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관리·정비시대 도래할 것”
주택기금 이율 하향 적용 등으로 리모델링 접근법 바꿔야
게재년월 : 2005년 7월호

2000년대 들어 건물 리모델링과 재건축, 재개발 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됨에 따라 새로운 경제적 가치 창출이라는 수요자들의 기대와 환경보존 및 도시환경 개선 등의 차원을 고려한 정부의 강력한 촉진 정책이 맞물려 활발한 투자와 수주가 예상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일본, 유럽은 1990년대 이후 리모델링 시장이 급격히 성장해 전체 건설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역시 40% 이상의 규모있는 성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 리모델링 시장은 연간 8% 이상의 급속한 성장의 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오는 2010년에 이르러서 약 20조7천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문기관은 전망하고 있어 이에 대한 올바른 접근도 필요한 때다.
정부에서는 이미 지난 2001년 9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리모델링 개념을 최초로 법제화한 바 있으며 2003년 11월에는 주택법 시행으로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제도적인 틀을 확립했다.
이에 앞서 대한주택공사(사장 한행수, www.jugong.co.kr)는 2001년 1월 리모델링팀을 신설해 재건축과 리모델링 관련업무를 전담했으며 최근 도시정비사업팀에 편재되면서 고층 아파트 리모델링 시범사업도 추진 중이다.
2003년 7월에는 국내 최초의 공동주택 리모델링 현장인 마포용강 단지 시범사업을 완료했다. 이는 총 9개동 3백세대 중 100% 동의를 확보한 2개동(60세대, 18평형, 5층)으로 발코니 신설(4.6평 증축 효과)과 세대 평면 개선 및 구조 보수·보강, 건축설비 전면 교체 등의 공사가 진행됐다. 국내 대형 건설사들도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에 막대한 인력을 투입하고 리모델링 부서를 별도로 마련하는 등 공격적인 시장 탐색 단계에 돌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껏 언론을 통해 보여졌던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 이면에는 사업 초기의 시행착오와 문제점이 내재해 있다.
대한주택공사 도시정비처 도시정비 사업1팀 김남식 과장은 “언론이나 관련기관을 통해 알려진 급속한 성장을 알리는 전망치 및 통계자료는 어느 정도 과대포장된 것”이라며 “리모델링 사업의 본래 취지가 점차 퇴색되면서 집값 부풀리기, 투기 조장 등의 행위가 짙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소위 자본을 소유한 자가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용이하다 보니 국내 리모델링 공사는 서울 동부 이촌동을 중심으로 한 강남, 서초, 방배동에 집중화되어 있는 현상을 보이고 있어 저소득층을 위한 대안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개보수와 상가 및 수익시설의 인테리어 개선에만 그치고 있는 리모델링의 개념폭을 넓혀야 한다”고 덧붙혔다.
본지는 대한주택공사 김남식 과장을 만나 국내 리모델링 시장의 수요예측과 전망을 들어보고 대한주택공사 재건축 및 리모델링 사업의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들어봤다. 다음은 본지 기자와 김남식 과장과의 일문일답 내용.■

국내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 추진 현황과 실태는.
현재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이 완료된 현장은 서울 마포용강 단지와 압구정 아크로빌 지구 2개 뿐이며, 서울 이촌동 로얄맨션과 방배동 삼호아파트 등 두 현장은 오는 12월 주민 입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는 언론에 발표된 리모델링 사업의 거품과 허상을 뺀 실질적인 규모로, 행위허가 및 건축심의 완료, 조합설립 인가, 우선협상 시공사 선정 등 진행중인 대형 건설사의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30여 개 있으나 100% 추진 여부는 그야말로 ‘안개속’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설령 공사가 완료되어도 일부 광진구 광장동이나 영등포구 당산동 등 타지역이 포함되어 있으나, 강남권과 한강변의 동부 이촌동(방배, 도곡, 반포, 이촌), 워커힐 아파트 등 부촌에 집중되어 있어 리모델링 사업 자체가 지니는 한계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진국은 리모델링 시장이 40~60%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국내 학계에서도 건설산업의 발전 추이에 따라 동행 발전을 예상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는 정확한 시장진단이 아닙니다. 현재 리모델링은 세대수 증가가 안되고 무상지분율이라는 ‘마법’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사업 자체가 ‘집값 부풀리기’로 변모되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례로 마포용강 아파트는 리모델링 전 7천만원이었던 집값이 리모델링 후에는 2억원을 호가했으며, 리모델링을 진행하지 않는 동도 1억5천만원으로 2배 이상 올랐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아파트를 매각한 후 재건축추진위원회만 만들어놓고 줄행랑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아직 국내 리모델링 시장은 시공기술이나 국민의식, 제도적인 면에서 성숙단계에 접어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건설교통부)의 리모델링 정책 방향은.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무분별한 재건축으로 인한 폐기물 양산을 막고 국가적 차원의 양호한 주택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정부는 건축물 리모델링시 건축법령이 각종 건축기준을 완화·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부대복리시설 기준 완화와 사업절차 기준 마련, 리모델링 관리지구 제도 도입,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전용면적 85㎡ 이하의 공동주택 리모델링시 국민주택기금 지원 등의 정책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또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면서 골조만 남기고 모두 뜯어내고 심지어 골조를 일부 훼손하며 증축하는 설계를 적용하는 등 ‘편법 재건축’이라는 비판이 일어, 지난달에 전용면적의 30%, 세대별로 30㎡(약 9평) 이내로 제한하는 조항이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한 상태입니다.
이외에도 상주감리 시행 및 행위허가 신청시 기존골조 구조서 의무 제출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증축 비율 상향 및 면적제한 철폐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업계 요구대로 증축 비율만 점차 높아진다면 주변환경이 악화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리모델링 사업의 법·제도적 개선안이 있다면.
2003년 7월 도시정비법이 제정되고 경쟁입찰 법제화, 전매제한 및 후분양제, 안전진단 강화, 소형평형 의무비율 적용, 임대주택 건설 등 재건축 억제를 위한 강도높은 정책이 나오면서 재건축에서 리모델링으로 추진하는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리모델링 시장을 아직 낙관하긴 어렵습니다. 정부는 리모델링 시장의 활성화와 형평성 문제에서 고민하고 있는데, 현재 가장 큰 대안은 국민주택기금의 확대와 저리융자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현재 정부는 리모델링 자금 5백억원을 확보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보다 높은 5.5%대의 융자 이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주택공사는 국민주택기금 이율을 3%대로 하향 조정함으로써 저소득층도 참여할 수 있는 정상적인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주거복지과에 건의한 상태입니다. 주택부담금에 대한 대안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리모델링 시장 활성화는 ‘그림의 떡’이 될 것입니다.
또한 현재 리모델링은 주택법에 속해있지만 향후 재개발·재건축·주거환경개선 등이 포함된 도시정비법 체제로 가야 합니다. 이는 주택법은 장기수선충당금 등 공동주택 관리의 비중이 크지만 도시정비법은 증축·개축·대수선 등 건물관리의 광의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재건축·리모델링 시장의 향후 수요예측과 이에 따른 건설경기 및 엘리베이터 산업을 전망하신다면.
정부가 발표한 ‘2012년 국민임대주택 1백만호 건설’ 정책으로 향후 2015년까지 매년 10만호씩의 정기 물량이 쏟아질 계획인데다, 이후 또다른 형태의 건설산업이 생겨날 가능성과 함께 재건축 및 리모델링 사업 물량까지 감안한다면 향후 건설경기는 호조세로 전망할 수 있습니다.
대한주택공사는 도시정비사업을 주요사업 부문으로 점차 확대하고 올해를 도시정비사업 활성화 원년으로 삼아, 2006년에 7천호, 2007년 이후 연간 1만호(주거환경개선사업 포함 2만호) 수준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건설의 시대가 끝나면 건물의 관리·정비의 시대가 도래할 것을 예상, 내년 7천 세대, 이후 1, 2만 세대의 공격적인 도시정비사업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건교부 집계에 따르면 재건축 사업 또한 전국적으로 총 1천6백14개 단지(조합설립 인가 4백48개, 사업계획 승인 5백70개, 준공 5백96개 단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향후 단독주택이 재건축 시장으로 편입된다면 시장 규모는 훨씬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2003년 도시정비법 제정으로 재건축시 시공사 선정이 사업시행 인가 이후로 미뤄지고 후분양제, 임대주택 의무건설 등 재건축 시장이 상대적으로 위축됐으나 최근 재건축을 제외한 도시정비사업의 시공사 산정이 사업시행 초기에도 가능해짐에 따라 재개발 시장을 중심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리모델링 시장은 선진국처럼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나 재건축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어 정부의 주택법 개정과 같은 정책 결정에 따라 시장의 성장이 상당히 오랜기간 지체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리모델링은 정부 시책으로 장려하는 당위성을 가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건설산업의 주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아파트가 복도식에서 계단식으로 리모델링되는 선호도가 높아 엘리베이터 업계도 큰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입니다(문의 : 대한주택공사 도시정비처 도시정비 사업1팀 / 전화. 031-738-4852 / 웹. www.jugong.co.kr).■글 : 신영주 기자 / yjshin@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