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의 장기적인 침체에 따른 미분양 아파트 증가, 건축허가 면적 감소, 리모델링 시장 공사 순연 등 건설 경기에 따라 울고 웃는 승강기업계의 미래가 여전히 안개 속에서 방향을 잃고 있다. 특히 보수업 하청문제, 인증문제 등 정부의 각종 규제는 ‘울고 싶은 사람 뺨 때리 듯’ 업계를 도탄에 빠지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소 승강기 4개 단체가 힘을 모아 ‘승강기단체장협의회(이하 협의회)’를 창설했다. 중구난방으로 흩어질 수 있는 업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향후 모든 승강기 현안에 대해 적극 개진한다는 방침이다. 승강기단체장협의회 김승호 간사장은 “그동안 승강기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는 규모의 열세로 유관부처나 기관의 대등한 파트너가 될 수 없었다”며 “중소 승강기업계가 모든 힘을 모아 창설한 협의회는 대등한 위치에서 업계의 의견을 영향력있게 행사해 중소업계의 부당한 처사를 미연에 방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협의회에서 가장 먼저 칼을 빼든 것은 최근 시행을 앞둔 승강기 임의인증 문제다. 안전을 빌미로 중소기업의 고혈을 짜내고 있다는 게 협의회 측의 입장이다. 그동안 중소 승강기 단체는 개별적으로 승강기 강제인증 및 임의인증 사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오고 있지만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로 인해 관계부처 및 기관에서 대응을 회피해왔다. 하지만 중소 승강기업계 전체 영향력을 지닌 협의회의 입장표명은 정부, 기관에서도 더 이상의 회피가 불가해 일전이 예상되고 있다.
이 밖에도 협의회는 보수하청 허용 반대, 승강기 설치·보수 노임 단가 문제, 정밀안전진단, 인증 사후심사 문제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의견 개진을 적극적으로 표명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승강기단체장협의회 김승호 간사장과 대담을 통해 승강기업계의 상생 및 협의회 설립 목적, 향후 방향 등에 들어봤다. 다음은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 내용.

현 중소 승강기업계의 처한 현실을 요약한다면.
장기적인 경제 한파로 시장 상황이 열악한 것은 비단 승강기업계 문제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건설 경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승강기업계에 있어 장기적인 건설 경기 침체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올해 건설 경기는 미분양 아파트 증가과 전반적인 경기 침체로 전체적인 건축 허가 면적이 많이 감소했습니다. 또 시장의 한축인 리모델링 시장도 아파트 입주민의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공사가 순연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실정입니다. 올 1분기 승강기 완성검사물량이 전년대비 17% 가량 감소한 것은 이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2~3년 전부터 중소업계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모대기업의 시장 죽이기로 인해 전반적인 승강기 시장에 먹구름이 낀 상태며, 최소한의 안정적 물량이었던 단체수의계약제도의 폐지 및 천정부지로 솟은 원자재 가격의 상승 등 중소 승강기업계는 고사상태에 빠졌다고 보면 됩니다.

그렇다면 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방책이 있나요?
업계에서 스스로 가격, 품질, 유지보수 등에서 경쟁력을 갖춰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동안 중량 1,600kg 분속 120m 승강기는 대기업 제품과 경쟁에서 품질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일부 중소기업의 ‘진흙탕 싸움’으로 고객들로부터 중소기업 제품의 이미지를 훼손시켜 스스로 시장을 축소한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가 중소 승강기업계를 가장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격투기 경기에서도 헤비급과 미들급의 경기를 주선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누가 생각해도 불공정한 경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국내 승강기 시장 상황은 어떻습니까?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의 85% 이상을 독식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소 승강기 업계의 점유율은 13.5%에 그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으로 운용되는 정부부처나 정부투자기관 등에서 외국 기업들의 편의를 봐주는 우매함을 저지르기 보다는 보다 공정한 게임 룰을 만들어 선의의 경쟁을 주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외국 기업들이 떠난다면 90년대 낙후된 설계, 생산기술, 생산시설, 기술 인력 등을 갖춘 중소 승강기업계가 무슨 수로 세계적인 승강기 메이저 회사들과의 기술 격차를 따라잡을 지 의문입니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정부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외국 기업의 한국 철수 시 그에 대한 대비를 미리미리 준비해야 됨을 그들만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자생력을 갖춘 중소 승강기업계의 육성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정부의 개입과 배려가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진흥 및 제품구매촉진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도 승강기 업종이 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수정해주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현재 5천만원 이하로 가격이 책정되어 있는 소액수의계약제도에 대해서도 한도 금액을 대폭 상향하는 문제나 대기업과 기술 격차가 전혀 없는 분속 120m급 승강기는 직접생산제도의 물품으로 지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또 간접지원의 방법으로 정부가 설계, 캐드, EN코드, 안시스 프로그램 등을 해줄 수 있는 인력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갖춰졌으면 합니다.
특히 최근 서울 중구청에서 조달청을 통해 발주한 에스컬레이터 공사를 중소업계에서 수주했지만 구청 담당자들이 특정 대기업을 거론하며 그 제품이 아니면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등 중소기업이라면 무조건 불신하고 매도하는 일부 공무원 및 공기업 발주 담당자들의 몰상식과 무식함도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지원책도 필요하지만 사분오열로 나뉘어 있는 조합원사들의 내실다지기가 급선무처럼 보이는데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수 분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승강기 4개 단체 2009년 정기총회가 회원들의 성원 속에 마무리 됐습니다. 총회를 통해 발생하는 조합원사간 의견충돌은 조합의 행정적 절차에 대한 지적사항에 대한 것으로 잘잘못을 따져 책임에 관한 문제는 집행부에서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승강기 단체 회원간의 결집력 강화와 대외적인 활동력 강화 등을 위한 4개 단체 통합 건이 거론되고 있지만 업계 전체를 위해 필요한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도록 모든 중소 승강기업계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주로 입에 오르던 중소 승강기업계의 각자 잇속 챙기기, 내분 등은 현재로서는 전혀 없습니다.

중소 승강기 4대 단체가 협의회를 창설한 걸로 아는데요. 주된 회의내용 및 회의를 통해 논의된 안건 중 향후 추진하려는 계획이 있다면.
저는 현재 승강기단체장협의회에서 4대 단체장간의 회의 소집 및 주관, 단체간의 이견을 조율하고 대외적으로 협의회의 모든 업무를 관장하는 간사장 일을 맡고 있습니다.
한국엘리베이터 협회,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 한국승강기보수업협동조합, 승강기설치공사협의회 단체장들이 주축이 된 협의회는 각 단체간들의 우호 증진과 중요 현안에 대해 의견을 조율해 유관 부처나 기관에 업계 의견 개진 시, 업계의 의견을 한 목소리로 통일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창설됐습니다. 향후 모든 승강기 현안에 대한 업계의 소리를 적극적으로 개진할 것입니다. 특히 최근 시행을 목전에 둔 승강기 임의 인증과 관련해 문제점을 제기할 생각입니다. 이는 안전을 빌미로 어려운 중소기업의 고혈을 빨아 인증기관 수익 증대를 하겠다는 것 외에는 아무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협의회의 공식입장입니다.
이러한 인증기관의 독단적인 횡포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증기관의 다원화를 실현해야 합니다. 도어이탈방지장치 시험비가 KTL 독점시 3백만원에 육박했던 시절과 시험기관의 다원화로 현재 80만원대 가격이 하향 조정된 것은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향후 협의회는 강제인증 품목의 비용과 절차, 정밀 안전진단, 보수 하청반대의 건, 승강기 설치·유지보수 노임 단가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 업계의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정부 승강기 부처가 행정안전부로 이관한 뒤에도 여전히 승강기 산업정책에 대한 문제점 보다는 안전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형국인데요.
유사한 업무를 갖고 정부부처간 영역다툼을 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특히 MB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런 일들을 개선하고 정부 업무의 효율성과 민원인의 편의를 위해 정부 부처를 통폐합하고 기관들 업무를 통합하는 등의 노력을 해 온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유독 승강기 업종만 시대 지양적인 길을 걷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승강기는 ‘승강기 제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하에 지식경제부의 한 부처에서 산업진흥, 검사, 인증 등 업무가 일원화 되어 있어 합리적으로 시행되고 있었습니다. 산업진흥과 인증, 검사 등은 유기적인 업무로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업무가 분산되고 안전만을 추구하는 정책방향에 맞춰 인증업무 및 검사업무 등을 강화해 업계를 옥죄어 오는 건 아닌지 많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