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조합 설립 허용, 업계 ‘초긴장’
조합도 경쟁체제 돌입…변화·혁신만이 살길
게재년월 : 2006년 4월

앞으로 지역간·업종간 조합설립 제한규정이 없어지면서 동일 업종 내에서도 복수조합 설립이 허용될 방침이다. 또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명칭이 중소기업중앙회로 변경돼 지방조합, 사업조합 그리고 중소기업 관련 단체에도 문호가 개방될 예정이다. 전체 중소기업을 대변하기 위해 중소기업중앙회 정회원도 현행 전국조합 중심의 2백여 명에서 지방조합 사업조합까지 포함해 약 7백80여 명으로 확대된다.
국회 산업자원위원회는 지난 2월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그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이와 같은 내용을 주요골자로 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며 현재 법사위 계류 중이다. 이외에도 ▲상근이사 임명 시 총회 승인을 얻어야 하며 현행과 같이 이사회 추진을 거쳐 이사장 또는 회장 임명 ▲중앙회 감사를 현행과 같이 중소기업청장 승인을 거쳐 회장이 임명 ▲실제 활동하지 않는다고 인정되는 휴면조합·단체에 대한 통지 및 관보 게재, 해산명령제 도입으로 부실조합을 정리 ▲지방조합 등 중앙회 회원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 관련 단체 의결권을 정회원 총수의 1/5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등 선거권 및 의결권을 일부 제한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는 지난 44년간 단 한번도 개정되지 않았던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이 최초 개정되는 것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폐지되는 단체수의계약 제도 및 기술의 융합화, 지식기반 경제구조로의 전환 등 국내·외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중소업계의 굳은 ‘변화와 혁신’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또한 오랜 기간 동안 보호 위주 환경에서 기업을 운영했던 중소기업도 시장경쟁체제에 적응해 가고 있으며, 공정한 경쟁 시스템으로 바뀌는 이 시점에서 현행 조합법으로는 더 이상 자신들의 다양한 욕구가 수용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
법 개정에 앞서 열린 공청회에서도 참석자 대다수가 “이업종 교류와 공동사업을 통한 협동조합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조합의 공공구매 입찰 참여, 경쟁을 통한 조합 발전을 위해 복수조합 설립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그동안 다소 이견을 보여왔던 조합 설립 자유화와 관련, 동일 업종 내 복수조합 설립을 가능토록 하고 앞으로 시행령 개정을 통해 출자금 요건 강화, 무분별한 조합 설립으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이번에 대표 발의했던 김교흥 열린우리당 의원 또한 “이번 개정안의 특징은 변화와 혁신이다. 중소기업간, 협동조합간 입체적 경쟁 시스템 도입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며 “현행 중소기업 관련법은 너무 경직되어 있고 규제 중심이다. 따라서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따라 관련 제도를 변경해서 적응해 나가야 한다.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소리 없이 사라지는 것이 지금의 시장 환경”임을 강조했다.

시장성 없는 기업·조합, ‘도태’
승강기 업계도 이같은 중소업계의 큰 움직임에 초긴장 상태에 놓여있다. 특히 복수조합 설립 허용 문제는 조합도 경쟁체제로 돌입됨에 따라 더 많은 중소업체가 납품의 기회, 조합 선택의 기회를 넓힐 수 있는 긍정적인 계기임과 동시에 제대로 역할을 못하거나 안일한 자세로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조합의 경우에는 회원을 빼앗김과 동시에 존립의 위협마저 받게 되므로 이제는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
업계 관계자는 “이제 승강기 업계도 변화할 때가 됐다. 기존의 주먹구구식 생산방식이나 영업방법으로 버틴다면 그 기업은 얼마 못 가 도태될 것”이라며 “구촉법, 기협법 등 관련법 개정안을 꼼꼼히 검토해 적절히 적용 또는 대응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복수조합 설립 허용은 기본적으로 하향 평준화됐던 기존의 단체수의계약 폐지와 맞물려 이 제도의 단점을 보완해 중소업계 자체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취지가 크다.
이는 기존에는 산업별로 하나의 조합만이 설립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같은 산업에서도 다른 조합이 설립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국 업무 구역을 관할하는 전국조합 ▲각 지방의 한 지역 업무 구역을 관할하는 지방조합 ▲특정 사업을 목적으로하는 사업조합 ▲지방조합들의 모임인 연합회, 그리고 협동조합 등 현재 총 5가지로 구분되어 있는 조합이 앞으로 동·이업종, 특정지역 등에 관계없이 설립이 가능하다.
중소기업간 경쟁제도 및 공공기관의 공공구매 제도 적용으로 복수조합을 설립하더라도 수요기관이 만족하지 못하는 업체나 조합은 결국 시장성 상실로 도태나 퇴출될 수 밖에 없으며, 설사 중견기업들만의 모임 형식으로 조합이 설립돼 물량을 독식해도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면 해체되는 것이다.
중앙회 공공구매팀 양갑수 부장은 “이 제도는 정부가 어느 정도의 한계선만 잡아주는 중소기업간 자율경쟁 방식”이라며 “복수조합 설립을 허용함으로써 기존보다 더 많은 중소기업에게 참여의 기회를 넓혀주고 자격미달인 기업들은 자연적으로 퇴출돼 중소업계 전체 수준을 올리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구매 정보망…기관, 기업 간 정보 제공
즉 단체수의계약 제도 하에서는 100%의 업체가 전부 다 생존할 수 있었지만 중소기업 간 경쟁체제 하에서는 입찰에 낙찰받은 기업 등 약 50%의 업체만이 경쟁 생존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에 이 제도로 영세기업들은 기존보다 오히려 설 곳이 더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양 부장은 “능력이 뛰어난 업체들만의 물량 수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나 경제적으로 카르텔은 깨지기 쉬운 것이며 이합집산은 수시로 프로젝트별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해체될 수도 있는 것이다”며 “업체가 계속 순환하는 것이지, 뛰어난 업체들만의 조합의 영속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공기관에서는 적정능력을 갖춘 업체만을 물량 수주 대상으로 제한할 수도 있으며 해당군을 지정해서 선택할 수도 있다. 다만 이는 구촉법에 따라 직접생산이 가능한 지 기업의 신용도와 신뢰도가 뛰어난 지 등의 기본적인 자격을 갖춘 기업에 한해서다.
이에 업계에서는 형평성 문제를 거론할 수 있는데 중앙회의 경우 지난 2002년도부터 1년 동안 각 공공기관이 구매한 리스트를 직접 확인하고 심사하는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특정업체가 연루됐을 경우 고발하거나 제재를 가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 공공기관이 중소기업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공공구매 정보망’을 구축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이 정보망을 통해 공공기관은 중소기업 생산 및 제품 정보를 확인해 구매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중소기업은 각급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입찰 정보를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다. 각 협동조합은 공공 정보망에 등록된 중소기업의 직접 생산 여부 및 생산능력 변화 등을 업종별 특성에 따라 관리하게 된다.
중앙회는 올 한해 조합의 위상을 강화하고 기능 활성화에 적극 나서 중소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도의 실효성 제고와 협동조합의 공동사업 역량 강화 등에 주력하고, 세계 일류기술 갖기(Only One) 운동을 확산시켜 중소기업의 일류기술 제품을 소개하는 관련 책자를 발간해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배포하기로 했다.
이제 정부가 중소기업을 보호해주던 시대는 지났다. 경쟁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고 기술력이 낮으면 자연히 도태될 수 밖에 없는 현 시장경쟁체제 속으로 중소업계는 신속히 융화되어야 한다.
기존의 안일한 기업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관련 법령을 활용해 기업 수준을 제고함과 동시에 자율경쟁 방식 안에서 제 살길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글·이재현 기자 / jhlee@liftasia.com