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이달 중 개정안 입법예고, ‘맞춤 행정 시대’
게재년월 : 2005년 01월

앞으로 기계식 주차장에 대한 설치기준이 지역 여건, 실정에 따라 각 지자체 조례로 별도 마련되는 ‘맞춤식 행정’이 적용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법정대수만 채워 설치만 해놓고 사용하지 않은 기계식 주차장 비율이 낮아지고 이면도로 불법주차도 줄어들어 주차난 또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까지 부천 상동이나 대전, 서울 등 몇몇 지자체에서 기계식 설치에 대한 상한선 등을 조례로 제정, 적용한 바 있었으나 모법인 주차장법에 명시되지 않은 관계로 행정 소송 시 근거 미약 등을 이유로 사실상 시행의 애로사항이 컸었다.
대전지역은 연립주택 및 빌라 등 주택가 거주지역에 기계식 주차장이 설치된다 하더라도 관리인 부재 및 주차 불가능 등으로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불허해왔으며, 서울시의 경우 방치율이 높은 2단식의 일부는 설치 자체를 못하게끔 했었다.
이처럼 많은 지자체들이 공통분모로 몸소 체험하고 있는 기계식 주차장의 설치 및 유지관리에 대한 어려움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 18일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과의 대화 및 민원 해소 대책을 위한 회의에서 충북 청주시청 건축과 최정숙 과장이 “사용하지 않은 기계식 주차장이나 자동차용 엘리베이터가 오히려 주차난만 가충시키고 있어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하면서부터다.
이는 충북 시군구 협의회를 거쳐 전국 시군구 협의회에서도 채택된 안으로, 기계식 주차장의 현 문제점을 지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제안의 주요 내용은 기계식 주차장의 이용 저조나 방치로 도시미관이 저해되고 교통난이 가중되고 있으며, 주차장 불허로 인한 민원 발생 및 소송으로 인한 행정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
청주시의 경우를 살펴보면 2003년 12월 기준으로 주차장 총 1만90개소(7만5천59면) 중 기계식은 2백98개소(4천1백63면)로 전체의 7.4%를 차지하고 있으나, 대형 백화점 외에는 거의 이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건축허가 출원 시 국토의계획 및 이용에관한법률 시행령 제56조 ‘개발행위 허가기준’을 적용해 기계식 주차장 설치를 불허하거나 지난 2003년 9월부터는 7층 이상 건물, 30대 이상 주차대수, 관리인이 갖춰진 경우에 한해서만 허가하는 내부지침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최 과장은 “모법을 강화하고 확실한 조례 제정으로 이제는 탁상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계산을 위한 주차장이 아닌 주차를 위한 주차장 문화를 조성헤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건설교통부는 주차장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에 규제 근거인 ‘주차행태 등에 따른 특수성으로 부설주차장에 설치되는 기계식 주차장치의 형식 등을 제한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가안)’를 신설 조항으로 마련, 개정안을 이달 중순경 입법예고 절차를 거쳐 공포할 계획이다.

기계식 사용률·인식률 제고 계기 마련
육상교통기획과 김성신 사무관은 “기계식 주차장의 문제점을 지자체에서 먼저 해결책을 제시하고 나선 점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며, “이는 일선 담당 공무원들의 기계식에 대한 인식 제고와 아울러 현 기계식 주차장 유지관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주는 것”임을 강조했다.
검사기관에서의 반응도 이와 유사하다. 교통안전공단 특수검사팀 허필입 팀장은 “앞으로는 부설 주차장 형태를 일정 규모나 지역 및 이용 실태를 감안, 지자체 조례를 적용할 수 있으므로 관리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다”면서 “주차 업계에서 주차장 설치 감소 등의 우려섞인 반발도 예상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바라보면 타격이 아니라 오히려 시장 확대 및 업계 발전을 가져올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를 모든 지자체가 반기는 것은 아니다. 중앙에서의 하달이 아닌 각 지자체 조례 제정이 책임 전가가 아니냐는 일부 지자체들도 있다.
“RV 차량이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기존에 설치된 주차장은 1500cc 미만을 수용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사용이 어려운 현장이 많다”면서, “별도 조례 제정 대신 차라리 건축법에서 기계식 주차장 자체를 설치할 수 없게 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크다. 이들은 사용하지 않은 기계식 주차장의 철거비용을 대주고 면수 만큼 인정해주어 평면 주차장을 건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주차장법 개정으로 각 지자체별 조례가 제정된다면 담당 공무원의 노력 여하에 따라 조례 개정 등이 이루어지고 업무의 순환이 잦은 지역일 경우에는 책임 소지가 불분명해 흐지부지 없던 일로 치부될 수 있는 ‘변수’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시설주 입장에서는 법정주차대수를 채워야 하므로 비용이 증가할 것이며, 건축 허가를 유발하는 인허가 및 용도변경이나 철거 비율이 기존에 비해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관계법령도 숙지해야 한다.
현 주차장법 제19조의 13항에는 ▲기계식 주차장치가 노후·고장 등으로 인해 작동이 불가능한 경우 ▲설치한 날로부터 5년이 경과된 경우 ▲시설물의 구조 또는 안전상 철거가 불가피한 경우에 시장, 군수 또는 구청장에 신고, 기계식 주차장치를 철거하게끔 되어 있다.
만약 기계식 철거에 따라 부설주차장이 설치기준에 미달하면 부지 인근에 부설주차장을 설치하거나 주차장 설치에 소요되는 비용을 납부해 법정대수를 맞추고 있는데, 이 경우 기계식이 설치됐던 바닥면적에 해당하는 주차장은 당해 시설물이나 그 부지 안에 이를 확보해야 한다.
건교부는 여기에서 파생되는 지목부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18일자로 도시교통정비촉진법 시행령 부칙 제4조(다른 법령과의 관계)에서 “제5조제11호가목중 ‘부설주차장’을 ‘부설주차장(주차장법 제19조제4항의 규정에 의하여 시설물의 부지인근에 설치된 부설주차장을 제외한다)’으로 한다”고 규정지었다.
시도에서 시군구로 권한이 이양됨에 따라 높아지기 시작하는 기계식에 대한 각 지자체의 관심이 지역 실정에 상응하는 조례 제정과 합리적인 적용으로 이어지는 그 날을 기다려본다(문의 : 건교부 육상교통기획과 / 전화. 504-9141).
■글 : 신영주 기자 / yjshin@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