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시장 지각변동, 중국이 몰려온다
기술력 ↑, 디자인 ↑…올림픽 이후 더욱 성장할 듯
EN81 코드 적용해 온 중국, 유럽시장에서도 두각

“낮은 기술력과 불법복제 등의 기승으로 저 품질 제품이 판을 치던 중국이 달라지고 있다” 이는 지난달 22일부터 25일 나흘간 중국 하북성 랑팡시에서 개최된 ‘China World Elevator Escalator Expo 2008’ 박람회를 참관한 한국 엘리베이터 업계의 반응이다.
현재 중국은 나라 전체가 건설현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월 10% 이상의 놀라운 경제성장력을 보이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에서 건설업과 매우 밀접한 엘리베이터 사업에 지원책을 펼치자, 중국 엘리베이터 업계는 그동안 낙후됐던 기술력과 디자인적 요소의 구색을 서서히 갖춰가고 있다.
전시장을 찾은 한국 엘리베이터 업계 종사자는 “이번 전시회를 보니 한국 정부와는 달리 중국 정부에 막대한 지원을 얻고 있는 중국 내 엘리베이터 업계가 탄력을 받은 듯 하다”며 “이에 따라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통로가 더욱 좁아졌을 뿐만 아니라 역으로 한국 시장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특히 EN-81 유럽 코드를 한국보다 먼저 적용해오고 있는 중국은 그동안 독일 인터리프트 전시회 등 해외 전시회에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유럽시장의 문을 계속 두드리고 있으며, 이는 결국 한국 기업들의 수출문이 좁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무한한 경제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 전 세계 유수의 엘리베이터 기업들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시장선점 우위를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오티스, 미쓰비시, 도시바, 후지텍, 히다찌, 티센크루프, 코네, 지멘스, 펄마토 등 세계 엘리베이터 메이저 기업들의 총 경연장이 되기도 한 이번 전시회는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10여 국가에서 5백여 기업 이상이 참가, 소리없는 마케팅 전쟁을 펼쳤다. 이는 전 대회보다 10% 이상 늘어난 수치로 올림픽 이후에는 전시회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시회 주최 측은 내다보고 있다.
이번 행사는 말 그대로 세계 엘리베이터 기업의 신제품을 총망라한 명실공히 엘리베이터 최대 전시회로 거듭나기 위한 자리였다. 전시회를 찾은 한 인사는 “엘리베이터 최대 전시회인 독일 인터리프트 전시회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향후 엘리베이터 산업의 판도는 그동안 엘리베이터 산업을 좌지우지했던 유럽 및 미국 중심에서 서서히 중국으로 축이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고 내비쳤다.

중국 E/L 업계, 한국 위협수준으로 성장
본지에서도 제조업, 보수업, 부품업, 검사기관 등으로 구성된 전시회 참관단 31명과 함께 2박 3일간 북경 랑팡 전시회를 방문해 중국 엘리베이터 시장의 고성장 흐름세를 직접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보다 디자인미를 강조한 제품이 대거 출품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엘리베이터 포화상태는 비단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에 국내 승강기업계에서는 신규시장보다 유지보수시장에 초점을 맞춰 고품격화·고디자인화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추세다.
이를 반영이라도 한 듯 이번 전시회에서도 엘리베이터 내·외장재, 동기모터, 카 버튼 등 엘리베이터 부품 분야에는 디자인미를 강조한 제품들이 대거 출품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 제품이 세계 제품과 비교했을 때에는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 참관단의 중론이다. 기술력 역시 많이 성장하기는 했지만 세밀함과 견고한 측면 등에서는 수준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전시회의 전반적인 특징이 국내에서도 한물 간 기계실 없는 엘리베이터(MRL) 및 그에 관련된 전동기, 모터, 도어개폐장치, 조속기 등이 주류를 이룬 것은 이를 방증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참가도 눈에 띄었다. 매 전시회마다 참가를 하고 있는 삼일엘텍과 해성산전 등은 주력 제품인 제어반과 권상기 등을 출품해 연일 장사진을 이뤘다. 특히 삼일엘텍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Sicon-4000czi’ 제어반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기존 Sicon-3000 모델과는 달리 빈 카 또는 만차가 된 카를 스스로 제동하는 발전기 기능을 탑재해 기존 제품대비 30~50% 이상 에너지 절약이 된다. 곧 한국에도 출시되는 이 제품은 고유가, 고에너지에 맞춰 고안된 제품으로 많은 수요가 예상된다는 것이 삼일엘텍 측의 설명이다. 이 밖에도 와이어로프 생산기업 고려제강 및 도어개폐장치 전문 기업 오엔씨텍, 로프그리퍼 생산업체 금영제너럴 등이 참가해 제품의 우수성을 뽐냈다.
이번 전시회에 또 다른 특징은 에스컬레이터의 약진이다. 오티스, 미쓰비시 등 메이저회사들을 물론 깡리사를 비롯해 센롱사, DTS사 코요사 등 중국 굴지의 기업들이 대거 참여해 실 모델을 설치, 해당업체간 자웅을 겨루는 자리였다. 특히 에스컬레이터 생산이 중단된 채 전적으로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참관단 측은 각사별 제품 특징, 가격대비 등을 면밀히 관찰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밖에도 2중 스위치가 설치된 조속기, 원형도어 및 스윙도어 등 한국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인 이번 전시회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는 내·외부평가가 이뤄졌다. 전시회 주최 측은 “건설 붐이 일고 있는 중국 엘리베이터 시장을 겨냥한 세계 엘리베이터 기업들의 고유 브랜드 마케팅이 활성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중국 엘리베이터 전시회가 세계 최대 전시회로 부상하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문의 : www.elevator-expo.com / 이메일. expo@cea-net.org / 전화. 86-0316-6078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