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선진사례, ‘他山之石’으로 삼아야
게재년월 : 2004년 10월호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실용주의를 근거로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달 9일 건설회관에서 개최된 ‘건설경기 전망과 신행정수도 건설의 건설산업 파급 효과 세미나’에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 윤영선 연구원은 ‘국내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의 성장 전망과 과제’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히고, 앞으로 20년 이상된 건물의 경우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 위주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 재건축 시장은 전체 등록된 건축물의 5∼10%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서울시의 경우에는 40%에 육박하는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 규정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으로 용적률 축소, 개발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규제가 강화돼 난국을 맞고 있는 상태다.
이에 전문가들은 재건축 물량이 오는 2005년에는 연간 2∼4만호를 기록하다가 2006년 이후에는 연간 2만호 이하로, 점유율 또한 9%에서 3.5%까지 하락할 것으로 판단, 리모델링이 오히려 수익성이 높은 사업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점차 강화되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도출된 리모델링 사업은 지난 2000년 리모델링에 대한 시장 전망의 관심이 본격적으로 대두, 2002년에는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새로운 건설시장 영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게다가 건설교통부는 앞으로 1층 공간을 주차장, 헬스장 등 주민 편의시설로 조성하는 리모델링 단지의 경우, 해당 면적이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지하층을 제외한 건물 연면적 비율)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혀 리모델링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2년 건산연 연구자료에 따르면 국내 공동주택의 리모델링 시장규모가 2005년 1조 3천억원, 2006∼2010년 사이에 2조 9천억원, 2011∼2015년 사이에 8조 3천억원, 2016∼2020년 사이에 10조 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즉, 2005년까지는 완만한 성장세를 나타낸 후 2006∼2010년 사이에 1980년대 건설된 공동주택의 리모델링 물량이 쏟아지면서 급성장 궤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1월말 현재 국내 리모델링 시장은 3천8백14가구로 2005년 이전까지는 연간 1만호 이하로 부진하다가 2006년 이후 리모델링 사업이 가시화되기 시작해, 연평균 6만호 이상의 사업규모가 나타날 것으로 보여 전체 건설시장 규모의 10% 내외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후 2011년부터 2020년 기간도 연간 6만호 이상으로 리모델링이 꾸준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급격한 시장 확대보다는 신축 및 재건축 축소에 따라 그 점유율은 13%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이후는 신축물량 감소와 맞물려 시장 점유율도 45% 이상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규제, 리모델링 성장 저해요소!”
윤 연구원에 따르면 “금년 들어 강남 지역 등 기존에 재건축의 사업성이 높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리모델링이 확산되고 있어 건설업체의 리모델링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면서, “2001년 건산연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수도권 지역 아파트 주민의 16%가 ‘리모델링을 하고싶다’고 밝혔지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리모델링은 대부분 자산가치 증식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어 당분간 사업성이 없는 여타 지역으로 확신되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리모델링을 통한 과도한 증축은 건물의 안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세대 내부 구조를 기형적으로 만들 가능성도 높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나친 증축 행위로 인한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장의 과열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공동주택 리모델링 행위 허가 지침’을 제정, 최근 리모델링 증축 범위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도 했다.
지침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리모델링 사업추진 절차 규정 미비 또는 불명확성으로 인한 시장 과열과 혼탁을 막기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재건축사업 추진 방식을 준용하는 안을 제시 ▲건물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지나친 구조체의 철거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철거 가능한 범위를 일정한 비율로 제한 ▲증축 범위에 대해 비율을 정하는 사항으로 평형 크기별 및 증축 범위를 일정 비율로 한정시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입장에 대해 윤 연구원은 “정부가 규정하는 리모델링 증축 범위는 발코니의 확장이나 복도식을 계단식으로 변경함으로써 확보되는 부분 등에 국한돼 있다”고 말하며,“현재는 건설경기 연착륙 내지는 활성화가 요구되는 시기인 만큼, 극히 예외적인 증축 리모델링 사례를 놓고 일률적인 규제를 가하려는 것은 자칫 리모델링 초기 시장의 성장을 근원적으로 저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리모델링협회(협회장 박준봉, www.remodeling.or.kr, 이하 리모델링협회) 도 마찬가지로 “리모델링의 성숙기가 도래하면 오히려 건축기준의 적용완화를 통해 증축이 유도되지 않으면 안되는 동이나 단지가 대부분일 것이다. 따라서 법적 용적률 범위 내에서 증축을 시도하려는 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리모델링, 추가 주차장 확보 필수!
현재 리모델링은 내부 설계와 주차장 시설 및 조경 개선은 물론 실제 생활의 면적 평수도 최소 10%에서 최대 100%까지 넓히는 증축 개념을 기본적으로 담고 있다.
공동주택 리모델링 경우에는 공사비 조달이 가능하고 리모델링을 통한 주택가격 상승이 소형 평형보다 유리한 중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주차장 시설은 최근 주상복합건물의 주차장이 지하에 설치되는 추세에 따라 리모델링 대상 단지 또한 지상 주차장은 조경구간으로 요구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벽식 구조 아파트의 경우에는 1층을 주차장으로 개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추가 주차장 증축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윤 연구원은 “지하 주차장을 신축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주차수요를 확보한 리모델링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리모델링 시장 ‘정착단계’ 돌입
아직까지 국내 리모델링 시장은 많은 부분에서 미성숙한 단계다. 에너지 절약이나 일정 범위의 전용공간 확대, 건축 폐자재 발생 억제 등이 가능한 리모델링에 대해서도 세재 혜택이나 금융지원 등이 미비한 상태이며, 자발적 리모델링이 어려운 국민주택 규모 이하와 임대주택에 대한 지원책 또한 아직까지 마련되지 못했다.
반면, 리모델링 시장이 정착기에 접어들고 있는 유럽, 일본 등 해외의 경우 나라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리모델링 시장 점유율이 최소 20%를 넘어 50%에 가까운 수치를 보이고 있다. 건축물의 신축시장보다는 리모델링 시장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해가고 있는 것.
유럽지역의 경우 서유럽 15개 국가의 전체 건설시장에서 리모델링 비중은 35% 정도이며 이 중 주택부문이 45%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최근 3년동안 연평균 리모델링 시장은 2.4%, 전체 주택시장은 0.7%씩 성장, 리모델링 시장이 신축시장보다 3배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은 30% 내외, 캐나다 50% 이상, 일본은 타 선진국에 비해 다소 낮은 비율이지만 25.2%에 이르고 있으며 이 중 단독 주택 리모델링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한 리모델링 전문가는 “리모델링 매출액은 건축 관련 총 매출액에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여 오는 2010년에는 시장 점유율이 건축 투자액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1995년∼2010년에는 연평균 1.6%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대형 건설업체, 리모델링에 승부수
앞서 설명한 대로 리모델링은 세계적인 흐름을 타고 뻗어 나가는 추세다. 이에 국내 건설업계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재건축보다 리모델링 사업에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이는 리모델링 건축기간이 17개월 정도로, 30개월이 소요되는 재건축보다 금융 비용 부담이 적기 때문. 이미 현대건설은 동부 이촌동 현대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 진출한 상태이고 동부건설과 롯데건설은 리모델링팀을 별도로 신설해 수주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리모델링에 대한 높은 관심과는 달리 그 본질은 흐려져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일부 리모델링이 재건축 수준으로 진행되는 경우 공사규모가 크기 때문에 건설업체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 자칫 과열 혼탁으로 치닫는다거나 소비자들도 리모델링 후의 주거환경 개선보다는 가격 상승 폭에 더 신경을 곤두서는 등 지나친 투기적 동기가 개입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리모델링협회는 “이같은 행태는 리모델링 시장 형성의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빈번하게 나타나지만 향후 주택가격이 안정되면 삶의 공간적 질 향상에 관심이 높아져 이런 문제는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연구원은 “리모델링은 환경개선 및 이용가치의 문제이기 때문에 비용문제는 왜곡된 부분이 많다”며, “국내 리모델링 시장은 이제 싹이 트는 초기시장인 만큼 장기적 시각에서 규제의 영향을 고려해 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머지않아 현재와 같은 자산가치 증식 목적의 리모델링보다는 실질적인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리모델링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모델링협회는 “정부는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저금리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재산세 부과 또한 수년간 유예하는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무조건 규제가 많은 재건축보다 사업 단지의 규모 등 여건에 따라 리모델링이 더 유리한 곳이 있으므로 사업 추진 전에 전문가를 통해 이를 진단해 볼 필요가 있음” 을 강조했다(문의 : 한국리모델링협회 / 전화. 02-547-3933 / 웹. www.remodeling.or.kr).
■글·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