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 “수이의 주검 앞에 침 뱉지 말라!”
게재월 : 2002년 9월호

지난 7월 26일 오후 10시 40분 경 경기도 성남시 분당 소재의 차병원에서 병원 관리업체 (주)달마 소속의 방제실 근무 직원인 장수이(28, 포천중문의과대학 방사선과 휴학) 씨가 병원용 덤웨이터와 승강로 내부에 설치된 빔 사이에 목이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족들은 집안의 장손(長孫)에 외아들이 죽은 사실 하나만으로도 참담한데 병원측의 책임회피성 사고처리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가 주목받는 이유는 관리측, 즉 차병원의 잘못된 관행이 부른 죽음이었던 만큼 얼마든지 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었다는 데 있다. 유족들은 “경비절감과 시간절약을 위해 차병원측이 이런 고물 엘리베이터를 교체하지 않고 자격증도 없는 방제실 직원에게 점검을 시켰다”는 것도 문제지만 “막상 사고가 나자 병원은 용역업체에 하도급을 주었으니 자기들은 법적으로 책임이 전혀 없다고 발뺌만 하려든다”며 원통하고 억울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차병원측, “2차적 안전사고 우려” 구실로 사고발생 후 1시간 반 동안 현장 방치
유가족 및 장씨 동료들에 따르면 사고 당일 사망한 장 씨는 방제실에서 평소 약품이나 서류를 나르던 1층 약제실 덤웨이터의 고장신고를 수 차례에 걸쳐 독촉받고 고장현장으로 나섰다고 한다.
엘리베이터의 경미한 고장은 병원측과 직접 보수계약을 맺고 있는 승강기 보수업체(계약업체 ; LG 오티스 엘리베이터)에게 A/S 신고를 하지 않고 병원 용역업체 직원에게 관행적으로 맡겨온 터라 장 씨는 오른손에 후레쉬를 들고 덤웨이터 도어를 열은 상태에서 안으로 고개를 넣은 채 고장정도를 살펴보던 중 사고를 당한 것이다.
유족 가운데 장 씨의 매형인 이승철 씨는 “보통 야간 방제실 근무는 2인1조로 서게 되는데 수이 혼자 근무 본지 2개월이 넘었다. 곁에 동료 한사람이라도 있었다면 미연에 방지될 수 있었던 사고였다”라고 강조한다.
병원측의 관행적 시설관리 실태와 함께 유족들이 강하게 분개하는 이유가 또 있다. 차병원측이 제시하는 당시 사고경위에 따르면 사고발생 추정시간은 최초 방제실에 1층 외래 약제에 있는 덤웨이터의 사고발생 경보장치가 울린 22시 47분경이지만 현장에 도착해 있던 119구조대의 지시에 따라 유압잭을 이용해 덤웨이터에서 시신을 수습한 시간은 자정이 넘어서였다. 곧바로 병원 응급실장의 주도로 심전도 검사 및 전기충격 장치로 응급조치 이행 후 사망을 확정하고 나서야 24시 30분 경에야 시신을 영안실에 안치했다.
유가족들이 울분을 금치 못하는 부분은 바로 사고 직후 시신이 덤웨이터 내에 방치된 채 1시간 30분 가량 시간만 지체하고 아무런 구조조치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더군다나 119구조대 및 LG 오티스 측 직원이 도착한 시간은 사고가 발생한 지 20분이 지난 뒤였다. “23시 10분에 이미 도착한 상태였음에도 병원과 보수업체 관계자, 경찰들이 의견조율 및 책임회피로 시간만 끌자 이를 보다 못한 용역업체 직원들이 앞장서 장 씨를 구조했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유족들은 전한다.
유족들은 “최초 목격자는 병원 약제실 여직원 1명과 당시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민간구급대원 1명이며, 이 중 여직원은 현재 휴가를 간 상태로 연락이 되질 않는다. 또 한사람 민간구급대원이 사고현장을 목격했을 때는 ‘의식이 있었던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병원측은 사고발생후 3분뒤인 22시 50분경에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로 사고현장을 방치했다”며 여타의 이해가 가지 않는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사고현장을 직접 둘러본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이하 관리원) 경인지역본부 관계자의 말을 빌면 이번 사고의 경우 고장신고된 덤웨이터는 3대로 나란히 배치되어 운행하던 덤웨이터 중 왼쪽 기종이었고, 장 씨가 고장난 덤웨이터를 살펴보기 위해 가운데 설치된 덤웨이터 도어를 열고 왼쪽 고장 덤웨이터 카 상부를 살펴보던 중 카가 작동해 승강로 내부에 설치된 빔과 카 사이에 머리가 끼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관리원측은 이번 사고를 명백히 ‘관리주체의 과실’, 즉 병원측이 비록 용역업체에게 하도급을 주었다고는 하나 무자격자에게 승강기 점검업무를 보게 한 점은 승강기 관리주체 입장에 있는 병원에게 책임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달 1일에는 분당 차병원 앞에서 유족들과 장 씨 동료들이 10여 명 가량 모여 장 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사건진상 규명과 책임있는 희생자 예우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까지 강행했다. 그러나 병원측은 끝내 무응답으로 일관해 유가족들의 원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병원측은 이 사건과 관련해 법적 과실여부가 드러날 경우 모든 귀책사유 지겠다는 입장이지만, 유족들의 가슴은 타들어간다.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해 경기도 분당 경찰서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정확한 사건경위를 담은 최종보고서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글. 박대성 기자 / dspark@liftas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