상반기 승강기 설치물량 1만3천여 대로 해마다 승강기 신규물량이 감소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한국은 설치물량면에서 세계 5위권에 드는 승강기 강대국이다. 하지만 승강기 안전사고율은 설치율과는 반비례적인 그래프 성향을 보이고 있어 안전불감증 국가라는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승강기 안전문화 정착을 역점사업으로 두고 올 초 검사기관, 인증기관, 업계 등을 주축으로 한 TF팀을 구성하는 등 안전사고의 방지를 위해 국내환경에 적합한 안전기준안을 마련했다. 이중 승강기 도어 안전기준은 지난달 개최된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국제표준으로 채택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기술표준원 안전정책팀의 이연재 팀장은 “그동안 정부, 기관, 업계 등은 승강기 안전에 대한 홍보를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사고율이 가장 높은 이용자에 대해서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 역사 등을 토대로 중점적인 실시를 했지만 여전히 50%가 넘는 사고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며 “향후에도 정부는 승강기 이용자 안전에 대한 노력에 매진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실시한 승강기 발전 로드맵을 근간으로 승강기 이용자의 안전과 관련된 내용을 승관법에 반영, 개정안을 마련해 현재 법제처 심사를 마친 상태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승강기 부품의 임의인증제도 도입, 외국과의 상호인정협정체결 근거마련 등 승강기 및 승강기 부품의 인증제도를 선진국형으로 개선했다. 또 승강기 관리주체는 승강기의 운행관리자 교체 시 시·도지사에 신고토록 했으며, 승강기 관리주체의 책임 비중을 높이는 등 승강기 안전에 대해 한층 강화했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작 승강기 산업의 근간이 되는 제조산업 육성보다는 안전정책만 펼치는 정부의 규제로 경제적 추가비용만 상승하게 됐다”며 “정부의 이러한 처사는 대기업과는 달리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업계를 궁지에 몰고 있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정부측 역시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안전에 대한 문제를 거론하는 마당에도 중소업계에서는 대기업의 양극화현상을 운운하면서 편의를 봐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며 “안전문제에 대해 대·중소기업 구분 자체가 어불성설이다”고 표명했다. 또 “경제적 추가비용 문제에서도 이에 따른 안전부품이 저가로 공급되어 업계에 미치는 부담감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정부와 업계간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기술표준원 안전정책팀의 이연재 팀장과의 대담을 통해 승강기 안전 규제로 발생되는 업계의 경제적 추가 비용 문제, 승관법 제정의 배경, 저급 승강기 유입으로 발생되는 피해 및 승강기 업계와 기관간 첨예한 대립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인증 문제 등에 대해서 알아봤다. 다음은 본지 기자와의 대담 내용. ■

최근 한국에서 제정한 승강기 도어 안전기준이 국제표준에 반영되는 등 괄목한 성과를 이루고 있는데요. 승강기 도어에 대한 기준이 강화되면서 더불어 업계는 이에 따른 경제적 추가비용이 상승하게 됨에 따라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이점에 대해 말씀하신다면.
올 초에 승강기 도어 이탈로 인한 추락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추락사고 방지를 위해 정부, 검사기관, 인증기관, 업계 등을 중심으로 지난 1월에 TF팀을 구성했습니다.
TF팀은 국내에 설치된 승강기에 대한 정밀조사를 실시해 사람·휠체어·전동스쿠터 등 다양한 환경에서 실제 충격시험을 거치는 등 국내환경에 적합한 안전기준안을 마련했습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승강기를 설치할 때에는 중학생(평균 63.4kg) 2명이 승강기 도어에 충돌했을 때 발생하는 충격 450J에 견뎌야 합니다. 특히 이번 개정된 안전기준은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 우리나라의 승강기 안전기준을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것이 기정사실화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 냈습니다. 반면, 일부 국내 승강기 제조업체는 안전기준 강화로 설치비용의 비용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현재 안전기준에 적합한 저가의 도어밀림방지 장치 등이 지속적으로 늘어가는 추세로 업계에서도 신규 설치하는데 비용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국정감사 시 관리원에서 제출한 승강기 안전사고현황을 보면, 지난 5년간 이용자과실이 전체 사고의 70%에 달하고 있습니다. 반면,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승강기 사고 시 이용자의 안전을 최대한 보호하며, 이용자의 과실보다는 제조사 및 보수업체의 책임을 묻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선진국과는 달리 승강기 사고의 대부분을 이용자과실로 몰고 가는 경향이 큽니다. 한국이 승강기 유지관리면에서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오명을 떨쳐내기 위해서 이에 대한 개선책이 시급한데요. 이에 대한 고견을 듣고자 합니다.
지난 2002년부터 5년간 발생한 승강기 사고원인을 살펴보면, 이용자과실이 52.6%, 현장관리자의 관리부실이 18.3%, 보수부실이 13.2%, 작업자과실이 4.7%, 기타가 11.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승강기 사고원인 중 안전의식 미흡에 따른 이용자과실이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어 지난 3월 22일과 5월10일에 정부·검사기관·업계 합동으로 대대적인 ‘승강기 제대로타기’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 상반기에는 승강기에 부착하는 스티커 문구를 기존의 ‘기대지 마시오’에서 ‘기대면 추락위험’과 같은 강력한 표현으로 바꾸고, 디자인과 크기도 개선해 승강기 이용자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등 승강기 안전사고율을 감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승강기 사고 중 급속히 그 비중이 늘고 있는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핸드레일를 잡지 않고 걷거나 뛰지 않도록 에스컬레이터 한 줄타기를 금하는 홍보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선진국 등에서 사고원인이 이용자의 과실보다 제조사 및 보수업체 등에서 높게 나타나는 현상은 이용자가 PL법에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내도 PL법이 있지만 승강기와 관련해서는 ‘승강기제조및관리에관한법률’을 근거로 사고 조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승강기 안전사고현황을 살펴보면 보수부실로 인한 사고도 늘고 있는데요.
이 같은 현상은 보수업체간 잇속 챙기기에 따른 현상으로 사료됩니다. 현재 보수료는 1만9천원 선까지 곤두박질 친 상태입니다. 이 같은 현상에도 불구하고 보수업체에서는 많은 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관리 주체와의 계약서 작성 시 사고에서 발생하는 모든 책임을 진다는 조건으로 계약을 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에 사고원인이 관리소홀에 있어도 관리주체는 계약 내용에 따라 보수부실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해마다 ‘승강기제조및관리에관한법률’이 개정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승강기 업계에서는 지난 십수년간 개정된 승관법이 승강기 제조 및 관리보다는 검사기준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의견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마무리된 승강기 발전 로드맵 사안을 보면 승강기 산업육성이라는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검사기관 및 인증기관 위주로 작성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합니다.
정부는 승강기 안전사고 방지 및 승강기 관리제도의 전면적인 검토를 위해 지난해 1월 승강기 관련업계, 기관, 학계 전문가로 ‘승강기 발전 로드맵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올 4월 로드맵 작성을 완료했습니다. 로드맵을 근간으로 삼아 승강기 이용자의 안전과 관련된 내용을 승관법에 반영, 개정안을 마련해 현재 법제처 심사를 마친 상황입니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승강기 부품의 임의인증제도 도입, 외국과의 상호인정협정체결 근거마련 등 승강기 및 승강기 부품의 인증제도를 선진국형으로 개선했습니다.
또 승강기 관리주체는 승강기의 운행관리자 교체 시 시·도지사에 신고토록 했으며, 자체점검결과 해당 승강기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보수하지 않은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등 승강기 관리주체의 책임을 강화해 스스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했습니다.
이 밖에 보수업자가 자체점검기록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기술자격이 없는 인력으로 승강기 보수를 행할 경우, 보수업 등록을 취소하는 등 기존의 법률보다 전반적으로 안전관리를 강화했습니다.
즉, 승관법은 승강기 제조·설치 및 보수에 관한 사항을 정해 승강기 이용자 보호가 목적인 법률로 승강기 산업육성책에 대해서는 산업자원부 부품·소재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승강기 업계에서 이 부분에 대해 많이 혼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술표준원 안전정책팀에서도 업계의 고충을 헤아려 현재 별도의 승강기 육성대책을 마련 중에 있습니다.

중국 및 동남아 지역 등에서 국내로 유입되는 저가의 승강기로 인해 국내 시장은 사실상 넉 아웃 상태입니다. 또한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업계의 희망 또는 절망을 안겨 줄 수 있는데요, 국내 승강기 산업을 살리기 위한 대책마련이 있다면?
최근 매스컴 등을 통해 중국 및 동남아 등지에서 저급의 승강기 유입으로 인한 안전사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보도된 바 있습니다. 현재 승강기 인증제도는 승강기를 구성하는 2만여 개의 부품 중 조속기, 비상정지장치, 완충기, 상승과속방지용 브레이크, 승강장문잠금장치 등 5개 부품이 강제인증대상이고, 승강기 시스템은 임의인증대상으로 규정되어 안전성이 낮은 승강기 시스템이 외국으로부터 유입되더라도 현재 규정상 제재방법이 없습니다. 게다가 선진국과의 무역협정이 진행 중인 글로벌 시대에 단순히 저급 제품이라며 수입품을 차단하라는 것은 시대상황에 맞지 않습니다.
이러한 저급 승강기 시스템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강제인증제도 도입이 현실적이나, 국내 중소제조업체 등의 기술력, 인지도, 비용부담 등을 고려해 검토 중에 있습니다. 국내 중소업계들은 중·저가의 범용 승강기 생산보다는 기술개발을 통한 고품질의 승강기 생산, 가격경쟁력이 아닌 품질경쟁력으로 세계 시장 개척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현재 공공기관에서는 승강기 입찰 시 시스템 인증 획득을 입찰 조건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비용부담 등을 내세워 시스템 인증제도 자체의 폐지를 요구하는 실정인데요.
이와 관련 최근 업계와 인증기관 간 갈등을 빚고 있는 시스템 인증제도에 대해 말씀하신다면.
강제인증제도와는 달리 임의 인증제도는 최소한의 품질 및 안전 등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현재 중소 승강기 제조 업계에서는 승강기 사고현황 통계를 근거로 2.3%의 낮은 사고율을 내세워 우수한 기술력을 입증하려 하지만 실상 잦은 고장으로 인한 승강기 갇힘사고의 대부분 원인이 제조불량으로 드러났습니다.
중소 승강기 업계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모든 제품은 100% 안전해야 합니다. 특히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만큼은 더욱 규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선진국에서도 저급 제품을 차단하고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에 정부에서도 향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임의 인증제도가 보편화 되도록 적극 유도할 방침입니다.

올해 계획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말씀하신다면.
올 상반기 ‘승강기제조및관리에관한법률’ 개정안을 마련했고, 관련단체, 업계 등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 하위법령인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을 내년 중에 완료할 계획입니다.
또한 승강기 안전사고 발생 시마다 땜질식 안전기준 마련으로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에 한계가 있어 지금까지 발생한 국내의 승강기 사고사례를 분석해 승강기 부위별 사고유형, 빈도, 제조업체별로 승강기 사고 대책 우선순위를 세워 효율적인 안전기준을 개정해 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승강기 이용자과실로 인한 안전사고를 획기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 홍보 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러한 안전대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정부 혼자의 힘만으로는 결코 달성할 수 없는 일입니다. 따라서 관련단체, 업계, 이용자 모두가 함께 노력하고 협력할 때 그 목표를 달성하리라 생각됩니다.
■ 글·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