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년월 : 2004년 7월호
부제목 : 최저가낙찰제 확대 유보 등 민관 제도정비 주력

지난해부터 국내 경제가 내수경기의 위축과 함께 수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 올 1분기만 보더라도 아시아 최고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134.9%의 기여율을 보이고 있으나 내수는 마이너스 0.6%p로 돌아서면서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내수경기를 지탱해 온 건설경기가 민간 주택시장 위축으로 침체되고 있는 것으로, 2분기 이후에는 더욱 심각해져 국내 내수경기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공공사 수주에 의존해 온 대다수 업체들은 업체수 증가, 낙찰률 하락, 건자재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체감 경기가 악화되고 있으며, 주택사업 또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시행, 후분양 도입, 소형의무비율 적용, 주택안정대책 발표 등으로 재건축 사업 시행이 지연되거나 불확실해지고 있다.
규모별로 보면 대형업체보다 중소업체의 체감 경기 침체가 더 두드러져 올해 들어서는 지난해보다 더욱 낮아진 50선에 머무르고 있으며 1월 이후 철근, 골재 등 자재난이 발생하면서 체감 경기는 더욱 낮아지고 있다.
올해 건설경기 침체는 주거용 건축허가면적 및 건설수주 감소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는데 건설관련 지표 중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건축허가 면적은 2002년을 정점으로 급속한 하락세를 나타내 현재는 27.7%가 감소한 상태다. 건설 수주액 또한 2분기에 하락폭이 심화돼 상반기엔 17.9%, 올해 전체로는 13% 정도가 감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선행지표인 건축허가면적 27.7% 감소
부문별로 살펴보면 공공과 토목 부문을 제외한 건축과 민간, 주거와 비주거 부문 모두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 부문 수주액은 34조원 내외로 전년 대비 5~6% 가량 증가하고 민간 부문은 2분기에 주택 수주가 크게 줄어 전년 동기 대비 37.8% 감소, 이후에도 감소가 지속되면서 연간 21.6%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피력한 대로 건설 경기 침체는 대략 ▶주택 규제강화로 인한 실적 부진 ▶공공 공사 낙찰률 하락 ▶대형 공사 발주 부진 ▶중소업체 공공 공사 수주 경쟁 심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주택 규제 강화로 인한 미분양 아파트의 증가는 주택 경기침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02년 이후 전국적으로 2만5천호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증가해 올 3월에는 현재 약 4천호가 미분양 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주택건설 사업계획 승인 또한 전년동기 대비 41.7% 감소한 6만3천6백21호에 그쳤다. 주택유형별로는 다세대가 65.8% 이상, 연립과 아파트는 각각 39.4%, 39.6% 감소했다.
공공공사 낙찰률 하락도 한 몫 거들고 있다. 올해 1~3월 조달청이 발주한 신규 공사의 평균 낙찰률은 78.6%로, 지난해 80.3%에 비해 1.7%p 낮아졌으며, 5~30억원 미만 공사는 0.4%p, 5백~1천억원 미만 공사는 0.9%p, 1천억원 이상 공사는 무려 9.1%p나 떨어졌다. 규모가 크고 상대적으로 높은 낙찰률을 보이고 있는 플랜트 공사를 제외할 경우 평균 낙찰률은 더욱 낮아져 이 추세대로 간다면 평균은 40%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와함께 대형공사 발주 감소로 인해 상위 업체들의 수주실적 부진도 경기침체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1~4월동안 상위 5개 대형업체의 수주실적으로 보면 1조5천5백25억원으로 목표액의 17.8%에 불과하며 업체별로는 목표 대비 5.4%에서 36.1%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올해 발주된 턴키, 대안공사의 대부분이 1천억원 미만의 소규모 공사로 업체간 수주경쟁이 심했고 상반기 발주공사가 하반기로 연기되면서 목표 달성이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자사업의 활성화와 더불어 최저가 낙찰제 확대 유보, 추경예산 편성, 재건축 사업의 합리적 추진 등이 함께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은 부문별로 살펴본 건설경기 활성화 방안을 정리한 것이다.

■공공토목 부문 - ① 민자사업 활성화 : 최근 민간투자사업 발주가 크게 증가하고는 있으나 SOC 인프라 조기확충 및 재정집행의 효율화를 위해서는 민간투자제도의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이로써 부족한 재정을 대신하고 국가적으로 시급한 SOC 시설을 목표기간동안 완공함으로써 사회적 편익을 조기에 가시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은 또 장기간 소요돼 리스크가 큰 편이며 일정한 수익보장 없이는 민간참여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익률 제고 등의 유인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이에 4백조원에 달하는 시중 부동자금의 민자사업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이 요구되며, 이 외에도 민간투자 대상 사업범위를 학교, 병원 등 복지시설 건설 및 운영사업까지 확대해 영국, 호주 등과 같은 선진모델을 바탕으로 수행하는 등의 묘안도 고려해 봄 직하다.
이와함께 민간 제안 16개 민자사업의 조속한 추진과 함께 사업 추진기간 단축과 협상조건도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민자사업의 대부분은 수도권 도로건설사업으로서 경기 활성화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물류·교통난 해소에도 기여도가 높기 때문에 연간 3~4개 이상 추진 가능토록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인프라 펀드 공모 및 주식상장이 가능하도록 설립·운영에 관한 별도 규정 신설을 추진하고 정부 보조금 확대 및 수익률 제고 등을 통한 투자 활성화 촉진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상사업을 수익창출 가능한 사업으로 전환시켜야 하며 혹 수익성이 없는 사업이라 할지라도, 국가적으로 우선순위가 높고 총 사업비에 대비해 요구되는 재정지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사업을 부분적 재정지원 또는 단계별 추진을 통해 수익창출 사업으로 전환시켜야 할 것이다.
② 최저가 낙찰제 확대 유보 : 건설공사 물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최저가 낙찰제가 급격히 확대될 경우 건설업의 수익성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부터 5백억원 이상 PQ 공사로 적용 대상이 확대됨에 따라 올해에는 약 10조원 규모의 최저가 낙찰제 공사가 발주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최저가 낙찰제 공사의 연평균 낙찰률은 65.8%에서 57.1%로 점차 하락하고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최저가 낙찰제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저가 심의제 개선뿐만 아니라 PQ 및 공사 이행 보증제도 개선 등 전반적인 입찰계약제도 개선이 병행 추진되어야 한다. 최저가 낙찰제의 무리한 시행은 장기적으로 봤을때 부실공사 개연성을 높일 수 있고 건설업계의 전반적 수익성을 크게 하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최근 시행한 설문결과에서도 최저가 낙찰제 확대를 반대한 응답자가 전체의 91%에 달해, 아직은 시기상조적 제도임을 시사하고 있다.
향후 최저가 낙찰제가 건설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실효성있는 덤핑 방지대책 수립과 더불어 건설정책 및 제도 전반의 총체적 선진화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저가낙찰 책임을 건설업체에만 돌릴 것이 아니라 발주자와 보증기관 모두의 공동책임으로 인식해 개선방안 마련에 공조해야 하며, 적용대상 확대를 유보한 후 발주자가 운용하는 저가심의제 및 공사이행 보증제부터 개선해 저가낙찰 방지에 주력한 뒤 추이를 봐가면서 확대적용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③ 추경예산 편성 : 4월말 재정집행 실적은 5백68조원으로 전년에 비해 금액으로는 31조원, 집행 진도율로는 1.5%p 증가한 수준으로 일자리 창출, SOC, 지자체 보조금 등 경기 활성화 효과가 큰 중점분야가 조기 집행됐다.
그러나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하반기에도 예산의 추가적 확보와 집행이 요구된다. 상반기 예산 조기집행으로 인해 추가예산 편성이 없다면 하반기 건설경기는 더욱 침체될 것이므로, 공공건설 투자를 위한 최소 2조원 이상의 추경편성 등이 필요하다. 2조원을 투자할 경우 4만2천여명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고 4조원에 이르는 직간접적인 생산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민간 주택부문 활성화 방안 - 부동산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한 시정 안정화 조치가 경기 침체기 진입 후에도 지속되면 경기급랭을 초래하고 시장의 과도한 혼란과 장기불황을 촉발할 우려가 크다.
최근 민간부문 수주가 전체 건설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에 달하고 주택부문 수주도 44%에 달하면서 주택과 민간부문이 건설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건설경기 활성화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민간 주택부문 경기의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도록 주택·부동산 규제완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① 재건축 사업의 합리적 추진 : 현재 추세대로라면 2006년부터 재건축 사업에 의한 주택공급은 소진될 전망이며 특히 서울지역의 주택공급 금감이 예상된다.
따라서 재건축 사업의 소형의무비율 및 후분양 적용기준과 향후 시행할 예정인 개발이익 환수제를 완화해 일반 민간아파트 건설과 동일한 수준의 규제 하에 사업이 영위되도록 조정해야 할 것이다.
주택경기가 안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재건축 사업에 대해서만 차별적인 강화조항을 적용하고 있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주택경기의 과도한 침체를 초래할 우려가 크기 때문.
따라서 소형의무 비율을 완화해 재건축 사업의 착공시기를 앞담김으로써 민간건축 투자를 유지하고 주택공급 실적의 급감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를 주거환경 개선 및 공공시설 확보 차원에서 공원 등 공공시설 기부체납으로 환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② 분양원가 공개 논란 종식 : 분양원가 공개는 분양가격 하락 수단으로 부적절하다. 따라서 원가연동제를 도입하면 공공택지 원가와 표준건축비가 공개되므로 분양원가 공개는 불필요하다.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킬 우려가 크기 때문에 분양원가 공개 목적이 궁극적으로 분양가격 인하라면 주택공급 확대를 통해 분양가격이 낮아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 대책이다.
③ 주택투기 과열지구 및 주택거래 신고제의 탄력적 해제 : 투기과열지구와 주택거래 신고제 지정요건 및 해제요건을 명확히 함으로써 지정요건이 성립되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는 해제조치가 필요하다. 광주, 대구, 부산 등 지방 대도시는 주택경기가 크게 둔화되고 있어 투기과열지구 지정요건이 소멸됐으므로 해제한 후 추후 지정요건이 발생하면 다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히다.
④ 토지규제개혁 로드맵의 조속한 완성 및 민간택지개발 확대 : 가용토지 공급확대를 통해 개발수요에 탄력 대응해야 한다.
또 민간에게 택지개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절차를 간소화시켜 토지수용 및 개발과 연관된 분쟁과 사업지연에 대한 합리적 보상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타 활성화 방안 - ① 여가공간개발 부지면적 규제의 합리적 조정 : 여가활동은 인간생활의 필수요소로 주거, 생산, 교통공간과 함께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공간유형이므로, 향후 본격화될 주 5일제 시행을 대비한 여가공간 및 시설확보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이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시설물 건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축제나 이벤트 등 지역별 특화 프로그램과 연계해 관광지나 명소 주변시설물을 개발하고 관광농원 및 농어촌 민박의 활성화, 펜션 등 가족중심의 관광행태 증가에 대비한 중·저가형 숙박시설을 확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가공간 개발규제 완화 및 관련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특히 수도권의 여가공간 개발에 있어 중요 장애요인인 과도한 개발규제 개선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즉, 지정과 조성계획 승인요건 강화를 비롯해 사업성 검토 의무화, 국비지원 기준, 민간에 의한 사업시행 권한 확대, 관광진흥 개발기금 지원범위 확대, 관광지 평가체계 및 재개발개선 등 수도권 여가공간 개발에 있어서 중요 장애요인인 과도한 개발규제 개선도 추진되어야 한다.
② 기업도시 건설을 위한 적극적 지원 : 기업도시란 기업이 직접 개발주의가 되어 기업활동을 효율적으로 영위하기 위해 개발하는 도시로, 기업도시 건설을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사회 분위기 조성, 지원과 혜택수준 결정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의 효과적인 지원책으로는 경제자유구역에 준하는 인센티브 제공 및 도시개발 과정에서의 획기적 지원책을 제시해 토지수용 및 매입, 조성토지 처분 등이 행해져야 한다. 기업도시가 장기적 사업인 만큼 정당성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정부정책 의지가 필요하며 특혜시비 등 반 기업정서도 극복해야 한다.
기업도시 지원 및 혜택수준은 공익적 효과에 따라 결정, 향후 기업도시 형태와 입지에 따라 차등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
■글·정리 : 신영주 기자 / yjshin@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