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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구분	인터뷰
ㆍ게재년월	2023-03

손영선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 신임이사장

“업계 괴롭히는 승강기 인증제도와 검사 문제, 현장 중심으로 제도개선 나설 것”

“승강기 산업에 몸담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해가 갈수록 더 큰 어려움과 한계에 당면하고 있습니다. 규제강화, 인력난, 경쟁심화로 많은 중소 승강기기업들이 비슷한 입장일 겁니다. 업계가 이 상황을 더 이상 방관하지 않고, 생존을 위해 함께 나서야 합니다”

손영선 한국승강기공업협동조합(이하 조합) 제 12대 신임이사장은 누구보다 제도개선에 절실한 사람이다. 새한엘리베이터가 중소 완성업체 중에선 나름 규모있는 업체로 평가받고 있지만, 승강기 관련 제도변화와 규제강화에 따라가기 위해 많은 고비를 넘겨야 했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승강기인증을 받고 검사를 받는 사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현행 제도개선은 꼭 필요합니다. 모델인증 요건을 완화해 많은 업체들이 규격화를 향해 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주고, 중소기업이 주로 받는 개별인증 은 최종 할인금액으로 동일하게 적용해 인증비를 현실화해야 합니다”

손 이사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같은 선상에 두고 동일한 기준을 정하는 기계적인 평등보다, 인력규모나 수주대수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한 정책이 더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본지는 신임 이사장과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4년간의 목표와 조합 운영 방향에 대해 물었다.

Q. 조합의 올해 최우선 과제를 꼽는다면?

재지정을 앞둔 중기간경쟁품목이 올해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다. 수요기관들이 경영위기를 겪는 GYG와 지난해 폐업한 누리의 사례를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과거 중기간경쟁품목 선정 심사에 4번 정도 참여했는데, 이들 수요처도 중소기업 승강기 품질이 이미 대기업과 견줘도 손색없는 수준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주요 공공 발주처인 LH와 SH가 중기의 브랜드 파워가 부족해 입주민 민원이 들어온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도 이런 이유다.

중소 업계 생존을 위해 중기간 경쟁품목은 꼭 사수해야 한다. 사생결단의 마음으로 재지정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우리 업계의 숙제인 승강기 안전인증 문제와 검사제도 개선, 조합 분동사업 점유율 확대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Q. 인증문제는 조합 내부적으로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다. 모델과 개별인증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또 공약으로 내건 인증제도 개선은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지 궁금하다.

인증은 품질과 안전성 면에서 순기능이 있지만, 지금 이대로라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다. 인증제도 취지 자체는 공감하나 안전성시험 항목이 너무 많다.(안전에 크게 영향 없는 부분에 대해)허들을 낮추는 제도개선 없이는 정부가 원하는 승강기 표준화, 규격화는 실현하기 어려울 거라고 본다.

한편, 중소기업도 인증제도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내 입장을 두고‘개별인증을 없애야 한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 회사(새한엘리베이터)도 1년에 개별인증을 150건 받는다. 개별인증은 비규격 현장을 위해 꼭 유지돼야 하는 제도다. 다만, 개별인증을 중소기업이 대다수 받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475만원이 아닌, 처음부터 할인된 금액으로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전임 이사장님이 수고해주신 덕분에 이 부분은 임기 내 현실화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공단의 검사스케줄 문제는 업계의 오랜 골칫거리다. 검사규정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복안을 가지고 있는지?

검사는 불필요한 항목들 대폭 삭제해서 검사시간 줄이고, 불합격률을 줄여 검사기관도 여유인력이 생길 수 있도록 개선하고자 한다. 그렇게 되면 검사일정을 못 잡아서 납기에 고통받는 업체들의 애로를 해결할 수 있다. 먼저 건축 관련 항목을 승강기 검사 항목에서 다 제외시키겠다. 건축 공사 항목으로 받는 부당한 불합격이 사라지면, 승강기 검사 불합격률은 30%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검사일정 연기 시 한 달 뒤로 밀리는 불편부당한 상황도 바로잡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공단, 정부와 검사 항목 감축을 위한 별도 TF를 일시적으로 구성해 추진하겠다. 회원사가 피부로 와 닿는 규제 개선활동에 집중할 예정이다.

Q. 최근 승강기 대기업의 부품사업 진출이 가시화 되며 중소 업체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부품 선택지 확대라는 장점 뒤엔 중소 부품업체의 위기, 승강기 완성 업체들의 대기업 종속화가 우려되는상황. 조합은 어떤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나.

이 사안을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도 대기업이 85%의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부품시장까지 가져간다면 중소기업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 될 것으로 본다. 당장 대기업 제어반을 가져와서 쓰면 원가에 도움이 되겠지만, 결국은 대기업이 시장을 다 삼키고 우리끼리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해야 할지 모른다. 기술적 종속되고, 부품업체만 고사되는 상황이 불을 보듯 뻔하다. 산업이 한번 꺾이면 10배, 100배의 노력으로도 영원히 회복될 수 없다는 사실을 에스컬레이터 사례에서 우리가 이미 확인한 바 있지 않나.

만일 중소업계가 반발해도 시장 진입을 막을 수 없다면, 국회나 정부, 관계기관 모두를 동원해서라도 중소 부품업체를 보호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업계의 위기로 생각하고 중소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똘똘 뭉쳐야 하는 시기다. 당장 눈 앞의 이익이 아니라 길게 보고 판단해야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