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산업 활성화, 정부 적극 개입해야”
하도급 시스템 폐지 및 부품 유통구조 개선 시급
전국보수업체 네트워크 구성…영세성, 취약점 등 보완
게재년월 : 2006년 6월호

올해 하반기 국내 승강기 업계의 주요 화두를 크게 산자부가 구상하고 있는 승강기 로드맵의 행보와 강화된 인증제 본격 적용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승강기 안전관리 확보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정부 및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승강기 안전사고율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승강기 중소업계에서는 “지난 1991년 승관법 제정 이후 이 법에 따라 10년이 넘게 검사를 해 족히 1천억 이상 검사 수익을 올렸음에도 사고발생은 그대로다”며 “특히 검사는 다른 곳에서 해놓고 막상 사고 발생시 책임은 영세한 유지보수 업체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지만 국내 승강기 보수업계는 기업환경이 더 악화되고 있어 과당경쟁과 덤핑, 부실 보수 등을 통해 빈번한 안전사고 유발로 승강기 이용자들의 불편과 불신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보수업계에서는 “잘못된 하도급 체제로 인해 점점 보수업체의 생계유지가 힘들어지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피력했다.
또한 안전사고 책임 전가에 대해서는 “승강기 안전사고를 미연에 예방하려면 자체검사를 행하고 있는 우리가 직접 완성검사에 참여해 제조자에게는 일선에서 문제점 등을 피드백해주고, 사전 사고예방을 조치함으로써 사고율을 줄임은 물론 사고원인을 찾아 근본해결을 제시해야 한다”며 “향후 정부의 승강기 발전 로드맵 제정에 적극 참여해 중소 보수업체의 생존권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고 덧붙혔다.
승강기 보수업계는 지난해 말 정부로부터 단체수의계약제도 폐지 대신 새롭게 추진되는 중소기업간 제한경쟁품목에 승강기 유지보수 분야를 지정받는 등 올해를 변화 원년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이에 본지에서는 한국승강기보수업협동조합의 이광래 전무이사와의 대담을 통해 중소보수업계의 애로사항 및 정부 추진사업에 대한 의견, 보수 선진화를 위한 대책 마련, 보수조합의 향후계획 등에 대해 입장을 들어봤다. 다음은 이광래 전무이사와의 일문일답 내용. ■

1. 국내 승강기 중소보수업계의 기업환경이 더 악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현 상황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을 꼽으신다면, 또 애로사항에 대한 타개책이 있다면?
국내 승강기 보수산업은 세계 굴지의 다국적기업(오티스, 티센그룹, 쉰들러, 코네, 미쓰비시, 도시바, 후지텍 등)들의 국내시장 쟁탈전이 과열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은 시설투자 및 고용창출보다는 완제품 및 부품을 중국 및 동남아에서 생산해 국내에 유입하고 있어 현재 우리나라는 물류기지화가 되어가고 있으며, 부품제조 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에 소비국가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승강기 국내 산업은 이들 다국적 기업들의 국내시장 잠식에 대한 방어기능과 경쟁력을 상실한 채 무기력해 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들 다국적 기업들은 부가가치 높은 기술서비스 분야인 승강기 보수분야에서 아주 저렴한 중소기업 임금을 활용한 하도급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해가고 있습니다.
또 자사 또는 협력회사(하도급업체)가 아닌 일반 중소보수전문업체에게는 보수 필수장비인 오퍼레이터(일명 콘솔)와 관련 매뉴얼, 도면과 보수용 spare part 공급을 지연시키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고장 발생시 정상적인 수리와 서비스에 제약을 받는 사례도 많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무엇보다 불공정 거래의 온상인 하도급 시스템의 폐지와 부품 공급을 다른 공산품과 같이 부품 공판장 등에서 아무 때나 구입이 가능하도록 부품 유통구조를 개선시키는 법제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2. 최근 정부는 승강기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검사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며, 기존 승강기 사고의 대부분을 ‘유지 보수 불량’으로 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전무님의 입장은?
국내 승강기 산업에 1만6천여 명이 넘는 인원이 종사하고 있습니다. 이 중 승강기 유지보수부문에는 6백여 업체에 7~8천여 명의 기능·기술자가 종사하고 있습니다.
승강기산업은 노동집약적이며 현장경험이 많아야 합니다. 설치운영대수가 많아지면 그만큼 현장경험이 많은 기능·기술자가 더 필요한 것입니다. 최근 승강기 산업구조가 제조설치보다 유지관리 및 교체 보수공사가 더 많아지는 추세로 중심축도 바뀌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수한 정비기술자 확보가 시급한 보수업체는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기관이나 승강기 관련기관은 정책적으로 지원해 주거나 해결해줄 기미는 보이지도 않고, 승강기 안전사고의 일정한 책임을 유지보수 부실로 떠넘기고 있습니다.
승강기 보수산업에 종사하는 기능·기술자는 열악하고 불안한 근무조건과 항상 안전사고에 노출되고 있으며, 숙련기술자달은 박봉에 시달리다 못해 한사람, 한사람 떠나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기업환경에서 승강기 안전 정비 점검은 현실적으로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이제는 승강기 안전관리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우선 승강기 안전은 현장에서 예방정비를 하고 있는 보수정비전문중소기업과 승강기 소유주에게 책임을 맡기도록 해야 합니다. 정비현장에서 기름과 땀으로 어우러져 기계 분해, 수리, 조립할 줄 아는 기능·기술자들이 누구보다도 승강기 안전에 대한 의무감이 강한 것입니다. 또 승강기 소유주에게 승강기 안전사고의 일정 책임을 부과하면 승강기 소유주는 예방정비 점검을 철저하게 할 것입니다.
우리 보수업체 사람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승강기 검사에 따른 검사수수료 등 준조세와 같은 사회적 기회비용 수천억원을 안전검사에 지불하지 않았느냐고 묻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사회적 기회비용이 보수 정비 산업 육성을 위한 예방정비 강화에 유입될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에 당국에서는 제도적으로 정비 기술자들이 같은 업종의 검사기관 검사원과 비슷한 처우가 되도록 기업환경을 뒷받침해 줘야 합니다. 이를 통해 기술자들은 정비현장으로 돌아오고,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생겨 승강기 안전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 사료됩니다.

3. 보수산업 활성화와 정화를 위해 법령신설 및 개정을 강행했는데요, 이에 대한 실효성과 적응은 어느 정도 인지요(현 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 등을 중심으로).
‘승강기제조및관리에관한법률’이 지난 1991년 12월 처음으로 제정된 이래 지난해 말까지 19회에 걸쳐 법, 시행령, 시행규칙이 개정됐습니다.
하지만 법률이 개정할 때마다 보수산업 활성화 및 정화는 뒷전이고, 오히려 승강기 검사를 강화하기 위한 내용들이 주를 이뤘습니다. 현재도 사후검사강화 제도 개혁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그동안 승강기 안전은 정부가 직접 관장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인식 하에 안전관리 강화를 전제한 규제조항들이 덧붙여지면서 업계에는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 일례로 안전부품 및 신규개발품의 안전기준 미비와 부품인증 업무수행을 위한 준비기간 및 인프라 구축도 안된 상태에서 과도하게 인증업무를 도입함에 따라 승강기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또 보수품질 우수업체 인증업무도 국가에서 직접 관장할 정도의 업무인가에 회의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 인증업무는 보수단체 표준으로 단체인증이 되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보수업계 안전관리 현장지도와 자율정화 차원에서도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승강기 안전기준을 제정해주고 최소한 안전부품에 대한 강제인증을 제외한 나머지 보수품질인증업무 등은 과감하게 관련 업종단체를 활용하는 길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합니다.

4. 현 정부는 국내 승강기 자국 산업의 육성을 위한다는 일환으로 승강기 발전로드맵 구성 및 인증강화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전무님의 입장은?
승강기 발전 로드맵은 승강기산업 육성에 초점이 맞춰 져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 조합과 중소업체는 국내 승강기산업의 어려운 환경을 정부에 설명하고 지속적으로 정부의 새로운 승강기 산업정책수립을 촉구해 왔습니다.
현재 국내에 진입한 세계 선진 승강기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 및 동남아 시장의 현지 법인을 설립을 통해 부품 및 완제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 제조 및 부품업체의 산업공동화를 촉진시키고, 소비시장 전락을 가속화 시키는 행위입니다. 또 승강기 보수분야에서도 이들은 중소업체의 저임금을 활용한 하도급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습니다.
국내 전체의 중소기업은 이들 다국적 기업의 국내시장 잠식에 대한 방어기능 및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앞으로 수년 이내에 완전 소비국으로 전락하고, 국내 승강기 제조 및 부품산업뿐만 아니라 보수산업 마저도 붕괴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내 승강기산업 환경이 이러한데도 정부에서는 그동안 승강기산업 육성정책은 없었습니다. 단지 승강기 안전관리 강화에만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특히 승강기에 대해 안전사고가 연간 5천5백여 건 발생하고, 위험하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검사강화 논리를 개발·홍보하는 등 이용자들에게 승강기는 ‘위험한 기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승강기 업계의 공통된 인식은 승강기산업과 보수 정비 산업 육성을 통한 예방정비 강화만이 승강기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승강기 검사수수료 등 수천억원을 지불하고도 실패한 안전관리제도를 더 강화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의구심이 듭니다.
승강기 제조업 및 부품 산업과 보수 정비 산업이 육성되고 승강기 현장기술자들이 자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기업환경을 정책적으로 바꿔야만 진정한 승강기 안전이 확보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 4항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계획들이 진정한 글로벌화 인가? 아니면 중소업계 죽이기 혹은 인력 자본의 출혈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전무님의 의견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다국적 기업에게 우리시장을 모두 빼앗기기 전에 국내 승강기 산업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하루속히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선진국에서는 자국기업 및 자국 상품 보호를 위해 교묘하게 기술 장벽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최소한의 승강기 안전부품인증제도 도입 등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기업보호를 위한 합리적인 기술기준 등의 개발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입니다.

6. 이제 승강기산업은 제조 및 부품생산에만 그치지 않고 유지보수에 많은 비중을 두는 추세입니다. 보수 선진화를 위한 조합의 노력이 있다면?
국내 승강기 시장은 노후 승강기의 교체 물량이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80년대 올림픽 특수로 건설된 아파트와 정부의 2백만호 건설정책에 힘입어 건설된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등에 대한 리모델링 시장이 수년 내에 활성화 될 것입니다. 또 최근 들어 첨단기술이 적용된 신제품들은 고급화를 추구하는 이용자들의 요구수준을 끌어올려 승강기 교체시기도 짧아지고 있는 경향입니다.
이와 같은 미래 개체 수요는 승강기 시장의 구조 자체를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으로 국내 승강기 보유대수가 50만대를 넘어서면 보수시장의 비중이 신규 수요시장을 추월할 것으로 전문가 및 업계에서 내다보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 승강기 보수시장을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안전성 확보를 바탕으로 수요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한발 앞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이에 조합에서는 중소보수업체의 영세성 등 구조적 취약점을 보완하는 보수업체간의 전국 네트워크를 구성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정보화 인프라를 바탕으로 업체 및 이용자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및 정보교환은 물론 승강기 사고 발생시 보수업체가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사고 현장 긴급 출동 시스템 등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올해는 정보화 마인드가 부족한 중소업체에게 정보화 시스템 필요성을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7. 마지막으로 올 하반기 계획 및 업계, 관련기관, 단체에 하실 말씀이 있다면?
우리조합은 올해 안으로 전국보수업체 네트워크 구성을 위한 정보화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반조성을 하고, 보수부품 공동구매 및 공동관리 추진팀을 구성해 보수부품의 공동판매 및 공동 관리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 승강기 발전 로드맵 추진에 적극 참여해 중소보수전문업체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 개선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국내 승강기산업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보수산업도 다국적 기업의 국내시장 잠식에 대한 방어기능 및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이에 따라 향후 5년 이내에 보수부품과 완제품을 수입하는 완전소비국으로 전락할 위기에 있으며, 보수산업도 다국적 기업의 하도급업체로 수용된다는 방향으로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렇듯 국내 승강기산업이 위기에 봉착해 있는데도 대다수 중소업체 경영자들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고, 현실에 안주하려 한다면 결국 국내시장은 송두리째 빼앗기고, 우리 승강기산업의 미래에 대한 희망은 없을 것입니다. 국내 승강기산업을 지키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다국적 기업의 실체를 존중하면서 중소업계가 한마음 한뜻으로 국내시장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승강기 관련 단체인 엘리베이터협회, 승강기공업협동조합, 승강기보수조합, 승강기설치협의회, 승강기검사기관 등 모든 단체들이 승강기 산업의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만 우리 승강기 산업의 미래가 보일 것입니다.
■글·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